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우현X김성규 planetarium
현실과 관련이 없습니다.
아잌아잌 |
성규는 그 곳에서 깨어났다. 그 날은 모든 사고가 끝나고 성규의 49제가 끝났을 때였다.
"…"
머리가 띵하거나, 혼돈이 몰려온다거나 하는 느낌은 없었다. 그냥 그저 그렇게 존재했고, 아무일도 없었던 것 같았다.
"…!"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났을 때, 갑자기 돌아오는 칠흑처럼 어두운 기억의 파편들은 모든 것을 지옥 끝으로 몰아내는 것 같았다.
"…아, 아아, 아아아…."
비명을 내지르려 애썼지만 정작 나오는건 음울하고 낮은 짐승의 소리였다. 마치 자신의 목소리를 잃어 버린 것 처럼.
"…."
다시 침묵이 잦아들었을땐 해가 지고 있었다. 빛나고 아름다운, 무언가 불타는…. 불타는.
해가 지자 살아 있을 적과 같이 몸이 차가워짐을 느꼈다. 아니, 그냥 그렇게 자신이 생각할 뿐이었다. 죽었을 당시의 기억이 돌아오다니.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너무 아파. 내가 죽었다고? 불타서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아니야. 누가 장난치는 거겠지. 얼른 돌아가야지. 돌아가야해.
아무도 없는 조용한 밤. 스산한 바람이 나무를 흔드는 것을 보고 바람이 부는것을 알아차렸다. 눈물이 날 것 같다. 내가 뭐 때문에 죽었지…? 갓길에 쭈그려 앉아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무서워…. 어디서 부엉이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누가 와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누가 와도 날 알아볼 수 없구나.
그렇게 하룻밤이 흘렀다. 성규는 뜬눈으로 밤을 지샜지만 아무래도 죽은 사람은 피곤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걸을만 해서 걸어보았다. 여기가 어디지? 서울이랑 가까운 시골인가? 내가 어디서 죽었지? 그 생각을 하면 할수록 그냥 폭파한 그때 그 장면만 기억날 따름이었다. 내가 제일 무서워했지만 인지하지 못했던 그 당시. 극도의 공포에 물들었던 그 당시의 기억만 생각하면 할수록 머리가 아파와서 생각하길 관뒀다.
한참을 걷다 보니 이제 출근시간인지 혼잡한 도로가 보인다. 그냥 아무 차나 무임승차 했다. 이 차가 그저 서울로 가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살아서는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하지 못했던 많은 일들이 그냥 가능한 바람에 조금 허탈하기도 했다.
"…"
무임승차 할 때 성규는 물체가 두 가지로 나뉘는 것을 느꼈다. 영혼처럼 희미하게 자동차의 문이 열린 것을 봤다. 그러니까, 현실에서의 자동차 문은 움직이지 않았지만 영혼에서의 자동차 문은 움직여 열렸다. 그 문은 소리 없이 닫혔다. 아니면 소리가 났을지도 모른다. 차 안이 노랫소리에 시끄러워서 소리가 난 것도 몰랐을지도.
"…"
성규는 혼자서 노랫소리를 따라 부르는 차주인을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백미러에 눈이 갔을때, 그 곳엔 자신이 존재하지 않는 것을 보았다. 아, 거울엔 내 모습이 보이지 않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난 존재한다. 왜지…?
차는 시끌벅적하게 서울로 향했다. 그나마 성규가 시끄러운 것을 참고 이 차를 타고 온 까닭도 서울로 향하는 차였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서울에 도착하고 익숙한 길로 들어가는 것을 창밖으로 보았을때 성규는 달리는 차 안의 문을 열고 뛰어내렸다. 어차피 아픔도 느껴지지 않았으니. 숙소로 돌아갈까? 하지만 돌아가서 어떻게 하지. 난 아무도 보지 못할 텐데. 오후다. 벌써. 벌써 오후야. 성규는 갑자기 자신의 모습이 선명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게 뭐지? 왜 선명해져? 살아나는 것도 아니면서. 여러 사람들이 다니는 길에, 출근 길에 덩그러니 서 있던 성규는 멍해졌다. 사람들은 날 보지 못하는데 내가 내 손을 봤을때 선명해지는 걸 느껴? 뭐야. 머리 아파. 성규는 이마에 손을 대보았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다가 자신들의 숙소로 이끌리듯 걸어갔다.
천천히 걸어오다보니 해가 다 졌다. 중간중간 딴 길로 새서 날아도 보고… 날 진 못했다. 도대체 할 수 있는게 뭐야? 라고 성규가 화내듯 소릴 질렀지만 돌아보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마음대로 소리를 질렀다. 그 큰 광장에서. 하지만 아무도 보지 않았다. 간만에 좋은걸 찾았다. 하고 성규가 웃었다.
"…"
아주 조용한 숙소 안을 서성이던 성규는 모아진 박스를 발견했다. 거기서 자신의 반지를 발견해서 손에 끼워도 보았다. 그러다가 멤버들이 돌아오는 소리에 놀라 반지를 황급히 빼내 박스 위에 올려뒀다. 그리고 커튼 뒤로 숨었다. 그 반지는 우현이 발견했고, 반지는 우현의 바지 주머니로 사라졌다. 성규는 가슴이 아려옴을 느꼈다.
그냥 밖에 나가있었다. 누가 볼지 안 볼진 모르겠지만 가로등 밑에 서 있었다. 숙소에서 아주 시끄러운 소리가 나고 우현이 나왔다. 울면서.
"…야. 왜울어?"
아무도 볼 수 없으니까 웃는다. 슬퍼서 우는 목소리로 말하면서 웃었다. 우현은 나를 봤다. 그리고 내 목소리를 들었다. 그래서 난 우현의 어깨에 손을 올려봤다. 우현은 놀라고 멍해지고 내 어깨에 손을 대더니, 울면서 비명을 내지르며 소리를 질렀다. 미처 못 볼 것을 보 것 처럼. 미친 사람 처럼 울던 우현의 소리를 듣고 멤버들이 모두 나와 무슨 소리를 했다. 무슨 소리인진 잘 모르겠다. 모든 사람들의 말을 들을 수 있는건 아닌가봐.
우현이 멤버들과 들어갈때 나는 가로등 빛에 의지해 우현의 얼굴을 보며 웃었다. 그들이 모두 들어갔을때 나는 울음이 터지기 직전이었다. |
하..얗게 불태웠죠...하..
정리가 안된 느낌이네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