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특집!
<만약에 경수가 정말로 임신을 했다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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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bgm은 XIA의 thank U for 입니다.
오늘이 특별편 마지막...이려고 했는데...
한편 더 이어질듯...해요..?헤헤...
눈이 내리는 아주 늦은 밤. 백현의 품에 안겨 잠을 자던 경수는 오늘도 어김없이 갑자기 눈을 떴다. 이제는 정말로 산달이 코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경수는 밤마다 제대로 눕지 못해 힘들어했고 그런 경수를 달래느라 저까지 항상 잠을 설치던 백현이 아주 오랜만에 깊게 잠든 그런 밤이었다.
"백현아.."
작게 저를 부르는 경수의 목소리에 벌떡 일어선 백현이 제팔을 베고서는 빤히 저를 올려다보는 경수는 보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리고는 서둘러서 다시 경수가 눕기 편하도록 몸을 눕혔다.
"오빠가 너무 벌떡 일어나서 놀랐지 우리 경수. 미안해."
"..아니."
"혹시 오빠 몇번 불렀어? 우리 도경수가 계속 불렀는데 내가 못들었나."
"...아니야. 처음 불렀어."
"다행이다. 우리 경수 왜 깼어. 계속 배 당겨? 기다려봐. 오빠가 따뜻한 수건 가져올게."
조심스레 경수의 뒷목을 몇번 주무른 백현이 팔을 빼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때, 경수의 볼에 입을 맞추고 화장실로 몸을 트는 백현의 잠옷자락을 쥐는 손이 있었다.
"..백현아."
"왜 우리 경수. 아니면 뭐 먹고싶은거 있어?"
"..아니."
"우리 경수가 왜이러실까-또 무서운꿈 꿨어?"
"......"
"우리 경수가 또 무서운 꿈 꿨구나-근데 오빠가 그것도 모르고 잠만 잤네 미안해 우리 경수."
"..백현아.."
경수는 예정일을 받아놓은 날부터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밤마다 잠에서 깨 불안에 떨었다. 그런 경수를 알아 밤마다 잠들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백현은 깜빡하고 잠든 자신을 조용히 탓했다. 은은한 스탠드 빛 밑으로 비친 시계는 막 새벽 세시를 지나고 있었다. 백현은 불안이 가득한 경수의 머리를 가득안았다. 이제는 무거워 제대로 앉지도 못하는 경수의 허리를 단단히 잡아 받친채였다. 그리고 어제와 똑같은 대화를 이어갔다. 그저께도, 또 그전날에도 또 그전전날에도 똑같이 이어온 날들. 똑같이 이어온 경수의 불안들.
"왜 우리 경수."
"..아기가 안건강하면 어떡해?"
"..경수야."
"..아기가 태어났는데 막..손가락이 하나 없으면 어떡하지..?"
"그저께 의사선생님이 다 건강하고 괜찮다고 하셨잖아. 그러니까 그런 걱정하지마 경수야."
"..그래도...그래도 만약이라는게 있잖아...내가..잘못해서 아기가 나오다가 막 숨이 막히면 어떡해..?"
"우리 경수가 그게 걱정이 됐구나-우리 경수 절대 그럴 일 없게 오빠가 옆에 꼭 있을게."
"아기가 태어났는데 나를 안사랑하면...?막 다른 엄마가 갖고싶다고 하면 어쩌지?"
"절대로 그럴 일 없어. 오빠가 심장걸게 우리 경수 정말."
"...아기가 목소리가 안나오면...?귀가 안들이면 어떡하지..?"
"그것도 절대 그럴 일 없지만 만에 하나 그런다면."
백현은 경수의 눈을 단단하게 바라봤다. 내가 평생을 지킬 도경수. 지금 스치는 이 순간들마저 아까워 붙잡고 싶게 드는 내 도경수. 그런 경수가 혹시나 일어날 일로 불안에 떨고 있었다. 경수는 불안에 떨지만 백현은 정말로 아이에게 그런 문제가 있다하더라도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건 전혀 잘못된게 아니라고 가르쳐주고 지켜주면 되지."
"....."
"우리가 대신 목소리도 되어주고, 귀도 되어주고."
"....."
"그러면 돼 경수야."
"...백현아..."
"응 우리 경수."
"...맨날 밤마다 똑같은 말해서 미안해."
"맨날 밤마다 똑같은 걱정하게 해서 미안해."
"....."
"우리 경수가 이런 걱정하기 전에 오빠가 먼저 절대 그럴 일 없다고 달래줬어야 했는데."
"......."
"오빠는 우리 경수가 내일 또 이런 걱정해도 또 똑같이 말해줄게."
"......."
"사랑해 우리 경수."
"...나도 사랑해."
"오빠가 얼른 수건만 적셔올테니까 배만 얼른 마사지하고 다시 자자. 알겠지?"
"...응."
경수를 다시 침대에 조심히 눕힌 백현은 화장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물론 버릇같이 경수의 배에 입을 맞추고. 경수는 완전히 가시지 않은 불안을 안고 침실 안에 딸린 욕실 세면대에서 수건에 뜨거운 물을 묻히는 백현을 바라봤다. 산달이 다가올수록 불안해하는 저를 위해 백현은 언제 어디서나 제 모습이 보이도록 했다. 샤워를 할때도 옷을 갈아 입을때도 지금처럼 잠깐이라도 경수의 옆을 비울때, 언제나 문을 열어두고 경수의 시야에 머물렀다. 경수는 문득 제가 아주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세면대에 서서 수건을 정성스레 만지는 백현에게 말했다.
"백현아."
"왜 우리 경수."
"너 멋있어."
"우리 경수는 멋있고 예쁘고 귀엽고 섹시하고 착하고 잘생겼어."
그런 제말에 잔뜩 집중한채로 수건의 물기를 짜면서도 대답을 하는 백현이 보였다.
"너..좋아."
"오빠는 우리 경수 너무 너무 너무 좋아하고 사랑하고 아끼고 예뻐해."
"..너없으면 큰일나."
"오빠는 우리 경수 없으면 1초도 못살아."
"...사랑해 백현아."
"...얼만큼."
"..우주만큼."
욕실에 서서 저를 바라보는 백현과 눈을 맞췄다. 이제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아주 진한 사랑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경수는 확신할 수 있었다. 세상에 하나뿐이다. 정말 이세상에 단 하나뿐. 저런 사랑은. 저런 사람은. 저런 사랑을 주는 변백현은. 단 하나뿐이다.
"오빠는 우리 도경수 믿어."
"..백현아."
"경수야."
"..응."
"다른건 다 말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
"그냥 변백현이 밖에서 우리 경수만 기다리고 있는 거 기억해."
"......"
"지금 수술하러 들어가는거 우리 경수 혼자 아니고 내목숨까지 가지고 들어가는거니까."
"......"
"다 잘될건데 오빠가 너무 오버하네. 그치?"
"백현아."
"..응 우리 경수."
"울지마."
"......"
"나 아무렇지도 않아. 하나도 안무서워."
"......"
"조금만 기다려. 우리 아가랑 같이 씩씩하게 나올게."
"...경...수야."
"그러니까 울지말고 여기서 딱 기다려."
"......"
"알겠어 변백현?"
"...응...응...알겠어...알겠어 경수야."
드디어 아기가 태어나는 수술 당일. 의연한 도경수 옆에서 아침부터 눈물바람인건 변백현이었다. 수술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얼마나 걸리는지 혹시나 있을 위험부담은 얼만큼인지 다섯번씩은 들은 것 같은데 결국은 수술실 앞에서 다시 눈물이 터진 변백현을 달래는건 오히려 부른 배를 붙잡은 경수였다. 변백현이 과하게 불안해하는 나머지 스스로 걸어서 수술실에 들어가는걸 택한 경수는 이제는 아이처럼 울어제끼는 변백현을 끌어안았다. 이런 남자가 열달동안이나 저를 달래고 지켜왔다는게 믿기지 않을만큼 지금의 백현은 아주 약하고 여린 모습이었다.
"나 진짜 들어간다 백현아."
"...경수야!"
벌써 다섯번째 부름으로 멈춘 발걸음. 옆에서 같이 대기중이던 간호사 두명이 이제는 한숨섞인 웃음을 내뱉었다.
"...왜 또."
"...사랑해 경수야....미안해..."
"뭐가 또 미안해."
"너 혼자 아프게 해서...미안해. 너혼자 고생하게 해서...경수야..."
"진짜 미안하면."
"....."
"울지말고 여기서 나 잘 기다리고나 있어. 우리 애기 이름도 좀 생각하고."
경수는 그대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수술실 안으로 모습을 감췄다. 매일 아기가 잘못되면 어쩌지.하며 불안에 떨던 모습은 어디간건지 병원에서 제대로 주사 하나 맞지 못하는 경수가 정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두려움도 없이 수술실 안으로 들어섰다. 백현은 그자리에 주저 앉아 계속 눈물 흘렸다. 경수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려 참아보려고도 했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미칠듯이 불안하고 미칠듯이 미안했고 미칠듯이...도경수를 더욱 사랑하고 있었다. 정말 믿기지 않겠지만..
어제보다 더욱.
"...경수야..?"
"...기..."
"응? 뭐라고 우리 경수? 괜찮아? 배 너무 아프면 벨 누르라고 하셨는데...무..물 줄까?"
"아..기..."
"......."
"우리 아기...괜..찮냐고..."
수술이 끝나고 회복실에서 경수가 눈을 뜰 때까지 앉지도 못하고 서성이던 백현은 경수가 눈을 뜨자마자 하는 말에 귀기울였다. 정신이 들면 물을 찾을 거라는 의사의 말에 적당히 미지근한 물까지 손에 쥐고 기다리던 백현은 물이 아닌 다른 것을 찾는 경수의 모습에 다시 눈물흘렸다.
"...괜찮아...괜찮아 경수야..우리 애기 엄청 건강하고 예뻐."
"..왜 울어..."
"..고마워서...미안하고...또...그냥...막..."
"......"
"모르겠어...모르겠어 경수야..이게 무슨 기분인지....."
"...울..지마 백현아.."
"사랑해."
"......"
"사랑해 경수야...진짜...사랑해..."
"....나도."
백현은 울면서도 열달 내내 경수를 괴롭히던 불안을 떠올렸다.
"...우리 애기 손가락도 발가락도 다 있어..열개씩."
"......"
"울음소리도 엄청 크고 체중도 정상이고 방울소리도 왼쪽 오른쪽 다 반응해. 불빛에도 양쪽 눈 다 찡긋해."
"......"
"입술도 우리 도경수랑 똑같아. 간호사들이 코는 날 닮았대. 아들이거든."
"....."
"우리 아기 너무 건강하고 예쁘고 그래..그러니까.."
"......"
"울지마 경수야.."
이제서야 울음이 터진 경수를 백현은 감히 위로할 수도 만질 수도 없었다. 이건 엄마로서 경수가 처음으로 흘리는 기쁨이자 감사의 눈물이었다.
다른건 하나 바랄 것도 없이 의연하게 아이를 만나길 고대한 경수가 건강하게 태어난 아기를 위해 흘리는 첫 성수같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