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둘
셋,
하면 눈을 뜨자.
하나
둘
셋,
하면,
사라지자.
눈을 떴다.
수선한 빛이 눈동자로 쏟아져 내렸다. 반갑지 않은 빛이었다.
고통이 몰려들었다.
몸의 모든 관절과 마디에서 뻐근한 고통이 아우성쳤다. 목을 돌려 가장 가깝게 느껴지는 뻐근함부터 없애보려고 했으나, 그마저도 할 수 없었다.
목을 두르고 있는 두꺼운 족쇄는 고개를 살짝 비틀만큼의 틈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나는 누워있고, 아니 눕혀져 있고,
목과 팔목, 발목에는 족쇄가 있고.
깜빡
깜빡
회색 천장.
먼지투성이 바닥,
복부에서 느껴지는 아릿한 고통.
발끝을 뒤덮는 갈빛의 굳은 피.
기억이 연속적으로 이어진다. 쉴새없이 찾아와 다시 문을 두드리는 고통에 경수는 눈을 다시 감았다. 미간에 애닳은 깊이의 주름이 잡힌다.
찬열의 방에서 정신을 잃고, 다시 눈을 떴을 때는 김종대가, 그 옆에는 이름이 가물한 사내가 한명 더, 김종대는 나를 향해 웃었고, 천천히 다가왔다.
그 후의 기억은 고장난 컴퓨터의 화면처럼 검게, 하지만 감각은 생생하게. 나의 비명소리가 다시 한 번 아찔하게 울린다.
숨을 크게 들이쉬어 본다.
다시 훅, 내쉬어 본다.
아, 가볍게 목소리를 내어 본다.
살아 있다.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정말 알 수가 없었다.
내가 기쁜지, 슬픈지, 정말 알 수가 없었다.
"깨어 났어?"
하이톤의 명량한 목소리가 코앞에서 들린다. 나는 눈을 다시 뜨려고 하지 않았다.
"잘됬네. 네가 깨어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릴 줄 알았거든. 오늘 일정이 다 밀려날 뻔 했는데, 고마워."
"......"
"대답이 없네. 뭐, 굳이 필요하진 않아."
그는 내 옆에 꿇어앉고는 목과 팔목, 발목의 족쇄를 하나씩 풀었다. 팔목의 족쇄를 풀고는 내 손목을 한 손으로 단단히 쥐었다. 아득한 고통이 머리를 내리쳤다.
"어흑......"
"혹시 몰라서. 부러뜨렸어. 도망 안 갈 거지?"
종대는 능수능란하게 족쇄를 마저 풀었다. 한쪽 발목에 감각이 없었다.
"발목은 붙는데 시간이 좀 걸려. 네가 아무리 가디언이어도. 그때까진 가만히 앉아있는게 좋겠지?"
그는 쉴새없이 말을 한다. 머리가 아파온다.
"너는 그래도, 김종인보단 재밌다."
"..."
"걘 괴롭히는 맛이 없거든."
"...지금..어디.."
"김종인? 글쎄. 어디 처박혀서 자고 있겠지, 뭐."
'..무슨 짓을..."
"자고 있다고. 그냥. 쿨쿨. 잘 뿐이야."
"...."
"뭐, 그러다가. 네가 고문 받으면서 고통에 몸서리 칠 때쯤 깨어나서, 니가 피투성이가 된 채로 울부짖는 모습을 멍하게 보고 있겠지."
"뭐..?"
"각인이란 그런 거니까. 박찬열이 머리가 좋긴 좋아, 그치?"
"무슨 소리야, 내가 고통받으면, 그도 고통받는다는 소리야?"
"..몰랐어? 센티넬과 가디언이 각인은 정신적 연대도 포함이야."
"...."
"우수하다고 들었는데, 수업시간에 졸았나봐?"
그러고선 혼자 큭큭, 웃는다. 그의 웃음은 불투명하게 사라진다.
그의 고통만 나의 것인 줄 알았다. 나의 고통이 그의 것인줄은 몰랐다. 그의 머릿속에서 나는, 그를 좀먹고 있었던 것이다.
비명을 질러가며, 피를 토해가며.
아, 김종인.
나는 마침내, 너에게 완전한 무가치(無價値)가 되었다.
고통스런 무(無)가 되었다. 고통만이 있는, 속이 텅 빈 악몽같은 존재가 되었다.
종대는 읏차, 하며 몸을 일으키더니, 멀찍이서 주사기 한 대를 들고왔다.
"약 맞을 시간이네."
빙긋, 웃는다. 뾰족한 바늘이 살갗을 뚦는다. 이를 악물지 않아도, 고통이 없다. 바늘이 꽂힌 자리부터 홧홧한 피가 돌기 시작한다.
시야가 불투명해진다. 초점이 맞지 않는 안경쟁이처럼.
나는 붙잡으려 애쓰지 않는다. 차라리, 눈을 감으리라.
너의 고통으로 번지기 전에, 내가 안고 눈을 감으리라.
종인은 눈을 떴다.
하얀 침대보가 잔뜩 구겨져있다.
시선은 허공을 향한다.
허공에는 도경수가 있는 것만 같다.
있는 것도 같고, 없는 것도 같고.
지독한 잠에, 약에 취했다.
세상은 느리게 돌아가는 것만 같다.
어떻게, 잠에서 깨어났더라.
다시 생각이 끊긴다.
비명소리를 들은 것도 같다.
살갗이 타는 냄새를 맡은 것도 같다.
눈앞에 피가 흩뿌려지는 광경을 본 것도 같다.
도경수를, 느낀 것도 같다.
눈을 느리게 감았다가, 뜬다.
비로소 명확해지는 한 줄기의 소리.
목을 찢고 나오는 비명소리.
나의 과거와 닮아있는 비명소리.
갑자기 세훈의 목소리가 들렸다.
"각인 하고 나서, 진짜 미치겠는게, 준면이 형 안을 때마다 향기가 나. 미치겠어."
"무슨 향기?"
"우유 냄샌데, 엄청 고소한. 왜 내가 처음에 형 보고 반했을 때, 다음날 도서관에 형 자리에 우유 갖다 뒀잖아. 그것도 겨울이라 춥다고 덥혀서. 내가 형은 우유처럼 하얘요, 하고 존나 튀었었는데 그때...뭔가 그 냄새 같아. 근데 형 몸에 코만 대도 그 향기가 나. 미치겠어."
"...그냥 니 환각 아니냐."
"그런가? 그런건가? 아무튼, 좋다고. 좋아 죽겠다!!!!"
눈을 감고 생각한다. 도경수의 향기.
빛깔은 투명한 푸른빛이고, 하늘의 색보다는 땅의 푸름을 닮았다. 가볍고, 하지만 새로운 향은 아닌, 무슨 향이었더라.
그날 밤, 안겨있던 도경수의 품에서 묻어나던 그 향기는.
솔잎의 향인 것도 같고, 그보다는 좀 더 강하고 알싸했던 것 같은데.
집중한다.
그날 밤, 자신의 품에 안겨 가련하게 떨고 있던 한 줌의 온기를 생각한다.
그리고 숨을 들이쉰다.
훅, 끼쳐 들어오는
소독약 냄새.
그 오랜 날의,
소독약 냄새.
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ㅈ
웃음밖에 안나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엄청 오랜만이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죄송해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요일날 다시 오겠다고 뻥치고ㅍㅍㅍㅍ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ㄱ
근데 ㅂ...저 좀 아팠어요...이해해주세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엉엉 까먹은 ㅅㅏ람있으면 어떡하지 헝ㅎ엏어엏ㅇ 오랜만에왔느데 재미없어서 어떡하지어어엉어엉엉엉엉
ㅎ ㅏ........와타시매우매우고멘나사이..........
다음화는 꼭 주말에 올게요...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