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인] 9살 차이가 뭐 대수인가
w.1억
아침엔 오빠의 핸드폰 알람 소리에 먼저 깼다.
시끄러워서 손을 뻗어 핸드폰 알람을 끄면, 오빠가 눈을 반쯤 뜨고선 날 보며 웃는다.
아침부터 설레게 왜 저렇게 웃는 거야.
"확 가지말까봐."
"그럼 백수 되잖아."
"백수되면 안 만나줄 거야?"
"아마도 그럴 것 같은데."
"매정하네, 김비누."
"비누 ㅡㅡ."
"ㅋㅋㅋ비누 돼지야."
저 말을 하고서 상체를 일으켜 앉아 씻으러 가려는지 침대에서 내려가려고 하길래
바로 헤드락을 걸어 침대에 다시 눕혀버린다.
아침부터 서로 웃기 바빴고, 오빠는 당하는 척 하다가도 곧 힘을 써 나를 강제로 눕히고서 씻으러 가버린다.
힘 없이 나한테 당해주다가 저렇게 가끔 힘을 쓸 때면...
"시바.."
나 심장 터져서 죽을 것 같단 말이야.
그냥 아침부터 기분 좋아서 흥얼거리면서 강의실 들어왔는데
원이가 나를 이상하게 보면서 말한다.
"너 기분 꽤 좋아보인다?"
"안 좋지는 않아."
"좋은 일 있었냐?"
"아니~! 뭐."
"남친분이랑 즐섹?? 후기 좀!! 아니! 제대로 나온 사진 없냐구! 궁금해!"
"음흥흥~"
유나도 나를 힐끔 보고선 왜 저러냐며 원이한테 물었고, 원이는 자기가 어떻게 아냐며 혀를 쯧쯧 찬다.
근데 생각해보니까.
"아 시발....!"
"왜 저래..."<- 유나
"왜...."<- 원
"오늘 학과장님 강의 있지?"
내 말에 둘이 똑같이 고갤 끄덕였고, 곧 둘은 나 따라 시발... 하며 인상을 쓴다.
학과장님 강의 시간엔 항상 과제를 주기 때문에.. 우리는 학과장님 강의 시간을 제일 싫어한다.
"좋은 아침입니다~"
"어, 정쌤 뭐야 오늘 왜 이렇게 기분 좋아보여?"
"아, 그래요? 아닌데.."
"아냐, 원래는 아침에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좋은 아침입니다'하다가 오늘은 리듬이 있잖아."
"ㅋㅋㅋㅋ리듬이요? 에이 ㅎㅎ."
여선생님들이 모두 정쌤을 보고있자, 교감이 '할 일들 하세요!'하고 고개를 젓는다.
같은 남자가 봐도 잘생기긴 했지 정쌤이.
1교시부터 수업을 들어간 해인은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벌써부터 엎드려서 자고있는 학생들을 보며 웃는다.
"어제 몇시에 잤길래, 정신을 못 차려??"
"안녕하세요...."
다들 무기력하게 인사를 하자, 해인이 '안녕'하고 웃어보인다.
교과서를 피기 전에 학생들을 바라보던 해인은 곧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말한다.
"바로 수업 시작하면 진빠지니까, 10분만 쉬었다가 할까?"
"헐 쌤!!!!! 천사!!!"
"나도 고등학생 때, 아침에 수업 듣는 게 제일 싫었어. 얼른 자! 10분동안.
왜 자라니까 자던 애들도 일어나서 눈 멀뚱히 뜨고있어?? 얼른 자, 얼른."
해인의 말에 다들 네에! 하고선 엎드렸고, 해인은 그 틈을 타. 칠판에 등을 기대어서는 이누에게 카톡을 보낸다.
[나 1교시 수업 시작 ㅎㅎ 강의 언제 시작해?]
- 오빠 때문에 일찍 왔더니 할 거 없어서 뭐하나 하고 걱정했는데. 유나랑 원이 있었어. 20분 뒤에 시작ㅋㅋㅋㅋ
[다행이네 ㅋㅋㅋ]
- 근데 수업 들어간 거 아니야? 카톡 가능?
[애들 10분만 쉬라고 했어 (이모티콘)]
- 양아취네.. 애들 쉬게하냐 왜??? 세상에 그런 쌤이 어딨어
[그만큼 진도 빨리빨리 나가니까 괜차너 ㅎ]
- 좋~겠네. 애들은 ㅗ
[뻐큐는 고의인가요~?ㅋㅋㅋㅋㅋㅋ]
[보고싶다~~~ 오늘 몇시에 끝나나 공주]
- 아; 공주 뭐야......
[극혐해하는 표정 상상가는데?ㅋㅋㅋㅋ 몇시에 끝나냐구]
- 5시 반? 그쯤!
[그럼 거기서 조금만 기다려. 데리러갈게 6시에 칼퇴]
- 그게 멋대로 되냥? ㅋㅋㅋ 알겠엉
- 아 배고픈데 좀...ㅠ
[매점 가!]
- 가자니까 애들이 싫다자나... 개짜증.. 그냥 혼자 가지 머
- 조큼 외롭긴 한디 ^^ ㄱㅊ아.. 헿켘켘켘
평소엔 그렇게 시크하고 조용한 애가 카톡만 하면 시끄러워지네.. 신기해.
"……"
해인이 핸드폰을 보면서 계속 피식- 하자, 맨 앞자리에 앉아있던 학생이 해인을 뚫어져라 바라보다 말한다.
"쌤 질문있어요."
"응? 어떤 거."
"쌤 애인 있으시죠."
엎드려있던 학생들도 일어나서 '허어어얼'하고 소리쳤고, 해인은 장난스레 웃으며 말한다.
"안 알려줘."
"아!! 알려주세요!! 있으면 빨리 쌤 포기하게!!!"
"ㅋㅋㅋㅋ뭘 포기해. 안 되겠다! 수업 해야겠다."
"죄송합니다.."
"ㅋㅋㅋㅋ 얼른 자!"
"야 너 어제 보여준 거 사진.. 알고보니 남친 아니고 그런 거 아니지?"
"뭐래. 내가 그런 걸로 왜 속이냐?"
"그건 그런데.. 이상하잖아! 두달 좀 넘게 만나면서 사진 한장 없는 것도 웃기고.. 그분 프사는 왜 없냐???"
"참나.. 그럼 믿던지 말던지 알아서 하세요~"
내 말에 원이가 자기 소개 좀 시켜달라고 조르길래 유나보고 처리하라는듯 턱짓으로 가리키자, 유나가 말한다.
"그만해. 알고보니 랜선연애일 수도 있어."
"?"
"ㅋ."
박유나가 피식- 썩소를 지으며 날 보길래 뻐큐를 날렸더니 같이 뻐큐를 날린다.
근데 생각해보니까.. 뭐 두달 만나고 사진 한장 없는 게 웃기긴하겠네.
"나중에 소개시켜줄게."
"언제."
"다음에."
"오늘 남친 만나?"
"ㅇㅇ."
"ㅇㅇ는 반말이지."
"네. 오늘 만나요."
"그럼 우리 몰래 볼래!!"
"아;;;;"
"안 된다고 하지 마라. 몰래 보는 것도 안 되면 니랑 친구 안 한다."
"나 아무말도 안 했는데. 몰래 봐."
"오예~!! 박유나! 내 덕에 김이누 남친 보는 거다! 한턱 쏴라."
"안 볼테니까 안 쏴도 되지?"<- 박유나
"ㅅㅂ"<- 류원
분명 자기 전남친보다 못생겼을 거라며 주문을 걸길래 픽- 웃었더니 원이가 재수없다며 마구 나를 찔러대는 것이다.
무시하고 나는 오빠가 끝나는 시간만 주구장창 기다릴 뿐.
생각보다 우리 오빠 존나 잘생겼는데 너네 이제 큰~일~났~~따?
6시가 조금 넘어서 오빠에게서 전화가 왔다.
학교 건물 앞에 있다는 말에 나 먼저 내려가고, 애들이 나를 뒤따라온다.
학교에서 나오자, 건물 앞에 오빠 차가 있었고.. 타지않고 멀뚱히 오빠를 바라보고있으니 곧 오빠가 문을 열고 차에서 내린다.
컴온.. 손가락을 움직여 오라는 제스처를 취하자 오빠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내게 천천히 다가와 말한다.
"나 훈련해? 부르면 쪼르르 와야 되고 그런 건가~?"
"내 개니까."
"왈왈 하면서 너한테 가면 돼?"
"부르면 멍! 하고 와. 오빠 페이스는 왈 보다 멍이다."
"멍."
"ㅋㅋㅋ 오케 좋아. 아, 지금 이게 문제가 아니고."
"응?"
"애들이 오빠 엄청 보고싶어해. 궁금해 죽겠대서."
"……."
"쟤 미친 거 아니야? 몰래 본다니까 왜 저래 진짜."
곧 기둥 뒤에 숨어있는 애들보고 나오라고 하니, 유나랑 원이가 슬금슬금 나왔고..
나는 아주 자연스레 이 둘을 소개한다. 로봇처럼.
"얘 단발머리는 류원이라고.. 나랑 성격 안 맞는데, 잘 맞는 애.
머리 긴 애는 박유나라고 조용한 것 같은데 은근 시끄러운 애. 나랑은 한 번도 싸운 적 읎고."
"ㅇ..아.. 으..흥흥... 안녕하세요.."
"아, 네.. 안녕하세요. 얘기 많이 들었어요. 이누가 친한 친구들이라고 얘기 매일 해주거든요."
"아.. 네. 그 정말 잘생기셨네요.. 정말이네요..."
"아이.. 아이고.. 아닙니다. 이누 친구분들이라 그런지 역시 예쁘신데요."
봤지? 시크하게 류원을 바라봤더니, 류원이 아직도 벙쪄서 오빠를 보기에 오빠의 팔을 잡고 질질 끌었다.
"됐으니까 가자! 간다!!!"
"어? 아.. 어! 다음에 또 봬요!"
"뭘 다음에 봐! 됐어. 오늘이 마지막이야."
"왜, 나는 네 친구들이라 커피 한잔이라도 사주고 싶었는데."
"됐어. 그냥 가자."
해인이 차에 타기 전에 또 뒤돌아 인사를 하자, 원과 유나는 벙쪄서 해인을 보았고
둘이 차를 타고 가버리자.. 여전히 학교 앞에 서있던 둘은 말한다.
"야... 나는 9살 차이래서 에바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9살 차이가 대수냐.. 잘생겼음 그만이네 진짜 시팔."<- 류원
"너 태세전환 쩐다. 그렇게 욕할 땐 언제고."<- 박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