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열이형님, 보스가 찾으십니다요."
요즘따라 부쩍 나를 찾는다.
나는 일개 조직원일 뿐이다. 부르면 가야한다.
"찾으셨습니까."
"어, 왔어? 좀 앉아봐."
"너랑 같이 산다는 그 여자애 계속 데리고 있을거야?"
"예? 갑자기 무슨..."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나는 잠시 돌처럼 굳어버렸다.
가족처럼, 애인처럼 그렇게 지내는 것을 보스도 알고 있었다.
"그 애 혼자두면 위험할 것 같기도 하고. 이제부터 슬슬 바빠질텐데. 가족은 다 죽었다하고... 친척은 없나?"
"...친척도 없고, 따로 같이 지낼 사람도 없습니다. 아무리 제가 바빠진다한들 그 애 다른곳으로 못보냅니다. 죄송합니다 보스."
"아니다. 죄송할거 없어. 그럼 그 애 잘 데리고 있고. 일에 지장 주면 안돼. 가만 안둘거야."
나는 너를 꼭 곁에 데리고 있어야 한다.
너와 처음 만난 날 나를 꼭 안아줬던 너를 회상하며 나는 지금 익숙한 번호를 누른다.
"아저씨!"
"응 아가. 점심은 먹었어?"
"응! 아 아저씨 근데.."
"왜, 무슨일 있어?"
"나.... 귤 먹고싶어.. 올 때 사가지고 오면 안되요?"
"알았어. 아가, 오늘은 일찍 끝나니까 귤 많이 사가지고 갈게. 혼자 있으니까 문단속 잘하고 있어."
너를 넓은 집에 혼자 두기가 항상 두렵다.
나쁜 생각을 하면 안되는 걸 알지만 그래도 두렵다.
너는 꼭 내옆에 있어야 한다.
일이 시작되기 전까지만이라도 너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사람 일이라고 누군가 내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