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알파오메가 글입니다.
구독료 버튼 누르셨다면 그냥 쭉 읽으시고 댓글 쓰시고 반환 받으세요. (강요).
♥암호닉♥
섹시백, 배고파, 육플, 카르멘, 그세상, 허니콤보, 독방징, 로봇, 로멘, 첸첸니, 부릉부릉, 서나, 크로나롤랑, 초코초코, 해피, 덕방, 콩, 됴됴한 둉하, 도토토
(암호닉은 더이상 받지 않습니다.)
찬열 X 백현
육아탐구생활
chapter. 14
셋째, 임신?!
며칠 전부터 식사 준비를 할 때마다 속이 울렁거려 혹시나 했던 것이 역시나가 되어버렸다. 테스트기에 떡하니 두 줄이 선명히 표시되어 있었다.
"하아…,"
이 나이에 임신을 하다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찬현아빠한테는 어떻게 말하지. 벌써부터 자신에 배에 생긴 작은 생명에 책임감이 생긴 백현이었다. 그래 우선…, 병원으로 가보자.
문을 닫고 나와 버스를 타고 산부인과로 향하는데, 문득 15년 전 그 날이 생각났다.
'축하드려요, 임신 4주 째세요.'
'ㅈ…정말요?'
'네. 아직 아기가 자라는 단계에 있어서 몸을 조심하셔야 할 것 같네요. 약은 아무거나 드시지 마시구요. 다음에는 남편 분하고 꼭 같이 오세요.'
그 때 자신이 찬열에게 어떻게 임신 소식을 알렸더라. 그 때만 해도 자신은 열 아홉이었으며, 아직은 어린 나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서른 넷, 15년이 지난 지금. 이 아이가 조금 걱정된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했다. 10년보다 5년이나 더 지난 지금. 자신이 이 아이를 온전히 지킬 수 있을까. 괜히 자신 혼자 들떴다가 가족들에게 실망만 안겨주는 건 아닐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벌써 병원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려 병원에 가 접수를 하고,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데, 산부가 초음파를 하고 나온 건지 옆의 남편으로 보이는 사람과 함께 초음파 실에서 나온다. 둘의 손아귀에는 자그마한 사진 몇 장이 들려있었다. 아, 초음파 사진 찍었구나. 저 모습을 보니 또 15년전 과거가 떠오른다.
'대-박, 우리 쌍둥이라고? 응?'
'그래, 우리 쌍둥이라고. 사진 보면 알잖아.'
조그마한 초음파 사진 몇 장을 쥐고 흔드는 찬열의 손길이 분주해졌다. 그러다가 갑자기,
'변백현 사랑해-!!!!!!'
하며 껴안는 게 아닌가. 그것도 병원 복도 한복판에서. 병실에 있는 사람은 물론이요, 대기하고 있는 산부, 산모, 환자, 보호자, 간호사, 의사까지. 모든 이들의 의도치않은 시선강탈(?)을 하게 됐으니.
아마 찬열을 때려 죽이고 싶은 충동이 들었던건, 그게 마지막이었을 것이다.
과거 생각에 정신이 팔려있던 사이, 자신의 차례가 다가왔다. 변백현 환자님- 하고 자신의 차례를 알리는 간호사를 따라 초음파 실로 들어갔다. 안에는 15년 전 뵈었던 것 같은 선생님이 앉아있었다.
"변백현 환자 분, 여기 앉으세요."
"아, 네-."
"15년 전에, 쌍둥이 임신으로 여기 오셨죠?"
예상은 했지만, 진짜일 줄은 몰랐는데. 백현은 자신의 기억력에 감탄하며 입을 열었다.
"아, 네. 기억하시네요."
"그럼 여기 오신 이유가…, 아이들도 지금쯤 다 컸을테고, 임신때문에 오신건가요?"
정곡을 찌르는 의사의 말에, 백현은 빼도박도 못하고 아, 네… 하고 풀 죽어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 나이가 서른 넷, 맞으시죠? 이 역시도 자신이 풀 죽어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자신도 노산인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서른 넷이면, 아이가 좀 위험할 수 있습니다."
역시 예상했던 말이 의사의 입에서 흘러 나오고, 이 또한 예상했었지만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내 표정이 어찌나 아련했던지, 의사 선생님이 큼큼 거리시며 다시 말을 꺼냈다.
"하지만 그만큼 더 조심하시면 아이는 위험하지 않을 거에요. 마흔에 임신하는 분도 계시고, 게다가 백현 씨는 몸도 건강하시고, 신체 나이는 지금 나이보다 더 어릴테니까요."
"아, 네…"
초음파 검사도 끝나고, 사진을 받았다. 15년만에 받아보는 사진의 촉감. 그렇게 낯설지도, 그렇다고 익숙하지도 않다. 초음파 사진 속 아이. 제 뱃속에 작게 자리한, 아이를 멍하니 바라보다 산책 중인 환자와 부딪히고 나서야 고개를 들 수 있었다. 버스를 기다리는 내내 찬열에게 연락할까 말까 수백번을 고민하고 문자를 썼다가 지웠다가를 수십번 반복할 때 쯤 버스가 왔다. 지금이 딱 15년 전 그 날 같았다. 자신이 처음으로 임신한 걸 알았을 때, 찬열에게 알릴까 말까 수백번, 아니 수천번은 고민하다가 찬열에게 보냈던, 15년 전의 그 문자.
'찬열아, 좀 이따 저녁에 시간 돼?'
나는 또, 찬열에게 문자를 보낼 수 밖에 없었다.
… 15년 전 그 날 처럼. 같은 버스 정류장, 같은 번호, 같은 장소. 달라진 건 없었다. 그저, 1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을 뿐.
'찬열아, 이따 저녁에 일찍 퇴근할 수 있어?'
찬열과 약속을 정하는 것은 예상 외로 빠르게 진행됐다. 전송되었습니다, 라는 알람 문구가 뜨고 얼마 되지도 않아 찬열에게서 답장이 빠르게 왔다. 이럴 때를 보면, 찬열과 다시 연애를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곤 했다. 답장도 빠릿빠릿, 아이가 어릴 때는 저가 문자할 시간이 아예 없었지만 지금 아이들은 벌써 중학교 3학년이다. 이 말의 뜻은, 저가 찬열에게 문자할 시간이 아주, 널널히 남았다는 것이다. 지금은 아이들이 커서 하는 말이지만, 찬열은 제 아들들에게 까지도 저를 건들지 못하게 했다. 그야말로 이 집안의 여왕이다, 라고 생각하면 된다. 누가? 변백현이 말이다.
'너 꼭 결혼하기 전처럼 문자 보냈네.'
이어 문자 한 통이 연달아 도착했다.
'15년 전, 맞나?'
찬열의 문자 메세지를 보고도 한참동안이나 이해를 못 하던 백현은 후에 가서야 찬열의 문자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정도면 눈치가 더럽게 없는 박찬열도 대충 눈치를 깠겠지, 싶어 그냥 문자로 통보했다. 집 앞 식당에서 보자고. 웬만하면 빨리 오라고.
문자를 보낸지 몇 분 된 것 같지도 않았는데, 또 답장이 왔다.
'우리 공주님이 왜 이리 나를 보채실까-, 빨리 갈게요.'
박찬열이라는 미친놈은, 백현이 원한다면 지금 당장 회사에서 업무를 보다 과다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로 쓰려져 구급차에 실려가는 연기를 해서라도 백현을 찾아올 사람이다. 백현도 그걸 잘 알았고, 찬열 또한 자신의 그런 점을 잘 알고 있었기에 재빠르게 업무를 보고, 허겁지겁 퇴근 준비를 했다. 이윽고 6시 정각이 됐고, 저 먼저 퇴근하겠습니다- 라는 말과 함께 바람같이 사라진 찬열이었다. 하지만 부서 내에는 찬열에게 불만을 갖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게 다 자기가 죽고 못 사는 마누라를 위해서 저럴 일. 평소에 일처리도 빠르고 조기 퇴근한다고 해도 회사 업무에 지장이 없으니, 그 누가 찬열에게 꾸중을 하고 뒤에서 험담을 할까.
급해진 마음에 가속 페달을 밟아야 할 걸 잘못해서 브레이크를 밟았다. 하마터면 사고가 날 뻔 했지만 그래도 무사히 넘기고 백현을 위한 꽃다발을 사들고 집 앞 식당으로 향하는 길. 백현의 말투가 흡사 15년 전, 첫 임신을 알릴 때와 비슷해서 조금은 기대를 걸어보는 찬열이었다. 딸일까, 아들일까. 딸이었으면 좋겠는데-, 변백현 쏙 빼 닮은 딸. 얼마나 예쁠까. 생각만해도 행복해지는 찬열이었다. 설령 백현이 다른 일로 저를 보자고 했더라도 괜찮다. 내가 변백현을 볼 수 있고, 변백현과 대화할 수 있고, 그냥 변백현이 내 눈 앞에 있는 것만으로도 변백현은 나에게 힘을 준다. 나에게 변백현은, 그런 존재다.
저녁 6시 10분, 백현의 발걸음 역시 집 앞 식당으로 향하고 있었다. 찬열이 먼저 도착하지 않아 먼저 테이블에 앉았다. 자연스럽게 술잔을 내오는 종업원의 손길을 보다 종업원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술 안 마실 거에요. 백현의 말에 종업원은 가지고 온 술잔을 제자리에 갖다 놓았다. 백현은 자신의 배를 한 번 보고, 분주하게 밑반찬을 가져다 놓는 종업원의 손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오메가에 대한 인식이 깨끗해진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계속 머릿속으로 피어오르는 생각을 삼키고 고개를 들었을 땐, 눈 앞에 박찬열이 있었다.
"우리 공주님 무슨 생각해?"
갑자기 꽃을 건네는 찬열이었다. 꽃보다 찬열에 더 깜짝 놀란 내가 말이 없자, 박찬열은 더욱 더 능글한 표정을 짓고 다시 나에게 물어왔다.
"혹시 내 생각하나?"
느끼한 찬열의 말에, 밑반찬을 놓던 어린 종업원의 손이 조금은 부들부들 떤 것 같기도 했다. 백현은 찬열의 말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말했다. 밖에선 공주님이라고 하지 말랬잖아! 등을 퍽퍽 쳐대는 백현의 손길이 찬열은 그것마저도 마냥 좋은지 입가에는 함박웃음을 띄웠다.
"알았어, 알았어. 그나저나 왜 불렀어? 이 시간에?"
"아니 그냥, 밥 먹자고…."
꽃을 받으며 말 끝을 흐리는 백현의 행동에 고개를 작게 저은 찬열이 파무침을 깨작거리는 백현을 향해 말했다.
"임신이지."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는 찬열에 저가 놀란 것도 놀란 것이지만, 어떻게 한 번에 맞출 수가 있는가. 백현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어떻게, 박찬열이.
찬열의 말에 파무침을 깨작거리던 백현의 하얗고 길쭉한 손이 일제히 동작을 멈추었다. 그리고선 한참을 그러고 있더니 마치 쇠가 녹슬어 삐그덕 거리듯 고개를 든 백현이었다. 그가 고개를 들고 다시 꺼낸 말, 아니, 그는 말 대신에 사진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선 그 사진을 건넸다. 조금은 익숙한 그 사진을 말이다.
15년 전, 받은 사진. 낯설지 않은 촉감, 낯설지 않은 사진의 생김새. 15년 전과 단 하나 비슷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아이가 한 명이라는 것.
찬열은 백현이 그 사진을 꺼내는 걸 보고서도, 백현이 사진을 건넸을 때도, 그 사진을 유심히 보기까지 아무런 말이 없었다. 찬열이 아무런 말이 없으니 오히려 불안해지는 건 백현이었다. 자신이 예상했던 찬열의 반응이 아니었다. 예상 외의 상황에 닥친 백현은 말 그대로 패닉상태였다.
그 작은 사진을 가지고 한참을 말 없이 살펴보던 찬열이, 이내 테이블에 사진을 올려놓고선 눈물을 훔쳤다. 이것 또한 백현이 예상치 못한 상황 중 하나였다. 갑자기 눈물을 보이는 찬열에 당황한 백현이 휴지를 급하게 뽑아 건네주며 왜 울어, 하고 달래기 시작했다. 찬열이 급하게 양복 소매로 눈물을 훔치더니 하는 말이 언제 알았어, 라고 묻는다. 참 질문도 박찬열 같다.
"테스트기로 검사한 건 오늘 아침. 병원간 건 오후."
"의사 선생님이 뭐래."
"… 노산이래."
노산? 안 그래도 큰 눈을 더욱 눈을 크게 뜨며 말하는 찬열이었다.
"몸 관리만 잘하면 괜찮다던데. 마흔에 임신하는 사람도 있다더라."
"그래그래. 잘 했어. 진짜 어쩌지, 이런 복덩이가 굴러들어왔으니. 예뻐서 죽겠다."
"그 복덩이가 얘야, 나야?"
백현은 아직 태기가 나타나지 않은 자신의 배를 가르키며 질투하는 어조로 말했다. 그런 백현의 모습에 웃음이 나는 듯 픽, 웃으며 찬열이 답했다.
"둘 다. 태명은, 내가 정할게."
"태명?"
정말 뜬금없게 나온 말이었다. 태명이라. 임신한 지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 태명을 짓는담.
백현이 찬율과 찬현을 임신했었을 때는 복덩이들이라면서 복덩이 복덩이- 하며 그 작고 예쁜 입술을 놀리며 말했던 게 생각났다. 그 때부터 셋째가 생긴다면 짓고 싶었던 태명이었다.
"인연, 인연이로 하자."
찬열이 자신있다는 듯 뱉은 태명에서, 왠지 모를 울컥함이 올라왔다. 인연. 자신과 찬열을 이어준 인연이라는 뜻일까. 참 많은 뜻이 담겨있는 태명이었다. 무슨 뜻이 담겨있건, 찬열의 마음이 느껴지는 태명이었다. 울적했던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 인연이로 하자."
그날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찬열과 백현, 그리고 인연을 비추는 달빛은 여느때처럼 차갑지 않고 오히려 따사로웠다. 백현과 찬열이 행복하기 때문일까.
셋째 태명이 인연이인 이유는, 백현이 처음 찬현과 찬율이를 임신했을 때 하고 싶었던 태명이 인연이었는데! 그러니까 찬열과 백현을 결정적으로 평생 함께 하게 해 줬다는 의미에서 지었던 태명이었는데, 백현이 복덩이라고 찬현과 찬율이를 칭하는 게 너무 귀여워서 그만... 인연이라는 이름은 셋째에 사용하게 됐네요... 변백현 빠돌이 박찬열 같으니라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셋째, 많이 기대해 주세요. 알았죠? ㅎㅎ 마지막 편까지 이제 진짜 몇 편 남지도 않았네요. 최대한 빨리 써서, 찾아오겠습니다. 그러니 너무 기다리지는 마세요! 사랑하고 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