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자
사랑받는 사람에게서 사랑하는 사람과 도망친다
예전이라는 단어는 그립고도 애틋하며 미련스럽고 구질구질하다. 하지만 그걸 모르지 않으면서도 꼭 당신은, 예전이라는 흘러간 시절을 그리워한다. 모순된 생각 속에서도
화려한 놀이기구 뒤의 빌딩 옥상. 흔한 액션 영화에서 볼법한 저격용 총이 길게 뻗어 땅을 향하고 있었다. 요즘은 참 별 거지같은 일로도 청부살인을 하네. 돈도 많은 양반이 큰거 두장에 인색하기는. 그러게나 말이다. 몇 천 떼간 놈 목 따려고 그 값이 두배를 물어서 부탁하고 배보다 배꼽이 크지. 조소를 띄운 얼굴로 지민과 태형이 말했다. 그래도 나름 소중한 고객인데 얌전히 돈 받아야지. 이 바닥은 명성이 중요한데, 특히 조직 이름값. 이러다 김남준 화 나서 우리 쏘겠다. 닥치고들 있자고, 소풍 온 건 아니잖아? 벚꽃놀이하면 딱 좋겠지만. 우리가 그럴 시간이 어딨냐. 뒤이어 말한 호석과 정국, 석진의 말에 조용해진 그들의 통신기 사이로 남준의 목소리가 나지막히 흘러들어왔다. 4시 목표 방향 발견. 배우자와 딸 동반. 목표 이외 인물의 안전 최우선 OZ, 응답하라. 장난스레 오가던 말들 사이에 들려오는 그의 사무적인 목소리에 모두들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다시금 들려오는 태형의 목소리. OZ, 응답했다. 동일 목표 발견. 동행 인물들과의 거리를 두게끔 협조 부탁한다. 그 말에 얼마 안가 총대 끝 얄팍한 구멍 너머 보이던 남자의 가족 앞에 곰돌이 인형탈 앞에 나타난다. 그리고 아이와 엄마가 인형탈을 따라 나눠받으러 멀어질 무렵, 탄환을 여유롭게 장전한 총은 멈춰졌다.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많은 인파.
"나보고 곡예 하라는 건가? 이러다가 다른 사람 머리에 구멍 나겠네. 인적 드문 자이로드롭 근처로 유인 부탁한다."
도움을 요청하는 김태형의 말에 곧 빨간 십자가 모양의 목표 겨냥 표시에 가슴팍을 겨냥당한 것도 모르는 남자가 조용히 유인될 무렵,
"이번은 좀 무리수기는 했다. 총기 살인사건으로 구설수 오르려고 작정했나? 하필 왜 놀이동산인건데?"
"그만 투덜대고 자이로드롭은 목표 사살 부탁한다."
그 말에 호석은 웃으며 탄환을 골랐다. 그리고 이내 여유롭게 장전하고 목표를 겨냥한 채 몸을 숙이고 말했다. 거지 같은 놈한테 돈을 빌린 당신 죄가 크지. 안그래? 그리고 놀이기구들의 제각각 시끄러운 소음에 묻혀버리는 총성. 으슥한 골목에 쓰러진 목표물
"그래도 인자하게 신경 써서 한 방에 가는 곳에 꽂아줬으니까 됐어.
"목표 사살했습니다."
제각각 저격하기 위해 쓰던 총의 조립을 푸는 소리가 통신기를 통해 들려오던 때 갑자기 들려오는 총성.
"망할 정호석 새끼야, 아직 숨 안 끊어졌잖아."
지민의 거친 한 마디에 다들 멈칫하더니 이내 웃으며 넘긴다. 그리고 지민이 사살된 목표를 내려다 보는 순간,. 어, 엄마 나도 저기 옥상에 올라가고 싶어. 응? 무슨 소리야;. 그나저나 아빤 대체 어딜 간거니...또 전화 받으러 간건가? 사살된 목표의 가족 근처에 있는 조직 일원의 통신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 그리고 아이와 시선을 맞닥뜨린 지민은 조용히 얼굴을 가린 채 아이의 시선을 피한다. ...애가 눈도 밝네. 하지만 어쨰서인지 먼 거리에서도 따갑게 와닿는 시선. ...좋은 날 망쳐서 미안하다, 애기야. 유유히 총이 담긴 바이올린 케이스를 들쳐매고 나서면서도 그는 뒷통수에 닿는 그 작은 아이의 시선을 떨칠 수 없었다.
검은 수트를 입은 여섯명의 남자들은 지친 몸을 이끌고 방안으로 들어왔다. 몸에 밴 탄환냄새의 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몇년 째 이 생활을 하고 그들 이였지만 언제 맡아도 적응이 되지 않는 냄새다. 매고 있는 악기케이스들을 탁자 위에 집어던지고 민윤기에게 보고를 하기위해 그의 집무실로 향했다. 시시콜콜한 농담 따먹기를 하며 걷자 어느새 집무실 문 앞이었다. 문고리에 손을 올리는 순간,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가...울고 있다.
"제발 그만해. 나도 힘들어 . 제발!"
"......"
"다른 사람들이 너 뭐하는 사람이냐고 물어보면 말문이 턱하고 막혀, 알아?"
"그거라면 그냥-"
"그냥 뭐, 그냥 청부살인으로 유명한 큰 조직 보스라고 해? 그럼 돼?"
"너 무슨 말을 그렇게 해. 그리고 이런 얘기 하려고 부른 거 아니잖아 어제..."
"나도 이런 소소한 얘기까지 들먹이면서 치사하게 굴기 싫었어. 내가 겨우 그걸로 지쳤겠어? 아닌 거 알잖아. 뭐 때문에 내가 이러는 줄 알잖아. 근데 민윤기, 너야말로 왜 모른척 해. 다 알고 있으면서!"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난 네가 말 안해주면 몰라."
"왜 몰라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사람 붙이고 전화 조금이라도 늦게 받으면 캐묻고 과 동기들은 다 멀어지게 해놓고!"
"...오해야."
"네가 직접 손 쓰지 않아서 오해라는거야? 다들 말해...네 애인하고 감시하는 사람들 때문에 숨막힌다고"
문뒤에서 그녀의 흐느낌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그 소리에 들어가기 망설이고 있던 우리가 무색해질만큼 활짝 문이 열리고 울었다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옷소매로 얼굴을 닦아내는 그녀가 나왔다. 어디가. 내 얘기 아직 안 끝났어! 뒤에서 애절한 민윤기의 외침이 들렸다. ...이제 그만하자. 너 모르나본데, 우리 헤어졌어 3개월전에. 얼굴을 굳힌채 말하던 그녀는 끝끝내 우리 사이를 비집고 이 공간을 빠져나간다. 박지민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다시 민윤기를 보았다. 화를 참는 듯한 그는 매고 있던 넥타이를 거칠게 풀고 우리에게 명령했다. 데려와. ...알겠습니다. 차마 민윤기의 말에 대답할 수 없었던 우리 사이로 김남준이 대답했다. 아- 그리고.차고 있던시계를 풀고 목 끝까지 잠겨있던 단추를 하나 푼 민윤기가 다시 말했다. 생채기 하나라도 내지마. 다치지 않게 하라고. 집무실에서 나온 우리는 엘레베이터앞에 섰고 옆에 있던 태형이 이 상황이 우습다는 듯 비꼬는 말투로 내뱉었다. OZ 최고급 인력인 우리가 왜 이러고 있냐...민윤기 저 자식도 그래. 우리랑 같은 처지였으면서...김태형. 옆에서 잠자코 듣고만 있던 김남준이 김태형을 다그쳤다. 아 예, 성인군자 납셨네요. 니자리 뺏기고도 충성심이 우러나오냐. 우리 아니였으면 민윤기 저 새끼...저 자리에 오르지도 못 했을거라고, 김남준 등 밟고 오른거나 다름없다고 그만말해라 귀에 딱지 얹겠다. 듣기 싫다는 듯 김석진이 김태형을 제지했다. 험악해진 분위기 사이 남준이 엄숙한 얼굴로 허공에 답했다. 그러니까 모셔야지. 우리가 목숨 걸고 앉혀놓은 보스인데. 목숨 걸고 지켜줘야지. 지랄한다 진짜. 더 이상 못참겠다는 듯 비속어를 내뱉은 전정국 덕에 다들 말 없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알람과 함께 열리는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며 지민이 말했다. 그렇지. 목숨 걸고 지켜야지 우리의 보스니까. 겉과 속이 모순된 말을 곱씹으며 그리고 그 때부터 시작되었다. 목마른 사랑이 절실해 족쇄를 채우는 민윤기와 끊임 없이 경계에 멈춰 도망치는 그녀와 그런 그녀를 기다렸다는 듯 잡는 그들의 챗바퀴 굴러가듯 연속되는 지긋지긋한 굴레가.
내님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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