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백현] 우리가 사랑 할 수 있을까 06
하늘이는 또래 아이들 보다 성숙했다.
한번도 투정이나 말썽을 부린적도 없었고 심지어 혼자서 하늘이를 키우는 나의 마음을 알아주었는지 흔한 감기 조차 앓은 적 없이 건강하게 자라주었다.
애 어른 같은 말을 하면서도 내가 힘들고 지쳐할 때는 옆에서 애교를 부리기도 하는 내 삶의 이유였다.
그러던 중, 작년 일본에 있을 때의 일이다.
항상 의젓하던 하늘이가 처음으로 유치원에 가지않겠다고 하는 탓에 아침부터 진을 뺐다.
급한마음에 결국 아침에 엉덩이를 두어대 때려주고 나서야 하늘이는 울면서 유치원 버스에 올랐다.
그리고 점심쯤 평소 하늘이와 친하게 지내던 아유미 엄마의 전화를 받고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이런말 하는거 주제넘은건가 싶으면서도 하늘이 엄마 혹시 고민할까봐... 우리 애 아빠라면 하늘이도 잘 따르니까 걱정하지말라구.."
이번 주말에 유치원에서 아빠와 함께하는 캠프가 있다고 했다.
가정통신문을 나에게 보여주면 내가 슬퍼할것이고 생각해 얘기도 하지 않은 하늘이였다. 그런 하늘이의 마음은 생각도 하지않고 유치원에 가지 않는다고 혼내기만 한 나는 정말이지 빵점짜리 엄마였다.
이제껏 아빠 없이도 잘 키워왔다고 자부했지만 처음으로 내가 해줄수없는 부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조심스럽게 아유미랑 같이 가도 괜찮겠냐고 하는 내말에 아무대꾸 없이 알았다고 대답하는 하늘이에 더 가슴이 아팠고 하늘이가 없는 1박2일 내내 이불속에서 펑펑 울었다.
*
백현은 하늘이를 만난 이후로 곰곰히 생각해보니 한가지 의문이 생겼다.
분명 하늘이는 자신이 6살이라고 했다. 징어와 자신이 헤어진것은 7년 전이였다.
그럼 자신과 헤어지고 바로 남편을 만났다는 것일까?
게다가 성도 그녀의 성과 똑같은 '오"였다.
"오팀장님 진짜 대단한것 같아. 그 나이에 벌써 팀장인데다가 아들도 혼자 키우신다면서?"
"진짜? 아들도 있어? 벌써 결혼한거야?"
"듣기로는 결혼은 아닌것 같던데.. 일본에서 혼자 낳아 길렀다고 그러는것 같던데 자세한건 나도 잘 몰라"
"어쨋든 대단하다"
탕비실에서 들리는 징어의 이름에 발길을 멈추고 보니 여사원들이 모여서 이야기 중이였다. 엿들으려고 한것은 아니였으나 움직일 수 가 없었고 그 곳에서 들은 얘기는 내 의문을 더 증폭시켜주었다.
헤어지기 전 관계가 있었던것을 분명 알고 있는 백현이였다.
아까전까지 혹시라고 막연하게 생각하던것이 설마로 바뀌는 순간이였다.
궁금증을 이기지 못한 백현은 고민끝에 어딘가로 전화를 건다.
"아, 성재야 오랜만이야. 잘지내지? 응 나야 뭐 늘 잘있지.. 저기.. 갑자기 전화해서 정말 미안한데 혹시 부탁좀 들어줄 수 있을까?..."
*
"아 엄마 진짜 못해"
"아들 너 야말로 엄마 싫은거 이런식으로 복수하는거 아니지? 그럼 진짜 불효자인거야!"
길게만 느껴졌던 촬영은 끝이 났고 더이상 백현을 마주 하지 않아도 되었다. 촬영 기간내내 골머리를 앓은데다가 초긴장상태를 유지하다 긴장이 풀려서인지 그뒤로는 몸살로 몇일을 골골대고 있었다.
다행히 어제 엉덩이 주사를 맞고 돌아와 보일러를 빵빵하게 틀고 푹 자고 일어나니 어느정도 회복이 된듯 했다.
기지개를 펴고 침대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오니 혼자서 티비를 보고 있는 하늘이가 있었고 그 모습을 보니 한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하늘이를 제대로 봐주지 못한것이 생각났다.
미안한 마음에 오늘은 제대로 놀아주겠다고 생각하며 하늘이를 데리고 한강까지 가서 캐치볼놀이를 시작했다.
그러나 정작 하늘이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공을 던지고 있었고 어쩐지 하면할 수록 하늘이보다 내가 더 신나 꼭 내가 하늘이의 강아지가 된 기분이였다.
"망내야!!!"
"..형아?.."
"오랜만이야!!! 보코시펐어!!"
그렇게 훈련인지 놀이인지 구분이 안가는 캐치볼을 한참 하고 있는데 공원입구에서 자전거를 끌고 들어오는 타오와 세훈이 보였다. 투닥거리면서 캐치볼을 하고 있는 우리를 먼저 발견한 타오가 자전거를 내팽겨치고는 멀리서 부터 뛰어왔다.
오랜만에 형들을 만난 하늘이도 말로는 새침한 척을 하지만 표정에서부터 반가운티가 역력했다. 타오의 말대로 정말 오랜만, 그러니까 그때 세훈에게 쏘아준 이후로 처음 만난것이였다.
한참동안 하늘이를 부둥켜안고 볼을 부비던 타오를 떼어놓은 세훈이 고개를 돌려 말했다.
"우리 치킨먹을껀데 엄마도 같이 먹을래? 타오가 살껀데"
"거짓말하지마 니가 사기로 했자나!"
"타오야 여기서 니가 사면 진짜 멋있는거야. 야 막내 너도 타오가 사주는거 먹고싶지?"
"응 타오형이 제일 멋져"
어쩐지 불쌍해지는 타오였다.
*
치킨은 결국 타오가 계산했다.
"너 맨날 순진한애 이런식으로 뜯어먹지?" 하는 내말에 "어휴 엄마는 말을 그렇게 해. 이게 다 내가 먹을 복이 많아서 그래" 라고 뿌듯하게 웃는 세훈이였다.
능청스럽게 얘기하는 세훈에 피식 웃고 구석에 신문지를 깔고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닭다리를 가지고 한참을 싸우는 세훈과 타오를 한심하게 쳐다보던 하늘이가 자기가 먹으려던 닭다리를 타오의 입에 물려주었다.
"형 흘리지말고먹어.. 콜라도 좀 먹고"
누가 형이고 동생인지, 사실 아들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의 타오는 하늘이에게 챙김을 받고 있었고 그 모습이 나쁘지 않아 피식 웃었다.
"엄마 아팠다며"
"..응? 어떻게 알았어?"
"막내가 얘기해줬지. 어저께 막내가 가져다준 약 내가 준거였는데?"
"...아... 고마워.."
"불안해 하지마.."
"응?"
"...엄마가 불안해 하면 하늘이는 더 불안할꺼야... 막내가 아무리 애어른 같아도 6살은 6살이잖아.."
"......."
치킨에 집중하며 넌지시 말을 꺼내는 세훈의 말을 조용히 듣자 살짝 웃은 세훈이 새침하게 어깨를 부딪혀왔다.
"야 그거 내꺼야! 내가 먹으려고 찜해놓은건데!!!"
"그런게 어디있어 잡은 사람이 임자지"
그런 진지함도 잠시, 이내 하늘이와 투닥거리는 세훈을 보고 어이가 없었지만 이내 나도 웃을 수 있었다.
*
"형아 진짜 중국인 맞아? 왜 중국말을 못해?"
"말바보라 그래 막내가 이해해"
"아니야!! 타어 바보 아니야! 세훈 너가 더 바버야!"
"에베베 타오 바보래요"
"うるさいな本当に(시끄럽네 진짜)"
"야 막내 너 우리 욕 했지. 나이 값못한다고 욕한거지?그치?"
"아닌데? 형아 잘생겼다고 한건데?"
"야 막내 그말은 맞지만 너 요즘 거짓말 장난아니다. 그렇게 자꾸 거짓부렁하면 키 안커"
"그럼 우리엄마는 거짓말쟁이야?"
"거기서 내 얘기가 왜 나와"
"크하하 그런가봐 역시 막내는 똘똘해"
공원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길을 물어 의기양양 하게 자신이 하겠다고 나선 타오는 중국인이 맞나 의심스러울정도로 어버버 하고 있었다. 그모습을 본 하늘이가 한숨을 쉬고 유치원에서 배운 짧은 영어로 대답해주니 고맙다고 돌아간 관광객들이였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 내내 타오는 놀림을 받아야했다. 근데 그 불똥이 왜 나한테 까지 튀는거야? 아무튼 오세훈 쓸데 없는 소리는 해가지고
"어? 저거 소고기 차 아냐??"
"뭐라는거야 소고기가 왜 튀어나와"
"응? 어?? 맞는거 같은데? 백현이형 차 인데?"
한참을 또 투닥거리면서 집앞에 도착하니 뜬금없이 소고기를 외쳐대는 타오에게 무슨 헛소리냐는 듯이 쏘아주려는데 세훈의 입에서 나온 백현의 이름에 깜짝 놀라 타오의 손가락이 가르키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안에서도 우리를 발견했는지 타오와 세훈 말대로 진짜 백현이 놀란 얼굴을 하고 차에서 내렸다.
"어? 형? 왜 여기있어? 타오 보러온거야?"
"....... 아는 사이야?....."
"응? 아 엄마? 타오네아랫집...이웃이야.. "
세훈의 대답에도 여전히 놀란 표정의 백현이 였지만 이내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본다
"... 할 얘기 있어서 왔어.. 잠깐만 시간내줘.."
".....무슨... 난 별로 할 얘기 없는데.."
".. 물어볼게 있어.. 하늘이 얘기야.."
"................"
"...싫으면 그냥 여기서해?"
"......하늘아 먼저들어가 엄마 금방갈게. 세훈아 하늘이 좀 봐주라"
백현이 왜 여기 있는지 의문이였다. 세훈이 아는 척을 할때 까지만 해도 그들에게 볼일이 있어서 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굳은 얼굴을 한 백현의 입에서 하늘이의 이름이 나와 또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너무 당황해 할말을 잇지 못하자 그런 나를 보고 한숨을 한번 쉰 백현이 여기서 하겠다고 하자 무슨 상황인지 어리둥절해 있는 세훈과 타오에게 하늘이를 부탁했다.
찜찜한 표정으로 나와 백현을 번갈아보던 세훈은 알았다며 걱정 가득한 얼굴로 나를 잡고 있던 하늘이를 안고 안으로 들어갔다.
*
할말이 있다고 한 백현의 말과는 달리 차에 타서도 몇 분째 침묵만을 유지하고 있었다.
한번도 이야기한 적 없는 하늘이의 이름을 알고 있는 백현이였다. 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는걸까. 누구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해야 하는 걸까 초조한 마음에 손톱만 뜯고 있었다.
".....하늘이 아빠는 어떤사람이야?.."
".......그냥..회사원이야..."
".......같이 안산다고 하던데......."
"..........일본에 있어........."
"언제 만났는데?"
"..........일본에서..학교다니다가..."
".....하늘이가 6살이라 그랬는데...."
"......."
"6살이면 시기상으로 딱 맞아. 다른 사람 아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니가 그럴 사람아닌거 내가 더 잘알고 있고"
"............"
"하늘이 아빠가 누구야?"
".................백현아..."
"진짜 내 아들이야?"
눈물이 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고있었다.
그런 나를 보고 무언의 긍정이라고 확신한 백현은 한숨을 쉬고 손가락으로 머리를 짚었다.
그리고 이내 화난 표정으로 나를 보는게 느껴졌다.
"왜 말안했어?"
"....................."
"무슨 생각으로 혼자 낳아 기른거야!"
"...내가 말했으면 뭐가 달라져?"
"뭐?"
"하늘이 핑계로 내가 널 다시 잡으면 뭐가 달라지냐고"
"........"
"나도 너랑 헤어지고 알았어. 그전까지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고"
"..."
잔뜩 인상을 구기고 말하는 백현에 나도 목소리를 높히자 다시한번 한숨을 쉰 백현의 표정이 슬픔으로 바뀐다.
하지만 한번 터지기 시작한 내 입은 멈출 틈도 없이 쏘아대고 있었다.
"무슨 생각이였냐고? 나 너한테 뭐 바라고 하늘이 낳은거 아니야"
"..징어야..."
"그리고 설령 니가 알았다고 하더라도 내 선택은 변함없어"
"......"
"넌 그냥 앞으로도 쭉 모른척 하고 살면 돼"
".....그게 말이돼? 내 아이라는데!"
"이제껏 그렇게 살아왔잖아. 앞으로도 나는 하늘이랑 둘이서만 살꺼야"
"....하..."
"정신차려 너 연예인이야"
"그게 다 무슨 소용인데!!"
"........ 그럼...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고.........."
한참을 언성을 높이던 백현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결국 눈물을 보인 징어는 한숨을 쉬고 다시 얘기하자는 말만 남긴채 집으로 돌아갔다.
암호닉
초코송이님♡ 에이드님♡ 시카고 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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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글 읽어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드립니다 :]
드디어 백현이가 알게 되었는데...앞으로 어떻게 될지!!
굿밤되시고 다음편에서 다시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