서인국, 정은지 - All For You (Inst.)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답게 평범하지만 치열한 하루하루가 흐르고 있었어.
날이 너무 너워서 교실에 가만히 앉아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흘렀어.
더위때문에 집중이 잘 안되는 너빚쟁은 고개를 돌려서 상혁이를 바라봤어
쉬는 시간에는 복도에 나가서 다른 남자애들이랑 히히덕거리면서 놀면서
자습시간에는 엄청난 집중력으로 공부를 하고 있는게 괜히 전교 1등은 아니구나 싶었어.
하얀 반팔 하복 셔츠를 입은 상혁이는 이어폰을 꼽고 인강을 들으면서 문제를 풀고 있었어.
너빚쟁이 한참을 바라보는 데도 그 시선이 느껴지지 않는 건지 아니면 무시를 하는건지
상혁이는 한번을 PMP에서 눈을 돌려 너빚쟁을 쳐다보지를 않았어.
입술을 삐죽이면서 공부를 하는 상혁이를 바라보던 너빚쟁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들어서 다시 책으로 눈을 돌려 문제를 풀기 시작했어
그리고 너빚쟁 고개가 책으로 돌아가자 상혁이가 PMP에서 눈을 떼고 너빚쟁을 한참이나 바라봤어
마치 너빚쟁이 상혁이를 보고 있었던 것 처럼
오늘은 너빚쟁은 학교에 남아서 야자를 하고 상혁이만 학원에 가는 날이었어.
상혁이는 경찰이 되는게 꿈이라 경찰 대학에 지원했는데 1차 시험을 코 앞에 두고
마지막 대비를 하기 위해서 학원으로 모의고사를 보러 가는 거였어.
"야자 끝나면 학원 앞으로 와라. 나 시험끝나고 맛있는 거 사줄게"
"오~ 야한상혁. 니가 웬일?"
"아 붙여부르지 말라니까. 무튼 올꺼지?"
"옼돜"
상혁이가 시험 끝나는 시간에 맞추기 위해서 너빚쟁은 야자를 맞추고 천천히 교문을 나섰어
평소에는 항상 상혁이랑 같이 가던 길이었는데 혼자가려니 오늘따라 길이 더 어둡고 무섭게 느껴졌어.
"아 얘는 왜 이렇게 전화 안 받아. 아직 안 끝났나"
안그래도 트라우마로 어두운 골목길을 좋아하지 않는 너빚쟁은
괜히 상혁이에게 카톡도 해보고 문자도 해보고 전화도 해보지만 상혁이는 묵묵부답이었어
그래서 발을 재촉해서 빨리 걷고 있는데 뒤에서 낯선 발자국 소리가 들렸어
겁이 난 너빚쟁은 뒤를 돌아보지도 못하고 더 빨리 걷기 시작했어
하지만 너빚쟁의 발이 빨라지면 빨라질수록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도 점점 빨라졌어
전화 좀 받아라 제발. 발걸음을 재촉하면서 문자를 보내보지만 상혁이에게 답장이 오지를 않았어
그렇게 한참 동안이나 신호가 가고 있었고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더 가까워지는 게 느껴졌어
전화를 받지 않는 상혁이가 야속해져 오고 점점 가까워지는 발자국 소리에 너빚쟁은 눈을 꾹 감았어
"학생! 여기서 뭐해?"
눈을 꾹 감고 체념하려던 그 순간 매일 밤 생각하면서 미소 지었던 그 목소리가 들렸어
"아저씨!"
눈을 뜬 너빚쟁이 눈 앞에 있는 경찰아저씨를 보고 소리를 지르면서 인사를 하자
뒤에 있던 발자국 소리가 점점 멀어지는 게 느껴졌어
"어두운데 왜 혼자 여기서 이러고 있었어요. 남자친구는 어디갔어?"
"남자친구요? 상혁이?"
"아 맞다. 한상혁. 맞지? 그 때 소매치기 잡은 학생"
"남자친구 아니거든요!!!!!"
너빚쟁이 소리를 빽 지르자 경찰 아저씨는 아니면 말고. 하면서 웃었어.
그동안 남자친구 아니라는 걸 어떻게 말할까 밤마다 침대에 누워서 생각했던 것 치고는
생각보다 허무한 결말이라 너빚쟁도 어색하게 웃었어.
"밤길 위험한데 왜 혼자 다녀. 상혁이는 어디갔어?"
"상혁이 오늘 학원에서 모의고사 치러 먼저 갔어요. 맛있는 거 사준다고 해서 지금 만나러 가는 길이에요"
"그래? 그럼 학원 앞까지만 데려다 줄게. 밤엔 위험해"
너빚쟁은 아저씨랑 더 같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웃음이 나왔어
"그러고 보니까 아직 학생 이름을 모르네. 학생은 이름은 뭐야?"
"이빚쟁이요! 그냥 빚쟁이라고 부르시면 되요."
아저씨랑 나란히 걸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어.
아저씨는 생각했던 대로 굉장히 다정한 사람이었어.
너빚쟁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들어주고 친절하게 대답해줬어.
아저씨와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너빚쟁은 점점 아저씨가 좋아졌어.
그렇게 걷기 시작한 지 얼마나 됐을까 상혁이에게 전화가 왔어
너 지금 어디야? 그렇게 문자를 해놓고 갑자기 연락이 안되면 걱정되잖아
"지금 아저씨랑 같이 가고 있어! 곧 도착할 것 같아"
아저씨?
"응응. 그 때 그 경찰 아저씨. 학원 보인다. 금방 갈게"
상혁이가 걱정하네. 얼른 가봐야겠다.
아저씨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이야기를 했어
너빚쟁은 걔는 걱정같은 거 할 애가 아니라면서 손을 내저었어.
상혁이가 너빚쟁을 걱정한다니. 상상만으로도 소름이 돋는 일이었어.
"어? 학원 여기 맞지? 저기 상혁이 보인다"
"네 맞아요. 아저씨랑 와서 그런가. 금방 왔네요"
너빚쟁의 말에 경찰 아저씨는 가볍게 웃으면서 또 너빚쟁의 머리를 흐트리면서 쓰다듬었어.
"그럼 빚쟁아. 잘 들어가."
"네 고맙습니다. 아저씨도 조심히 들어가세요!"
너빚쟁은 꾸벅 인사를 했고 아저씨는 너빚쟁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어.
고개를 돌리자 너빚쟁에게 달려오는 상혁이가 보여서 너빚쟁은 상혁이에게 손을 흔들었어.
다가오는 상혁이의 얼굴을 보자니 아까 아저씨와 나눈 이야기들이 생각이 났어.
"아 그러고 보니까 아저씨 이름을 못 물어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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