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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고 있지만 말고 화해하는건 어때."
"…."
"보는 사람이 더 답답하다."
"가봤자 뭐해, 또 싸우기나 하지."
"그래도 나는 가는게 맞다고 본다."
요 며칠사이 내 기분은 정말 꽝이었다. 당연히 좋을리는 없고, 자꾸 되새기느라 화가 더 나면 났지. 어느덧 한숨이 일상이 되어버린 나를 보며 더 답답해하는건 주변 사람들이었다. 물론 내가 봐도 내가 답답하다. 이걸 우리 엄마가 봤다면 한낱 어린애들의 말싸움이라며 비웃고 말 일이지만. 무엇보다 나는 더이상 백현이에게 악감정이 없다는 거였다. 어쩌면 처음부터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에 비해 나는 자존심이 너무 셌다. 마찬가지로 자존심 강한 변백현은 나를 위해 한 풀 꺾어주었지만 그걸 내가 개무시를 해버린 꼴이었다. 결국 또 내 잘못이 된거였다.
변백현은 오늘도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걔는 자기가 하는 방식이 옳다고 생각하는거야.'
듣고보면 준면의 말은 하나도 틀린게 없었다.
변백현은 무언가를 아주 단단히 오해하고 있었다.
"어디가."
"어디든."
"가서 점심 좀 먹지 그래?"
"괜찮아."
답답한 마음을 이끌고 무작정 교실 밖으로 걸어나왔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와버린거야. 따지고보면 다 내 잘못인데. 찬바람이나 쐴까하고 밖으로 나오니 코 끝이 시릴 정도로 차가운 바람이 나를 맞이했다. 멍한 시선이 향한 곳은 도서관 건물이었다.
.
.
.
.
"…어? 백현이 친구네?"
"…."
도서관엔 역시나 김종대가 있었다. 어쩌면 나는 이곳에 들어왔을때 김종대가 없기를 바랐는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백현이 친구라 불릴 일도 없었을거고, 무엇보다 혼자 조용히 있고 싶었기 때문에.
"…책 읽으러 온거야?"
"아니."
"그럼, 생각할게 많구나?"
"…."
김종대는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듯이 도서관 구석에 자리잡은 내 곁까지 따라와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쉽게 내 옆에서 일어날 것 같지 않아보인다. 결국 난 포기한채 멍한 시선을 바닥에 고정시켰다. 손도 못댈정도로 많던 생각들이 바닥에 흩뿌려져 걷잡을 새도 없이 달아나버린다. 내 머릿 속은 그렇게 텅텅 비워진다. 오늘따라 도서관이 한적했다. 그렇기 떄문에 김종대는 할일없이 내 옆에 앉아있는거겠지.
"너도 알고있지?"
"…."
"백현이, 나쁜 애 아니라는거."
나도 안다, 그건 예전부터 알고있던거였어. 그렇게 믿었고, 지금도 그렇게 믿고있다. 다만 그 믿음을 가진 나 자신을 믿지 못할 뿐이다. 풀어야 하는데 도저히 풀 수 없을 것 같은 실타래 앞에서 나는 두려워하고 있다.
저건 내 힘으로 풀 수 없을거야.
"○○아."
"…."
김종대는 처음으로 내 이름을 불렀다. 늘상 백현이 친구였던 나의 이름을 불러주는게 어색할 정도로.
고개를 돌려 종대를 바라보면, 종대는 입가에 약간의 미소를 머금은 채로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백현이가 항상 부러웠다?"
"…왜?"
"왜냐면…자기한테 오는 관심을 모두 받아들이고 있는거잖아."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
백현이는 누가 고백을하면 그걸 꼭 받아주잖아. 하루를 사귀든, 이틀을 사귀든. 아무튼 그 관심을 내치지 않는다는 거잖아. 그거 엄청 대단한거야.
어쨌던간에 자기 희생이 꼭 필요한거니까. 그렇다고 바람을 피우는것도 아니고. 그치?
"…나한테는 그런 용기가 없거든."
"…."
"…ㅇㅇ아, 너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야?"
"용기가 있으니까…욕하고 그랬겠지. 변백현한테."
"…음, 그럼 됐네!"
도대체 뭐가? 하는 표정으로 종대를 바라보니 종대는 그제야 환하게 웃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용기를 가졌는데, 그 다음엔 뭐 어쩌라고?
"그 용기로 한번만 더 찾아가면 되지."
"…내가?"
"응, 원래 뒷정리는 저지른 사람이 하는거야."
저렇게 해맑은 얼굴로 내 탓을 하다니, 차라리 욕을 하는게 덜 무서울 것 같다.
누구한테 가던 결론은 내가 싼거 내가 치워야 된다는거구나. 옘병.
.
.
.
.
"김준면!"
"어? 아, 어젠 미안. 내가 괜한 얘ㄱ…."
"됐고. 내놔."
"뭘? 나 돈없어."
"…뭔 개소리야, 변백현 주소 내놓으라고."
그래도 종대와 이야기를 하고나니 한결 마음이 후련해진 기분이다. 이래서 고민이 있으면 혼자 끙끙 앓지말고 친구에게 털어 놓으라는 건가보다.
"야, 진짜? 진짜 가는거야?"
"…시끄럽고, 빨리."
"어, 어. 잠시만. 써줄게."
김준면은 그 어느때보다 밝은 표정으로 메모지와 펜을 꺼내들었다. 급하게 휘갈겨 쓴 종이를 내게 내민다. 또 싸우려고 가는건 아니지? 라는 의심과 더불어.
"가기전에 너 나랑 싸울래?"
"…미안. 잘 다녀와!"
기왕 떼어놓을수 없는 관계라면 웬수사이보단 친구사이가 더 낫지 않을까.
-
"…야, 그땐 내가 미안. 어제도, 미안."
"…."
"내가 병신이지, 존나 미안. 내 사과를 받아줄래?"
"…."
"…아, 개같다."
막상 주소로 찾아오긴 했는데, 변백현이 문을 열고나오면 먼저 뭐라고 해야하지.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나혼자 미친 사람처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마주 본 벽은 말이 없다. 벽이니까 당연히 말이 없지. 시발.
"…하."
초인종만 누르면 되는데, 그럼 변백현이 나올텐데. 이 망할 검지손가락이 마비라도 된건지 도무지 움직이질 않는다. 결국 나는 또 누르지 못하고 손을 내린다. 차라리 이 초인종과 화해를 하는게 더 나을거란 미친 생각까지 해본다.
"하아…."
'땅 꺼지겠네.'
"…?"
내 생각을 초인종이 읽은건가, 내 귀가 미친건가. 그것도 아니라면 스피커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들어와. 문 열려있어.'
"…."
차마 놀란 마음을 부여잡을 새도 없이 대문을 열었다. 이 무거운 철문이 이렇게 벌컥 열려버리니 허탈할 지경이었다. 좁지 않은 마당을 지나 현관에 다다른다. 또다른 난관에 부딪힌 나는 얼어붙은 동상마냥 서있을 뿐이다. 그리고 순식간에 문이 열린다. 강아지가 문앞에서 주인을 기다린것처럼 누군가가 날 기다렸다는듯이 한달음에 달려나와 꼭 껴안는다. 찬바람에 익숙해진 내게 따뜻한 기운이 훅 끼쳐온다.
"…ㅇ,야."
"왜 이제와."
"…."
"…기다렸잖아."
목부근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온몸이 경직되는 기분이다. 무슨 말을 준비했는지 잊을정도로 머릿속에 새하얘진다. 근근히 몰아쉬는 숨소리가 간지럽다. 그나저나 춥지도 않나. 얇은 긴팔 티셔츠 한장만 입어놓고.
"…야, 너. 아니,"
"…미안해."
생각해보니 난 이곳에 화해를 하러 온게 아닌 것 같다. 미안하다는 그 한마디를 듣는 내가 더 미안해지는것은 이미 모든건 풀려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내가 미안."
"내가 한 말 진심아니야. 그때 진심이라고 한건…나도 모르게 나온 말이었어. 진짜야. 믿어줘."
"알아. 진심아닌거."
그제야 나에게서 떨어져 두 손으로 내 어깨를 붙잡고 나를 바라본다.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는게 익숙치는 않다.
"근데…너 안춥냐. 그러고 있으면."
"…."
"…왜, 뭐."
"지금 나 걱정해준거지?"
웃는 얼굴을 참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우리가 그렇게나 오래 삐져있었나봐. 지금 이렇게 화해같지도 않은 화해를 하는게 민망하게 느껴질 정도로.
"아니. 걱정…인가."
"걱정해준거지? 맞지?"
"…어."
"그럼 우리."
갑자기 말을 하다 멈칫, 한다. 의아한 표정으로 올려다보면, 아까와는 또다른 느낌의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나간다.
"…친구 맞지?"
그 미소가 왠지모르게 씁쓸해보였던건 나만의 착각이었을까.
.
.
.
.
"근데 어떻게 알았어?'
"뭐? 문앞에 서있는거?"
"…어."
"그거 김준면이 알려ㅈ…아, 이거 말하면 안되는데."
"…김준면 이 개새끼."
변백현은 준면이는 꼭 살려줘라, 대신 날 죽여도 좋다며 김준면을 지켰다. 백현이의 집엔 아무도 없었다. 나는 백현이의 방에 들어와 앉아있었다. 잠시라도 대화가 끊길때 찾아오는 정적이 그렇게 견디기 힘들줄이야.
"학교는 왜 안나오는데?"
"…아."
"학교는 안나오고 까페는 나오고?"
"…아니, 내 변명을 좀 들어봐."
"안들어."
다시 친해졌다지만 까페에 있던 너를 오해할 이유는 여전히 없다. 백현이 변명해야할 이유도 없고 말이다.
그건 싸우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니까. 우리는 깊어봤자 친구 사이에 불과할 뿐이니까.
"내일은 학교 갈거야."
"오지마."
"…아, 왜!"
"니 얼굴 학교에서도 보기싫음."
"난 너보러 갈건데."
이 과정 또한 어른이 되는 과정일거야. 이렇게 성숙해지는거고, 더욱 단단한 친구 관계가 되는거야.
다신 서로를 아프게 하는 일이 없도록.
《 지랄견 List 》
NO. 1 도경수
특징 : 반 1등. 공부 방해하면 빡침. 첫 여자인 친구가 나. 내 대변인. 나 얘한테 삐진 척함. 알고보면 되게 순수남. 경수이새끼야. 너새끼. 야이새끼야. 너갑자기 왜gray새끼야. 이사장님 조카. 입봉합수술 2호환자. 여자한테 관심없는거 맞음..?
NO. 2 변백현
특징 : 내 중딩친구. 내 소라빵 먹은 새끼. 개새끼. 여자 자주 갈아끼움. 너 개새끼 취소한거 취소. 너 오세훈집 왜 옴? 잘 옴. 축구 잘하는건 인정ㅎ. 너 이새키.....ㅂㄷㅂㄷ. 화해(?) 끝.
NO. 3 오세훈
특징 : 첫인상 겁나 쟈가웠던 애. 나한테 이쁘다고 헛소리함. 아직 잘 모름. 나를 놀린다. 그만 좀 놀렸으면. 의외로 깔끔 올ㅋ 다정 올ㅋ. 바빠져서 나 버린 애.
NO. 4 김종인
특징 : 첫인상 존나 무서웠던 애. 근데 인소 남주삘 대사드립으로 그 첫인상 다 깨버린 애. 나머진 잘 모름. 춤잘춘다니 대단한 애.
NO. 5 박찬열
특징 : 미미쨩인줄 알았지만 알고보니 철벽남. 여동생있음. 살짝 츤데레삘. ..밴드부? 됐고 넌 나 좀 보자.
NO. 6 김종대
특징 : 해맑.은줄 알았더니 존나 세. 솔직히 도서부 권력남용이라고 해라. 너 덕분에 도서관 갈일 네버 없음. 친해질일도 없을것같음... 입봉합수술 1호환자. 종대가 한 말은 무슨 뜻일까.
NO.7 김민석
특징 : 솔직히 난 아직 얘가 무섭다. 깜짝등장을 좋아함. 선도부. 이상한 애. 오늘도 이상한 애. 앞으로도 이상할 것 같은 애.
NO.8 김준면
특징 : 우리반 반장. 여행가기를 좋아한다함. 나를 싫어함. 얜 또 어디갔을까. 드디어 화해함(감격). 너 이 새끼.
안녕하세여 오랜만입니더
이제 좀 밝아지나요? 껄껄껄
가장 중요한건 화해했다는거~
오늘은 백현 빼박 썰.txt 이었습니다
앞으로 나올 빼박들 기대 많이 해주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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