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하 - 안녕, 그 말 (Inst) (왕의 얼굴 OST)
상혁이는 입을 꾹 다물었어.
그리고 말 없이 너빚쟁의 등을 토닥여줬어
"가자, 경찰서 가자."
"나 못 가. 죽어도 못 가. 가면 나를 찾을게 분명해"
칼이 든 상자를 들고 너빚쟁에게 경찰서에 가자고 하는 상혁이의 말을 듣자마자
너빚쟁은 눈 앞이 깜깜해지는 기분이었어.
그동안 어떻게 전학을 오고 살을 빼고 페이스북도 안하고 왜 그렇게 살았는데
아무도 내가 여기에 있다는 걸 모르게 하기 위해서 친구들한테 말도 안하고 연락도 다 끊고 살았는데
왜 나한테 친구라고는 한상혁 너 하나 뿐인데
"내가 지켜줄게. 아저씨도 지켜줄거야. 가자. 그 사람이 널 찾기 전에 우리가 잡으면 되잖아."
"안돼. 절대 안돼. 나 정말 무서워. 나 진짜 말하기 싫어"
금방이라도 다시 울 것처럼 안된다고 말하는 너빚쟁의 얼굴을
상혁이는 한참이나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결국 작게 한숨을 쉬었어.
그래, 너가 안된다면 안되는 거지. 그래도 한번 생각해봐. 평생 그렇게 조마조마하면서 살 수는 없잖아.
다시 학교로 돌아와서 상혁이는 너빚쟁을 데리고 교무실을 찾아갔어.
울어서 퉁퉁 부은 너빚쟁의 얼굴을 본 담임선생님은 어쩔 수 없이 야자 명단에서 두 사람의 이름을 지우면서도
수능이 코 앞이니까 집중해서 남은 시간 잘 보내야 한다는 잔소리는 잊지 않으셨어
눈이 제대로 부어서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지경인 너빚쟁을 상혁이가 이끌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어.
언제나처럼 설렌 맘으로 힐끔힐끔 담 넘어로 보이는 경찰서 앞이 오늘은 이상하게 어수선했어
담장 너머로 보이는 경찰서 건물 앞에
해가 져서 어둑어둑한 시간이라 그런지 플래시를 터트려가며 사진을 찍는 기자들이 있었어
그리고 그 기자들이 바라보고 있는 사람은
"어, 아저씨다..."
경찰서 입구에 서서 멍하니 아저씨를 보고 서 있는 너빚쟁을 데려와
눈에 붓기가 빠질 때까지 얼음 찜질까지 해주고 나서야 집에 데려다 주고
그제서야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 상혁이는 쇼파에 앉아서 TV를 켰어
커다란 화면 안에 방금 전 보았던 낯익은 경찰서 건물과,
그리고 낯익은 아저씨가 인터뷰를 하는 장면이 화면 가득 찼어
"사체 분석 결과 상해에 의한 타살로 나타나 3년 전 연쇄살인사건의 연장선 상에서 수사를 진행하기로 했으며
수사의 편의성을 위해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관할 경찰관들이 모여 임시 전담팀을 구성하기로 했습니다.
사건 발생 당시 20대 후반으로 추정되는 피해자는..."
아저씨의 말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그 말들은 상혁이 혼자 앉아 있는 거실을 가득 채웠어
상혁이는 쇼파 옆에 항상 눕혀져 있던 액자를 집어 들었어.
액자 안에는 너무나도 환하게 웃고 있는 어린 상혁이와 그런 상혁이를 꼭 안아주고 있는 상혁이의 부모님이 계셨어
상혁이는 인터뷰를 하는 아저씨의 얼굴을 보면서 액자를 하염없이 매만졌어.
내가 남을 아프게 하면서까지 그 사람을 잡으면, 그러면. 조금 괜찮아질까,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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