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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기타 방탄소년단 정해인 변우석 더보이즈 세븐틴
1323 전체글 (정상)ll조회 2540l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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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그만 받기를 설정한 글입니다

  


 


 


 


 


 


 


 


 


 


 


 

[세븐틴/승관] OFF ON OFF _ 참견의 순기능 | 인스티즈 
같이 달리면 심장이 빨리 뛰어서 좋아한다고 쉽게 착각한다더라











안녕하세요? 커피와 어울리는 멋진 당신과 질척한 B급 로맨스물을 찍고 싶은데 마음이 어떠세요? 괜찮으시면 저랑 거하게 뒹굴어 보던지요? 보시던지요? 봅시다?
안녕한가? 내가 시간이 없어서 반말밖에 안 나온다. 기분 나쁘면 번호 줄게. 어때? 공평하지?
안녕? 나는 대학생이고 그…….




— 뵹신 모지리야, 어서 지나쳐줘.

— 시비 걸지 마라.

— 고백이 아니라 도전장이네.

— 가슴이 막 뛰어? 설레?

— 거하게 뒹굴어 보자는데 두렵겠지 설레겠냐?

— 목소리는 다정했잖아.

— 혹시 다정한 싸이코가 컨셉이야?




승관은 관자놀이에 손가락을 빙빙 돌렸다. 우리 이모 정신과 의사야. 전혀 부담 갖지 말고. 며칠간 동방 거울 앞에서 연습한 결과가 정신과 상담이라니. 의사들이 베드에 누워있는 불치병 환자를 내려다보는 기막힌 상상을 한다. 이 환자는 ‘불고백무새병’이에요.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하지 못하는 스트레스가 과다할 때 나오는 정신적 증후군이죠. 독방에 갇혀 1일 1고백 재활 치료에 고통받을 내가 상상 끝에 다다랐을 때, 이모 번호를 찾은 듯한 승관을 붙잡고 강한 신념을 비쳤다.




— 친구여, 도움은 고맙지만 본질적 자아를 잃고 싶진 않아.




결국 신념은 승관의 예상대로 ‘다정한 싸이코’를 인정한 꼴이 됐다.




— 고백이 참 사람 여럿 망친다.

— …….

— 그래서 난 너같이 안 하잖아, 고백.




녀석이 구석진 소파에 다리를 끼얹는다. 신입생 시절이었던가? 한 다리 위 선배에게 고백했다가 까인 새끼가 더럽게 말이 많다. 단톡방을 갠톡으로 착각해 ‘누나는 한 떨기의 명이나물, 내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 말로 똥을 지린 승관은 역시 술이 문제였다.

교수님, 조교님, 선배들, 동기들을 합치면 족히 마을을 이뤘을 그들 앞에서 마른세수를 경험한 녀석은, 짝사랑 선배가 학사모를 하늘로 던질 때까지 ‘부사인볼트’라는 별명을 가진 채 숨어 살기 바빴다. 그러던 애가 시간이라는 약을 먹더니 저렇게 떠들어 대는 것이다.




— 그 형 회사원이잖아. 학생이 눈에 들어올까?

— 나도 이제 졸업반 되거든? 취업도 어?

— 취업도 했어?

— 하려고 노력하고 있지.

— 그니까 했어?

— 어제 자소서 썼어.

— 이야, 내일 팀장 되겠는데?

— 계속 시비 걸 거면 나가라?

— 다음 주면 명패 갈겠…….




핫핫핫! 기합과 함께 전신 거울을 들고 승관에게 돌진한다. 긴 다리로 타이밍 좋게 빠져나간 녀석은 창문을 밀고 “내일 알바 늦지 말고 와라, 경극 분장해도 소용없으니까 빨리 오기나 해.” 따위로 시간을 아껴 쓰라 돌려 말했다. 경극 분장이 아니라 데일리 메이크업이거든. 고운 중지를 뻗어 쌍 중지로 답하는 부승관을 친구라고 생각했던 나의 과오를 언제쯤 씻을 수 있을까.




[부지랄님으로부터 기프티콘이 전송되었습니다]




기프티콘, 저 네 글자에 애정이 솟는다. 널 인생의 부분으로 여기며 아낌없는 양분을 주리라. 동쪽에서 귀인이 온다더니 동방문이 때마침 동쪽이다. 불처럼 마구 쏟아지는 형형색색의 선물 보따리, 양분이 모자라거든 내 것을 가져가 너의 토양으로…….










[세븐틴/승관] OFF ON OFF _ 참견의 순기능 | 인스티즈 

 


 

 

 


 

 

 


 

 

 


 

 

 


 

 

  

[세븐틴/승관] OFF ON OFF _ 참견의 순기능 | 인스티즈  

 


 

 

 


 

 

 


 

 

 


 

 

 


 

 

  

[세븐틴/승관] OFF ON OFF _ 참견의 순기능 | 인스티즈  


 


 


 


 


 


 


 


 


 


 

여러분은 현재 쌍 중지로는 부족했던 부승관종의 낚시질을 보고 계십니다. 











OFF ON OFF
; 참견의 순기능











아침에 출근하는 직장인을 타깃으로 유산균 파는 알바를 하는 것도 꽤나 큰 용기가 필요하다. 설날 언저리에는 한복을, 크리스마스엔 산타클로스를, 오늘은 이것저것도 아닌 날인데도 분장쇼가 기다리고 있었다. 화장해도 소용없다던 녀석의 말이 이걸 두고 한 말이었나?

승관아, 오늘은 인간 코스프레가 아니니까 추가 수당 주겠지? 반달곰 털옷에 몸을 구겨 넣으며 묻자, 승관은 호탕하게 웃으며 고양이 발바닥을 신었다. 형씨, 남의 돈 먹기 쉬운 줄 아쇼? 아주 짧고 굵직한 명언이었다.




— 오늘도 그 사람 올까? 이러고 만나기 너무 싫어.

— 출근할 때마다 지나치는데 결근하지 않는 이상.

— 사장님한테 아프다고 뻥치고 먼저 갈까?

— 그럼 나는? 이걸 혼자 하라고?

— 좀 그렇겠지?

— 다 큰 남자가 고양이 옷이 말이 돼?

— 너도 돈 버느라 고생한다.

— 랫서팬더면 몰라도.

— 새 귀 삽니다. 선제시 가능.




이럴 때 귀를 후벼야 하는데 쉬는 시간 외에 탈은 벗지 말라는 사장의 메시지를 떠올리며 한숨만 푹푹 내셨다. 유산균이 뭐라고 우리가 이런 것까지 해야 해? 사장이 동물 애호가라도 되나 보지? 그럼 직접 고용하면 되잖아? 아, 진짜는 영업을 못하지? 하하, 이놈의 대굴빡은 참.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가을인데 겨울 같은 애매한 날씨를 즐기던 승관이 탈을 벅벅 긁는 날 보며 어쩌면 이번이 기회일지도 모른다고 입김을 넣었다.

남들은 부끄러워서 일부러 입고 고백하던데? 유튜브 안 봐? 하긴 세계 5대 폐가, 이집트 10대 불가사의, 그알 시간 순삭 영상만 보는 희귀한 생명체가 넌데 아무리 유튜브 알고리즘이 쩐다고 해도 네 계정에서는 그런 러블리함은 무리겠지. 아암.

스피커에서 댄스가 흘러나오고 승관의 둔부를 걷어차는 것을 신호탄으로 마침내 알바 지옥이 시작되었다. ‘아침에는 유산균’을 외치며 각기 춤을 추는 고양이와 뻣뻣한 웨이브로 시선을 앗아가는 반달곰, 우린 분명 유산균을 팔고 있었다.

한 가지 다른 점은, 손님이 오면 고양이는 한발 앞으로, 반달곰은 고양이를 바라보며 각기 다른 노력을 했다.




— 저희 할머니가 드시고 장이 20년은 더 젊어지셨다고.

— 과장 허위 광고로 잡혀가.

— 의자에만 앉아서 일하시니까 변이 잘 안 나오시죠?

— 여기 회사들은 외근만 일주일에 네 번이라던데.

— 저는 학생이라 시험 기간만 되면 변이 잘 안 나오거든요? 그럴 때마다 이 유산균을 마셔요. 정말 딱 5분만 투자하시면……!

— 너 유산균 알러지 있잖아. 그리고 술 똥 때문에 설사하는 거 우리 학과 애들도 다 알아.

— 야이 꼼도리 새끼 너 조용히 안 해?




대한민국 반달곰과 고양이가 서로에게 으르렁대는 이 장면은 세계적 내셔널지오그래픽이 평생 찍지 못할 순간이 될 것이다. 터무니없게도 고양이에게 혹했던 인간들은 유산균 알러지에 배신당한 얼굴로 차갑게 등을 돌렸다.

할머니 장이 20년이나 젊어졌다는 사실이 더 기막히지 않아? 나만 이해가 안 되는 거야? 장사에 소신만 있으면 땡전 한 푼 못 번다고 화를 내던 승관이 천막 뒤로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승관아, 판매가 목적이라지만 사장님은 허위와 과장을 원하는 게 아닐 거야. 우리 양심껏 팔자. 유산균 영양소만 제대로 보여줘도 하루치는 다 팔겠지. 승관은 내 말에 생각하는 듯하더니 구석에 찌그러진 하얀 보자기를 들췄다.




— 봐, 이게 우리의 양심이야.

— 울 할아버지 유산균 드시고 어제 20대로 돌아오셨대.

— 그건 진짜 구라다.

— 30대로 할까?




박스만 해도 오늘 다 팔지 못할 양이다. 박스당 인센티브. 열심히 하자. 승관은 파이팅 자세로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유산균은 곧 만병통치약’, ‘모닝 대변이 나라를 구한다’, ‘하루 5분으로 평생 장을 깨끗하게’ 구호를 외치며 인센티브를 향한 열정을 불태우고 있을 때, 테이크아웃 커피와 함께 동료들과 걸어오는 남자가 있었다.

이 순간이 오고 말았다. 탈도 썼으니 혼자 모른척하면 될 일을, 지금이 아니면 다음 주까지 기다려야 할 시간이 아까워 결국 손을 흔들며 고개를 숙였다. 남자는 머뭇거리다 겨우 손을 들었다. 평소 환하게 웃던 얼굴이 아니다. 미묘한 터치가 가미된 장난으로 가슴을 후리던 남자가 아니었다. 무리에 섞인 여자의 눈치를 보던 남자가 슬그머니 동료 뒤로 숨었다.

2n년간 쌓인 데이터는 많고 그간 조상님 덕도 봤다. 이건 불행하게도 외면과 창피함의 대체 언어였다. 내가 뭐라고 그것에 배신감을 느끼는지 묻고 싶었다. 혼자 놓으면 그만일 짝사랑에게 느낄 서운함과 곳곳에 찬 분노를 설명하기 어려웠다. 그냥 여자와 귓속말을 속삭이는 남자가 신경 쓰였다. 

그러나 나를 더 불행하게 했던 건, 인센티브에 눈이 멀어버린 승관의 밥 말아먹은 눈치였다.




— 형, 누나들의 똥이 콸콸콸!

— …….

— 변기 소리 시원하게 들으실 때도 됐잖아요, 다들?




화가 치밀어 올랐다. 변, 대변, 분비물 찌꺼기 등 에둘러 표현할 정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온갖 자극적인 단어만 내뱉는 녀석의 입을 막고 싶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의 지갑이 열리고 뒤에서 지켜보던 남자와 여자의 주머니도 승관에게 털렸다. 녀석은 병을 팔 때마다 고양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잔돈을 거슬렀다. 그 짧은 시간에도 나를 보며 남자 어깨에 기대고 스스럼없이 팔짱을 낀 여자는 승관의 뒤에서 방황하던 내게 가벼운 듯 뾰족한 질문을 건넸다.

우리 종규씨랑 친한 사이예요? 아까 둘이 인사하길래. 그러자 남자는 여자에게 어필하듯 강하게 부정했다. 서로 얼굴만 알아요. 저 나이는 뭘 하든 안쓰럽잖아요. 그래서 가끔 응원해줬죠. 현미 씨는 저 때 어땠어요? 여전히 예뻤죠?

칭찬받고 싶은 아이의 얼굴이다. 그럼 저 여자는 유치원 선생님쯤 되려나. 안쓰러워 연민했다는 말이 아프다. 연민을 호감으로 착각한 내가 아프다. 돈을 세던 승관이 행동을 멈추고 바닥만 보는 연민 가득한 날 주시했다. 부승관 너도 연민, 동정 이 따위 생각하는 거지? 나한테 마음 1도 없는 사람한테 고백한다고 그간 지랄 발광을 했으니 보는 입장에서 얼마나 웃겼을까?




— 우리가 왜 안쓰러워요? 내가 볼 땐 여자들 사이에서 정신 못 차리는 형이 더 안쓰러운데?

— 그만해.

— 상사 눈치, 새로 생긴 여자 친구 눈치 보느라 힘들죠? 그러니까 공부 좀 더 열심히 하지. 그래야 지금 다니는 정훈 상사 말고 저어기 삼성이나 엘지 식당 공기라도 킁킁대죠. 엘지 누나들은 만나 봤어요? 예? 제가 뭐냐고요? 전 울 아빠가 임원이라. 요즘 다들 인맥 취업하잖아요?

— 그만 하라고.

— 저 누나가 계속 너 째려보는데 혹시 예전에 문자 테러했던 사람 아냐? 자기는 고쳐도 분이 안 풀리는데 너는 자연미인이라면서 욕 문자 보내고 경찰서에서 아이피 추적까지 했는데…….

— 그만 좀 하라니까!




여자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변해갔다. 나는 부스를 박차고 창고로 달렸다. 유산균이고 돈이고 나발이고 상황을 피하고자 어디든 숨고 싶었다. 습한 창고 계단에 앉아 탈을 내팽개치고 무릎에 얼굴을 박는다. 그리고 연민과 동정의 눈빛을 발사하던 남자, 여자에게 잘 보이려 허둥대던 남자를 생각하는 머리를 마구 쳐댔다.

창고로 달려온 승관이 머리통을 향해 주먹질하는 손을 감싸 쥐며 안는다. 뭐만 잘못되면 안고 보려는 습관적 포옹에 부아가 더 치밀었다. 이제 속 시원 하지? 동방에서 뵹신 모지리 짓 할 때 웃겨 죽었지? 아니라고 하면 누가 모를 것 같아? 어차피 안 될 거 알고 있었잖아? 알고 있었으면서 왜 말 안 했어? 인형 옷 입고 고백 많이 한다고 참견해서는 왜…… 왜 사람 희망 품게 만들어……. 저번에 영화도 같이 봤단 말이야……나는 정말 날 좋아하는 줄 알았어…….

눈물, 콧물, 땀이 뒤섞인 얼굴이 승관을 노려본다. 녀석은 두 손을 체포하듯 잡고 눈을 감았다. 다음 생을 염원하는 기도 타임이라도 되는 거냐고 물을 찰나, 눈을 뜬 녀석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 네 기분 생각 안 하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서 미안.

— …….

— 제대로 된 가게 없이 부스에서 일한다고 해서 우리가 불쌍한 것도, 인생이 실패한 것도 아닌데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모독했을 때 너무 화가 나서, 네가 그때부터 바닥만 보고 있으니까 그것도 너무 화가 나서.

— 인맥 취업이라느니, 예뻐서 문자 테러받았다느니 없는 말까지 지어낼 필요는 없었잖아.

— 그럼 거기서 우리가 어떻게 이겨? 내세울 거라곤 학생인 것밖에 없는데?

— 그렇다고 네 학점이 좋은 것도 아니고.

— 네가 고작 자소서 완성한 게 자랑도 아니고.

— 선배한테 차여서 별명이 부사인볼트 된 게 영광도 아니고.

— 그 일은 빼자. 안 어울려.




목숨 걸고 피해 다니던 시절이 떠오른 승관이 손에 힘을 준다. 그러더니 “우린 아직 젊다, 우리 할머니 장이 20년 젊어져도 우리 장이 더 젊다.”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우린 아직 내세울 거 없는 것 없지만 젊음이 있으니 무궁무진한 잠재력으로 뭐든지 부셔버릴 수 있는 나이라는 뜻이었다. 땀으로 얼룩진 얼굴을 닦아낸 승관이 기분 좋게 웃는다. 문득 동방 거울 앞에서 아깝게 날린 시간들을 헛되이 보낼 수 없어 일어서려는 승관을 붙잡고 크게 외쳤다.




— 널 좋아해!

— …….

— 좋아해! 좋아해! 좋아해!

— …….

— 그 남자한테 이렇게 고백하고 싶었거든.

— …….

— 이건 아까운 내 시간에 대한 예의.




승관의 얼굴이 험상궂게 일그러졌다가, 묘해졌다가, 신경질적이었다가, 다시 온순해졌다가. 다양한 표정이 러시아 마트료시카 목각 인형 같았다. 그리고는 정적. 우는 사람도, 잘못을 비는 사람도 없는, 마무리됐다 싶었을 때 본능적으로 눈을 쳐다보는 일각의 순간.

그 순간의 내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고백의 실패보다 승관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증이 더 컸다는 것 밖에.




— 밥.

— …….

— 밥은 먹고 들어 가자.





*





뽀얀 국물에 입김을 불었다. 말캉한 살코기가 진한 육즙을 보인다. 온수를 마시던 승관이 김치를 덜어 과자처럼 와그작 씹었다. “설렁탕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왜 왔어?”라고 묻자, 승관은 “언제는 좋아해서 먹었나.”라고 답했다. “그럼 다른 데로 가지?” 반문하면, “알바 끝나면 설렁탕만 먹는 주제에.” 하고 논쟁을 덮었다.

고기 많이 먹어라. 요즘은 쑥만 먹으면 사람은 안 되고 건강한 곰만 된다더라. 승관은 일일이 건진 고기를 내 앞접시에 쏟아부었다. 대신 나박김치를 얹고 나물도 끼얹은 밥을 먹는 녀석이었다. 목이 막히면 설렁탕 국물을 먹긴 했지만 입에 다 대진 않았다.

국밥집 사람들은 고양이와 반달곰의 겸상을 곁눈질하며 간혹 사진을 찍었다. 승관은 내일부터 페북스타가 될 것 같으니 귀여운 마스크를 사야겠다고 했다. 카메라에 브이를 취하며 “제가 살다 살다 사람 밥을 먹네요. 그것도 머슴밥으로.”라는 위트도 보여주었다.




— 밥.

— …….

— 밥은 먹고 들어 가자.




정말 승관은 밥에 이끌렸던 걸까? 그래서 옷을 갈아입는 것도 잊고, 공강에는 하루에 샤워를 세 번이나 한다는 결벽증 환자가 고양이 발바닥이 까매진 것도 모른 채식당에 들어왔으려나? 비건 밥상으로 한 공기를 해치운 승관이 배를 긁는다. 츄르 잘 먹었니? 엉, 배 터지게. 유투브에 ‘설렁탕 츄르를 먹는 고양이’라고 낚시질하면 조회수 겁나 오르겠다. 녹말 이쑤시개 두 개를 입에 꽂고 드라큘라가 된 부승관종은 깊게 들어가려 하자 남다른 관종력을 뽐냈다. 저럴 땐 시답잖은 박수로 칭찬받아 마땅한 사람으로 대해야 뒷일이 없었다. 인정받은 승관은 이쑤시개를 내려놓고 무거운 엉덩이를 들었다. 카운터 박하사탕을 한 움쿰 쥔 건 비밀.





*





동네 외곽에 뜬 미니 놀이공원에 고양이와 반달곰이 입성했다. 개장 마지막 날은 자라나는 아이들로 넘쳤고 그들의 눈엔 우린 그저 놀이공원 알바 중 하나였다. 씹고 맛보고 뜯기에 충분한 고양이는 두 팔에 어린이들을 매달고 빙글빙글 돌았다. 에이, 재미없다. 얘들아 이제 가자. 하트 풍선 머리띠를 야무지게 쓴 아이의 뒤를 따라 부모의 곁으로 가는 아이들. 승관은 하늘 곁으로 가고 있었다.




— 승천한다, 잘 있어.

— 이미 죽은 거 아니고?

— 지금 밤이지? 나만 별자리가 보이는 거 아니지?

— 유아교육과 가고 싶어 했잖아.

— 어우, 다음 생한테 맡길래.




기력을 잃은 승관의 꼬리를 질질 끌어 회전목마에 앉힌다. 와아, 졸라 느리고 개답답하고 죽인다. 욕을 칭찬처럼 한 녀석이 아이스크림을 베어 문다. 고양이가 돼지바를 먹다니. 먹이사슬에서 지기 싫은 승관은 내 아이스크림을 반이나 떼어먹으며 “반달곰 먹이도 뺏어먹었으니 내가 남바원이다.”라며 이상한 논리로 정신 승리를 거머쥐었다.




— 이제 기분 좀 풀렸나?

— 왜? 무슨 일 있었어?

— 얼레, 모른 척하네.

— 이럴 땐 그냥 넘어가.

— 바로 신사의 도리?

— 동물법 중 하나라고 하자.

— 우리 고양이 법에는 없는데.

— 감정이입 하지마라 인간아.




멈춘 목마에 가만히 앉아 있던 승관이 아쉬운지 이번엔 마차에 앉는다. 한번 더 고고. 느리고 답답하다 칭얼대더니 20세 이상 탑승자 중에 제일 좋아하고 있었다. 저녁 개장의 불을 밝히듯 회전목마 지붕에도 불이 켜졌다. 호박 마차 밖으로 반달곰과 고양이의 얼굴에 노곤함이 진다. 가을이지만 겨울 같은 애매한 하루가 저물었다.

성으로 가는 신데렐라의 기분을 방금 느꼈어. 승관은 해에 비친 노오란 얼굴로, 들뜬 어투로, 땀에 젖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녀석을 보며 그들에게 화를 내던 얼굴과, 안아주던 가슴과, 잡힌 손을 떠올리다 앞서 무안하게 떠나버린 스스로를 반성했다. 일부러 그러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 있잖아, 아까 화내서 미안해.

— 그래.

— 나도 네 생각 못했어.

— 그럴 수도 있지.

— 그게 다야?

— 인정하고 사과하는 사람한테 더 이상 뭘 바라겠냐? 사과했고, 받았고, 서로 이해하면 된 거지.




꿈틀대며 험상궂게 일그러졌다가, 묘해졌다가, 신경질적이었다가, 다시 온순해졌다가……. 창고에서 봤던 승관의 표정이 스며든다. 정각을 울리는 성당의 종소리, 희미한 클래식, 호박 마차의 속력과 반대로 뛰는 심각한 인체의 BPM.




— 회, 회전목마를 타면 심장이 빨라져서 같이 온 사람을 좋아한다고 착각한다고 하더라.

— 갑자기?

— 인간은 언제 어디서 갑자기 지식을 뽐내도 이상하지 않은 동물이잖아.

— 근데 그건 롤러코스터 탔을 때 아냐? 개빨라서 심장 쿵쿵 뛰고.

— 아까 말 탔을 때 머리 날리는 거 못 봤어? 바이크 탄 줄 알고 겁나 어지러웠는데.

— 내 달팽이관이 고장 난 거냐? 지금 그런 거야?

— 끝났네. 어지럽다. 집에 가야지.




상의 부분은 탈의한 채 곰 발바닥과 고양이 발바닥이 티격태격 집으로 향한다. 각자 머리에는 ‘사랑놀이공원 5주년’ 기념을 매달고. 심심하면 가끔 서로의 왕발을 지르밟으며.





***





— 아까 자판기에서 밀키스 뽑았는데 환타 나왔다니까? 이백 원 더 비싼 건데 개이득.

— 1200원짜리 물 뽑았는데 스텔라 맥주 나왔으면 좋겠다.

— 어디서 날로 먹으려고?

— 날로 먹는 건 회지. 초밥 고?




‘조별과제는 알아서들 정해서 해오고 나머지는 학과 자료실 참고하면 됩니다.’라는 귀찮은 글자가 휴강을 알린 강의실에 책상을 올라탄 승관과 친구들이 있었다. 그들과 농담 돌려 막기 하는 녀석의 눈을 피해 돌아서지만 놓칠 리 없는 승관은 나를 불렀다.

연어장 초밥을 닮은 그대, 내게로 오라. 방금 만든 초밥 시를 읊으며 점심을 꼬드기는 승관을 따라가며 스스로에게 명령한다. 저 이상한 시를 멈추려면 가는 수밖에 없다, 할 수 없이 가야만 한다라고. 앞장서서 걷던 승관은 생각에 잠겨 뒤로 쳐진 내게 시선을 둔다. 뭘 그렇게 생각해? 내 시의 마지막 한 구절이 궁금해?




— 안 궁금해. 알바 잘려서 우울하고.

— 너만 잘림? 그날 한 박스는 팔았는데 너 때문에 인센티브도 못 받았다, 아냐?

— 지금 내 탓하는 거야? 네가 불난 집에 기름칠만 안 했어도 뛰쳐나갈 일은 없었거든?

— 그게 내 탓이라고? 그걸 참고만 있는 뷰웅신이 어딨는데?

— 그 뷰웅신이 되지 그랬어? 왜, 역할 맡는 거 좋아하잖아? 카페 매니저도 해보고 과대도 하는데 그 뷰웅신을 왜 못해?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되고 얼마나 쉬워?

— 아, 내가 그 뷰웅신 역할을 제대로 못해서 네가 지렁이 찾는 곰탱이처럼 땅만 봤구나.

— 죽고 싶어?

— 밥 먹으러 가는데 뒤지고 싶은 인간이 있겠냐?




승관이 가방을 뺏더니 재빠르게 골목길을 돌았다. 저거 안 봐도 카드 빼서 선불하고도 남을 갈비지다. 가자는 초밥집이 생생정보통, 6시 내 고향, VJ 특공대에도 나왔던 3대 맛집인 것을, 벗겨 먹어도 왕창 벗겨 먹을 생각이니라. 서둘러 골목을 돌아 얼굴을 들자, 숨쉬기도 버거울 만큼 가까운 거리에 승관이 있었다. 초겨울에도 쨍한 햇볕에 녀석의 얼굴 반이 날아간다. 너야 말로 반달곰이다 하고 놀려주려 입을 떼려는데, 사뭇 진지함에 반박은 하지도 못하고 저 멀리 날아가버렸다.




— 고백이 참 사람 여럿 망친다.

— …….

— 그래서 난 너같이 안 하려고.




말할 때마다 하얀 타래처럼 입김이 불었다. 빛으로 날아간 얼굴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을 때, 승관은 조금은 묵혔을 듯한, 하지만 잘 익은 고백 상자를 열었다.











[세븐틴/승관] OFF ON OFF _ 참견의 순기능 | 인스티즈  

 — 같이 달리면 심장이 빨리 뛰어서 좋아한다고 쉽게 착각한다더라. 

…… 

— 근데 이건 착각이 아니네.




















+) 

[세븐틴/승관] OFF ON OFF _ 참견의 순기능 | 인스티즈  

— (윙끄)


— 하지마.


— (윙끄)


— 왜, 뭔데 또.


— (윙끄)


— 잘생겼어. 최고야.


— (윙끄)


— 오늘도 역대급인 넌 매일이 리즈야.


— 계속 해봐.


— 넌 마치 겨울 속 촉촉한 립밥 같아. 내게서 영원히 떨어져선 안 될 존재.


— 더 해봐.


— 하루에 널 몇 번이나 생각하는지 난 굳이 세지 않아.


— 왜?


— 그건 호흡과 같거든. 들숨에 부, 날숨에 승관. 후.하.후.하.


— 이거 완전 더라이네.


— 야,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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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작가님 완전 오랜만이어요 ㅠㅠ 안녕햇살아 입니다 보고싶었어요 울 승과닝 이렇게 막판에 서윗하게 ... 최고되네요 사랑합니당🥰🥰
5년 전
독자2
헐 작가님 오랜만에요!! 꾸끈입니다!! (사실 저한텐 오랜만이 아니지만 ㅎㅎㅎ 며칠전에도 글보고있었다) ㅠㅠ 진짜 아 마지막 승관이 윙크 짤보고 헉 하고 너무 엄마미소하고 봤어요 ㅠㅠ 진짜 너무 귀여워요 선생님글 진짜 하나하나다 너무 좋아요 사랑해요 다음글도 빨리와서 집중해서 볼께요 사랑해요 선생님💖💖
5년 전
독자3
도제에요😀 진짜 신기한 것 같아 진짜 문득 작가님 생각 나서 글잡 들어오면 깜짝 선물 같이 근 며칠 새에 새 글이 올라와 있더라니까요....!!!!!오늘도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 글 잘 보고갑니닷👋 날이 추워지는데 감기 늘 조심하세요💖💙
5년 전
독자4
자까니이임ㅠㅠㅠㅠㅠ진짜 어디가신건 아닌지 언제쯤 돌아오실지 진짜 얼마나 기다렸는데요...일주일에 한번씩(사실 여러번씩) 들어와서 확인한 보람이있네요ㅠㅠㅠㅠ작가님 사랑해요
5년 전
독자5
작가님 진짜 너무너무 재미있어요 ㅠㅠ 오늘 처음 봤는데 작가님 너무 사랑해요 ㅠㅠ 포인트 모이면 작가님 글부터 탕진 하겠습니당 ㅠㅠ
5년 전
독자6
이제 봤는데 정말 재밌네요.. 밤새 열심히 봤습니다 필력이 좋다도 있지만 소재가 너무 신선하고 여타 인터넷에서 보던 소설이나 글들보다 재밌어요 진심입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보겠습니다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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