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인반수 여자친구를 둔 유기현의 설렘 모먼트
01
여주는 강아지 반인반수임. 그것도 말티즈! 새하얀 털에 완전 사랑스럽게 생긴 털뭉치임ㅠㅠ 둘의 첫만남은 꽤나 강렬했음.
비가 새차게 내리던 어느날에 기현이가 우산을 안 가지고 가서 비를 맞으면서 집으로 돌아가던 중, 골목길에서 낑낑 거리는 강아지 울음소리가 들림.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겠지만 그날따라 왜그런지 모르겠는데 발걸음이 쉽게 안 떨어짐. 결국 기현이는 비를 맞으며 골목길 안으로 들어갔고, 그 안에는 다들 예상하듯 강아지로 변한 여주가 비를 쫄딱 맞아서 바들바들 떨고 있었음.
"....춥겠다."
결국 마음 약한 우리 기현이는 여주를 데리고 자신의 집으로 향했음. 가는 동안 여주 추울까봐서 자기가 입고 있는 옷 안으로 여주를 꽉, 안은 채 말임.
여주를 집 안으로 데리고 온 기현은 허둥지둥 드라이기를 찾았음. 여주와 꼭 닮은 복실복실한 털 담요를 챙겨서 여주를 살포시 그 위에 올려 놓고는, 콘센트에 드라이기 코드를 꼽고 전원 버튼을 눌렀음. 혹여나 위이잉- 그 소리에 여주가 놀랄까 봐 제일 약한 바람으로 맞춘 다음, 여주의 털 위에 아주 조심스럽게 손을 올리고 말리기 시작했음.
근데 이게 웬일. 어느정도 말리니까 여주가 팡, 하더니 사람으로 변한 거 아니겠음? 기현이는 자기가 데려온 강아지가 반인반수였다는 사실에 너무 놀라서 할 말을 잃었는지 어버버거렸음. 하지만 기현이가 더 놀랬던 건,
"...어... 울지마..."
바로 사람으로 변한 여주의 눈물 때문이었음. 사람으로 변한 여주가 놀란 기현이랑 눈이 마주치더니, 아무런 표정 변화없이 눈물을 퐁퐁 하고 흘리는 거 아니겠음? 진짜 눈물만 뚝뚝뚝 흘리는 여주에 당황한 기현이는 영문도 모른 채 여주 달래는 중. 당황해서 울지 말라고 어정쩡한 자세로 여주 등 토닥 토닥 해주는데, 여주가 갑자기 기현이 품에 확 안겨 버림.
".....저기.."
"저 버리지 마세요...."
".........."
갑자기 품에 확, 하고 안긴 여주에 제대로 당황해서 .....저기.. 하면서 여주를 떼어내려고 하던 그 손길이 그 다음에 들려오는 여주의 울음 섞인 음성에 기현에 손동작이 멈췄음. 버리지 마세요...? 기현은 그런 여주의 애절하고도 절절한 목소리에 허공에 떠돌던 손을 여주의 등에 안착 시켰음. 그리고는 아주 조심스럽게 등을 쓸어내리기 시작했음. 그냥... 그냥,
"울지 마. 안 버릴 테니까."
지금 흘리는 눈물을 멈추게 해주고 싶다, 라는 생각만 들었거든.
02
결국 그 사건 이후로 여주는 기현과 같이 살게 되었음. 처음에는 낯을 가리는지 잔뜩 움츠러있던 여주는 어느새 본래 제 성격을 찾은 듯, 기현이만의 사랑둥이가 되었음.
"주인! 오늘 일찍 들어와?"
"나 오늘 회식 있어서 좀 늦을 텐데."
"헉. 진짜...? 알게써..."
현재 사람인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여주 귀랑 꼬리가 축 처진 게 보인다면 착각인 걸까. 자신이 지금 어떤 마음인지 표정으로 확확 보이는 여주가 기현은 그저 사랑스러울 뿐.
"올 때 여주가 좋아하는 떡 사올까?"
"진짜? 주인이 최고야!"
기현이 여주 머리 쓰담쓰담 하면서 말하니까 여주 이번엔 진짜 퐁, 하고 귀 튀어나옴. 그리고는 기현에게 폭 하고 안김. 그런 여주의 행동에 미치겠다는 듯이 낮게 웃던 기현 역시도 손을 올려서 여주를 꽉 끌어 안음. 그리고는 흔들 흔들.
"아... 사랑스럽다 진짜."
03
여주 지금 매우 화난 상태. 사온다는 떡도 안 사왔고, 분명 늦어도 11시 전에는 들어온다고 했던 주인 기현은 1시가 다 되서야 들어왔기 때문. 그것 뿐이면 이렇게까지 화가 나지는 않았겠지. 들어온 기현의 상태는 술에 떡이 되서는 여주가 제일 싫어하는 술냄새 풀풀 풍기면서 들어옴.
끙끙, 힘들게 기현을 부축해서는 겨우 겨우 방 침대에 눕혀 놓기는 함. 대체 이 상태로 집에는 어떻게 온 건지 의문이 들 뿐임. 사실 기현과 여주는 같이 자는데 술 냄새도 그렇고 떡이 된 기현 옆에서 자고 싶지 않아서 여주 결국 소파에서 잠. 떡 사온다고 했지, 떡이 돼서 온다고는 안 했잖아 주인...
"주인 미워..."
내일 두고 보자, 라는 생각을 하며 소파에서 잠 든 여주였음.
으음... 술 때문에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일어난 기현이 곧바로 여기가 어딘지 확인했음. 다행히도 집이긴 한데... 여주 어디 갔지? 자신의 옆에서 곤히 잠 들어있어야 할 여주가 보이지 않아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음. 그리고는 방 밖으로 나가자 바로 보이는 것은, 거실 소파에 누워 불편하게 새우잠을 자고 있는 여주의 모습. 아, 맞다....
"...미쳤어 유기현...."
그제서야 여주가 술냄새를 싫어하는 것을 생각해 낸 기현이었음. 사실 여주는 전 주인이 밤낮으로 술을 마시고 들어오던 기억 때문에 술냄새를 아주 아주 싫어함. 그걸 기현 역시 알고 있고. 그런데 자신이 그런 짓을 했다는 거잖아. 기현이 불편하게 소파에서 자고 있는 여주를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음. 미안해서 어떡하냐... 한참을 그렇게 여주만 바라보다가 정신 차리고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감. 그리고는 페브리즈를 방 안 전체에 칙칙 하고 뿌리기 시작함. 대충 술냄새가 안 나는 거 같아질 쯤, 다시 방 밖으로 나와서 소파에 누운 여주를 번쩍 들어 올렸음.
"...왜 이렇게 가벼워."
너무 쉽게 들어올려지는 여주에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인상을 찌푸린 기현은 속으로 생각했음. 우리 여주 떡 많이 사줘야겠다. 방 안에 여주를 살포시 눕힌 기현이 이불까지 꼼꼼히 덮어줬음. 그리고는 다시 방 밖으로 나가서 화장실로 들어가서 샤워를 시작했음. 혹여나 술냄새가 날까봐 아주 구석구석 씻음. 양치까지 끝낸 기현이 초스피드로 머리까지 말리고는 여주 옆에 누음. 그리고는 아기 마냥 색색 거리며 자고 있는 여주를 내려다 보는데 너무 예쁜 거임. 자기도 모르게 아빠 미소 제대로 지어짐.
"왜 이렇게 예쁘냐 진짜."
한참을 그렇게 자는 여주 얼굴 구경하는데 여주가 깨려는지 인상을 찡그리면서 안 떠지는 눈을 애써 뜨려고 함. 그런 여주의 모습에 기현이가 얼른 여주 안아서 더 자라고 등 토닥임.
"더 자, 더. 왜 이렇게 일찍 깼어."
".........."
"응?"
더 자라고 토닥이는 기현의 품에서 나온 여주가 기현을 있는 힘껏 째려봄. 그런 여주에 기현이는 그저 당황. 뭐지, 내가 뭘 잘못했지. 생각하던 기현은, 맞다, 했구나. 존나 큰 잘못. 자기의 큰 잘못을 생각해 냄. 기현이 울상을 지으면서 다시 여주 안으려고 다가가면 여주가 획 피하더니 아예 등을 돌리고 돌아서 누움.
"여주야, 많이 화 났어?"
"주인 세상에서 제일 미워."
"잘못했어 내가. 얼굴 좀 봐 봐~ 응? 여주야."
"시러! 밉다구 주인!"
아... 미친. 졸라 귀엽잖아. 분명 자기가 잘못한 상황이고 빌어야 할 상황인데, 상황에 안 맞게 너무 귀여운 여주의 모습에 실실 웃음이 남. 그런 기현의 웃음 소리를 들은 여주가 고개만 획 돌리더니 기현을 보고는 소리침.
"주잉은 지금 우슴이 나와!!"
"내가? 아니? 나 지금 완전 반성중인데? 나 여주한테 미안해서 눈물까지 나, 지금.
"씨... 맨날 지는 건 나야..."
결국 여주 졌다는 듯이 입술 쭉 내밀고 기현의 품으로 쏙 들어가서 품 안으로 파고 들었음. 여주도 화 내고 싶은데 기현이 너무 좋은 걸 어떡해. 그건 기현 역시 마찬가지. 자기 품 안으로 파고드는 여주 혹여나 새벽이라 감기 걸릴까 싶어, 이불 더 꼼꼼히 덮어줌.
"여주야. 나 봐 봐, 얼른."
"시러어..."
"빨리."
기현의 재촉임에 하는 수없이 기현의 품에서 얼굴만 쏙 빼서는 고개를 올려 기현을 쳐다본 여주가 쪽, 하며 자신의 입에서 급하게 떨어지는 입술에 눈을 똥그랗게 떴음.
"헉. 주인... 지금 뭐 한 거야...?"
"예뻐서."
".........."
"잘 자, 여주야."
결국 여주는 새벽부터 일어나서 잠도 제대로 못 잤다고.
***
왜 몬엑은 글잡에 글이 없는지 너무 슬퍼서 제가 쓰기로 했습니다! 하하! 재밌게 읽어주셨으면 좋겠네요ㅠㅠ 봐주신 독자님들 모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