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로 승승장구중인 구남친 김종인X유학갔다온 구여친 김여주 03
03
'안녕하세요 엑소에서 춤을 맡고있는 카이입니···,'
벌써 두시간 째였다. 과제나 자료들을 수집할 때에만 겨우 들어가던 유투브에서 녀석의 모습들만 찾아보기 시작한건. 처음엔 [MAMA]라는 요상한 제목의 난해한 곡의 뮤직비디오를 보기 시작했는데, 각이 잡힌 채 춤을 추는 녀석의 모습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아, 예전에 잠깐 본 적있는 오세훈의 얼굴까지는 눈에 띄었다. 너도 그렇게 연습하더니 결국 데뷔했구나. 그것도 잠시 요상한 제목에 맞게 요상한 분장을 한 녀석의 얼굴과 노래라고는 듣기 힘든 포효(?)까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컨셉이었다. 이게 멋있나?
개인적으로 난해한 컨셉은 별로 지향하지 않는 쪽이라서 끝까지 보지 못하고 정지버튼을 눌렀다. 뮤비 밑에는 수많은 해외팬들로 보이는 댓글들이 수두룩했다. 영어라면 제 2의 모국어로 자부할 수 있는 나라서, 보는 즉시 직역이 됐다. 개중에는 김종인의 팬들도 많았다. 무조건 좋아하고 우는 이모티콘을 쓴 팬들이 대부분이었으며, 나름 전문적으로 녀석에 대해서 분석해 본 장문의 댓글들도 있었다.
낯설었다. 그때 공항에서의 인파로 보아 녀석의 인기를 짐작했었지만 이렇게 직접 김종인을 향한 무조건적인 사랑들을 보니 이제 실감이 조금씩 되기 시작했다. 너 많이 사랑받고 있구나···,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김종인. 성공했네, 정말. 갑자기 뿌듯한 감정도 들었다.
아무리 그 녀석과의 관계가 지금은 '전 남자친구'로 정의되어 있는 사이였지만, 그와 동시에 십년 넘게 서로를 응원해 온 친구이기도 했다. 친구로서의 김종인은 무뚝뚝하기도 했지만 꽤 괜찮았다. 조용히 내 말을 들어주기도 하다가 힘 있는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 그때 당시엔 그 한마디가 왜 그렇게 힘이 됐었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힘들어하더니.. 대상도 많이 받고, 아무 대가나 조건 없이 진심으로 응원하고 좋아해주는 많은 팬들도 거느리게 되고. 진짜 성공했어 김종인. 그 뒤로도 한참동안을 그 녀석의 영상들에 빠져 있다가 끝내 오지 않는 잠을 억지로 청했다.
왜냐하면, 내일이 첫 출근이니까···,
엑소로 승승장구중인 구남친 김종인X유학갔다온 구여친 김여주 03
오랜만에 나름 격식있는 옷을 차려입고 공들여 화장했다. 이럴 때마다 왠지 진짜 나를 감추고 가면을 쓰는 기분이 들어 찝찝했다. 벌써부터 답답해져 왔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나갈 시간이었다. 오피스텔을 나서니 - 처음 본가에 들른 다음 날 바로 혼자 살 오피스텔로 짐을 옮겼다. 뭐, 나름 넓고 편했다. 주차장에 오빠가 클락션을 빵빵 울리고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 많은데..아 쪽팔리게..
"시끄러!!"
"내가 뭘~ 혹시 못 찾아올까봐 ㅋㅋ"
"차종 뻔히 알고 있는데 내가 멍청이도 아니고 왜 못 찾아가! 그리고 그 차 엄청 특이하게 생긴거 알아?"
"알았어 알았어 빨리 타"
잔뜩 투덜투덜대며 오빠의 차에 올라탔다. 내 것과 오빠 것인지 아직 따뜻한 아메리카노 두 잔이 있어 그 중 한 잔을 빼서 마셨다. 흰색 플라스틱 재질이라서 립스틱 자국이 남아 괜히 거슬렸다. 얼마나 걸리냐 물어보자 지금 차가 너무 막혀서 한 이삼십분이 소요된다는 말에 냉큼 핸드폰을 꺼내 네비에 블루투스를 연결해 노래를 틀었는데.. 아뿔싸.. 어젯 밤 듣고잤던 엑소의 Thunder가 틀어졌다. 다행히 오빠는 아직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는데,
"너 원래 팝송밖에 안 듣잖아 왠일이야?"
"내가 뭐.."
"잠깐만 이거 목소리가 익숙한데.. 누가 부른거지?"
하며 시선을 노래가 틀어지고 있는 창으로 돌리려하자 빠르게 네비 길찾기 화면으로 바꿔버렸다.
"왜!!"
"운전이나 해"
또 이제와서 다른 노래로 틀기 뭐해서 그냥 가만히 있었다.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는 순간, 김종인의 파트가 흘러나왔다. - 뒤늦게야 소리내 널 부른다 괜히 표정관리가 안됐다. 그래서 그냥 핸드폰에 시선을 돌려 따분한 뉴스나 읽는 척을 하고 있는데..
"여주야"
" ? "
"알았다"
"..."
"이거 엑소 노래지?"
"...ㅋ"
"관심 없는 척 하더니 그새 다운받고 노래 듣고 있었어? 의외다?"
"닥쳐 좀"
"알았어ㅋㅋ 어차피 이제 너 얘네랑 일하게 될 거 알아둬야지 괜히 걱정했네 아예 백지상태일까봐"
오빠가 그렇게 말하자마자 현실로 훅 다가왔다. 내가 엑소랑 같이 일하게 될 것이라는.. 엑소에는 김종인이 있고···.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거지. 일은 일이니 공적으로 생각하자. 사적인 내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sm사옥에 도착했고, 오빠는 능숙하게 주차했고, 같이 내렸다. 입구로 보이는 문에는, 어..? 팬들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오빠 쟤네 뭐야?"
"아.. 그게 사생이라고 있어"
"무슨 그딴식으로 애매하게 말해 그게 뭔데"
"아이돌들 사생활 쫓는 애들. 그냥 걔네가 어딜가든 다 따라가 어휴.. 쟤네 아마 엑소 사생일거다 요새 인기가 너무 많아서.."
"미친년들.. 집에 가서 공부나 할 것이지 어린것들이"
"야 회사 앞이다 욕 자제해 김여주!"
"알았어~!!"
그래도 길은 비킨 채 양 사이드에 서있는 사생들을 사이로 지나가기 시작했다. 입구에 다다르자 오빠가 엄지손가락을 들어 지문인식을 하자 문이 열렸다. 너도 오늘 가서 지문 입력해놔야 한다며 쫑알대는 오빠가 굉장히 시끄러웠다. 안에 되게 넓네..
오빠를 따라서 엘레베이터를 타러 가고있는데, 어디선가 시끌시끌한 소리가 났다. 엑소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으로 가던 길을 가고 있는데..
"아 배고파 오늘 연습 너무 빡셌어"
"치킨 시켜먹자!!"
"야 변백현 너는 어제도 먹었잖아 딴거"
"딴거 뭐~"
잠깐만.. 변백현? 내 기억에 맞다면 김종인이 속해있는 엑소케이에 멤버였던 것 같은데.. 머릿속에 비상벨이 울렸다. 오빠도 눈치챘는지 나를 쓱 보고선 입을 열었다.
"어차피 이제 자주 볼 사인데 어쩔꺼야 못 피해~ㅋㅋ언젠가는 정면으로 마주친다 그때도 이렇게 행동할거야?"
"오빠 너는 내 상황이 아니라서 그렇게 말 함부로 쳐하는 것 같은데 너 혜주언ㄴ···,"
"내가 잘못했다 그만하자"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근데 엘레베이터 왜이렇게 안내려온대? 그냥 계단으로 가자"
"미쳤냐? 너 힐 신었잖아 정신나간 소리하고 있네 얌전히 기다려"
그때 5층에 계속 머무르던 층수가 점점 내려가려는 기미가 보이더니, 어느 새 1층이 되었고, 문이 열렸다.
"...."
"...."
"...."
"....."
머리가 어질해져 왔다. 왓더..
암호닉♥ (만약 완결이 된다면, 암호닉 분들께만 텍파를 보내드릴 예정입니다)
찡찡, 유레베, 여름, 딸기, 파아랑, 근카누
됴됴, 시동, 까만원두, 까망, 성장통
도라에몽, dd, 아리, 낯선이, 검은콩두유,
핫초코,가르송, 종대찡찡이, 호빵맨, 타앙슈욱
달늪, 니니, 피자, 체블로, 원주민, 둘리, 애니
조니니, 메리미, 아구찜, 거뉴경, 우리니니
스피커, 저스트, 민블리
*암호닉은 항상 가장 최신화에 신청해주세요. 감사합니다.
늦어서 죄송해요ㅠㅠㅠㅠㅠ 기나긴 징계를 마치고 쓰는 첫 글입니다 보고싶었어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