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백현] 우리가 사랑 할 수 있을까 09
"엄마!"
"아들! 잘놀고왔어?"
뽀얀얼굴이 까맣게 그을리는지도 모를정도로 뛰어논듯한 하늘이가 백현의 차에서 내리자마자 나에게로 달려와 조잘조잘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그런 하늘이를 보자 저절로 지어지는 미소와 함께 "그랬어? 재미있었겠네!" 하고 맞장구 치자 그 뒤로 어색하게 서있는 백현이 보였다.
"아! 삼촌이 케이크 사줬는데 케이크 먹어도 되요?"
그런 백현과 눈을 마주치고 있자 내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하늘이가 말했다.
"아, 밥 먹어야지 너 또 케이크로 배채우고 밥 안먹으려고 그러지? 밥 다 먹으면 먹는거야"
"아아.. 지금 먹고싶은데..."
잔뜩 아쉬운 표정을 지은 하늘이가 몸을 베베 꼬며 나를 쳐다보지만, 나도 하늘이도 이런 실랑이를 하루이틀 벌였던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찌감치 포기한 하늘이가 "피.. 알겠어요.. 근데 나 케이크 진짜 먹고 싶으니까 밥 조금만 먹을래요..." 하며 뾰루퉁한 표정을 지은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아! 그럼 내가 밥먹고 삼촌 타요친구들 얘기해줄게요! 빨리 밥먹어요 삼촌!"
자연스럽게 백현의 손을 잡은 하늘이에 당황한 백현이 나를 쳐다보았다. 못지 않게 당황한 나도 하늘이와 백현을 번갈아 쳐다보다 이내 한숨을 쉬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백현이 하늘이와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집으로의 방문 또한 잦아지고 있었다. 백현이 다음날 스케줄 부담이 없는날이면 (..이라고 말하지만 진짜인것 같지는 않다) 늦게라도 집으로와 하늘이와 놀다 돌아가기도 하고, 하루종일 같이 놀아도 무슨 할말이 그리도 많은지 오늘처럼 저녁식사까지 함께해야 마무리가 되기 때문이였다.
어느새 하늘이를 안아든 백현은 신나게 타요얘기하는 하늘이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쳐다보며 "아, 그래? 응응 그래서?" 하며 집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
장난감 까지 꺼내와 타요에 대한 열혈강의를 하던 하늘이는 결국 케이크를 먹기도 전에 지쳐 잠에 들었다. 하늘이의 손에들려있는 장난감을 뺀 후 조심스럽게 안아들어 침대에 눕힌후 이불까지 꼼꼼히 덮어주는 백현에 제법 아빠같다는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이번 주말에 시간 돼?"
거실에 널브러져있는 장난감을 정리하고 있자 어느새 나온 백현이 같이 장난감을 정리하며 조용히 말을 건냈다. "왜?"라는 말 대신 표정으로 대답한 나를 흘끗 본 백현이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로 "우리집 가자"라고 말했다. 그런 백현의 말에 나는 다시 또 인상을 쓰게 되었다.
"...뭐..?어디?"
"엄마아빠한테 말씀드렸어. 형도 알고 있고. 하늘이 보고 싶으시다고 너랑 같이 꼭 오래."
'너랑 같이'를 강조하며 말하는 백현에 다시 한숨을 쉬었다.
"..난 안가.. 하늘이까지 가지말라는 얘기는 안할께"
"....."
"시간맞춰서 보낼테니까 하늘이랑 둘이가."
"...징어야..."
"내가 계속 말하지만 너 이제 나한테 하늘이 아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ㄹ.."
"너 보고 싶으시다고 우셨어 엄마가"
"....."
백현과 연애시절 딸이 없으신 백현어머님은 나를 딸처럼 예뻐해주셨다. 백현과 성격이 똑같으신 아버님또한 나를 예뻐해주셨고 챙겨주셨기 때문에 백현은 늘'나보다 널 더 이뻐해' 라며 종종 투정아닌 투정을 부리고는 했다.
사실 백현과 헤어지고 난 후 하늘이의 존재를 알기 전까지 가끔 안부 연락을 주고 받을 정도로 나를 사랑해주셨던 분들이였다.
물론 상황탓도 있었지만 그렇게나 나를 아껴주셨던 분들께 인사도 하지 못하고 떠난것에 대한 죄송함은 마음한켠에 가지고있었다.
하지만, 아직 앞으로의 우리에 대해 정리가 되지 않은 지금, 부모님을 찾아뵙는다는 것이 가벼운 의미가 아님을 알기때문에 또 다시 내입에서는 좋지 않은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가시돋힌 말에는 단련이 됬다는 듯 차분하게 나를 설득하는 백현이였다.
"얼마나 힘들었겠냐고 밤새 울기만 하셨대."
"....."
"하늘이 한테도 빨리 할머니 할아버지 다 만들어주고 싶어."
"...."
"빨리 가족이 되고싶어.."
*
"하늘아 엄마왔어"
회사를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평소같았으면 거실에서 티비에 집중하고 있었을 하늘이가 보이지 않았다.
불도 꺼져있어 다른 친구집에서 놀고 있나 하는 생각에 갸우뚱거리며 집안으로 들어서자 방에서 고개를 빼꼼 내민 하늘이가 보였다.
"다녀오셨어요오.."
"어? 집에 있었어? 왜 불도 안켜고 있었어. 아들 배안고파? 우리 뭐 먹을까? 저번에 너 먹고 싶다고한 파스타 해먹을까?"
"응.. 나 숙제하고 있을게요.."
오늘따라 기분이 안좋은 듯 한 하늘이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 닫힌 방문만 바라보고 있었다.
어디 아픈가? 요즘 또 감기가 유행이라더니 얼른 밥먹고 약 먹여야겠네.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긴머리도 하나로 질끈 묶고 서둘러서 요리를 끝낸 후 하늘이를 불렀다.
"하늘아~ 얼른 나와~"
"....."
"오하늘 빨리 안나오지? 너 또 혼자 과자 먹었지?"
"......"
"빨리 안나오면 엄마가 들어가서 데리고 나온다. 그럼 그땐 두배로 먹어야돼"
세차례의 부름 끝에야 방에서 나온 하늘이는 어깨와 고개를 축 늘어뜨린채 의자에 앉았다.
밥먹기 전 항상 이렇게 전쟁을 치르고는 하는데 그럴때 마다 잔소리에 못이겨 나온 하늘이는 "엄마 치사해!" 라는 소리와 함께 툴툴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그에 반해 너무도 조용한 하늘이의 태도에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아들 오늘 왜이렇게 기분이 안좋아"
"..아니야.."
"어디 아파? 아님 졸려서그래..?"
"아니..."
"............ 너 고개들어봐"
갑자기 굳은 내 목소리에 움찔했지만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는 하늘이의 얼굴을 손으로 잡아 올렸다.
그러자 하얀 볼에 크게 생채기가 난것이 보였다.
".... 언제 그랬어.. 유치원에서 그런거야? 친구랑 싸웠어?"
"...아니야... 넘어졌어.."
"거짓말 하지말고. 엄마 지금 하늘이 혼내는 거 아니야. 누가 그런거야"
"......"
"오하늘 바른데로 말 안해? 엄마 지금 선생님한테 전화할까?"
'띵동'
눈도 마주치려 하지 않는 하늘이의 눈을 억지로 맞추며 얘기했지만 입을 열지 않는 하늘이에 큰소리가 나오려던 찰나 초인종이 울렸다.
끝까지 입을 열지 않는 하늘이를 쳐다보며 다시한번 이름을 불렀지만 하늘이의 대답대신 '띵동' 하고 울리는 초인종에 문쪽으로 발을 돌렸다.
"누구세요"
"저 영태 엄만데요. 하늘이 어머님 맞으시죠?"
문을 열자 보이는 것은 한눈에 보기에도 억척스러워 보이는 아주머니가 잔뜩 화가난채로 울고있는 아이를 데리고 있는 모습이였다.
"안녕하세요 하늘이어머님. 초면에 실례지만 오늘 유치원에서 하늘이가 저의 애를 밀쳤다고 하네요. 여기 상처난거 보이세요?"
훌쩍거리며 뒤에 숨은 아이로 억지로 끌어당기며 쏘아붙이듯 말하는 영태어머님의 말에 따라 영태를 바라보니 무릎에 살짝 피가 맺힌것이 보였다.
"...아.. 죄송합니다."
"지금 이게 죄송하다고 되는 문제인가요? 이 상처 흉지면 어떻게 책임지실껀가요"
"......"
"듣자하니 하늘이 혼자 키우신다고 하던데 가정교육이 제대로 안되니까 이런일이 일어나는거아닌가요"
".....네?"
'아빠도 없고, 엄마도 나몰라라에 이러니 애가 그 모양이지' 누가 봐도 들으라고 중얼거리는 혼잣말같지 않은 혼잣말에 나도 모르게 주먹이 꽉쥐어졌다. 멍하게 영태라는 아이의 무릎을 쳐다보고 있자니 하늘이 볼에 있던 생채기가 계속 해서 떠올랐다.
얼른 들어가서 약바르고 꼭안아줘야지.
하지만, 다친 무릎은 약을 바르고 시간이 지나면 아물더라도 하늘이가 받았을 마음의 상처는 어떻게 달래줘야할까.
고개를 돌려 영태어머니를 바라보자 심술이 가득 담긴 얼굴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영태 상처는 정말 죄송합니다. 앞으로 주의 시키도록 하겠습니다."
".."
"하지만 아이한테 남의집 사정 얘기하는 어머님도 썩 좋은 가정교육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네요"
"..뭐요?"
"게다가 아이앞세워서 이렇게 찾아오시고.. 아이 앞에서 부끄럽지도 않으신가보네요"
"..나 참 이여자가"
"아이앞에서 말 가려서 하시죠 영태어머님. 이래서 가정교육 제대로 할 수 있으시겠어요?"
"..허...참나"
분에 못이겨 씩씩대던 여자가 "앞으로 가정교육 똑바로 시켜. 지켜볼꺼야" 라며 악을쓰고 내려갔다.
그런 엄마 옆에서 엉엉 울고있는 영태를 보자니 어쩐지 안타까운 느낌이들었다.
한숨을 한번 쉬고 돌아서서 집으로 들어가니 하늘이가 나랑 실랑이를 하던 그자세 그대로 앉아있었다.
"....안먹었어..?"
"..엄마...."
"......응.. 그래 아들"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하던 하늘이가 '하늘아' 하고 부르는 내 목소리에 눈물을 뚝뚝 흘리며 내품으로 안겨왔다.
"내가..내가 먼저 때린거아니야..."
"...응 그래.. 알아.. 우리 하늘이 그런 아이 아니야"
"밀치기는 했는데... 진짜 살짝 밀쳤는데 영태가 혼자 넘어졌어...."
"그랬구나.. 그런것도 모르고 엄마가 큰소리 쳐서 미안해"
"영태가 왜 우리 아빠는 유치원에 안오냐고 하잖아.. 아빠 없어서 안오는거냐고 자꾸 놀렸어"
"....하늘이가 속상했겠네... "
"그래도 나는 안 때리려고 했는데.. 아빠가 엄마랑 나 버렸다고 하잖아"
"....그랬구나..."
"그런거 아니잖아? 응?"
서러운 마음에 숨까지 헐떡이며 울던 하늘이가 내품에서 고개를 들어 물어보지만 나는 그저 하늘이의 등을 토닥거리며 달래줄 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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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공지아닌 공지를 올리고도 너무 늦어졌네요 ㅠㅠㅠ 썬더 입니다 ㅠㅠ
다시 글을 쓰려고 하니 생각했던 스토리도 생각이안나고... 감도 못잡다가 이제야 글을 씁니당 ㅠㅠ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좋겠고.. 다음편이 조금 늦어지더라도... 너그럽게 사랑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엉엉ㅇ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S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