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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shmello(마시멜로), Anne-Marie(앤 마리)-FRIENDS
괴물들과의 기막힌 동거 Ⅲ 02
돌이켜보니 모든 것이 후회로 남았다.
그때 그 아이를 못 본 체 했더라면.
그때 그를 찾아가지 않았더라면,
그때 삶을 포기했었더라면,
지금의 내가 없었을 텐데..
#6 몽마
가끔은 꿈속에 갇혀있고 싶다. 꿈속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든 괴롭지 않으니까. 꿈속에서의 나는 아무 걱정이 없다. 그 아이를 다시 살리기 위해 머리가 깨질 듯 아플 때까지 생각하지도 도의에 어긋나는 짓을 하면서 무너지지도 않는다. 이렇게 행복한, 아니 괴롭지 않은 꿈에서 깨어나면 현실이 날 반긴다. 아.. 이번엔 어떻게 그 아이를 영생하게 하지? 심지어 이번 아이는 내 아가와 똑같이 생겼는데...
"으악, 깜짝이야. 죄송해요. 저 때문에 깬 거예요?"
명호가 노크없이 방문을 열고 들어오다 나와 눈이 마주치니 놀란듯 눈이 커다래졌다.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주저앉으며 하는 질문에 고개만 저으며 답해줬다. 웃으면 또 삐질라. 찌뿌둥한 몸에 기지개를 키곤 시계를 보았다. 새벽 3시... 3시?
"왜 아직도 안자고 있어?"
"아, 그 늑대도 아직 못 자고 있어서요."
"너도 몸 상할라. 아, 오늘 보름인가 보구나... 따뜻한 우유라도 먹을래?"
"괜찮아요. 여기 책 한 권만 빌려갈게요."
"다 읽어. 허락 받지 말고 그냥 읽어도 되니까."
"감사합니다."
몽마는 꿈을 먹는다. 좋은 꿈을 먹고 안 좋은 꿈을 내보내거나 안 좋은 꿈을 먹고 편안한 꿈을 내보낸다. 대부분의 몽마들은 좋은 꿈을 먹으며 정기를 채우고 안 좋은 꿈을 내보내며 괴로운 모습을 보는 걸로 쾌락을 느끼는데, 명호는 지훈이의 부탁도 있고 해서 굳이 안 좋은 꿈을 먹으며 자기 몸을 혹사시키는 중이었다. 안쓰러운 한 편으로, 그 늑대아이들이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게 나 때문이라... 그래, 모든 건 내 탓이지.
#07 악마
또 새벽이었다. 요즘 새벽 3시면 깨는 것 같은데.. 또 다시 밀려오는 괴로운 생각들에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었다. 아무 생각도 하기 싫은데.. 수면제 먹고 다시 자야겠다. 도저히 괴로워서 안 되겠네.
"또 깼어? 명호 불러올까?"
순영이의 잔뜩 잠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불을 내리고 목소리가 들린 곳을 보니 내 책상 의자에 앉아서 나와 눈을 맞추고 있는 순영이가 보였다. 언제부터 저러고 있던 건지 몰라도 꽤 오래 된 것 같았다. 그의 흐트러진 머리가 말해주었다. 졸린데 못 잘 때 머리카락을 괴롭히는 그였으니.
"왜 안자고 여기 있어?"
"너 앓는 소리 들려서 왔는데, 계속 자는 거 같길래 안 깨웠어."
"왜... 그랬어. 그냥 가서 더 자면 되잖아."
"너가 괴로운데 내가 어떻게 편히 자. 그래서, 명호 불러줘?"
재차 묻는 순영이에 대답을 못하겠다. 지금이라도 당장 명호를 불러와서 꿈에서라도 행복하게 만들어 달라고 빌고 싶은데, 나보단 그 늑대아이들이 더 힘들다는 것을 아니까... 계속 대답이 없으니 당장이라도 명호를 부르려는지 일어나는 순영이를 말렸다.
"아냐, 아기 늑대 해주고 있잖아. 난 다 괜찮아."
"...너가 괜찮으면 괜찮은 거야. 괜히 캐물으면서 괴롭히고 싶지 않아."
"응. 고마워."
악마의 사고는 우리랑 많이 달랐다. 순영이가 저렇게 물어볼 때마다 괜찮지 않은데, 말해봤자 뭐해. 괴로운 건 나 하나로 족하잖아. 그냥, 작은 토닥임도 괜찮은데.. 괜찮다고 하면 그런 줄 알겠다고만 하니.. 악마의 사고인지 순영이의 사고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직도 적응이 안 되는 부분이었다. 그래도 그게 그 나름의 표현이겠지.
#08 너의 처참한 하루는 어때?
노크 소리라기엔 다소 거친 소리가 현관문에서 들려왔다. 흠, 발로 차는 소린데.. 이럴 애는 최승철뿐이지 뭐.
"승철아. 손으로 공손하게 노크하면 열어줄게. 아님 이번 생은 그냥 넘기던지."
"너 진짜...! 하, 그래."
욱하다가도 금방 수긍하고 손으로 노크를 하는 소리가 들린다. 문 주변에 있던 찬이에게 손짓하니 찬이가 걸음쇠를 열어주었다. 천천히 열린 문틈으로 최승철이 보였다. 채 다 열리지도 않은 문을 비집고 들어온 최승철이 다짜고짜 물었다.
"태어났지? 지금 몇 살이야? 넌 봤지?"
"한 가지씩 물어줄래? 입이 하나라."
"어디 있어?"
너는 여전히도 이기적이구나. 같은 결말일 줄 알면서도 매번 그 애를 만나려고 하는 게 짜증난다. 후, 이럴때일 수록 최승철이 화나게 만들어야지.
"글쎄에, 어디 있을까?"
"...장난해? 나 너랑 장난칠 사이 아닌 걸로 아는데."
"미안한데, 내가 널 더 싫어하지 않을까? 정보 주는 나에게 뭐라도 사오긴 커녕 감 놓아라 배 놓아라. 갑자기 기분이 팍 상하네?"
"......"
"내일 다시 올래? 기분이 상해서 되던 것도 안 될 것 같거든. 그땐 귤이라도 사다 줬으면 좋겠네?"
"너한텐 이 하루가 그저 매일 지나가는 시시한 하루일지 몰라도, 나에게 이 하루는 소중한 하루야."
"......"
"그녀를 볼 수 있는 소중한 하루가 덕분에 처참하게 저무네. 참 고마워. 처참한 하루 선물로 줘서."
최승철이 나갔다. 세게 닫힌 문이 내는 큰 소음에 살짝 놀랐으나 금방 평정을 찾았다. 그래봤자 넌 내 소중한 아이를 죽인 뱀파이어일 뿐이야. 처참한 하루라... 역겹게도 그 이기적임이 나랑 닮았구나. 나도 내가 살기 위해 그 아이가 필요한 건데... 필요하다는 어감은 좀 그렇네. 그냥, 그리울 뿐이야.. 그 시절엔 아무 걱정도 없었으니까.
"왜 싫어하세요? 유독 더 싫어하시는 거 같아요."
"음, 차였어. 그래서 싫어해."
"응? 진짠데. 아무튼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 기분이 좀 나아졌어."
찬이에게는 이렇게 말해두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어차피 이 바닥에 내가 차인 거라고 소문이 났으니 우리만 입 조심하면 찬이가 알 일은 없겠지. 그렇다고 진실을 말하기엔 찬이와 아예 연관이 없는 것도 아니라서 실수할 것 같았다.
#09 멋져
익숙한 노크 소리가 들렸다. 저 놈이 또 발로 차네. 직접 가서 문을 열어주었다. 열자마자 보이는 검은 봉지에 뒤로 물러나니 순영이가 앞에 서며 그 봉지를 쳐냈다. 봉지가 퍽하고 떨어지니 최승철이 씨익 웃는 거였다. 뭐야, 왜 웃어? 뭐 잘못 먹었대? 내가 묻고 싶은 말을 순영이가 대신 물었다.
"왜 웃지?"
"그거 귤인데 터졌을 것 같아서."
아아!!! 아 저 놈이 진짜. 재빨리 봉지를 주워 안을 보니 귤 냄새가 진동했다. 아 냄새는 진짜 좋은데, 뒤적여보니 축축하다. 아.. 진짜 얄미운 놈..! 속상하지만 그것을 현관에 내려놓았다.
"...너 내 귤한테 이런 거 후회할 거야."
"다른 류의 후회를 지금도 하는 중이라."
비아냥대듯 웃는 최승철을 무시하곤 신발장 위에 있던 차키를 챙겼다. 마당에 곱게 세워져 있던 내 붕붕이 문을 열고 운전석에 올라탄 뒤 문을 닫으려는데 안 닫힌다. 의아해서 옆을 바라보니 준휘가 차 문을 잡은 채 서 있는 거였다.
"준휘야, 왜?"
"내가 운전할까 싶어서. 내려. 조수석 타."
의아했으나 준휘가 운전하면 나야 좋지. 솔직히 운전할 때마다 꼭 딴 길로 샌단 말이야. 순순히 내리고 조수석에 올라탔다. 아, 차에 타니까 또 실감나네. 왜 매번 그 아이를 만나러 가는 게 이리 떨릴까.. 애 낳아본 적도 없는 괴물이면서, 모성애는 왜 있는 건지..
"안전벨트 매지?"
"아."
"뒷좌석엔 안전벨트가 없나?"
"그거 어제 뱀파이어가 온다고 해서 부셔놨어."
"뭐?"
"아. 그쪽이었네? 내 말실수야. 흘려듣던지."
원래 망가졌던 건데 자연스럽게 말하는 준휘가 멋져보였다. 잘 컸어, 아주.
#10 보고 또 봐도
편의점 앞에 도착했다. 처음 만난 뒤로 거의 매일 이렇게 밖에서만 봤었는데... 너는 항상 같은 표정이었다. 작은 미소도 없이 그저 주어진 일만 하는... 차오르는 숨을 내뱉고 벨트를 풀었다. 그제야 우리가 도착했다는 것을 알았는지 최승철이 물어왔다.
"도착한 거야? 지금 어디 있는데?"
"저 안에. 그 전에 내가 먼저 보고 올 거야. 넌 기다려. 나 저기서 나오면 나와."
"...응."
작은 목소리로 대답한 최승철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시트에 몸을 기댔다. 그걸 확인하고 차 밖으로 나왔다. 잘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간신히 옮겨가며 편의점 안으로 들어가니 너가 무미건조한 인사를 건네 왔다. 난 왜 그게 이리도 슬플까. 너 입장에선 내가 그저 수많은 손님들 중 하나일 뿐이라 당연한 건데.. 슬퍼하면 뭐하겠어. 음료수 코너에 가서 일부러 1+1 행사를 하는 제품을 집었다. 비싼 차, 좋은 집이라도 사주고 싶은데 처음 보는 사람이 그러면 좀 그렇잖아. 차근차근 해야지. 심호흡을 몇 번 하고 계산대 앞으로 가 음료를 내려놓았다. 역시나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가격을 불러주는 너에 돈을 지불했다. 그리곤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목소리를 잔뜩 높여 말했다.
"제가 지금 기분이 너무 좋거든요. 이거 하나 마셔요."
티 안 났겠지? 하나를 집어 너에게 건네주곤 그곳을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후, 잘했어. 괜히 구질구질하게 굴다가 저번처럼 신고먹지 말자. 다짐을 하고 앞을 보는데 준휘가 웬 남자의 멱살을 잡고 있었다. 얜 또 왜이래...
"준휘야 뭐해?"
"그냥 심심했어."
준휘가 갑자기 시비를 건다고? 준휘가 멱살을 놓으니 목을 잡고 켁켁거리는 그 남자를 다시 자세히 보았다. 다음 타임 편의점 알바생이었다. 아.. 시간 벌어주고 있던 거야...? 하..
"그러지 않아도 돼. 내가 알아서 잘 해."
"다음부턴 그래줄게."
준휘가 차로 돌아갔고 나도 그런 준휘를 따라 차에 탔다. 아직도 뒷자리에 퍼져 있는 최승철에 빨리 나가라고 하니 준휘가 나가는 거였다. 너한테 한 말 아니었는데? 다시 들어오라 말하려고 했으나 준휘는 그대로 뒷좌석 문을 열더니 최승철 팔뚝을 잡아끌고 있었다. 그래.. 최승철이니까 너 마음대로 해라. 최승철을 차에서 끌어내린 준휘가 차에 탔고 그대로 출발했다. 즐거워 보이는 준휘 표정에 대고 뭐라 할 말도 다 들어가 버렸다. 그래.. 우리 준휘 아주 잘했어..
***
마녀는 마냥 우울하진 않을 것 같네요!
이런 게 연륜이겠죠?!^0^/
제 글 항상 잊지 않고 찾아와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8ㅁ8
내가 그대들 덕분에 글을 써요8ㅁ8
힘내서 시즌 3를 마무리 짓기 위해 달려보겠습니다!
그대들의 댓글이 큰 힘이 되니까 항상 같이 달려요8ㅁ8
*암호닉입니다*
(계속 받고 있으니 신청해주시면 추가해드리겠습니다^0^/)
성장통, 유한성, 유레이드, 호시탐탐, 0917, 후아유, 봄유, 루미너스, 아몬드봉봉, 뿌랑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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