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백현] 우리가 사랑 할 수 있을까 10
'띵동'
한가로운 오후, 밀린 빨래도 마무리하고 청소기도 돌리며 집안일을 하는 중 울리는 초인종소리에 돌리던 청소기를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지인이 많지 않은 만큼 집으로 찾아올 사람도, 더욱이 초인종을 누를 사람 또한 없었기때문에 의아해하며 모니터를 확인하자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흐릿한 화면에도 눈에띄는 빳빳한 고개와 화려한 악세사리. 다름아닌 고모였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친척도 많지 않아 돌봐줄곳이 없던 나를 매정하게 내치고 오로지 아빠의 회사에만 관심을 가졌던 고모.
일본에 있을 때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먼곳 까지 그것도 사람을 시켜 찾아와 온갖 모진말만 쏟아내던 고모.
만날 때마다 유쾌한 만남은 아니였기 때문에 밀려오는 긴장감은 숨길 수 없었다.
"..연락은 하고 오시지 그러셨어요.."
"됬다. 잠깐 얼굴만 보고 가려고 들린거니까. 하늘이 안녕?"
"..안녕하세요.."
"많이 컸네. 올해 몇살이더라?"
"..하늘아 대답해야지"
"..6살이요..."
"..하늘아 엄마 고모할머니랑 할 얘기가 있어서 그런데 방에 가서 책 읽고 있을까?"
"네.."
마지못해 문을 열자 고모역시 무표정하게 인사를 건냈고, 거실에 앉아 TV를 보고 있던 하늘이도 고모를 보고 무서운지 슬금슬금 내 뒤로 와 숨었다. 그 모습을 본 내가 서둘러 하늘이를 방안으로 들여보내자 두말않고 방으로 들어가는 하늘이였다.
"무슨 일이세요"
"우리가 무슨일이 있어야 만나야 하는 사이니? 한국 들어왔는데도 연락한번 안하니 내가 오는 수밖에"
"...."
마치 매일 드나드는 집인듯 자연스럽게 쇼파에 앉아 팔짱을 꼬는 고모를 보며 무슨일이냐고 묻자 살풋웃으며 말하지만 가시가 돋힌듯한 말에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고모는 그런 나를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한번 다리를 꼬고 입을 열었다.
"아직 만나는 사람은 없니?"
"....전 분명 생각없다고 말씀드렸어요."
"다음주 주말에 시간 어떠니. 월광그룹 둘째아들이야."
"고모..."
"나이는 좀 있지만 직업도 괜찮고. 애 하나쯤 있어도 상관없다고 하고"
이유없이 찾아오실 분이 아니라는 것은 알았지만 조금도 변하지 않는 레파토리에 머리가 아파왔다.
정말 손에 꼽는 만남이였지만 만날 때 마다 어김없이 나오는 결혼,맞선 그리고 하늘이얘기였다.
"..하늘이 들어요. 목소리 낮춰주세요"
"언제까지 계속 이렇게 혼자 키울꺼니? 결혼도 안한 처녀가?"
"...그런식으로 말씀하지마세요"
"너희 부모님이 보시고 뭐라고 하시겠어. 내가 오빠얼굴을 어떻게봐!"
"고모!"
'딸깍'
목소리가 높아지려는 찰나 방안에 있던 하늘이가 잡을 세도 없이 문을 열고 순식간에 밖으로 나가버렸다.
고개를 푹 숙이고 쪼르르 달려나가는 모습에 또 상처를 준 것 만 같아 가슴이 아팠다.
".. 어떻게 성격도 너랑 똑같아가지고"
".... 그렇게 말씀하지 마세요. 지금 하늘이가 왜 저러시는지 모르시겠어요? 그리고 하늘이가 무슨 혹도 아니고. 하늘이가 있으면 어때서요? 저 한테는 제일 소중한 아들이에요"
"...."
"저랑 하늘이 내팽겨 치실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챙기는 척 하지 마세요."
"........"
"그만 돌아가 주세요. 멀리 나가지는 않을게요. 그리고 앞으로 이렇게 불쑥 찾아오시는 일 없으시면 좋겠어요"
악을 쓰듯 쏘아대는 나를 아니꼬운 표정으로 쳐다보던 고모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나와 TV옆에있던 사진을 번갈아 보더니 "다음에 보자" 라는 말만 남기고 뒤를 돌아 나갔다.
*
"망내? 망내야??"
"....? 타오형아?"
한참 영화 촬영이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모처럼만의 휴식을 가진 타오가 집으로 들어오려던 찰나 놀이터에서 혼자 그네를 타고 있는 하늘이를 발견했다.
요즘따라 집보다 촬영장에 있는 시간이 더 길었을 뿐더러 집에온다고 해도 늦은 밤이나 새벽시간이 다였기 때문에 오랜만에 만나는 하늘이가 반가운 타오였다.
한걸음에 달려가 두팔을 벌리는데 평소와 다르게 슬퍼보이는 하늘이의 얼굴을 본 타오의 얼굴도 걱정이 들어섰다.
"..왜그래 망내야.. 무슨일있어?"
자상한 타오의 물음에도 입을 꾹 다문 하늘이가 발로 모래를 툭툭 찼다. 그런 하늘이의 행동에 타오는 하늘이의 앞에 쭈그리고 앉아 눈을 맞추고 손을 잡았다.
"...엄마 한테 혼났어? 아님.. 심심해서 그래?"
"...."
말없이 고개만 젖는 하늘이를 보는 타오의 얼굴도 점점 시무룩하게 변해갔다. 그리고는 손을 들어 하늘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응? 왜그래.. 형아한테 말할 수 없는 일이야?"
"...... 엄마가.. 요즘 자꾸 울어.."
".."
"근데 그게 나 때문이래..."
"........"
"엄마가 다른 아저씨랑 결혼할지도 몰라"
"..응?"
"친구들 엄마 아빠는 손잡고 놀이동산도 가고 재롱잔치도 보러오는데.. 나는 이제야 아빠랑 캠프도 갈수있게됬는데... 우리엄마아빠는 맨날맨날 싸워.."
"나 때문에 엄마도 아빠도 맨날 맨날 슬퍼해.."
뜸을 드리다가 겨우 입을 연 하늘이가 울먹거리며 횡설수설 말하더니 결국 눈물을 쏟아냈다. 생각치 못한 답변에 당황해 말을 잃은 타오가 하늘이의 눈물에 더 당황하기 시작했다.
아직 어린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하늘이는 그 흔한 투정이나 말썽을 부린적이 없었다. 챙김을 받는것이 이상하지 않을 나이에 오히려 세훈이나 타오를 챙기기도 했다. 그런 상황이 민망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항상 그래왔다는 듯 아무렇지도 않은 하늘이를 보며 안쓰러움을 느끼는 날도 적지 않았다.
오늘에서야 하늘이의 진심을 듣게된 타오는 장난스러움은 감추고 천천히 하늘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따뜻하게 웃어주었다.
"그런말이 어디있어. 그게 왜 하늘이 때문이야"
"....."
"엄마도 아빠도 이 세상에서 하늘이를 제일 사랑하실꺼야. 그건 알고 있지?"
"....응..."
"형아도 세훈이 형아도 하늘이 사랑해."
"....."
"하늘이가 있어서 맨날맨날 즐거워"
고개를 숙인 하늘이가 따뜻한 타오의 말에 고개를 들어 타오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엄마도 아빠도 세훈이형도 하늘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거 알면 정말 정말 슬퍼할꺼야"
"...."
"그러니까 그런 생각 하는거아니야!!" 하고 말하는 타오의 말투에 잠시나마 웃음을 되찾은 하늘이가 고마운 마음을 담아 타오의 품에 안기자 타오 또한 말없이 하늘이를 안아주었다.
*
저녁 때 하늘이에게 전해줄 것이 있다며 8시쯤 들리겠다는 백현은 시간에 딱 맞추어 도착했다.
잠시 하늘이와 이야기하며 밥을 먹은 후 하루종일 피곤했는지 이른시간임에도 서서히 눈이 감기려는 하늘이를 보고 백현이 일어서자 번쩍 눈을 뜬 하늘이가 "...갈꺼야..?" 라고 물었다.
그 모습에 당황한 백현이 "응? 아니야~ 하늘이 졸리니까 누워서 자자~" 하며 엉덩이를 토닥였고 하늘이는 그런 백현의 품에 파고들며 들릴락말락 한 목소리로 "..가지마...." 라고 하고 있었다.
그런 하늘이를 보며 왠지 눈물이 핑도는 느낌이였다.
백현도 당황한듯한 표정이였지만 이내 부드러운 목소리로 "..알겠어 안갈게.. 하늘이 잘 때까지 계속 옆에있을께" 라고 하며 하늘이의 뒤통수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허락을 구하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고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있잖아.."
"응?"
아무리 배를 토닥여도 품안에 꼭 안겨 있을 뿐 잠이 들지 않던 하늘이가 고개를 들어 백현의 얼굴을 한번 본 후 입을 열었다. 한손으로는 연신 하늘이의 머리를 쓰다듬던 백현은 하늘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삼촌은...나를 사랑해?"
"..그럼. 당연하지.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
"...그럼.. 엄마는?"
"...."
"..엄마는 사랑하지 않아..? 그래서 엄마를 떠난거야?"
예상치 못한 질문에 백현은 쉽사리 입을 열 수 없었다. 하지만 물기가 섞인 하늘이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니 이렇게 어린아이가 이런 질문을 하기까지 작은 머리로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을지,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았을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백현은 그런 하늘이를 품안에 가득안고 입을 열었다.
"..엄마도 사랑해. 하늘이 만큼. 아주 많이"
"...진짜로?"
"응. 진짜로"
"..그런데 왜 우리는 같이 살 수 없는거야?"
"...그건 삼촌이 엄마한테 너무 큰 잘못을 했거든.."
"..그럼 얼른 사과하고 화해하면 되잖아"
품에안은 하늘이를 잠시 떨어뜨려 놓은 백현은 하늘이의 얼굴을 내려다 봤다. 말을잇지 못하며 자신의 대답만 기다리고 있는 하늘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이마에 작게 뽀뽀를 하고는 다시 입을열었다.
"..삼촌이 엄마를 너무 늦게 찾아서..시간이 너무 오래되서 그래.."
"..그럼 몇 밤 자면 다같이 살 수 있어?"
"....음.. 그건 쉽게 얘기 해 줄 수 없지만 그래도 앞으로 더 많이 노력할테니까 그동안 하늘이도 엄마말씀 잘 듣고 하늘이가 엄마 잘 지켜드려야돼. 알겠지?"
아직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인 하늘이가 백현의 물음에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하늘이를 보며 백현은 미안함과 안타까움 그리고 책임감을 느끼며 다시한번 하늘이를 품에 가득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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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썬더입니다.
우선 독자님들 새해복 많이 받으시구 2015년에도 엑소와 함께 행복한 한 해 되셨으면 좋겠어요:)
지난번 이후로 또 다시 너무오랜만에 찾아와서 민망할 뿐입니다 ㅠㅠ
사실..... 열심히 구상하던 종이를 잃어버리는 바람에.. 멘붕이 ㅠㅠㅠㅠㅠㅠ
다음편이 또 늦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대로 조용히 사라질까..했는데...
아직도 제 글을 봐주시는 분이 계셔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 죄송한마음에 나름대로 열심히..또 급히 써서 다시 왔어요 ㅠㅠ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다음편은 좀더 빨리 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시한번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 감기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