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을 더럽히는 동화시리즈.(동.더.동)
W.리무버
2.스킨푸드
여느날처럼 박찬열네 원룸에 누워 노닥거리고 있는데 김루한이 더위에 헉헉대며 검은 비닐봉투를 들고 들어온다.
"뭐냐?"
더위에 얼굴이 달아올라 비닐봉투만 박찬열한테 던져 선풍기 앞 명당자리를 차지하곤 대답도 없다.
"복숭아네?"
투덜거리던 박찬열의 얼굴이 밝아진다.
오세훈 너도 먹을거냐며 내미는걸 오늘따라 땡기지않아 거절하고 나니 신난건 박찬열이다.
"아..뭐야."
그것도 잠시 비닐봉투 속 복숭아들을 꺼내던 박찬열의 표정이 썩어간다.
"다 뭉개졌잖아!"
손에 들려나오는 족족 모두 보기흉하게 뭉개져있다.뭉개진 복숭아마냥 표정이 뭉개진 박찬열은 등치에 안 맞게 발을 동동거리며 징징댄다.
박찬열의 투정을 들어주던 김루한의 인내심에 한계가 왔는지 벌떡 일어나 박찬열에게 걸어간다.
"이 새끼야.이거 하나 남아있잖아."
그리고 복싱 경력 3년차 김루한의 무자비한 린치가 이어진다.
박찬열이 뭉개진 복숭아꼴처럼 쳐맞는동안 화장실에서 나온 김종인이 식탁에 굴러다니는 탐스런 복숭아를 손에 들었다.
"이거 뭐냐?"
박찬열 저놈 목숨값이라고 답하기도 전에 옷에 슥슥 복숭아를 닦은 김종인이 아삭 베어물었다.
때리는 김루한이나 목숨이 달랑거리는 박찬열이나 김종인의 행동에 아무 관심이 없고 나도 목숨값도 못받는 박찬열에게 그저 애도를 표하고 고개를 돌리려는데 고개가 김종인에게 박혀 움직이지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김종인의 손에 달려있던 복숭이지만 말이다.
"....허.."
"야.."
차례차례 우리들의 목소리가 울려퍼지고 김종인의 입이 열리기 전에 복숭아가 입을 열었다.
"아,아파.."
복숭아가 입을 열었다.복숭아가 입을 열었다.다시 한번 말하지만 복숭아가 입을 열었다.
복숭아에서 나온 정체불명의 남자가 찢겨진 옷을 부여잡고 우리를 겁에 질린 눈으로 본다.
"누,누구세요?"
"님아.반사."
그래.미친개 김루한의 말처럼 반사하고싶다.넌 누구니.
"저는 복숭아의 요정이에요."
여지껏 쥐고있던 복숭아가 김종인의 손에서 툭하고 떨어졌다.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상황은 정리됐다.복숭아의 요정님께서 떨어진 복숭아를 줏어들더니 김종인에게 건네며 상큼하게 웃어보였다.
"날 가지세요.주인님."
본격 과일요정메이드물이 시작된것이다.
김종인은 복숭아의 요정에 이끌려 박찬열의 원룸을 나섰고 김루한은 지 일 아니라며 룰루랄라 집을 나섰다.
박찬열의 원룸에는 상처받은 박찬열과 벙찐 나만이 존재했다.
"주인님.주인님."
제발.그만해주세요..왜 그러세요..
"주인님.디오 광합성 시켜주세요."
요정님..저한테 왜 그러십니까...
조그마한 키탓에 슬며시 내려다보다 말똥말똥한 눈과 마주쳐 종인이 질끈 눈을 감았다.
"아,알았어요!!!"
종인이 한숨을 내쉬고 디오를 따라나선다.
"다쳐요.조심하셔야죠."
팔랑거리는 폼이 곧 으스러질듯 위태로워 종인이 앞서가는 디오를 따라잡았다.
"안 다쳐요."
"다친다니까요?"
"안 다쳐요.걱정마세요."
"다친대도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디오가 날았다.훨훨 난다.
"....여기서 이러시면 안돼요!"
"안 다친다고 했잖아요.왜 안 믿어요."
"그래요.알았으니 내려와요.얼른.얼른."
누가 볼까 얼른 골목을 둘러보는데 저기 끝에서 유치원생꼬마가 입을 헤에 벌리고 날아다니는 디오를 쳐다본다.
"내려오라고!!!"
디오의 다리를 풍선마냥 꼭 부여잡은 종인이 달리기 시작한다.
"요정님은 잘 계셔?"
"어.."
"근데 표정이 왜 그렇게 썩었냐?"
"자꾸...잖아.."
"뭐?"
"자꾸 날아!!!"
사실 나는게 그닥 문제가 되는건 아니지만 자다가 이상한 느낌에 눈을 뜨면 천장에 누워 마주보고 수면을 취하고있는 그 모습은 여전히 익숙해지지않고 볼때마다 더 큰 컬쳐쇼크로 돌아온다.
"아 쫌!!!!!!내려오라고요!!!"
이쪽에서 기겁하며 몸서리치면 위쪽에서도 꿀잠을 자다 놀라서 무방비상태로 그대로 떨어진다.
"아악!!!!!!"
익숙해지지않는다.
"..많이 아파요?"
"그냥 계란이나 갖다주세요.."
거울을 보자 눈가가 퍼래진 판다가 있는 모습에 한숨이 나오지만 눈물이 새나오는 그 눈에 죄책감이 덕지덕지 묻어있는터라 차마 뭐라하지는 못하고 계란심부름만 시키니 벌떡 일어난다.
"얼른 갔다올게요!"
"네..아,날지말라고!!!!"
"날아야 빨라요!"
10평 남짓한 원룸을 날아봤자지.요정님은 아직 공간자각능력이 부족한가보다.
"여기요!"
"....."
"문질러줄까요?"
"아뇨.괜찮아요."
"아니에요.제가 할게요!"
복숭아 요정의 치유능력을 보라며 달려든 몸짓은 의욕이 과다해도 너무 과다했는지 치료의 목적이 아니였고 정말 여느 진부한 로맨틱 코메디 영화처럼 실수인듯 덮쳐와 입술을 마주했다.
물에 던져놓으면 입만 둥둥 뜰게 분명한 박찬열의 말마냥 시간이 멈춘듯하거나 종이 댕댕 울리지는 않았다.
정말 사실적으로 입술의 촉감이 느껴졌고 각질마저도 생생하게 느껴져 립밤을 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많은 것들이 머릿속을 헤집어놓고있는데 갑자기 정신이 아릿할정도로 강한 향이 느껴졌다.
금세 입술이 떼어지고 얼굴을 마주하는데 그제야 그게 복숭아향이라는걸 감지했다.
"한번만 더해요.우리."
난 그저 복숭아향이 좋아서 그런거지.절대 요정님의 입술이 좋아서 그런게 아니다.
"그래서 요정님하고 사귄다고?"
"응."
"이 개새끼.이 로리타새끼.개놈이구만."
박찬열이 신나서 때리고 김종인도 좋다고 맞는다.병신들이 따로없지.
한창 둘만의 린치파티가 펼쳐지는데 김루한이 덥다고 손에 무언가를 들고 들어온다.
"그렇게 더워?"
"어.에어컨이라도 사라.박찬열 병신아."
"님이 좀 사주세요."
김루한이 말없이 선풍기를 틀었고 김루한이 들고온 비닐봉지에서 조그맣고 앙증맞은 체리가 도로록 굴러나온다.
이 느낌이 낯설지가 않아 불안하다.정말 불안하다.
"체리네??"
"응."
"나 먹는다!"
"하나만 먹어."
"에이~"
능글맞게 넘긴 박찬열이 씻지도않은 체리를 그대로 입속으로 집어넣었다.
그 많은 이빨로 씹으려 드는데 펑하고 뭔가가 터진다.
"씨발.또야."
내가 불안하다고 했지.입을 쩍 벌린 박찬열의 앞에는 체리의 빛깔.그것을 꼭 닮은 빨간 머리를 가진 남자가 뭔가에 끈적하게 젖은 채 박찬열을 노려보고있었다.
"...니가 나 빨았냐?"
"..예?"
"니가 나 빨았냐고!!!!!!"
"아,아뇨!!!
제가 어떻게 그런 음란한 짓을...!
박찬열의 말이 끝나지않았지만 체리요정일게 분명한 그 남자는 박찬열에게 덤벼들었다.
"김루한 너는 어디서 과일을 사오길래 저런 것들만..."
+오랜만에 온 주제에 소재는 은팔찌 찰 소재고 분량은 호빗이라구요?
마즘.누가 나 은팔찌 좀 채워줘ㅋ
체리남자가 누구인지는 나도 알고 모두가 아는 변백현이지.껄껄.
몰랐다면 어쩔수어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