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를 처음 만났을 땐 이렇게 덥지 않았다.
여름이 되기 전 아주 짧은 봄과, 이제 막 시작 되는 여름의 사이.
긴 옷을 입기에도, 짧은 옷을 입기에도 애매한 날씨의 그 시기..
날씨에 구애 받지 않고 무작정 걷는 것을 좋아해서,
행선지도 없이 길을 따라 걷고 걷고 걷던 그날.
겨울의 영향이 더 컸던지, 생각보다 추운 날씨였지만
꽤나 먼 길을 걸어서 추위도 못 느끼던 그날..
그날.. 그 남자를 처음 만났다.
행선지 없이 그저 걷고 있었을 뿐인데, 그 남자가 보였고..
핸드폰을 들여다 보다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는 그 남자..
그 남자를 바라보고 있는 내가 보였다.
첫눈에 반한다는 말은..
영화에서나, 혹은 유행하는 노래 가사에나 있을 상황 이라고..
현실에 사는 나에게 생길 일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걸음을 멈추고 화단에 앉아 그 남자를 바라보았다.
햇살에 웃음짓고, 기지개 켜듯 하늘로 손을 뻗는 그 남자..
그런 그 남자의 모습에 눈을 떼지 못했다.
그렇게 한참을.. 그 남자와 같은 공간에 있었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햇살을 바라보며 웃음 짓고,
같은 공간에서.. 그 남자가 하는 행동들을 따라 해보고,
같은 공간에서.. 그 남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같은 공간에 있던 그 남자가, 발걸음을 움직였다.
그렇게 함께 있던 공간에서 떠나가는 그 남자의 뒷모습을 보며..
짧은 사랑이 지나가고, 영원히 이별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처음 보는 남자였다. 어디서도 마주친 적 없는 낯선 남자..
길을 걷다 만난 낯선 남자..
아무렇지 않게 스쳐 지나가는 길거리의 수많은 사람 중 한 남자..
스쳐가는 사람일 거라는걸 알면서도
그런 스쳐가는 남자를 바라보며, 잠시나마 행복 했던 하루..
그 남자 덕분에 만들어진 즐거운 하루..
즐거움 이라는 감정을 느끼는 것도,
이렇게 여유롭게 행복함을 느끼는 것도 오래간만.
내가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날이 다시 올지 몰랐다.
생각지도 못했던.. 그날은..
그 남자와의 첫 만남의 날 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