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은 한꺼번에 듣기를 추천드려요! -> 다른 화도 물론이구요)
아침에 일찍이 한빈은 활쏘기에 나섰다. 마음이 복잡하거나 신경쓸 일이 많을 때에 한빈이 주로 하던 일이였다. 쏘기만하면 백발백중. 한빈은 글보단 무예에 조예가 깊었던터라 이만한 것은 아무것도 아니였다. 잡고 있던 활시위를 놓자마자 다시 또,
"명중이옵니다, 저하."
"..... 빈궁은 일어났는가."
"방금 기침하셨다하옵니다."
*기침: 윗사람이 잠을 깨어 일어나는 것
활을 고르며 진환의 대답에 작게 미소짓던 한빈은 다시 활시위를 잡아당겼다. 피곤했을법도 하지. 작게 중얼거리던 한빈은 다시 목표물에 집중했다. 그러던 와중 진환이 산통을 깨곤 물어왔다.
"송구하오나, 저하."
"왜그러느냐."
"나오실 때, 빈궁마마를 처소에 계속 두시라 명하셨던 연유가 무엇이옵니까."
그 질문에 잠시 피식 웃던 한빈은 활을 잠시 놓았다. 잠시 인상을 쓰는듯 하던 한빈은 진환이 물어왔던 질문에 답대신 다른 질문을 했다.
"사람이 가장 솔직해질 때가 언제인지 아느냐."
".....?"
"바로 잠에 들었을 때다. 가장 겁이 없어지고 솔직해지는 때."
그 대답을 끝으로 자꾸만 떠오르는 아까의 빈궁의 모습에 점점 다시 표정이 어두워지는 한빈이였다. 다시 활을 잡아들곤 세게 잡아당기던 활시위가 미세하게 떨려왔다. 집중, 집중이 되질 않는다.
"..... 젠장."
조선에 별빛이 내린다
몇 시간 전
"...으윽..."
원 이 녀석은 도대체 몇 시에 잠든거냐며 중얼대며 뻐근한 몸에 찡그리던 한빈은, 자리에 앉아 어깨를 한번 돌렸다. 그러다 자신의 옆에서 곤히 잠들어있는 빈궁을 보곤 잠시 어색해하다 몸을 한껏 웅크리곤 이불을 꼭 쥐고 있는게 아기같아보이는 빈궁에 피식 웃고만다. 새근새근, 잘도잔다. 어제 원과 밤을 지새기라도 한건지. 한참 잘 자고 있는 빈궁을 흔들어 깨우려는 것도 잠시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에 손짓을 멈추고 만다.
"... 원...원군..."
원. 이원.
"원군... 원....."
빈궁의 입에서 원이 나오는 것에 잠시 머뭇거리던 그는 잠시 눈을 감고 인상을쓰다 습관인 이마를 짚었다. 이내 조심스레 눈을 뜨며 빈궁을 다시 바라보았다. 여전히 곤히 잠들어 있는 빈궁을 보며 씁쓸하게 웃던 한빈은 자리에서 미련없이 일어났다.
"... 우리 빈은 참 솔직하십니다."
... 그것이 어떤 의미를 내뿜고 있는지 정녕 모르시는 것입니까.
차마 끝까지 말을 잇지 못하던 한빈은 빈궁이 잠들어있는 자신의 처소에서 아까와 같이 미련없이 그곳을 나섰다.
"... 저하 기침하셨사옵니까."
"... 빈궁은 깨우지말게. 일어날 때 까지, 처소에 있게 두게나."
"예, 예.. 저하."
"조상궁,"
"예, 저하."
"빈궁이 일어날 때 까지 편히 처소에서 머물다 갈 수 있도록 하게."
"...예, 분부 받잡겠사옵니다"
김내관과 조상궁에게 말을 마치곤 앞만 보고 성큼성큼 걷던 한빈은 잠시 걸음을 멈추더니 빈궁이 있을 처소를 돌아보았다. 잠시 눈길을 그곳에 머물게하다 다시 고개를 돌리곤 앞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미련, 미련은 없다.
'... 항상 세자저하 곁에 있었습니다.'
'항상... 저하 곁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 누구의 빈도,'
'... 아닌, 저하의 빈이옵니다.'
미련, ... 미련은 없다.
조선에 별빛이 내린다
"마마, 조상궁이옵니다. 안에 들어도 되겠습니까."
"마마,"
"세자빈마마."
밖에서 들리는 조상궁 목소리에 눈이 희번득 뜨여진다. 밝은 햇살은 쨍 하고 방 안으로 들어왔고, 그에 따른 내 체감 시간은...
"마마, 들겠사옵니다."
조상궁이 들어오자마자 기다렸다는듯 곧바로 물었다. 지금, 지금 시간이 몇 시냐고.
"...오, 오시 이옵니다 마마."
*오시: 오전 11시~ 오후 1시
"뭐, 뭐?!! 아.. 아니 왜 날 깨우지 않았던 것이냐. 문호조차 올리지 못했거늘...!"
"문호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옵니다. 저하께서 이미 문호를 드렸습니다."
"요즘 문호를 제대로 드리지 못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전하께 저녁 문호엔 꼭 들겠다고 전하거라."
"예, 마마. ...아, 깨워드리지 못했던 연유는... 저하께서..."
"저, 저하께서 왜."
저하 얘기에 또 신경이 곤두세워진다. 침을 한번 꿀꺽 삼키곤 조상궁이 입을 열기만을 기다렸다.
"... 마마가 일어나실 때 까지 처소에서 편히 머물다 가실 수 있게 하라 명하셨사옵니다."
"저하..께서?"
"예, 마마."
말이 끝나고, 의복을 챙겨오겠다는 말에 알겠다고 답한 뒤 다시 주변을 돌아보는데, 베개 아래로 어젯밤에 원군이 읽어주었던 서책이 보였다. 조선에.. 별빛이 내린다. 책장을 무심하게 넘기다 밑으로 떨어지는 무언가에 책을 덮곤 떨어진 쪽지를 폈다. 필체를 보아하니 이 쪽지는 원군이 쓴 게 틀림없었다.
빈궁이 이 쪽지를 볼 때 쯤엔 조선엔 아침이 밝았겠지요
잠은 평안히 주무셨습니까? 좋은 꿈은 꾸셨구요.
그 꿈에 제가 나왔길 내심 기대해보는 바입니다.
오늘 하루도 빈궁과 같은 하루 보내시길.
-이원-
그 쪽지 내용에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피어오르던 때에 조상궁의 목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 그에 황급히 쪽지며 책이며 이부자리 밑으로 숨겨버렸다. 어차피 저하인것을, 어차피 한빈 그 자체인 것을 알면서도 왜그러는지. 옷을 다 갖춰입고, 머리에 얼굴까지 준비를 다 마친 상태로 처소에서 나서려다 갑자기 든 생각에 나인들을 다 내보내곤 종이에 한글자 한글자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연서를 쓰는 마냥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아, 연서가 맞는걸지도 모르겠네.
*연서: 연애편지
"...됐다."
다 쓴 편지를 접지 않은 채로 곧바로 볼 수 있도록 그대로 상 위에 내려놓았다. 이제 정말 책과 쪽지를 가지곤 나가려는데 하필 가장 중요한 것을 편지에 빠뜨려 다시 붓을 들었다. 그리곤 다시 조심스레 한글자씩 적어내려갔다.
한빈, 저하께.
○○, 빈궁 드림.
저하께.
... 한빈, 저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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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알림에 들어가보니 초록글에 올라와있다는 소식에 기쁨반 놀람반이였어요!ㅠㅠ 정말 모든 독자님들께 감사드린다는 말 밖에 할 수 없다는게 답답할따름입니다 (손덜덜) 정말 감사드려요♡ 암호닉! (암호닉은 항상 받고있습니다) 초록프글 님 ♡ 뀰지난 님 ♡ 달빛 님 ♡ 몰랑이 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