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
W. The Sun
화이트 크리스마스 강미르 (미친미르) X 시크릿 가든 한태선 (썬)
평범하게 사는 건 내 취향이 아니었다. 그 일이 있은 뒤로, 킬러가 된 이후로. 임무 없이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보고,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혼자서 집에서 노닥거려본 기억이 까마득했다. 일반인으로 지낸지 일주일. 이제 슬슬 질려간다. 난 아직 포로로 잡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임무가 들어오는 것도 없었고, 자주 놀러 오겠다던 박무열도 발길을 끊은 지 꽤 됐다. 빌어먹을 놈. 창가에 기대 앉아 한숨을 푹 내쉰 나는 아직도 깊게 잠들어 있는 한태선을 바라봤다.
누군가를 간병하는 건 처음 해보는 일이었는데, 생각보다는 괜찮았다. 하루에 몇 번씩 습관적으로 물수건을 가지고 와 몸 이곳저곳을 닦아주거나 몸이 굳지 않게 한 번씩 위치를 조금씩만 옮겨주고 하는 것도 귀찮지는 않았다. 대신, 항상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아 가던 손에. 피에 뒤덮여 피비린내가 가시질 않았던 손에 깨끗한 물수건이 올려져 있다는 것이 많이 어색했다.
뭔가… 새로운 일을 직접 찾아서 하고 싶었다. 이렇게 조용히 살다가는 몸이 녹스는 건 물론이고 머리에도 문제가 생길 것 같다. 아주 공들여 만든 마네킹처럼 잠들어있는 한태선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나는 손에 쥐고 있던 물수건을 탁자 위에 올려놓으며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을 꺼내들고 전화를 걸었다.
- 왜.
“내 장비 좀 가져다 줘.”
- 장비? 그건 왜? 너 그냥 쉬는 거 아니었어?
“토달지 말고 곱게 가져다주지?”
- …사고만 치지마라. 3시간 안에 보낼게.
“USB는 검은색만.”
- 오케이.
창가에 기대 있던 몸을 일으킨 나는 한태선의 곁에 다가가 앉고는 살이 더 빠져 이젠 뼈밖에 만져지지 않는 부드러운 손을 잡았다.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 따뜻함이 감도는 그 손을 아무 말없이 붙잡고 있던 나는 그 흰 손등에 짧게 입 맞추고는 작게 속삭였다.
“깨어나기 전에 조금만 놀다 올게.”
**
왠지 몰라도 신분 세탁을 시작해야 할 것 같았다. 대상은 한태선. 팀 S와 관련된 끈들을 하나 둘씩 모두 잘라내 버리는 일. 일명 ‘복수’ 를 시작하는 거였다. 한태선은 원하지 않을지 몰라도 난 꼭 하고 싶었다. 한태선을 저렇게 망가뜨린 놈들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다. 한태선을 위한 복수의 첫 번째 목표는 생각보다 쉽게 정해졌다. 박무열이 가져다 준 장비를 통해 팀 S의 데이터 베이스 일부를 해킹해서 얻어낸 한태선의 대한 정보에는 내가 죽여야 할 대상의 이름이 올라와 있었다.
「 이름 : 한태선. 성별 : 남. 나이 : 27세. 가족 : 알려지지 않음. 등급 : SS. 소속 : H팀(특수팀). 특이사항 : 임무에 대한 성실도와 성공률이 높음. 마담 I 제공. 」
마담 I. 일전에 들어본 적 있는 이름이었다. 유명한 고급 와인 바를 운영하는 여자인데, 일반인들은 그녀를 단지 어린 나이에 성공해 떼돈을 번 운좋은 여사장으로 알고 있지만 우리 쪽 사람들이 알고 있는 그녀는 일명 ‘남자 브로커’ 로 알려져 있었다. 바에서 마음에 드는 남자를 발견하면 그 남자를 따로 불러 하룻밤을 보내고 기분에 따라 남자를 죽이거나 기절시켜 다른 곳에 파는 것. 주로 인신매매로 팔려가긴 하지만 가끔 인원이 필요한 회사에게 싸게 넘긴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그 케이스가 바로 한태선 이었다.
안 그래도 꼭 한 번 만나보고 싶던 여자였는데… 잘 된건가. 작게 웃은 나는 차키를 집어 들고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
메를로. 와인을 만드는 유명한 포도 품종을 이름으로 가진 저 고급스러운 와인 바가 사람을 거래하는 추악한 행태가 빈번한 끔찍한 곳인걸 아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와인 바의 간판이 보이는 곳 맞은편에 차를 주차한 나는 담배 한 대를 꺼내 물고 끝에 불을 붙였다. 붉은 빛을 내며 검게 타들어가는 담배 끝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나는 그 매캐하고도 시원한 연기를 깊게 빨아들이고 입에 잠시 머금고 있다가 느릿하게 뱉어냈고, 입속에 남은 씁쓸한 맛을 음미하며 다시 담배를 입에 물었다. 병원에 있다 보니 담배를 자연스럽게 필 수 없었다. 가끔가다 정말 못 참겠어서 흡연실을 찾아가 피려 해도 그걸 어떻게 알아챘는지 불쑥 나타난 유은성이 환자에게 담배 냄새는 좋지 않다며 피지 못하게 하는 바람에 반강제적으로 금연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따지고 보면 한태선도 흡연자라 담배 냄새쯤은 괜찮은데 왜 나한테만 뭐라고 그러는지…. 한숨을 푹 내쉰 나는 반쯤 타들어간 담배를 재떨이에 문질러 끄고는 옷매무새를 고치며 차에서 내렸다.
작년까지 타다 질려서 멀찍이 쳐박아 뒀었던 검은색 재규어가 이렇게 유용하게 쓰일 줄은 몰랐다. 그 여자를 해치우고 도주하는 과정에서 폐차직전까지, 아니 폐차 되더라도 전혀 아깝지 않은 외제차. 아마 마담 I가 이 차에서 내리는 날 봤다면, 내가 자신의 바로 들어가는 것을 봤다면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일부러 블랙 슈트까지 이름 있는 브랜드의 것으로 입고 온 나는 손목에 찬 명품 시계를 몇 번 만지작거리다 와인색 셔츠의 깃을 매만졌고, 벨트 속에 숨겨놓은 날카로운 와이어를 확인한 나는 와인 바의 입구로 걸음을 옮겼다. 일부러 세상의 근심 걱정은 다 짊어지고 온 듯한 표정을 하며 입구로 들어서자 문 앞에 서있던 경비원들의 시선이 잠시 나를 향했다 떨어져 나갔다.
매달 27일. 마담 I의 나이이기도 한 ―그렇다고 진짜 그 나이인지는 확인 되지 않은― 이 날은 이 와인 바를 자주 찾는 단골손님이라면 무조건 기피하는 날이었다. 오늘은 그들이 부르는 ‘희생자의 날’. 아무것도 모르고 이 바를 찾아온 외부인들 중 어느 한 명이 타겟으로 정해지는 날이었다. 일부러 조명의 밝기를 조금 낮춰 조금 어두운 바 내부에는 예상대로 손님이 몇 없었다. 돈이 많다는 것을 자랑하기라도 하려는 듯 과도한 예의를 갖춘 채 맞은편에 앉아 있는 젊은 여자의 손을 떡 주무르듯 매만지고 있는 중년 남성과 남편과 싸우고 온 건지 구석 쪽 테이블에 앉아 술만 들이 키고 있는 3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여성. 일부러 관심을 받으러 온 듯 진한 화장과 타이트한 드레스, 각종 휘황찬란한 장신구를 하고 온 20대 초반의 젊은 여자 4명은 센터에 있는 테이블에서 왁자지껄하게 떠들고 있었다. 남자를 꼬시려면 다른 날 왔어야지. 운 없는 여자들이군. 작게 웃음을 흘린 나는 바텐더 앞에 앉아 목소리에 살짝 힘을 빼고 말했다.
“데킬라 선라이즈 한 잔.”
잔을 닦고 있던 여자 바텐더는 날 힐끗 바라 본 뒤 능숙하게 칵테일을 만들기 시작했다. 마시고 취할 정도의 독한 칵테일은 아니지만 일부러 기운이 없는 척 연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날 타겟으로 삼을 이유는 충분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완성된 칵테일이 내 앞에 놓아졌고, 그 화려한 빛깔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나는 살짝 미간을 구기고 작은 한숨을 뱉었다. 난 지금 여자 친구와 헤어지고 온, 세상에서 제일 운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처량한 남자다. 있는 거 없는 거 다 퍼줬지만 돌아온 건 차가운 이별의 말 뿐인 운 없는 남자다. 오늘 밤에 그 여자를 잊을… 무언가가 필요한 남자다. 가볍게 눈을 감은 나는 최대한 우울한 분위기를 자아내려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아무 말없이 바닥만 내려다 봤다.
“무슨 일 있으신가 봐요?”
고개를 숙이고 있던 나는 가까이에서 들려오는 젊은 여자의 목소리에 천천히 고개를 들었고, 어느새 내 옆 의자에 앉아있는 그 여자는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날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갈색의 굵은 컬이 들어간 긴 머리와 붉은 루비 귀걸이. 다홍색 새틴 드레스 까지. 마담 I다. 무표정한 얼굴로 마담 I를 바라보던 나는 작게 헛웃음 지으며 칵테일 잔을 가볍게 잡았다.
“그냥… 별거 아닙니다.”
“표정이 너무 안 좋으신데요?”
마담 I는 느릿하게 다리를 꼬고 내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그러자 타이트한 데다 깊게 파이기까지 한 드레스 위로 매끄럽고 볼륨감 있는 몸매가 더 부각됐고, 마담 I에게서 풍겨져 나오는 독한 향수 냄새가 나에게 끼쳤다. 예전이었으면 어땠을 진 몰라도… 한태선을 만나고 나니 저런 완벽한 여자가 나에게 관심을 보여도 별 감흥이 없었다. 한태선이라면 저렇게 대놓고 몸을 드러내지 않고 일부러 더 꼭꼭 감추며 아슬아슬하게 보여줬겠지. 한태선은 언제쯤 일어날까… 다른 여자를 품고 온 나를 보면 과연 무슨 표정을 지을까. 나한테 화 내줬으면 좋겠는데. 뜯어먹고 싶을 정도로 섹시하고 강하게.
“무슨 생각을 그렇게 진지하게 해요?”
“…애인 생각 했습니다.”
“아, 애인 있으시구나….”
“방금 전까지는 있었죠.”
태선아, 나 지금 바람피고 있어. 그러니까 얼른 깨어나서 날 죽이던 저 여자를 죽이던 해봐라. 니 목소리가 점점 기억이 안 나는 것 같아. 내가 살짝 미간을 구기자 작게 웃은 마담 I는 바텐더에게 살짝 눈치를 주며 내 쪽으로 더 가까이 다가왔고, 내 팔에 착 달라붙어 자신의 도톰한 가슴을 부비며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예전 여자는 잊어버려요. 그런 거 기억해서 좋을 거 없어요.”
“…그런가요.”
“내가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은데.”
“….”
“조용한 곳으로 갈래요? 여긴 사람들 눈이 많으니까 좀 그렇네요.”
“…그러죠, 뭐.”
“제가 안내할게요.”
밝게 웃으며 먼저 앞장서서 걸어가는 마담 I는 일부러 과장된 걸음으로 날 유혹하려는 듯 골반을 이리저리 흔들었고, 잠시 이를 바드득 간 나는 주먹을 꽉 쥐며 마담 I의 뒤를 따라갔다. 조금만… 조금만 참으면 된다.
**
와인바 한켠에 마련된 작은 방에 들어서자마자 마담 I는 내 품에 달려들어 나에게 키스를 했다. 하마터면 그 여자를 밀칠 뻔한 것을 힘겹게 참아낸 나는 마담 I의 허리를 단단하게 끌어안으며 키스의 주도권을 빼앗았고, 벌어진 입술 틈으로 인위적인 소리를 뱉는 마담 I를 벽에 강하게 쳐박았다. 지금 죽일까. 지금 죽여? 입 안에 퍼지는 화학적인 립스틱 맛에 짜증이 샘솟아 오르던 나는 벨트에 있는 와이어를 꺼내려다 아직 아니다 싶어 마담 I를 번쩍 들어 올려 그대로 침대로 향했다. 마담 I가 내 허리에 자신의 다리를 감는 순간에도, 내 자켓을 벗기는 순간에도, 내 넥타이를 뜯어내듯 벗기는 순간에도 그 여자를 죽여버리고 싶은 충동을 힘겹게 참아낸 나는 이젠 자신의 옷을 벗으려는 마담 I를 붙잡고 작게 속삭였다.
“일단 씻고 오시죠. 원래 여자가 더 오래 걸리잖아요.”
“그럴까요?”
“남자들은 금방 끝나니까.”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날 올려다보던 마담 I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욕실로 들어갔고, 침대 위에 남은 나는 입 안에 강렬하게 맴도는 립스틱 맛과 내 몸에 배인 듯한 독한 향수 냄새에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을 느끼고 침대에 걸터앉아 머리를 꾹꾹 눌렀다. 한태선에게서는 부드럽고 달콤한 비누향이 나는데 왜 여자들한테는 저렇게 독한 냄새가 나는 걸까. 예전엔 몰랐는데 지금 겪어보니까 정말 너무하네. 한숨을 푹 내쉰 나는 셔츠와 바지를 벗어 던진 뒤에 속옷 차림을 하고 화장실 문 앞에 섰다. 뒤처리는 최대한 깔끔하게 해야 하니까 옷 같은 건 필요 없지. 손에 와이어를 쥔 채 욕실 안으로 들어선 나는 와이어를 쥔 왼손을 뒤로 감추고 샤워 부스 안에 있는 마담 I에게 다가갔다.
“이렇게 급한 분인 줄 알았으면 더 빨리 나갈 걸 그랬나요?”
“…아뇨, 그냥 그 안에 있으셔도 됩니다.”
“이런 건 제 취향이 아닌데.”
예의상 작게 웃은 나는 샤워 부스의 문을 열고 그 안에 있는 마담 I를 끌어당겨 진하게 키스했고, 마담 I의 목덜미를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왼손을 마담 I의 등 뒤로 올렸다. 샤워 부스. 물만 뿌리면 흔적이 다 사라지겠지, 특정한 약품을 쓴다면 또 모를까. 입술을 떼고 낮게 웃은 나는 샤워기를 움직여 물을 열린 샤워부스 문 쪽으로 돌리고 마담 I를 내려 봤다.
“화끈하셔라.”
“느릿느릿한건 제 취향이 아니라서요.”
“그럼 빨리….”
“예, 죽여 드릴게요.”
싱긋 웃은 나는 손에 쥔 와이어를 마담 I의 목에 빠르게 감았고, 마담 I의 당황스러운 표정이 눈에 들어오기 전에 양손으로 와이어를 꽉 쥐고 세게 잡아 당겼다. 목뼈에 한 번 걸리긴 했지만 생각보다 부드럽게 잘려나간 목은 둔탁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고, 사방으로 튀어나간 피는 샤워부스 안을 온통 붉은색으로 물들였다. 한 박자 늦게 쓰러지기 시작한 몸이 바닥에 널부러지자 욕실 바닥이 온통 피바다가 되자 무표정한 얼굴로 샤워기를 뽑아든 나는 내 몸에 묻은 피와 샤워 부스, 욕실 벽에 묻은 피를 깔끔하게 씻어내고 두 동강난 시신의 위에 물을 틀어 놓은 채 욕실을 빠져나왔다. 여긴 마담 I의 공간이다. 마담 I의 부재는 그녀의 경호원들이 누구보다 빠르게 알아챌 것이다. 빠르게 옷을 입은 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표정으로 그 방을 빠져나왔고, 의아한 표정으로 바를 빠져나가는 날 바라보는 바텐더에게 작게 미소 지어주고는 밖으로 빠져나왔다. 내가 문 밖을 나서자 그 안에서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날카로운 비명 소리와 함께 무슨 일이냐는 굵직한 남자들의 목소리. 저쪽에서 알아챘다.
그 소리를 듣자마자 빠르게 내달린 나는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고 가속 페달을 밟았다. 원래의 나였다면 도주는 하지 않고 너 죽고 나 죽자 라는 마인드로 저 놈들을 다 쓸어버렸겠지만 지금의 난 몸을 사려야 하는 묘한 의무감이 있었기 때문에 최대한 속도를 올려 놈들을 따돌리는 데에 심혈을 기울였다.
**
시시하다. 병원에 도착한 내 입에서 터져 나온 말이었다. 누군가를 팔아넘기는 데에만 특화가 되어 있는 멍청이들인지 나에게 붙었던 꼬리들은 핸들을 몇 번 꺾어주니 다 떨어져 나갔고, 내가 속도를 줄여 일부러 붙인 꼬리 하나도 핸들을 몇 번 꺾자 지가 알아서 벽에 박아 펑 터져버리고 말았다.
“뭐 저런 새끼들을 경호원으로 두고 있었나 몰라.”
지나가는 아무나 잡아다가 경호원 시켜도 저 쓰레기들 보단 잘하겠네. 작게 웃은 나는 와이어를 너무 세게 잡아당겨 자국이 남은 손바닥을 매만지며 한태선의 병실로 향했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복도에는 간간히 지나가는 간병인 몇 명과 숙직 간호사뿐이었고, 적막이 감도는 복도에 뚜벅이는 내 구두소리가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 운동화로 갈아 신고 올걸 그랬나. 이거 은근 민폐네. 발걸음 소리를 줄이려 보폭을 크게 늘려 걷던 나는 한태선의 병실 앞에 도착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그런데, 어둑한 방 안으로 들어서자 방 안으로 비치는 은연한 달빛 속에 검은 형체가 보였다. 침대 위에 앉아있는 그 여린 형체를 바라 본 나는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제자리에 멈춰 섰고, 그 형체는 인기척이 느껴지자 내 쪽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한… 태선?”
***
당분간은 어색하게 느껴지는 달달한 장면이 나올 거예요~
폭풍 전야라고 폭풍 전에는 행복한 시간을 보내야죠 ㅎㅎㅎ
아직 태선이 상처가 나 나은게 아니라.. 조심 또 조심.. ㅠㅠㅠ
커밍 쑤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