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욱] 쟤 13살 차이나는 아저씨랑 연애한대
[BGM 계절- 성담, 뱅뱅뱅 - 한여유]
우리는 헤어졌다고 한다.
아직도 나는 아닌 것 같은데 헤어졌단다.
벌써 그와 만나지 않은지, 내가 구질구질하게 연락을 하지 않은지 벌써 2주째다.
아무래도 이렇게 오랫동안 연락을 안 한 것도 처음이고 하니.. 우린 정말 끝인가보다.
"미안.. 내가 그런 얘기 또 괜히 해가지고.."
"그러니까. 거기서 임신 얘기는 왜 나오냐? 정예주 네가 잘못했어."
"나도 알아.. "
"나도 뭐 도와주고싶어도 재욱이 그놈이 고집이 어지간히 쎄야지.. 너의 대한 마음 다 접을 것 같더라."
"아니 그걸 대놓고 막."
"원래 위로랍시고 빈말해주는 게 더 더러운 거야."
"……."
예주가 내 눈치를 보았지만, 오히려 남길아저씨는 내게 많이 먹으라며 내 접시에 고기를 올려준다.
마치 죽은 사람처럼 몸에 힘을 다 빼고 하루종일 앉아만 있으니, 예주도 남길아저씨도 내가 걱정되는지 힘을 쓴다.
"야 오늘 따뚜공연장에서 페스티벌 한다는데! 갈래? 가서 실컷 먹고 오자."
"그래, 삼촌이 다 사줄게."
아니에요.. 하고 고갤 저으면 예주가 한숨을 내쉬며 내 옆에 앉아서 말한다.
"찬 건 너면서 너무 우울해 있지 마, 네가 더 잘 살아야 나중에 우연히 만나도 안 민망하지."
"민망하고싶어."
"왜."
"계속 아저씨 좋아하고 싶었으니까."
"옘~병."
"……."
"내가 다른 사람 소개 시켜줄까? 항공과에 존잘 남자애 있는데. 우리랑 동갑이거든?
얼마 전에 인스타에 너 사진 보고 너무 예쁘다고 소개 시켜달라는 거 싫다 그랬었거든 내가."
"됐어."
"진짜?"
"응."
"와.. 존잘을 거절하다니."
달래주려곤 했지만, 석류가 대충 웃어보이자.. 남길이 팔짱을 낀 채로 예주를 바라보다 예주와 눈이 마주치면 고갤 젓는다.
그만해. 그럴 땐 오히려 혼자 두는 게 낫다고.
하지만 2주 동안 많은 생각을 했다. 나도 이제 아저씨를 놓아주어야 할 때가 된 것 같아서.
더 성숙하고, 어른스러운 여자와 같이 서있는 아저씨를 떠올렸다. 아저씨한텐 그게 잘 어울려서 그래서 더 슬펐다.
핸드폰을 붙잡고 아저씨에게 문자를 또 보내려하는 석류 모습에 예주가 급히 말리려고 했지만, 석류는 작게 말한다.
"진짜 마지막이야."
"……."
"진짜 마지막. 나 이제 아저씨한테 안 매달릴 거야."
석류가 웃음기 없는 얼굴로 말하자, 예주는 처음으로 보는 진지한 모습에 고갤 끄덕였다. 알겠어..
문자를 보낸 석류가 남길을 올려다보며 말한다.
"페스티벌 갈 거면.. 나 아저씨 집 앞에서 떨궈줄 수 있나요."
"어, 그래 뭐."
"어, 아저씨."
2주만에 보는 아저씨는 더 잘생겼다.
나만 힘들었던 건가 싶기도 하고.
"10시까지 답 없으면 그냥 집 가려고 했었는데. 아저씨가 답장 해줘서 놀랬어요."
"……."
집 앞에 있는 공원 벤치에 앉아서 그를 올려다보면, 그가 맞은편에 있는 벤치에 앉는다.
항상 내 옆자리에 앉았는데 이젠 그게 힘든가보다.
"뭐 때문에 불렀는데."
"그냥요. 마무리 지으려구요."
"……."
아무 말도 없었다. 서로 한참 바라보다, 내가 먼저 그의 눈을 피해 다른 곳을 보았다.
그를 보고있으니 또 마음이 변할 것만 같아서.
"이제 정말로 헤어져요. 내가 먼저 헤어지자고 해놓고 구질구질하게 매달리고, 이상한 얘기나 하고 미안했어요."
"……."
"2주 동안 생각을 좀 해봤는데요. 나한테는 아니지만, 아저씨한텐 나 만나는 게 시간낭비일 수도 있겠다 싶어서요.
정말.. 아저씨는 좋은 사람이고, 좋은 사람도 주변에 그렇게 많은데.. 저보다 더 성숙하고 어른스러운 사람 만나서 연애하다가
마음이 맞으면 결혼까지 했으면 좋겠어요."
"……."
"아무리 어른스러운 척 해도 안 되는 거 아는데. 아저씨랑 더 만나고싶어서 어른스러운 척 했다가 그게 더 불행을 만든 것 같아요.
남이 보기엔, 저희가 잠깐 보기엔 많이 어울렸을지 모르겠지만.. 서로 속으론 맞지 않는데 계속 맞추려고 해서 스트레스 많이 받은 것 같기도 하고."
"……."
"그냥 나는 나처럼 철 없고, 나처럼 욕심도 많고 이기적인 또래 남자애 만날래요."
"……."
"나 아직 철들기 싫어요."
"……."
"그래도 200일 동안 좋은 추억 만들어줘서 고마워요. 덕분에 조금은 어른처럼 살 수 있었던 것 같았어요."
"…나말고."
"……."
"나 말고 더 많은 남자들 만나."
"……."
"다른 남자들 많이 만나보고, 많은 곳도 다녀. 철든 척 할 필요도 없었어.
너는 네 나이에 맞게 행동하면 되는 거야, 억지로 철들려고 할 필요 없어."
"알았어요."
"……."
"많이 좋아했어요."
그가 나를 바라보았고, 나도 그를 한참 바라보다 먼저 일어서서 인사한다.
"갈게요."
"……."
마지막인데 그의 인사는 커녕 웃는 모습도 보지 못한 채 나는 뒤돌아 걸었다.
너무 후련했는데. 사실은 또 너무 슬펐다.
뒤돌아 그의 표정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그러면 다시 또 그를 붙잡게 될까봐 그냥 걸었다.
혼자 공원에 남은 재욱은 저 멀리 사라지는 석류를 바라보지도 못했다.
"……."
정말 눈치 없게도 폭죽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하늘이 반짝 빛났다.
재욱은 여전히 벤치에 앉아 고개 숙여 한숨을 내쉬었고, 석류는 택시를 잡아 타려다가 터지는 폭죽을 보며 한참 서있는다.
더럽게 예쁘네 재수없게.
"진짜 예쁘다 그치. 저게 돈이 얼마야.. 저 돈도 막 세금에서 떼어간 건 아니겠지."
"어유 예쁜 건 그냥 예쁘게 보지 그래?"
"폭죽 터지는 거 예쁘기는 한데."
"한데."
"그냥 뭔가 공허 하달까.. 저 비싼 건 예쁜 모습 한 번 보여주면 끝인 게 너무 그렇잖아."
"넌 예쁜데 여러 번 보여주잖아."
"뭘? 가슴?"
"응."
"지랄."
"지랄은 반말."
"지랄이요."
"지랄 맞아. 너 얼굴 예뻐. 가슴 안 예뻐."
"그냥 둘다 예쁘다고 하지."
"내가 또 거짓말을 못 하잖아."
"아ㅆ.."
"근데 둘 만났으려나?"
"만났겠지. 근데 석류 걔 진짜 다 비운 표정이던데."
"2주 동안 마음 많이 미웠나보지."
그랬을 수도.. 예주가 손을 들어 남길의 머리를 쓰다듬자, 남길이 말한다.
"무슨 내가 개야?"
"응."
"왈."
"ㅋㅋㅋㅋㅋㅋ."
재욱은 집에 오자마자 장롱을 먼저 열어보았다.
석류의 옷이 이렇게 많은데 갖다 줘야 할텐데..
한숨을 내쉬고선 한참 서있던 재욱은 장롱 문을 닫고선 침대를 본다.
항상 침대 위에 누워서 핸드폰 보며 심심하다고 소리치던 석류가 떠올라서였다.
항상 어두운 게 좋다며 커튼을 쳐놓고 있던 석류 덕에 석류가 없어도 방안에 커튼은 항상 쳐놓았었다.
재욱이 커튼을 열며 갑자기 고이는 눈물에 당황스러운지 한참 서서 창밖을 내다보다가 실소를 터뜨린다.
"……"
헤어지는 게 맞는데.. 헤어져야 서로 편한 게 맞는데. 왜 이렇게 슬픈 걸까.
"……."
석류는 집에 도착하기 전에 길거리에서 내려 집까지 걸어간다.
걸어가면서 눈물을 조용히 흘리다가 곧 숨이 넘어갈 듯 울기 시작했고, 주변에 사람들은 모두 석류를 이상하게 바라본다.
"……."
재욱은 식탁 의자에 앉아서 맥주 한모금을 마신다. 맥주를 내려놓은 재욱이 담배를 입에 물고서 불을 붙인다.
담배를 다 피우고 한개 더 입에 물었을까, 갑자기 또 고이는 눈물에 한 손에는 담배를 들고, 한 손은 작게 떨며..
결국 참지 못 하고 눈물을 흘려버린다.
"……."
"……."
왜 둘은 서로 사랑하는데 헤어져야만 했을까.
잠깐의 불행 때문에 홧김에였을까, 아니면 서로를 위해였을까.
벌써 겨울이 되었다. 추운지 두꺼운 잠바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호오- 하고
손에 입김을 분 석류가 저 멀리서 오는 예주에게 손을 흔든다.
"어우 야 추운데 뭔 치마."
"원래 추울 때 입는 치마가 더 예쁜 거다."
"남길 아저씨는?"
"2시간 뒤에 퇴근. 오늘 뷔페 가기로 해따~"
"야 부럽다. 근데 너 살찌겠네."
"미친년아."
"ㅋ."
"근데 너 걔 만나봤어?"
"누구."
"니 남친."
"아아 좀이따 만나기로 했어."
"아, 그래? 사귀는 사이인데 좀 자주 만나지 그래."
"예~예~"
"아 나 어제 낚시하러 갔다? 오빠가 낚시를 겁나 잘하더라고. 나중에 같이 가자."
"그래. 껴준다면 가지."
"껴준다니.. 우리는 원플러스 원이잖소!"
"즐."
"엿."
"저기였던가? 내가 예약해놨거든. 저기있다! 엄청 유명한데 알아?"
"아, 알지."
당연히 알지. 예전에 아저씨랑 왔었으니까.
"어디 안 좋아? 표정이 안 좋네.."
"아, 아니야. 맛있네!"
"와봤다면서."
"또 먹어도 맛있어."
"나 쪽팔리긴 한데 너한테 할 얘기 있는데."
"뭔데?"
"8월달인가? 그때 너한테 인스타로 디엠 보냈었다? 근데 읽지도 않더라 너."
"아.. 그땐. 남자친구가 있었어."
"아.. 그래? 티 안 내길래 몰랐어."
"안 낸 게 아니라."
"……"
"못 냈지."
"응?"
"나이가 꽤 있었거든. 서른여덟.. 지금은 서른아홉이겠네."
"아.."
"왜? 갑자기 내가 이상하게 보여?"
"아니? 그냥 부러워서."
"뭐가 부러워?"
"남 시선 신경 안 쓰고 연애한 것 같아서. 사람들은 10살 차이만 나도 그 커플 욕하기 바쁘잖아.
돈 때문에 만난다 뭐다 하면서 말이야. 근데 넌 나한테 솔직하게 말해줬잖아."
"……."
"날 조금이라도 편하게 생각 해주는 것 같아서 좀 기쁘네."
"……."
항공과, 4개월 전부터 날 좋아했다고 한 남자와 만나게 되었고
이 친구는 나를 많이 좋아해주었다. 사귀는 사이는 맞는데 일방적으로 이 친구가 나를 더 좋아한다.
"이거 먹고 카페 갈까? 거기 케이크 엄청 맛있다던데."
"그래. 난 다 좋아."
"진짜네."
"뭐가?"
"정예주가 너 먹는 거 좋아한다고, 데이트 코스는 다 음식점으로 정하라 했거든."
"ㅋㅋㅋ참나."
"나도 먹는 거 좋아해. 같이 먹으러 다니자."
"그래."
밥을 다 먹고 카페로 향하던 중.. 저 멀리 익숙한 사람이 보여 제일 먼저 전정국 뒤에 숨었다.
내가 갑자기 숨어버리니 놀랐는지 '왜 그래?'하고 달래주듯 말하지만.. 나는 아무 대답도 않았다.
"……."
저 멀리 차에서 내린 아저씨가 보였고.. 조수석에서 내리는 같은 나이대로 보리는 여자가 내린다.
아저씨와 잘 어울리게 나보다는 훨씬 예쁘고,나보다는 훨씬 더 성숙한.. 사람.
"아니 말을 왜 그렇게 하냐구."
"내가 말을 어떻게 했다고 그래."
"나 무시하듯이 말했잖아, 오빠가."
"무시한 거 맞는데 왜."
"오빠가 날 왜 무시해? 난 다른 남자한테는 여신이야."
"그럼 다른 남자한테 가서 여신 하등가."
"내가 못할 줄 아나봐? 어?"
"그래 못할 줄 안다."
"너는 어? 나이를 똥꼬로 먹었어 어!? 어유 김남길."
"똥꼬는 심했잖아."
"어~! 똥꼬가 말하는 소리 들린다."
"똥꼬랑 대화 나눠보셨나봐요~?"
"지금 말하잖슴니까."
"어허~ 너무 좋겠네."
띵동- 초인종 소리에 남길이 흥! 하고서 인터폰을 보자마자 기겁하듯 허어어억- 소리를 내자, 예주가 뭐냐며 남길의 옆에 선다.
"누구야 이 대머린."
"우리 아빤데."
"그럼 오빠도 대머리야? 대머리 유전이라던데."
"…대머리가 문제가 아니잖아."
"아니!!!!!!!!!!!!!!!!!!!! 아버님이 여길 왜 오셔!?!?!?!?!"
"일단 저 방에 들어가있어. 문 잠그고 나오지 마. 알겠지? 말만 길어지니까."
"오케이 오케이."
오케이! 하고 방으로 들어가는 예주에 남길이 예주에게 잠깐! 한다.
왜용! 하고 뒤 돌아보는 예주에 말하길
"우리 아버지! 대머리 아니고 스트레스 받으면서 탈모 생긴 거야. 다시 난다고 했어."
"아."
"……."
"예..."
남길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같이 들어오자, 남길은 갑자기 무슨 일이냐 물었고
두분은 그냥 아들 잘 지내나 싶어서~ 하며 자연스레 짐들을 바닥에 내려놓는다.
"뭐예요 그 짐은??"
"오늘 하루 여기서 자고 가려구. 엄마는 내일 옆동네에서 동창회가 있고, 네 아빠는 낚시 한다네."
"여기서요!?"
"그래. 여기서 자면 안 돼? 집도 넓은데 방 하나만 주지~?"
"아니 뭐.. 그.."
"으흥~?"
"옆에 호텔도 있고 그런데 왜.. 청소 안 해서 더러운데.."
"청소 해주지 뭐 엄마가."
"어우! 안 그러셔도 돼요! 절대 괜찮아요."
"예전엔 엄마가 청소 해줄 때마다 사랑한다고 해주더니. 이젠 절대 거부하네~?"
"이제 징그럽게 다 컸잖아요.하하하하하."
2시간 뒤.. 남길은 식탁 의자에 앉아서 과일 드시고 계시는 부모님을 번갈아본다.
아니 뭐.. 얼른 방으로 들어가셔야 예주를 보내던가 할텐데. 계속 거실에 있으면 내가 어떡하나 거 ..참..
"너 애인은 있나."
"아, 네. 있죠."
"넌 어째 여자 없는 걸 본 적이 없다? 아빠 닮아서 그런가. 크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핳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핳하하ㅏ하하하하하하"
"하하하... 언제 주무세요?"
"얼른 잤으면 좋겠냐? 맥주 한캔 좀 마시자."
"없어요. 사와야 되는데. 그냥 오늘은 주무시는 게.."
있는데? 하며 냉장고 문을 연 엄마가 깔깔 웃으며 맥주 두캔을 꺼내 식탁 위에 올려둔다.
불안한지 다리를 달달 떨며 예주에게 카톡을 보내던 남길은 갑작스런 엄마의 입을 떡 벌린다.
"네 방이 큰방이지? 여기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예주가 있는 방 문고리를 잡아 돌리는 엄마에 남길이 손을 뻗었을까...
엄마가 열기도 전에 문이 활짝 열리기에 남길이 입을 더 크게 벌린 채 그쪽을 본다.
예주가 어느새 화장하고, 옷까지 갈아입고서 문을 열고 나와서 활짝 웃고 있는 것이다.
"어! 안녕하세요! 어머님!!.. 어머 제가 일을 하고 왔더니 피곤해서.. 잠에 들었는데. 오신 줄 몰랐어요.
아, 저는 남길오빠 여자친구 정예주라고 합니다."
"쟤가 미쳤구나..."
"난 아무도 모르게 유학이라도 간 줄 알았잖아."
"유학은 무슨.. 저 영어 하나도 못해서 다른 나라 가면 죽어요. 죽어.."
"바디랭귀지 있잖아."
"에이..답답해서 못 살아. 한국이 좋다니까용."
동욱 삼촌이 케이크를 건네주었고, 나는 이게 뭐냐며 케이크 박스를 보았다.
"케이크."
"그러니까.. 왜요? 나 오늘 생일도 아닌데."
"내일모레 크리스마스잖아. 내가 그때 출장을 가야 돼서, 못 챙겨줄 것 같아서 지금 주는 건데?"
"오 내일모레 크리스마스예요!?!?"
"그래 바보야."
"우와 시간 핵빠르다."
"집에가서 엄마랑.. 아니, 혼자 다 먹어! 무조건 혼자."
"무조건 혼자!"
"혼자!"
집 앞에.. 차 안에서 동욱삼촌을 한참 바라보니, 삼촌이 날 보더니 말한다.
"뭔 할말이 있는가본데."
"뭐 딱히.. 그냥 오랜만에 삼촌 보니까. 더 귀여워지신 것 같아서."
"나 이 나이에 귀엽기 싫은데. 이왕이면 멋져졌다고 해줄래?"
"제가 거짓말을 못 해서."
"이럴 땐 해도 돼. 어이구 참."
"ㅋㅋㅋㅋㅋㅋ"
"……."
"그게.."
"재욱이 잘 지내냐고?"
"……."
"잘 지내. 평소처럼 출근하고, 사람들 만나고.. 좋은 사람도 만났었다가 헤어지고. 그렇게 잘 살아."
"……."
"그러니까 재욱이 신경 그만 쓰고, 지금 네 애인한테 잘해줘. 별로면 차고 다른 남자 만나.
아니면 확 양다리라고 걸쳐!"
"좋은 거 알려주네요. 삼촌이란 사람이."
"한 번 인생인데 몇 번 잘못하면 어때. 사람들 다 그렇게 사는데.. 너만 착하게 살 필요 없지."
"……."
"근데 석류 너 재욱이랑 연애할 때보다 더 예뻐졌다 어째? 머리 염색하고 살도 빠져서 그런가."
"머리 염색한 거 맞고, 살 쪘는뎁쇼."
"그냥 그렇다고 하면 안 돼 ㅎㅎ?"
"ㅋㅋㅋㅋㅋㅋ싫어요~"
"으이구.. 저기 어머님 아니셔?"
"맞아요. 요즘 집에 일찍 들어갔더니 10시 넘어서 안 들어오기만 하면 막 집 앞에 나와서 찾는다니까.
내가 아저씨랑 헤어지고 나서 진짜 죽을듯이 몸이 아파서 몇주 입원해있었거든요. 그 뒤로 나한테 엄청 잘해줘."
"……."
"그럼 나 이만 가볼게요! 삼촌!! 케이크 고마워요. 미리 메리크리스마스! 아, 아니다! 나 이브에도 연락하고, 크리스마스 날에도 전화 해도 돼요?"
"그럼 난 좋지."
"그럼 전화 할테니까 받아요!"
"그래. 얼른 가봐. 어머님 걱정하신다."
"네! 빠빠이!"
"가~"
내려서까지 인사를 하는 석류에 동욱이 또 손을 흔든다.
"……."
석류가 집에 들어가고 나서야 차에 시동을 건 동욱이 한참 허공을 바라보다 운전대에 기대어서는 말한다.
"잘은 지내지. 가끔 술마시고 전화해서 우는 거 빼곤."
"……"
"아니 이미 이렇게 된 거 어떡해. 오셨는데 방에 숨어있는 것도 이상하잖아."
"그래 너 잘했어.."
"근데 왜 이렇게 계속 한숨이야."
"한 번도."
"뭐."
"한 번도 애인 소개시켜준 적 없단 말이야. 그래서 좀 당황한 것 뿐이야."
"아.."
"…뭐야 그 불쌍한 척은?"
"그냥.."
"……"
"내가 처음이라니까 좋아서 그러는데."
"…좋냐."
"좋지."
"난 그닥.."
"이럴 때 보면 진짜 부끄럼쟁이라니카 우리 김남킬씌."
"닥치라."
"니나 닥치라."
"니나는 반말."
"오빠나 닥치라."
"옳지."
전정국과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저녁에 만나서 카페에 왔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기에 안 받으려다 고민끝에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
"여보세요."
- 잘 지내?
익숙한 목소리였다. 너무 듣고싶었던 목소리.
"……."
- 내일이면 후회할 거 아는데. 그냥 갑자기 네 번호가 생각나서.
"……."
- 옷장 열면 네 옷이 있어서, 또 네 생각이 나더라.
"……."
- 언제 가져갈래.
"……."
- 네 옷.
"……."
전화를 끊은 나는 내 앞에 앉은 전정국을 보았다.
"…나."
"……."
"가봐야 될 것 같아."
"……."
"그리고.."
"…가."
"……"
"변명 안 해도 돼. 미안하다고 하는 건 더 싫고.
애초에 네가 전남친 못 잊은 거 알고 따라다녔던 거야. 나 신경 쓰지 말고, 가."
그의 집 앞에 도착하면, 그도 집 앞에 나와서 나를 기다리는듯 했고..
그가 멀리 서서 나를 바라보기에 나는 그에게 뛰어갔다.
"……."
내가 뛰어가면 그가 두 팔을 벌리고.. 난 그의 품에 안겨 또 엉엉 울어버렸다.
서로는 여태 너무 잘 버텨왔는데. 결국 쌓고 쌓던 모레성이 무너져버리고 다시 사람을, 사랑을 찾게 된다.
그냥...
"잘 지냈어요?"
"아니, 넌?"
"나두요."
그냥 생각없이 더 밑바닥 보이면서 사랑해보려고.
서로가 꼴보기 싫을 때, 웃는 모습이 보기 싫을 때 그 때도 버텨보고 그 다음도 못 버티가 된다면, 그때는 정말로 헤어져보려고.
/비하인드/
"이야야야 가즈아아앗!!!! 내가 강원도로 이끌겠다! 알겠느냐! 김남길!!!!!!!! 안전벨트 맸나!! 김남킈이일!!!"
"엄마아아아아아아아아"
정말로 예주가 끄는 차는 타기 싫은지 눈물까지 머금고 안돼애애애! 하는 남길에 예주가 뭘 안 되냐며
창밖에 얼굴을 내민 남길의 목덜미를 잡아 끌고선 창문을 닫아버린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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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감사해써요 ㅎ3ㅎ!!! 진짜 덕분에! 제가 배우분들 넣은 글을
끝까지 쓸 수 있었어요,, 엉엉 넘모넘모 좋아요 ㅠ_ㅠ
그럼 우리 다음 글에서도 또 보아요! 알겠죠!? 우리 또 봐야해요ㅠㅠㅠ
사랑해요!! 아저씨 사랑해주셔서 감사해씁니당 뿌뿌!
구독료는 안 받을게요! 마지막이니까 ㅎㅎ
아 근데 뭔가 마지뭭에
그냥 생각없이 더 밑바닥 보이면서 사랑해보려고.
서로가 꼴보기 싫을 때, 웃는 모습이 보기 싫을 때 그 때도 버텨보고 그 다음도 못 버티가 된다면, 그때는 정말로 헤어져보려고.
이 부분은 재욱씌 나뤠이션 깔렸음 좋겠다는.. 그런.. 생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