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백현] 우리가 사랑 할 수 있을까 07
어떻게 차에서 나왔는지도 모르게 정신을 차렸을 때는 놀이터 벤치였다. 얼마나 울고있었는지 말라 붙은 눈물때문에 볼이 당겨왔다.
"..아.. 이제 어떻게해.."
아무리 생각해도, 머리를 쥐어짜봐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변백현은 이미 모든것을 알고 있었고 하늘이는 내 아들이다. 그리고........
"아 돌겠네 진짜"
한숨을 또 한번 쉬니 서서히 주변상황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분명 하늘이랑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해가 지기 전이였는데 어느새 주위는 캄캄해져있었다.
혼자있을 하늘이 생각에 볼을 탁탁 두드리고 서둘러서 집으로 들어와 엘레베이터를 눌렀다.
"아.."
"..세훈아..."
"......... 아 하늘이는 타오집에 있어.. 씻고 잠들어서.. 그냥 재웠어.."
"....응... 고마워.... 넌 지금가는거야?"
".... 어.... 내일 아침에 촬영이 있어서.."
"..그래....... 조심히가고 나중에 보자"
"......엄마 잠깐만.. 얘기 좀 할..까?"
*
집에서는 엉덩이나 긁으며 지난 드라마 다시보기만 하고 있는 세훈이였지만 나름 그도 세계를 주름잡는 아이돌이였기 때문에 혼자서 남자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인 나와 이야기 할 곳은 마땅하지 않았다.
자칫하다가는 내일 점심때 조깅하시는 아주머니들의 대화 주제가 아침드라마의 김사장딸이 아닌 나와 세훈이 될지도 모르는일이였으니.
고민하던 세훈과 나는 비상계단에 자리를 잡았다.
세훈은 눈치가 빠른 편이였다. 물론 그런 눈치를 늘 나를 놀리다가도 내가 화가 날 타이밍이면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데 이용했다.
평소같았으면 오지배라는 별명에 걸맞게 내 팔뚝을 치며 떠들어댔을 그가 조용히 창문에 걸쳐서 바깥만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며 세훈이 어떤말을 꺼낼지 조금 예상이 되었다.
이 말도 안되는 상황을 세훈은 어떻게 받아들여줄까. 왜 속였냐고 물어볼까? 아니면 일부러 접근 한 것이냐고 화를낼까?
"숙소에서 멤버들이랑 같이살 때"
"응..?"
"그러니까 지금은 다 따로 사는데 몇년전까지만 해도 숙소에서 다같이 살았거든"
"..아...응.."
"그러다보니 사실 시간으로만 따지면 연습생때부터 엄마아빠나 우리 친형보다 더 오랜시간동안 붙어있었던거같아"
"..."
"그래서 진짜 볼꺼 못볼꺼 다보고.. 우리끼리 비밀도 없고.."
"..."
"당연히 연애 얘기도 했었지. 첫사랑 얘기같은거?"
".."
"백현이 형은 첫사랑 얘기할 때 마다 형답지 않게 조용해졌어. 자기 두고 사라졌다그랬는데 나중에 꼭 찾고싶다고"
"........."
"진짜 이형 의외로 순정파구나 생각했었는데..... 아님 상대가 진짜 엄청 쭉쭉 빵빵 미인이라거나"
시선을 밖에 고정한채 조용히 얘기를 꺼낸 세훈이 마지막말에 노골적으로 나를 훑어보더니 인상을 쓴다.
그리고 다시 시선을 돌려 말을 이어나갔다.
"암튼.. 물론 지금은 상황이 복잡해진것같기는한데.. 형은 계속 보고 싶어했어."
"........"
"다시 찾으면 꼭 옆에 두고 싶다고.."
"..............."
"아니 근데 이제 생각해보니까 막내, 백현이형이랑 똑같이 생겼는데 어떻게 몰랐지"
"............"
".. 특히 눈꼬리가 닮았어.. 둘다 개 같이 생겨가지고..."
".......그거 칭찬이지?....."
조용히 듣고 있던 내가 나즈막히 묻자 피식하고 세훈이 웃는다. 그 웃음에 나도 덩달아 웃게 되었다.
"아무튼 내가 하고 싶은말은..."
"...."
"불안해 하지마. 내가 저번에 한 말 안 잊었지?"
"..응.."
"그리고"
"..."
"엄마는 혼자가 아니잖아."
"...응..."
"하늘이 녀석, 맹랑하기도 하고 애늙은이 같은 면도 있지만 엄마 생각 끔직히 해. 알고있지?"
"..."
"그리고 ..뭐.. 나도 있고..타오도 있고.."
"....."
"..... 토할것같으니까 그런 눈으로 보지마....그런거아니야... "
훈훈함이 지속된다 싶더니 감동받은 내 눈빛에 엑스자로 몸을 가리며 뭐냐고 가는 눈을 뜨고 쳐다보는 세훈에 다시 한번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이내 또 눈물이 고였다. 분명 자신도 이해가 가지 않을 상황인데 나를 걱정해주는 세훈이 고마웠다.
그런 내 모습에 잠시 당황한 듯 보였던 세훈이 손수건을 찾는듯 뒤적거리다가 '이거라도..'라는 듯한 표정으로 자신의 소매를 내밀었다.
거절하지 않고 눈물을 닦고 코까지 풀었더니 "..아...... 이거 비싼건데..아..." 하는 소리가 들렸다.
*
"하늘아!"
"......."
"안녕~ 삼촌 모르겠어..? 그때 엄마 회사앞에서 봤는데..집앞에서도 봤고!"
"...알아요... 안녕하세요..."
"응 안녕~ 지금 유치원 끝난거야?"
"..네.."
"오늘은 삼촌이랑 가자! 삼촌이 맛있는거 사주려고 왔는데~ 하늘이는 뭐 좋아해?"
"....엄마가 걱정하는데......"
"..아.. 음 그럼 삼촌이랑 같이 가면서 엄마한테 전화하자! 그럼 어때? 하늘이 엄마 전화번호 알지?"
"..네.."
몇일전 거의 확신한 상태로 징어에게 하늘이에 대해 물어봤고 대답은 역시나 백현의 아들이였다.
물론 징어에게 물어보기전 부터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했지만 맹세코 징어가 하늘이를 낳았다는 것에 대한 원망은 조금도 없었다.
오히려 이제까지 혼자서 하늘이를 키워온 징어에 대한 미안함과 안타까움, 어떻게 징어와 하늘이를 지킬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더 앞섰다.
하지만 그런 징어로부터는 모르는척하라는 싸늘한 답변만이 돌아왔고 징어의 말대로 지금의 백현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입을 다물 수 밖에없었다.
그렇게 몇일을 멍하게 보내다가 이끌리듯 찾아온곳은 하늘이의 유치원앞이였다.
왠지 모를 초조함에 손톱을 뜯으며 기다리던 백현은 친구들과 조잘대며 유치원버스를 타려던 하늘이에게 반갑게 인사했고 다행이 하늘이도 백현을 아는듯 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대답하는 하늘이의 머리를 쓰다듬는 백현의 얼굴에 웃음이 퍼졌다. 그리고 한손으로 하늘이를 번쩍 안아들고 선생님께 상황설명을 한 후 차로 향했다.
꽤 젊은편인 하늘이의 유치원선생님은 단번에 백현을 알아봤고 자신이 하늘이 엄마의 친구이며 오늘 하루 데려가겠다고 하며 특유의 아이돌 웃음을 짓는 백현에 얼굴이 빨개지면서 하늘이에게 인사했다.
10분쯤 차를 운전해 도착한곳은 시내의 패밀리 레스토랑이였다. 인기 만화 캐릭터들이 잔뜩 붙어있는 인테리어와 아이템들 덕분에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곳이였다.
백현의 품에 안겨있는 하늘이도 레스토랑으로 들어가자 새초롬하던 표정이 조금씩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새벽이 되도록 검색을 한 것이 뿌듯해 지는 순간이였다.
자리에 앉아 제일 인기가 많다는 메뉴를 시키고 다시 하늘이를 바라보자 이제는 환하게 웃고있었다. 자세히보니 백현의 어렷을 적 얼굴과 판박이였다.
음식이 나오고 눈을 빛내며 맛있게 먹는 하늘이를 보니 아빠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기분이 좋아진 하늘이는 아까전 친구들과 이야기하듯 쉴새없이 조잘거렸고 그런 하늘이 귀여워서 죽겠다는 듯이 쳐다보는 백현이였다.
"하늘아 여기 와본적있어?"
"아니요.. 근데 어제 민호가 계속 자랑해서 알고 있었어요. 자기는 아빠랑 주말마다 놀러간다고.."
"....."
"그래도 제가 이겼어요. 민호는 여기서 피자만 먹었다고 했거든요. 저는 스파게티까지 먹었으니까 가서 또 자랑할꺼에요"
"....그래.... "
"삼촌이.. 우리 아빠면 좋겠다..."
"........"
"아.. 이말은 엄마한테는 비밀이에요.. 우리엄마가 알면.. 슬퍼할거에요.."
먹는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던 하늘이가 아빠얘기를 하자 어두워지는 모습을 보며 백현은 가슴이 아팠다. 이내 자신이 아빠였으면 좋겠다는 하늘의 말에 가슴이 세차게 뛰다가도 마지막말에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백현은 풀이 죽어있는 하늘이에게 웃음을 지어보이며 "다음에 꼭 다시오자." 라는 약속과 함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
한동안 감기기운과 싱숭생숭한 마음때문에 처리하지 못해 폭풍같이 몰아치는 업무를 미친듯이 하던중 하늘이의 유치원선생님으로 부터 전화가 왔다.
"어머님 친구분이라고 하셨는데.. 제가 너무 정신이 없어서 확인도 못드리고 그냥 보내서요.."
선생님이 말하는 친구분의 정체가 그동안 나를 뒤숭숭하게 했던 백현이라는 사실을 인지했을 때는 당황스러운 마음도 있었지만
미안한 마음을 가득 담아 거의 울먹이는 목소리로 얘기하는 선생님에 알고 있었다고 오히려 전화드리는 걸 깜빡했다고 말하며 달래드린 후 전화를 끊었다.
하늘이가 백현과 함께 있었다는것은 조금 놀랐지만 사실 그가 하늘이를 알게 된이상 염두해두지 않았던 부분은 아니였기 때문에 생각보다 담담하게 받아드릴 수 있었다.
혹시나 중간에 전화가 올까 싶어 핸드폰을 들여다 보기도 잠시, 다시 업무에 집중하니 오늘도 칼퇴근을 사수 할 수 잇었다. 하지만 그놈의 식비때문에 기름값 아낀다고 요 몇일간 대중교통을 이용하니 그 피곤함은 배가 되었다.
하여튼.. 식비를 따로 걷던지 해야지.. 고개를 절래절래 젖고 뻐근한 어깨를 누르며 집으로 들어서는데 "엄마!" 하는 하늘이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와다다 달려오는 하늘이에 "아들!" 하며 팔을 벌리자 내품으로 안겨왔다. 볼에 뽀뽀를 해오는 하늘이를 받아주고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해주자 그런 우리 모자 앞으로 백현이 다가왔다.
"..미안해 같이 밥먹느라 전화한다는걸 깜빡했어.. 너 퇴근시간 맞춰서 빨리오기는했는데.."
"...됬어 괜찮아. 선생님한테 전화왔어."
"....우리 다시 얘기 해야지.."
머뭇거리며 얘기하는 백현에 한숨을 한번쉬고 내 자켓 자락을 붙잡고 있는 하늘이에게 "엄마 삼촌이랑 할얘기가 있어서 그런데 먼저올라가있을까? 삼촌한테 인사하고" 라고 이야기하자 "응" 이라고 대답한 하늘이가 시선을 옮겨 백현에게 "안녕~" 하고 인사한다.
그런 하늘이의 눈높이의 맞게 다리를 굽힌 백현이 "응 잘가 하늘아~ 들어가서 손씻고 다음에 또 만나자!" 하고 웃자 총총 들어가는 하늘이를 보고 짧은 시간에 꽤나 친해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쭈그리고 앉은 채 하늘이가 엘레베이터에 타는 모습까지 확인한 백현은 다리를 펴고 내게 시선을 맞췄다.
"그동안 생각 많이 해봤는데..."
"....."
"다 밝히고 싶어"
"..허.. 누구한테?"
"누구든지. 부모님한테도 멤버들한테도 회사에도.. 팬들한테도.."
"하...."
"그리고 결혼하자"
연신 실소를 터뜨리며 백현의 말을 듣다가 마지막말에 표정이 굳었다. 하지만 백현의 표정역시 단호했다. 그런 백현을 보고 다시 실소가 터지자 백현의 인상이 찌푸려진다.
"결혼?.. 웃기지마 난 이제 더이상 너 한테 감정없어."
"......"
"그리고 설사 하늘이 생각해서 결혼한다고 치자. 근데 니가 지금 하늘이 얘기를 하면 그 사람들이 하늘이를 받아들여주기는 한데?"
"...."
"나 욕하는건 괜찮지만 하늘이 화제거리 만드는거 난 절대 못봐"
"......."
"장난하지마 정말"
"넌 지금 내가 장난하는거같아?"
"내가 저번에도 말했지 착각하지말라고"
"그럼 내가 뭘 어떻게 해야되는데!!!"
"그냥 모르는척하라고!! 이제까지도 둘이 잘 살아왔으니까 앞으로도 잘 살겠다고!!"
눈물섞인 눈초리로 백현을 보고 소리치자 백현은 똑같이 매서운 눈을 하고 쳐다봤다. 그러다가 자신도 답답한지 한숨을 한번 내쉬고 손으로 이마를 한번 집는다.
눈치없이 흐르는 눈물을 소매로 거칠게 닦아내고 다시 백현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백현이 어두운표정으로 바닥을 내려다보며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오늘 하늘이가 ... 뭐라고 했는줄알아?.."
"........"
"아빠가 있었으면 좋겠데... 내가 아빠였으면 좋겠데.."
"............"
"언제까지 하늘이한테 숨길수 있을거라고 생각해?"
"...."
"왜 혼자만 힘드려고 해 징어야"
".............."
"미안해. 힘들게해서."
"..."
"앞으로는 나랑 같이 하자."
다정하게 내 이름을 부르는 백현에 다시 또 눈물이 핑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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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초코송이님♡ 에이드님♡ 시카고 걸님♡
얼른 와야지 하던게 거의 1주일이 지나버렸네용 ㅠㅠㅠㅠㅠ 면목이없어요 ㅠㅠ
재미있게 쓰고 싶은데... 망글이 되어가는건 아닌지 걱정이에요 ㅠㅠㅠㅠ
분량조절도 실패하고...너무 늘어지는것은아닌지 ㅠㅠㅠㅠ 여러분의 채찍 달게 받겠습니다 ㅠㅠ
그래도 항상 응원해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
오늘도 굿밤되시고 다음편에서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