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고 기다려도 내가 기다리는 버스는 오질 않는다.
나보다 먼저 버스를 기다렸던 사람들도,
나보다 늦게 와서 버스를 기다리던 사람들도..
모두 각자의 버스를 타고 떠나 가는데, 나만 우두커니 남겨진다.
나를 보내주고 싶어하지 않는 버스정류장에 앉아,
그날도 홀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 유독 많은 버스정류장.
옆자리에 누가 오던지 관심을 가지지 않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곳에서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그 남자를.. 다시 만났다.
바람에 흔들리던 앞머리는 하늘을 향하고 있었지만..
한눈에 그 때 그 남자임을 확신했다.
짧은 시간을 봤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의 사랑 이였던 그..
반가운 마음이 얼굴로 표출 되었는지.. 미소 짓고 있는 내 얼굴을..
그 남자는 의아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렇게 바라봐도 내가 누군지 알 턱이 없을 텐데..
그 남자와 또 같은 공간에 머무르게 되었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고,
같은 공간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고,
같은 공간에서.. 그 남자의 움직임을 살피고..
이러다 또 나만 남겨지겠지..
자신이 기다리는 버스가 오면 훌쩍 타고 떠나 버리는 다른 사람들처럼
그 남자도 나만 남겨두고 버스를 타겠지.. 훌쩍 떠나버리겠지..
홀로 남을걸 알면서도, 다시 만난 그 남자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좁은 그 공간의 범위에서 조금씩 움직이는 그 남자를 좇았다.
그 남자는, 기다리던 버스가 왔는지 교통카드를 꺼내 들었다.
또 이렇게 스쳐 지나가겠지.. 버스 안 수많은 사람들 같이..
그저 또 수많은 사람 중에 한 사람이 되겠지..
이런 우연이 또 있을까?
저번과 같이 떠나가는 그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던..
내가 기다리던 번호의 버스에 올라탄 그 남자..
내가 기다릴 때에는 오지 않던 버스가..
그 남자의 등장과 함께 도착했다.
그 남자는.. 어디로 가기 위해,
누구를 만나기 위해 이 버스를 기다렸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