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나요
W. The Sun
학교 2013 박흥수 X 학교 2013 고남순
화이트 크리스마스 강미르 X 시크릿 가든 한태선
친구 2 최성훈 X 너의 목소리가 들려 박수하
신사의 품격 김동협 X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윤정혁
외
아름다운 그대에게 존김, 뱀파이어 아이돌 까브리,
검사 프린세스 이우현, R2B 지석현
“아, 겁나 더워.”
“비켜봐 새꺄- 바람 안 오잖아.”
“꺼져 새꺄. 여기 우리집 이거든?”
올해 들어 최고로 더운 날 이라나 뭐라나. 숨만 쉬었을 뿐인데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땀으로 젖어버리는 폭염에 지친 남순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가방과 하복 셔츠를 벗어던지고는 시원한 반팔 차림으로 선풍기를 끌어안았고, 그 뒤를 따라 들어온 흥수는 반팔까지 다 벗어던지려다 수하가 이미 방학을 하고 집에 있다는 걸 생각해내고 땀에 젖은 반팔을 펄럭거리며 땅바닥에 드러누웠다. 아니, 무슨 집에 에어컨도 안 틀어놨냐. 미간을 구긴 채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내던 흥수는 선풍기를 끌어안은 채 그 시원한 바람을 혼자서 만끽하고 있는 남순의 등을 퍽- 소리 나게 발로 찼다.
“좋냐? 좋아 새꺄?”
“어우윽- 아오… 어, 겁나 시원해.”
“에어컨 빵빵한 우리집으로 가자니까 왜 여기 와서 이래.”
“아, 지금 집에 미르 형 있다며.”
“그게 뭐?”
“미르 형한테 걸리면 나 죽는 거 알잖아.”
살짝 풀이 죽은 목소리로 빠르게 돌아가는 선풍기 날을 멍하니 응시하는 남순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흥수는 한숨을 푹 내쉬며 다시 남순의 얇은 허리를 툭- 발로 찼다.
“이제 잊었다니까 그러네.”
“그래도… 미르 형은 무서워.”
미르의 무서운 얼굴을 떠올린 듯 몸을 바들바들 떤 남순은 선풍기를 품에서 꺼내 누워있는 흥수의 쪽으로 돌리고는 그 옆으로 쪼르르 기어가 똑같이 바닥에 발라당 드러누웠다. 덥긴 엄청 덥다… 에어컨 틀면 태선이 형이 뭐라 그럴텐데…. 이제 노래도 잘 안 부르고 작곡만 하면서 목 아끼는 건 진짜 유별나. 입을 삐죽 내밀고 투덜거리던 남순은 천장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하소연 하듯 말했다.
“아아- 놀러가고 싶다아-”
“어디? 바닷가?”
“아니, 거긴 사람 많아서 싫어.”
“그럼 계곡… 아, 맞다. 남순아.”
“왜.”
흥수의 말에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고개를 돌린 남순은 대답이 없자 왜 대답을 안 하냐며 투덜거리며 몸을 옆으로 돌려 누웠고, 그런 남순을 보다 피식 웃은 흥수는 남순의 허리를 잡아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겼다. 아, 이 새끼가 더워 죽겠는데 뭐하는 거야. 그런 흥수의 행동에 미간을 구긴 남순은 다리를 올려 발로 흥수의 배를 밀쳤다.
“떨어져 새꺄 더워.”
“억! 야, 잠깐만!”
“이거 놓고 말해 새끼야, 니 손 겁나 뜨겁다고!”
“알았어! 놨어!”
“오케이. 이제 말해.”
“하, 새끼 진짜….” 얼얼한 배를 부여잡고 끙끙거리던 흥수는 상체를 일으켜 앉았고, 그런 흥수를 따라 자연스럽게 몸을 일으킨 남순은 고개를 한 쪽으로 기울이며 흥수의 말을 기다렸다.
“놀러 갈래?”
“우리끼리?”
“아니, 가족 다 모아서 같이.”
그건 무슨 개소린가요. 뚱한 표정을 지으며 흥수를 바라보던 남순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헛소리 할 거면 냉장고에 있는 아이스크림 물고 꺼지라며 흥수의 가슴을 툭- 밀쳤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새꺄. 너네 가족이랑 우리 가족이랑 합치면 몇 명이나 되는 줄 알고 하는 소리냐?”
“존형 별장이면 다 들어가고도 남을걸.”
“누구 별장?”
“큰 형 말이야. 포토그래퍼 한다는 형.”
“아, 맞다 참. 근데 그 별장이 뭐. 뭔 상관이야 그게.”
“안 그래도 다음 주에 방학 기념으로 그 별장으로 놀러가기로 했거든. 근데 존형이 우리만 놀러 가면 재미없을 것 같다고 너네 가족도 부를 수 있으면 부르라고 하던데.”
“오, 진짜?”
너네 형 진짜 부자긴 부자구나? 별장 겁나 큰가 봐. 우와, 와, 하는 감탄사를 입으로 남발하던 남순은 잠시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며 머리를 긁적였고, 그런 남순을 바라보던 흥수는 자연스럽게 남순의 어깨에 팔을 올리며 씨익 웃었다.
“콜?”
“….”
“다음 주 토요일부터 4박 5일.”
“우리 형들 있으니까 미르 형이 나 못 때리겠지?”
“야, 그 전에 내가 막을게. 그러니까 가자.”
“너 이 새끼, 미르 형이 다 잊었다며.”
“혹시 모르잖냐. 그 인간 성질머리 종잡을 수 없는 거 알면서.”
“근데 이건 내가 혼자 정할게 아닌데.”
“그럼 확실해지면 전화해.”
“오케이.”
고개를 끄덕인 남순은 씨익 웃어 보이며 다시 선풍기 앞으로 빠르게 기어가 선풍기를 끌어안았고, 또다시 선풍기 바람을 빼앗긴 흥수는 한숨을 푹 내쉬며 끝내 반팔을 벗어던졌다. 아, 이제 좀 살 것 같다. 숨을 크게 내쉰 흥수는 벗은 반팔로 몸을 대충 가리고는 눈을 감았다.
**
“형 왔다-”
“다녀오셨… 억!”
“형! 우현이 형! 형!”
“뭐야, 남순이 왜 이래?”
퇴근해 집으로 돌아온 우현은 뻐근한 어깨를 토닥이며 현관으로 들어왔고, 그런 우현을 맞이하며 가방을 받아든 수하는 우현에게 인사를 하려다 엄청난 속도로 달려 나온 남순에게 밀쳐져 소파로 나가 떨어졌다. 무… 뭐야 이거? 찰나의 순간에 나가떨어진 수하는 벙한 표정으로 천장을 올려다봤고, 소파에 앉아서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있던 정혁은 화들짝 놀라며 소파 위로 나자빠진 수하를 부축하면서 호들갑을 떠는 남순을 바라봤지만 그 옆에 앉아 있던 태선은 남순이의 갑작스러운 관심에 당황한 우현의 물음에 말없이 고개를 저으며 한심한 듯한 눈초리로 남순을 쏘아봤다.
“야, 남순아. 수하 다칠 뻔 했잖아.”
“어? 어, 미안. 박수하 너 괜찮음?”
“죽지 않았으니 괜찮다고 해야지 뭐.”
이제 이런 일은 익숙하다는 듯 정혁의 부축을 받으며 소파에서 끙끙거리며 일어난 수하는 자신을 바라보는 남순과 눈을 마주치고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우현의 가방을 정혁에게 건넸다.
“놀러가? 어딜 가는데?”
“흥수네 형 별장. 뒤에 계곡도 있고 별장도 겁나 크대!”
“뭐? 어딜 놀러가?”
“놀러 간다고? 진짜?”
수하의 말에 관심을 보인 정혁과 우현은 동시에 남순을 바라봤고, 남순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우현에게 말했다.
“놀러 갈거지 형?”
“어… 뭐… 안 되는건 아닌데….”
“대박!! 놀러간다!!”
“우와아아악!”
“수하는 방학했고… 정혁이는 휴학 중이고… 남순이 너도 곧 방학이고… 난 뭐, 요새 일도 별로 없으니 잠깐 휴가 내도 괜찮을거고… 아, 태선아. 너는?”
“난 안 가.”
밝은 분위기 위에 물을 끼얹다 못해 그 끼얹은 물마저 얼려버리는 태선의 시크한 대답에 사방에서 에에이- 하는 탄식이 흘러나왔고, 순식간에 김이 샌 정혁과 수하, 남순은 동시에 태선을 바라보며 같이 가자고 한 목소리를 냈다. 그런 목소리들을 한 귀로 듣고 다른 귀로 흘려버리는 듯 한 태선은 자신의 무릎 위에 놓여 있던 작곡 노트에 음표들을 적어내려가기 시작했다.
“바빠, 꺼져.”
“에이 형, 요즘 작곡할 일도 없잖아. 그것도 누구 줄게 아니라 그냥 쓰는거고. 그러니까 그냥 놀러가자. 응?”
“됐어. 귀찮아. 딱 싫어.”
“한태선 진짜 너무 하네- 동생들이 저렇게 원하는데 딱 잘라 거절하기야?”
“….”
“형, 태선이 형, 나 한 번만 봐봐요.”
남순과 정혁의 말에도 소파 위에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태선의 도도한 표정은 변함이 없었고, 그런 태선과 눈을 마주치려 용을 쓰던 수하는 잠시 고개를 들었다 멈칫하며 스치듯 지나가는 태선의 시선을 잡아내고는 남순의 옆으로 다가가 남순에게 작게 속삭였다.
“우현이 형이 한 번 제대로 찌르면 넘어올 것 같은데? 태선이 형 지금 지쳐서 어딘가로 쉬러 가고 싶어해.”
“오오, 그래?”
수하의 말에 바로 고개를 돌려 우현을 바라 본 남순은 주인에게 버림받은 고양이 마냥 애처로운 눈빛을 하고 우현에게 도와달라는 무언의 요청을 날렸고, 팔짱을 낀 채 태선을 바라보고 있던 우현은 그런 남순의 눈빛을 보고 한숨을 푹 내쉬며 태선에게 말했다.
“태선아, 그래도 명색에 가족 여행인데 다 같이 가야지 않겠니?”
“….”
“태선아.”
자신의 말에도 대답이 없자 한숨을 푹 내쉰 우현은 안 되겠다는 표시로 남순을 바라봤고, 그런 우현의 눈빛에 이제 수하까지 가세해 애처로운 눈빛을 보냈다. 그래, 우리 동생들… 형이 해결할게… 내가 아니면 누가 하겠니…. 끝내 남순과 수하의 애처로운 눈빛에 두 손 두 발 다든 우현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누르며 태선에게 제안을 했다.
“다음에 한국 뜰 때 군말 없이 돈 줄게.”
“….”
“태선아.”
“…알았어.”
태선의 마지못한 대답이 떨어지자 앗싸! 하는 환호성과 함께 서로를 부둥켜안은 정혁과 수하, 남순은 기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 입으로 자음을 남발하며 크게 웃어댔고, 그런 셋을 바라보는 우현의 입가에도 밝은 미소가 걸렸다. 저렇게 놀러가는거 좋아하는 줄 알았으면 더 신경 써줄걸 그랬나…. 밝은 미소 속에 씁쓸함을 감춘 우현은 소파 위에 놓인 자신의 가방을 들고 방으로 들어갔고, 그런 우현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태선은 방방 뛰고 있는 셋을 바라보며 그들에게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속삭였다.
“그렇게 좋아하면 이우현 상처 받잖아. 멍청이들.”
***
속깊은 태선이의 면모가 드러나며..!!
다음 화에서 부터 본격적으로 여행이 시작됩니다!
과연 존의 별장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또, 각자 짝(?)은 어떻게 찾아가게 될지..
커밍 쑤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