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감춰둘 내용을 여기에 입력하세요. |
[※미션카드.
벌써 연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백도부부의 귀여운 아들 타오가 벌써 일곱살이 되었네요!
아이들이 가장 빠르게 정서가 발달한다는 시기에 도달한 지금,
타오의 진짜 속마음을 알아보고 육아의 방향을 다잡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군요?]
"...백현아. 이게 무슨말이야?"
"그냥 애 잘키우라는 소리지 뭐."
아니. 그런 소리 아니야 백현씨. 감독은 생각을 1초도 하지 않고 말을 뱉는 변백현에게 보살같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제는 누군가 지나가다 이유없이 제게 쌍욕을 날린다고 해도 어이구 기분이 더러우셔쎼요? 저한테 더 욕하시고 기분 푸십쒸요-알게쯉니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감독은 성인군자와 버금가는 넓은 마음을 갖게 되었다. 변백현과 거진 1년을 함께 한 촬영이 선물한 인내랄까.
"백현씨 경수씨 작년에 했던 상담 기억하지?"
"...네."
"..타오도 이제 완전히 적응한 것 같아도 애들 마음은 모르는거고...아무래도 중요한 시기니까 타오도 상담 한번 받아보는게 어떨까 싶어서. 그때 경황이 없어서 얼결에 넘어가서 그렇지 애가 감당하기에 작은 상처도 아니었고...지금도 늦은거지."
"애가 또 불안해할까 싶어서요."
"그래도 어쩔 수 없지. 한번은 지나갈 문제고. 경수씨 말대로 타오 학교도 가고 점점 자랄텐데 언제까지 묻어둘 수는 없는 문제잖아. 타오가 이미..다 알고 있는 상태고. 난 나쁘지 않다고 봐. 백현씨 경수씨 생각은 어때."
백현은 작년 겨울, 저와 경수를 눈물 짓게 했던 상담을 떠올렸다. 서로가 되어볼 수 있었던 기회. 저는 넘치는 사랑을 고스란히 느껴볼 수 있었던 그때. 그때 나는 무슨 생각을 했었지. 백현은 조금은 착잡한 마음에 경수를 바라봤다. 큰 눈을 조용히 굴리며 생각에 빠진 모습이 귀여웠다. 누누히 말하지만 변백현은 어차피 도경수가 하자는대로 할 수 밖에 없으니까.
"경수야."
"..응?"
"우리 도경수 생각은 어때."
"..나는..."
"어, 우리 도경수는."
"...감독님 말씀이 맞는것 같아."
"그런 것 같아?"
"....응."
"그럼 그런거지."
"....백현이 너는?"
"우리 도경수가 그렇게 생각하면 오빠도 그렇게 생각하지 당연히."
감독은 타오의 상담은 정말 여러가지로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꼬라지를 매일 보고 사는 아이라면 더더욱.
"우리 붕붕타고 어디가여?"
"음-오늘도 재밌는거 하러가지?"
"와-진짜여? 신난다!"
"우리 타오 요즘에 엄마 아빠가 바빠서 맨날 재밌는 것도 못하고 놀이방만 가고. 엄마가 미안해?"
"안니에여! 놀이방도 재미꼬 엄마 아빠 이케 막 하는데도 재미써여!"
스케쥴이 부쩍 늘어난 요즘 아이를 항상 데리고 다닐 수 없어 격일로 놀이방에 다니기 시작한지 2주 정도가 지났다. 처음 가는 놀이방에서도 별탈없이 잘 적응하고 방송국에 데려오는 날에도 긴 시간 심심할만도 하건만 현석과 코디들 손을 타면서도 군말없이 잘 기다려주는 아이였다. 경수는 카시트에 조수석에 앉아 뒷자리 카시트에 탄 타오를 돌아봤다. 아까 차에 태울 때도 그렇고 지금도 느끼는 거지만, 처음 데려올 때보다 부쩍 자란 모습이었다. 긴 시간을 아니었지만 그래도 거진 두개의 계절을 함께 지내는 중이었다. 처음 아이가 저희에게 오게 된 계기가 아이에게 아주 큰 상처가 될법한 일이었는데도 먼저 이런 생각을 하지 못한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다.
"오빠 유혹해?"
"뭐?"
"지금 우리 도경수의 죽여주는 옆태로 오빠 유혹하는거야?"
"아니거든."
"근데 왜 자꾸 뒤를 돌아봐. 심장 떨리게."
"꼭 내 옆태에만 심장이 떨리는 것처럼 말한다?"
"옆태에도 심장이 떨리는거지. 우리 도경수 존나 귀엽네 오늘? 앞태도 뒷태도 옆태도 다 작살이야 우리 도경수는."
"알아."
"알아?"
"당연하지. 난 똑똑하니까."
"작정했냐 오늘? 존나 귀엽다니까 귀여움의 끝을 모르고 귀엽네?"
"내 매력이잖아."
상담소로 가는 길. 다시 가는 길이라도 그렇지. 애가 보고 있다니까. 길지도 않은 거리를 도대체 몇번을 샛길에 멈춘건지. 이게 다 오늘도 넘쳐나는 변백현의 사랑과 오늘따라 '귀여움의 끝을 모르게 귀여운' 도경수의 탓이라고 해두자.
"안녕하세요. 굉장히 오랜만에 뵙네요. 잘 지내셨어요?"
거의 1년만에 다시 만나는 상담가는 한층 더 푸근해진 인생이었다. 정말 옆집 아주머니 같달까. 백현도 경수도 옅은 미소로 인사를 건네는 사이 백현의 품에 안겨있던 타오는 낯선 장소에 한층 더 그 품으로 파고들 뿐이었다. 그런 타오를 보던 상담가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경수를 바라봤다.
"누가 두분 아들 아니랄까봐 꼭 첫날 경수씨를 보는것 같은데요?"
어색하게 웃은 경수가 민망함에 괜히 타오의 등을 어루만졌다. 백현은 제 어깨에 얼굴을 묻은 타오를 추스르며 말했다.
"아들. 인사해야지. 안녕하세요-해야지."
"......"
"오늘 아들이랑 재밌는 놀이 하실분인데 인사안해? 아빠가 어른한테 인사안하면 이놈-한다고 했지."
"......"
"죄송해요. 애가 낯을 가려서..."
"아니, 괜찮아요. 성인분들도 처음에는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기 마련인데 아이들은 더 하죠. 일단 처음에는 두분께서 함께 하시다가 아이가 적응할 때쯤 본격적으로 시작하죠. 보통 미취학 아동의 상담은 활동적이고 도구 사용이 많아서 안쪽에 위치한 놀이방에서 진행돼요. 물론 부모님들께서 밖에서 참관하실 수 있구요."
"저희가 아이의 모습을...볼 수 있나요?"
"네. 아이의 상담은 아이뿐만이 아니라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고 부모가 느끼는 감정과 생각까지 포함됩니다. 자, 그럼-타오야?"
"....."
"우리 타오가 아직은 좀 무섭나보네? 아줌마가 타오 맛있는거 줄까? 아줌마한테 뽀뽀로 과자 있는데."
"...뽀..로로?"
"그럼? 크롱과자도 있어. 초코맛으로. 어때? 먹어볼래?"
".....녜."
"우와-아줌마 선물 받아주는거야? 고마워 타오야-"
아이의 눈을 맞추고 말한 상담가는 곧 인터폰을 통해 전달했다.
"여기 뽀로로 쿠키랑 우유 그리고 대추차 한잔만 가져다 줘요. 아, 그리고..."
그리고..작년에 어땠더라...
"유자차 두잔이랑 종이컵도 하나."
알았다는 간결한 대답과 함께 인터폰 연결이 끊기자 상담가는 백현에게 말했다.
"맞죠 백현씨?"
"..아...네."
쑥스러운듯 웃으며 대답하는 백현을 실눈을 뜨고 노려본 경수가 백현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말했다.
"뭐가 맞아?"
"어?"
"뭐가 맞냐고. 너 나 몰래 선생님이랑 무슨 비밀있어?"
"......."
"여기 언제 또 왔었어? 어? 뭐가 맞는데?"
"...경수야."
"뭐. 왜. 빨리 대답해. 뭐가 맞냐니까? 나 지금 완전 집착하기 직전이야."
"집착해."
"뭐?"
"차라리 집착을 해 경수야. 오빠는 다 준비가 돼있으니까."
"무슨 소리야. 뭐가 맞냐니까?"
"우리 도경수가 존나 예쁜게 맞아."
그리고 병신같은 것도 맞고.
유자차와 종이컵. 어쩜 저렇게 한결같이 눈치도 없고 기억력도 없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