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나요
W. The Sun
학교 2013 박흥수 X 학교 2013 고남순
화이트 크리스마스 강미르 X 시크릿 가든 한태선
친구 2 최성훈 X 너의 목소리가 들려 박수하
신사의 품격 김동협 X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윤정혁
외
아름다운 그대에게 존김, 뱀파이어 아이돌 까브리,
검사 프린세스 이우현, R2B 지석현
3층 규모의 거대한 저택 수준의 별장 내부는 그곳의 주인인 존의 깔끔한 성격에 따라 모노톤의 벽지와 가구들로 심플하게 꾸며져 있었다. 엄청난 넓이의 거실 한 쪽 벽면에 위치한 대형 TV와 그 아래에 놓인 홈시어터, ㄷ자 모양으로 배열되어 있는 소파와 그 가운데에 위치한 낮은 사각 테이블은 모두 검은색 이었고, 그와 대비되는 옅은 아이보리색을 띄는 벽지와 회색 온돌마루, 곳곳에 포인트로 둔 초록색 화초들이 모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 어떤 모델 하우스도 이 별장을 따라 올 순 없을 것 같았다. 거실 한 쪽 벽면을 모두 뚫어 만든 통창으로 들어오는 여름의 화사한 햇살은 그런 거실의 분위기를 한 층 띄워주는 듯 했다고, 각 층을 이어주는 애쉬색 대리석 계단 곳곳에는 존이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찍은 화려한 풍경들이 진갈색 액자 속에 담겨 걸려 있었다. 그 개수가 몇 개나 되는지는 모르지만 그 사진들을 다 둘러본다면 아마 전세계를 모두 여행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돈을 대체 어떻게 벌어 모았길래 이런 집을 살 수 있는 걸까. 저택 안에 들어선 남순은 넋을 놓은 채 멍하니 이곳저곳을 둘러봤고, 그런 남순을 힐끗 바라 본 흥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남순의 팔을 잡아챘다.
“뭐하냐 너.”
“내가 여자였으면 존 형이랑 무조건 결혼한다.”
“뭐?”
“대체 이 집을 어떻게 산거야? 겁나 부자네.”
농담이 섞인 남순의 말을 장난으로 받아들였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흥수는 왠지 기분이 썩 좋지 못했다. 이건 대체 무슨 기분이지? 미간을 구긴 채 남순의 팔을 놓은 흥수는 머리를 긁적이다 쿡쿡 쑤시는 가슴을 부여잡았고, 그런 흥수를 이상한 듯 바라보던 남순은 뒤를 따라 들어온 정혁과 태선에게 호들갑을 떨었다.
“형! 형! 와, 여기 장난 아니야!”
“우오, 대박이네!”
“둘 다 입 좀 다물어. 시끄러워.”
“옙.”
날카로운 태선의 말에 입을 다문 정혁과 남순은 태선의 눈치를 보며 몸을 움츠렸고, 잠에서 깬지 얼마 안돼서 그런지 뻑뻑한 눈을 부비던 태선은 자신의 캐리어를 세워 놓고 그 위에 다리를 꼬고 앉았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밖에 나가 있던 형제들이 모두 거실에 모이게 되었다. 존의 설명에 따르면 1층에는 거실과 부엌, 큰 화장실 1개. 별장 뒤 수영장으로 향하는 복도와 계곡 쪽으로 향하는 복도가 있었고, 2층에는 존의 방과 서재, 흥수네 형제들이 각자 묵는 방 5개와 각 방에 붙어있는 작은 화장실 총 5개. 3층에는 손님들을 위한 큰 방 3개와 따로 떨어진 화장실 2개, 옥상 정원이 있었다. (이 쯤 되니까 나도 부럽다.) 3층의 방은 3개 밖에 없어서 태선과 수하, 정혁과 남순, 석현과 우현이 같은 방을 쓰기로 했다.
“박수하 파이팅.”
“힘내라 짜식.”
“수하야, 태선이 잘 부탁한다.”
“오오, 내가 아니라 다행이다.”
태선과 같은 방을 배정받은 수하의 어깨를 토닥인 형제들은 각자 짐을 들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고, 아무런 표정 없이 그 뒤를 따라 올라가는 태선의 뒷모습을 바라 본 수하는 태선에게 들리지 않게 작게 한숨을 쉬고는 그 뒤를 쪼르륵 따라 올라갔다.
**
“형, 근데 동협이는?”
“아, 동협이? 잠깐 선생님 좀 만나고 온다고 그러던데.”
“혼자 와?”
“걔 성훈이 형이 데리고 온대.”
누구?! 소파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던 흥수가 화들짝 놀라며 몸을 일으켰고,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핸드폰 갤러리를 둘러보던 미르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성훈이 형.” 하고 또박또박 대답해줬다.
“성훈이 형 원래 안 왔잖아?”
“머리 좀 식히고 싶다고 오겠다고 하던데. 왜, 싫어?”
“아니, 그건 아닌데….”
“싫다고 하면 죽는데 쟤가 싫다고 하겠어 형?”
미르는 성훈이 이곳에 오는 것 보다 태선을 어떻게 괴롭힐까 하는 문제로 정신이 없었다. 왜 한태선 앞에만 서면 가학적이고 잔인한 면모가 눈을 뜨는지… 난 정말 미친 놈인가 보다. 그 와중에도 흥수를 디스하며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한 미르는 큭큭 웃으며 흥수를 바라봤고, 어깨를 으쓱한 존은 투닥거리는 두 동생을 바라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까브리는 봤어?”
“누구?”
“까브리 말이야 까브리.”
“아, 지금 방 안에서 팝콘 먹고 있을 걸? 내가 새로 사다줬거든.”
“5일 동안 월식은 없지? 걔 날뛰면 우리 다 죽어.”
“괜찮아 월식만 없으면 순둥이야 순둥이.”
무언가 떠오른 듯 흡족한 미소를 한 미르가 몸을 일으키며 장난스럽게 씨익 웃어보인 미르는 자신의 방으로 향하는 듯 계단을 올라갔고, 그런 미르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존과 흥수는 동시에 같은 말을 속으로 뱉었다.
‘까브리 난동부리면 니가 막아 새끼야.’
**
“야, 고남순.”
“어아아악!”
“뭐야, 왜 그렇게 놀라?”
“놀랐잖아 새꺄! 노크도 안 하고 들어오냐!”
티셔츠를 갈아입고 있던 남순은 제자리에 주저앉아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고, 그런 남순의 반응에 덩달아 놀란 흥수는 몸을 잠시 뒤로 뺐다가 피식 웃으며 남순에게 다가갔다. 티셔츠를 팔에만 걸친 채 허여멀건 등짝을 훤히 내놓고 몸을 웅크린 남순을 툭- 걷어찬 흥수는 그 옆에 털썩- 앉으며 남순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는 방 안을 둘러봤다.
“뭐냐, 정혁이 형은 어디 있어?”
“머리 아프다고 잠깐 산책하러 나갔어. 왜?”
“그냥.”
실없는 새끼. 픽 웃은 남순은 티셔츠를 마저 다 입고 침대 위로 올라갔고, 그런 남순을 따라 침대 위로 올라간 흥수는 제 침대인 것처럼 편하게 누우며 하- 하고 숨을 내쉬었다.
“놀러온 소감은 어떠냐?”
“아직 본격적으로 놀지도 않았어 새꺄.”
“아니, 집.”
“완전 대박이지!”
내가 이런 곳에서 묵을 줄이야! 기분이 좋은 듯 파닥파닥 거린 남순은 베시시 웃으며 누워있는 흥수의 품속에 파고들었고, 그런 남순의 행동에 잠시 몸을 움츠렸던 흥수는 푸스스 웃으며 남순의 어깨를 끌어안고 토닥였다. 중학생 때는 그냥 자연스럽게 하던 행동들이 왜 이렇게 요즘 따라 어색한지… 3년의 공백이 있어서 그런가…. 잠시 눈을 굴리다 천장을 바라 본 흥수는 그것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으려는 듯 잠시 고개를 가로젓다가 제 품에 안겨 있는 남순을 내려다보며 피식 웃었다.
“그렇게 좋냐?”
“어. 개좋아.”
“그래도 그렇지 새꺄, 왜 나한테 애교질이야?”
“뭐, 이 새꺄? 애교질?”
미간을 팍 구기며 몸을 일으킨 남순은 무의식 적으로 흥수의 다리를 둔탁한 소리가 날 정도로 팍- 발로 찼고, 그 순간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다리를 움켜 쥔 흥수는 몸을 웅크린 채 바들바들 떨었다. 다… 다리…. 다리를 찼어…. 그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으며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했나 하는 생각과 함께 당황한 남순은 몸을 웅크린 흥수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어두운 골목에서 자신이 흥수의 꿈을 날려버린 그 순간이 눈앞에 떠오른 남순은 거의 패닉 상태에 빠져 있었고, 그 가녀린 손끝이 흥수의 어깨에 닿으려는 순간,
“장난인ㄷ… 어?”
“….”
“야, 고남순. 너 왜….”
다리가 아픈 척 연기를 하고 있었던 흥수가 장난이라며 크게 웃으며 몸을 돌리자 눈가에 눈물을 그렁그렁 달고 있던 남순의 볼에 끝내 한 줄기 물길이 새겨지고 말았다. 왜… 왜 울어. 어찌할 바를 몰라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던 흥수는 몸을 일으키고는 울음 때문에 바들바들 떨리고 있는 남순의 어깨를 가볍게 그러쥐었다. 젠장, 이런 걸로 장난치면 안 됐는데…. 많이 놀랐겠네. 미간을 구긴 채 속으로 자신을 욕하던 흥수는 하는 수 없이 남순을 품에 끌어당겨 안고는 등을 토닥이며 달랬고, 흥수의 품에 안기자마자 크게 울음을 터트린 남순은 흥수의 어깨에 얼굴을 묻으며 흐느꼈다.
“야, 미안해. 아오, 진짜 내가 생각이 짧았다. 그러니까 그만 울어라. 어?”
“흐으으… 다리… 다리 괜찮아? 응? 다리 괜찮… 흑.”
“장난친 거라고 내가. 다리 괜찮다고 몇 번을 말했냐.”
남순의 눈물에 어깨 부분의 옷이 젖어가고 있단 것을 느낀 흥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남순을 더 세게 끌어안았고, 그런 흥수의 품에 안긴 남순은 끔찍했던 기억을 지우려 애쓰며 흥수의 옷깃을 세게 붙잡았다.
**
“눈 아파.”
따가운 햇살에 눈을 찡그린 수하는 차에 놓고 온 헤드폰을 가지러가기 위해 주차된 차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내가 어쩌다 내 필수품을 놓고 내렸을까…. 작게 한숨을 내쉰 수하는 우현에게 받은 키로 문을 열었고, 어느새 찜질방이 되어버린 차 안을 낑낑거리며 들어간 뒤에 뒷좌석에 놓여 있던 제 헤드폰을 쥐고 다시 차의 문을 잠갔다. 태선이 형 피하는 데에만 신경을 써서 헤드폰 떨어진 줄은 몰랐나? 그렇게 중얼거리며 헤드폰을 목에 건 수하가 차의 문이 제대로 잠긴 것을 확인하는 동안에 저택 앞 주차장으로 검은 중형 세단 한 대가 들어왔다. 차의 시동이 꺼지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 수하는 그 차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고, 그 차의 문을 열고 내린 동협은 자신을 멀뚱하니 쳐다보고 있는 수하에게 손을 흔들었다.
“오, 박수하.”
“뭐야 너였냐?”
뭐야, 김동협이었네. 김이 빠진 수하는 한숨을 내쉬며 헤드폰을 썼고, 그렇게 그냥 몸을 돌리려는 순간, 운전석에서 내리는 누군가를 발견하고는 시선을 그 쪽으로 옮겼다. 처음 보는 사람인 것 같은데…. 살짝 미간을 구긴 수하는 고개를 한 쪽으로 기울이고 운전석 문을 닫는 그 남자를 쳐다봤고, 흥수네 가족 중에서 체격 조건으로는 최고일 것 같은 검은 양복을 입은 그 남자는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수하를 한 번 힐끗 바라보고는 아무 말없이 별장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뭐… 뭐야.”
잠시 동안 눈을 마주쳤을 뿐이지만 너무나도 생경하게 자신의 머릿속으로 파고드는 그 남자의 생각에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돌린 수하는 별장을 향해 올라가는 그 남자의 뒷모습을 겁에 질린 눈으로 바라봤고, 그런 수하의 머릿속에는 그 남자가 피범벅이 된 사람을 앞에 두고 주저앉아 있는 모습이 뚜렷하게 떠올라 있었다.
***
제가 사투리를 못써서.. 성훈이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표준어만 쓸 예정입니다.
ㅎㅎㅎㅎ... 사투리로 대사 쓰는건 너무 어려워요...
게다가 아직 성훈이는 완전 미지의 인물이라 어떤 성격인지도 모르겠고 말투에 행동에 죄다 모르겠으니...
그냥 제 머릿 속에 그려지는 그 이미지만 그려보려구요..
그럼 전... 다시 유혹 구상을 하러.. ㅎㅎㅎㅎ
달달한 미르태선은 역시 힘드네요.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