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수능 특집 특별편? 이라는게 맞겠네요.
이야기의 전개와는 무관하달까요? 하핫.
암호닉은 다음편에!
"백현아. 오늘 수능이래."
"그러냐."
"와...수능 본지가 언제야..벌써 4년전이야!"
"그러냐."
"시간 진짜 빨라...수능 본 애들 진짜 긴장됐겠다. 그치?"
"그러냐."
"......"
목구멍에 녹음기 삽입하셨어요? 소파에 앉아 도경수의 머리카락을 계속 만지는 주제에 성의없이 똑같은 말만 반복하는 백현이 얄마워 경수는 그런 백현의 허벅지를 찰싹 내려쳤다. 아프라고 때렸건만 별다른 반응도 없이 고개만 내려 누워있는 도경수의 얼굴만 빤히 쳐다보고 입만 살짝 벌린 백현이 말했다. 왜.
"대답하는게 귀찮아?"
"아니."
"근데 왜그렇게 성의없이 말해! 권태기야?"
요즘들어 부쩍 권태기 드립이 늘어난 도경수를 보던 변백현이 경수의 머리칼을 만지던 손을 들어 괜히 턱을 매만졌다.
"어디가 권태기야 우리가. 이렇게 존나 사랑하는 권태기가 어딨냐."
"그런데 왜그래!"
"그냥..."
"그냥 뭐."
"..할 말이 없으니까 그렇지."
'......"
"수능 안봤어."
"...어?"
"수능 안봤다고 나는."
경수는 고개를 들어 백현을 봤다. 백현의 허벅지에 머리를 대고 누워있던터라 그 표정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어딘가 조금은 쓸쓸한 목소리였다.
"아..너는 그때 이미 데뷔해서 안본거야? 그럼 찬열이랑..준면이도 안봤어?"
"나빼고 다 봤어."
"....."
"나만 안봤어 수능."
경수는 왜냐고 묻지 못했다. 정말...변백현은 나모르게 갖고있는 상처가 얼마나 많은거야. 별로 좋지도 않은거 욕심도 많게 왜저렇게 많이 가진건지...경수는 결국 그렇구나..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아들. 이거 뭐야."
"사가!!!"
"사과."
"사가!!"
"사가는 중전마마네 친정집이고."
"녜?"
"아니. 천천히 아빠 따라해봐. 사."
"사."
"과."
"구아..?"
"그래. 그렇게 천천히라도 해봐."
"사...구아..?"
경수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갑자기 타오의 교육에 열을 올리는 백현을 바라봤다. 아까 수능 이야기를 기점으로 집안의 분위기가 좀 무거워진 것도 같더니 갑자기 저렇게 타오를 앉혀놓고 그림카드를 내보이며 훈련에 가까운 교육을 시키고 있었다. 또래에 비해 발음이나 어휘가 조금 부족하다는 말을 듣고 내린 변백현 나름의 특단의 조치였다.
"아빠 이름은 뭐야."
"병배켱!"
"...다시 또박또박 말해봐."
"병 배 켱!"
"변."
"병!"
"아니 병이 아니고 변."
"병!"
왠지 모르게 신! 이라고 이어서 외쳐줘야할 것만 같던 도경수는 점점 집착적으로 변하는 변백현의 교육열을 막고자 방관을 뒤로 하고 백현의 옆에 앉았다.
"백현아. 타오가 아직 발음 연습이 부족해서 그런거야. 조금씩 나아지겠지."
"나아지려면 연습을 해야지."
"아직 애기잖아."
"곧 있으면 학교 갈거아니야. 내년이면 벌써 일곱살인데."
"백현아.."
"타오. 엄마 이름은 뭐야 그러면."
평소답지 않은 모습에 타오도 조금은 이상함을 느꼈는지 백현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오늘 정말 왜이러지....
"도경슈.."
"다시."
"도경..슈.."
"도."
"도오..."
"경."
"겨엉..."
"수."
"슈.."
"슈 아니고 수."
"슈우..."
이제는 울 것같은 타오를 결국 경수가 안아들었다.
"괜찮아 아가. 괜찮아. 엄마 아빠 이름도 다 알고 우리 아들 너무 똑똑해 최고야."
"히잉..."
"아빠가 우리 타오 조금 더 똑똑해지라고 그러시는거니까 울지말고 뚝-착하지?"
타오를 안아들고 마루를 몇바퀴 도는 동안 백현은 그자리에 가만히 앉아있다가 벌떡 일어섰다.
"그렇게 하다가 애 바보된다."
"타오 들어.조용히 해."
"오냐오냐 할 때가 있고 혼낼 때가 있는거야. 가르칠 땐 혼날건 혼나야지."
그리고선 방으로 들어가는 백현의 뒷모습을 경수는 물끄러미 바라만 봤다.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혹시 수능 때 무슨 일이 있었나. 또 내가 모드는 상처가 있나. 아까부터 들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자 경수는 타오를 재우면서도 자꾸만 백현이 들어간 방문을 계속 바라봤다.
-어, 경수야.
"아 찬열아. 잘지냈어?"
-나야 뭐 잘지냈지. 변백현이랑 너도 잘지내지?
"우리도 당연히 잘지냈지..."
-근데 갑자기 왜 전화했어? 또 뭐 연극같은거 해?
"아니..그런건 아니고...뭐 좀 물어보려고..."
-뭔데? 빨리 묻고 끊자. 변백현이 지랄하는 소리가 벌써 들리는것 같아.
"....그....너네 다 고등학교 때 만났지?"
-우리? 어...나랑 민석이가 중3때 만났고 준면이가 고1때. 그리고 변백현이 고3 봄 쯤에 온 것 같은데?
"그랬구나..."
-그건 갑자기 왜?
"아니..그..너네는 수능 다 봤지?"
-우리? 우리 다 봤지 당연히. 아! 변백현 빼고.
"....혹시...백현이 수능 안본 이유가..."
경수는 심장이 뛰는 기분을 느꼈다. 또 내가 알아야 할 백현의 아픈 과거. 그건 뭘까. 어떤 상처길래 변백현을 또 평소같지 않게 만들었을까.
-푸하하하하하!!야 너 그거 이제 알았어? 푸하하하하하하 미친새끼 존나 쪽팔린 일을 왜 너한테 떠벌리냐? 푸하하하하하하
"....어?"
-아 오랜만에 졸라 웃기네 푸하하하하하하하
"....왜....왜 안봤는데...?"
-왜긴 왜야.
"......"
-공부를 존나 못하니까 안봤지 푸하하하하하. 그새끼 봤으면 올 9등급이었을걸? 푸하하하하하 근데 크실장이 언플 쩔게 해서 완전 수능 안보고 특례 입학 거절한 음악에 전념하는 존나게 멋진 아이돌 이미지 만들어 가지고 진짜...
"......"
-변백현의 유일한 약점이지. 공부.
"......"
-아 진짜 존나 속 시원하다. 이 얘기 엑소 이미지때문에 아무한테도 못한 얘긴데. 씨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수준. 넌 나의 대나무 숲이다 경수야. 변백현 공부 존나 못해 푸하하하하.
"......."
-새끼가 진짜 어떻게 모의고사에서 올 9등급을 맞냐? 이제와서 하는 소리지만 병신아니야 진짜? 나는 적어도 언어는 7등급이었는데. 새끼가 말빨은 좋은데 이론이 안돼. 안그러냐?
7등급이나 9등급이나...뭐가 다른건지 나는 정말 1도 모르겠다 찬열아....
우리 백현이 올 9등급이었구나...
사랑하는 사람의 말할 수 없는 상처를 알게 된 도경수는 그저 허탈하게 웃을 뿐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아까 타오의 교욱에 열을 올렸구나. 너의 과거를 아들이 잇지 않길 바래서...항상 저의 앞에서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던 변백현을 저렇게 의기소침하고 예민하게 만든 이유가 유일한 약점인 공부였다니. 경수는 이제는 터지려는 큰 웃음을 참느라 조금은 허리를 숙인 채로 생각했다. 공부 못하면 어때. 저렇게 잘생기고 춤잘추고 노래도 잘하는데. 그것도 잘하고. 그럼 됐지 뭘. 괜찮아. 그래도 사랑해.
역시나 단순한 도경수의 쿨한 결론이었다.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점수는 잠시만 잊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우리 수험생 여러분! 다음화부터는 다시 우결 속의 백도로 들어갈게요. 여름 휴가 에피소드 이제 못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