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EP. 3_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
진통의 간격이 짧아지고 강도도 강해질수록 나의 신음도 함께 커져갔다.
태형이는 그런 나를 보고 어쩔 줄 몰라 하며 가만히 손을 잡아 줄 뿐이었다.
“자기야…….”
잠시 이완기에 접어들어 그를 보니 잔뜩 울상을 짓고서 나를 본다.
그런 그의 볼을 가만히 쓸어주자 이내 닭똥 같은 눈물을 쏟는다.
“자기는 이렇게 아프고 힘든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어서 미안해.”
지금 나에게는 그가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많은 위로가 되는데 그는 그걸 모르는 듯하다.
잠시의 평화가 끝나고 또 다시 수축이 온다.
이번에는 내진을 하던 간호사가 곧 자궁 문이 다 열릴 거라며 의사에게 보고를 하곤 분만실로 침대를 옮겨 갔다.
분만실로 이동하며 밖에서 아버지와 어머님, 아버님이 나를 보곤 힘내라고 손을 잡아주셨다.
모두가 축복하는 지금 이 순간, 나는 누구보다 더 행복한 사람이다.
“남편분, 옆에 와서 산모님 손 잡아주세요.”
간호사의 말에 그가 여전히 눈물이 가득 담긴 얼굴로 의자에 앉아 내 손을 꼭 붙잡는다.
힘을 주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에 따라 힘을 주면 아이의 머리가 보인다며 외쳤고 덩달아 그마저 흥분했다.
“어떡해...! 우리 아기 나오나봐!”
몇 번의 힘주기와 힘 풀기를 반복했는지 모른다.
이내 분만실 가득 우렁찬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고 공주님이라는 간호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아기의 탯줄을 자르기 위해 일어났고 이내 아기가 내 품으로 들어왔다.
“산모님. 아기 손, 발 모두 10개씩 다 있고요 전반적인 외형에서는 발견된 기형은 없습니다.”
“자기야 수고했어. 정말 수고했어.”
아기는 잠깐 안겼다가 신생아실로 옮겨졌고 나 또한 병실로 돌아왔다.
지난밤에 시작된 진통은 새벽 6시가 되어 끝이 났다.
나와 그에게 고대하던 아기가 태어났고 부모가 되었다.
그는 아까 신생아실에서 찍은 아이 사진을 보여주며 여기 저기 자랑을 시작했고 이내 민이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민이사님 저 아빠 됐어요. 탄소도 방금 병실로 올라왔고 아기도 신생아실 갔어요.”
그는 마치 전생에 다녀온 무용담을 전하듯 조잘조잘 민이사에게 자랑 아닌 자랑을 했고 이내 전화를 나에게 돌려준다.
-탄소씨 축하드려요. 이제 진짜 아줌마 다 되셨네요.
“축하 하는 거 맞죠? 놀리는 거 같은데.”
-저도 기뻐서 한 말이에요. 이제 저도 삼촌이네요.
“민이사도 조카 생긴 거 축하해요.”
-조만간 같이 가겠습니다. 여자친구도 기대 많이 했거든요.
“같이 와요. 태형이 닮아서 예뻐.”
-그럼 그때 뵐게요. 몸 조리 잘하시고 김태형씨 많이 부려 드세요.
“그럴게.”
전화가 끊기고 그가 전화기를 가져갔다.
그러다 문득 오늘 그에게 시상식 스케줄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오늘 시상식은?”
“자기도 이러고 있는데 안가면 안 돼?”
“얼른 가서 준비해. 나 걱정말고.”
“그래, 아들. 여긴 엄마, 아빠도 있고 사돈도 있고.”
“두고 가기 걱정 되요.”
“얼른.”
어머님과 아버지의 합동 작전으로 그를 매니저님에게 부탁해 샵으로 보냈다.그럼에도 밤새 내 곁을 지키느라 피곤했을 그 걱정에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
저녁이 되자 어머님이 시상식이 중계되는 채널로 돌려주셨다.
간간히 앵글에 나오는 그의 모습에 연예인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시상식이 진행 될수록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TV부분 남자 최우수 연기상 후보 VCR에 그가 연기했던 드라마가 나오고 어머님도 아버님도 나도 두 손을 모으고 기도했다.
-자, 이제 남자 최우수 연기상 수상자 발표만 남았는데요. 이 봉투 속에 올해의 수상자가 들어있습니다. 발표해 주시죠.”
진행자의 한마디, 한마디에 긴장감에 깊은 숨을 내뱉었다.
-축하드립니다. 드라마 소우주의 김태형씨.
그의 이름이 호명되자 어머님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셨고 나는 울었다.
그런 나에게 아버님은 휴지를 건내며 손등을 쓸어주셨다.
상을 받는 자신의 모습이 얼떨떨한지 그의 표정이 바보 같아 보였다.
이내 그의 수상 소감이 시작되었다.
-어, 우선 제가 이 상을 받을 만큼 연기를 잘했는지 의문부터 들긴 합니다만.
그래도 잘했다고 주신 상이니 감사한 마음으로, 앞으로도 연기에 최선을 다하라는 말씀으로 알고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사실 오늘 시상식장을 오기까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사실...
수상소감을 말하던 그가 순간 울먹이기 시작했다.
시상식장에 오기까지 고민이 많았다는 그의 말에 그의 마음을 다 아는 나로서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
-저 오늘 아침에 아빠 됐어요. 아내가 지난 밤 갑작스레 진통이 오는 바람에 병원에 아내를 도저히 혼자 두고 올 자신이 없었어요.
물론 아버지도 저희 부모님도 계시지만 제가 더 필요할 테니까요. 그래도 엄마를 오랫동안 괴롭히지 않고 아이가 빨리 나와서 오늘 아침에 아빠가 됐습니다.
오늘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배우 김태형으로서도 남편 김태형으로서도 아빠 김태형으로서도.
애써 담담하려 하는 그의 목소리에 나는 더 소리 내어 울었다.
그를 위해 억지로 시상식에 보냈지만 그에겐 일보다 내가 더 소중하다는 걸 또 한 번 느꼈기에 그저 고마울 뿐이었다.
-여보, 자기야. 탄소야. 긴 시간 힘들었을 텐데 수고했어. 우리 아이 정말 열심히 잘 키우자. 좋은 아빠, 좋은 남편 되도록 최선을 다할게. 사랑한다, 여보야.
시상식이 끝나고 두 시간 쯤 지났을 무렵, 그가 돌아왔다.
멋진 수트 차림의 티비 속 모습이 아닌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그가 울상이 되어 의자에 앉았다.
“시상식도 잘 하고 와놓고 왜 이렇게 울상일까?”
“시상식 내내 자기 생각밖에 안 나더라.”
“어머님 아버님도 계시고 민이사도 다녀갔는데 무슨 걱정이야.”
“내가 없잖아.”
“좀 서운하긴 했는데 그래도 티비 속에 나오는 저 사람이, 상 받고 있는 저 사람이 내 남편이라고 생각하니까 너무 뿌듯하더라.”
“기다려줘서 고마워.”
그가 내 볼에 입을 맞추곤 싱긋 웃어 보이더니 이내 바닥에서 무언 가를 테이블에 올려둔다.
자세히 보니 노란 꽃이 핀 화분이었다.
“예전부터 주고 싶었던 선물이야. 요즘 유난히 더 생각나 길래 주문해 뒀었어. 타이밍이 딱 맞아 떨어져서 오늘 주네.”
“예쁘다. 고마워.”
“메쉬 메리골드야. 꽃말은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 꼭 우리 얘기 같잖아. 지금처럼 결국 우리한테도 행복이 왔잖아.”
“태형아.”
“매일해도 부족한 말이야. 사랑해 아주 많이.”
그가 내게 선물한 꽃말처럼 행복은 반드시 오고야 말았다.
행복은 이미 우리에게 계획된 일이었다.
와ㅏㅏㅏㅏ
여러분 오랜만에 뵙네요! 웨이콩입니다!!
이제 진짜 이 글의 마지막 입니다!
오늘 마지막 특별편을 쓰면서 처음 00화부터 모든 글을 읽어봤는데 기분이 시원섭섭합니다.
첫 글이 벌써 16일 전이라니..! 깜짝 놀랐네요.
이렇게나 열심히 달려왔다니 저로서 기특하다는 생각만 잔뜩 듭니다!(자화자찬)
차기작은 다음주에 제가 출장이 있어서 글을 못 쓸 것 같아 다녀온 이후에 써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그 때까지 아디오스~
+암호닉+
자색고구마라떼
여름
단무지
연지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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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