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소꿉친구를 두면 생기는 일은?
02
내가 유기현에 대한 마음을 깨닫게 된 순간은, 그날이었다. 너랑 나랑 헤어지던 그날. 아직도 눈을 감으면 눈에 훤하다. 이제 드디어 가수에 꿈을 이룰 수 있다며, 회사에 들어가게 되었다고 방방 뛰며 좋아하던 네 모습이 말이다. 나 역시 행복해하는 너의 모습에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물론, 그 뒤에 이별이 있을 줄은 누가 알았겠어.
기현이랑 나는 태어났을 때부터 같이 자라왔다. 그래서 아주 질리도록 붙어 다녔지. 유치원을 시작으로, 초, 중, 학창시절 마지막인 고등학교까지. 기현이와 나는 항상 붙어 다녔다. 엄마와 아빠가 맞벌이를 하시는 탓에 나에게 엄마, 그리고 아빠는 너였다. 너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 아래로 형제가 없는 너와 나는 서로가 형제였다. 때로는 서로에게 엄마 아빠가 되어주고, 또 때로는 서로에게 둘도 없는 형제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너가 없는 나는 상상할 수 없었다. 유기현이 없는 유여주는 상상이 안 돼. 그래서 그랬다. 그래서 가수라는 꿈에 한 발짝 다가가는 너를, 나는 진심으로 축하해주지 못했다. 할 수 없었다.
참 많이도 울었다. 연습생 신분이 되면 숙소 생활을 해야 한다는 너의 말에. 윗집에 살아서, 옆을 보면 항상 너가 있었는데. 이제는 그럴 수가 없단다. 너가 떠나는 그날까지도 난 참 많이 울었다. 사실 기현이 역시 안 그래 보이지만 낯을 꽤나 가린다. 그런 너가 기 센 연습생 사이에서 숙소 생활을 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스트레스였을 텐데, 그때 그 어린 나는 그런 기현이를 이해해주지 못했다. 아니, 안 했다. 이제 떠나는 애 앞에서 잘하고 오라고, 넌 꼭 데뷔할 수 있다고, 응원과 위로는 못해줄망정, 차라리 데뷔하지 말라고 악담을 퍼부으며 철없이 울던 애가 나 유여주였다.
"유여주."
".........."
"여주야. 나 좀 봐라, 응?"
".........."
"진짜 나랑 얘기 안 할 거야?"
".........."
"이렇게 얼굴도 못 보고 헤어지면 난 가서 어떻게 해."
이날이었다. 기현이와 내가 헤어지던 날이. 숙소 생활을 해야 한다며 서울로 떠난다는 기현이의 말에 나는 그날 이후 단 한 번도 기현이의 얼굴을 보지 않았다. 항상 우리 집에 찾아와 나를 보려고 애쓰는 기현이를 철저히 무시했다. 웃기게도 나는 기현이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있었다. 웃기지. 내가 뭐라고 기현이가 꿈을 쫓아가는 거에 배신감을 느껴. 너의 행복에 가장 큰 기쁨을 느낄 내가 이러한 행동을 보였던 건, 그만큼 유기현 없는 유여주는 상상이 안 됐으니까. 그 소식을 듣고 단 하루도 빠짐없이 울었다.
기현이를 보면 또 울 거 같아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이불 속에 처박혀 있는 시간이 벌써 한 시간이나 지났다. 기현이는 내 방 의자에 앉아서 계속 저렇게 내 이름만 불러댔다. 바보 같아, 유기현. 나였으면 진작에 이불 깠어. 바보같이 착해서 그러지도 못해.
"...너 진짜 미워."
".........."
"나 버리고 가니까 좋냐? 아주 데뷔할 생각에 벌써부터 좋아 죽겠지?"
".........."
"그냥 데뷔하지 마. 너 가면 너 데뷔 못하게 해달라고 맨날 빌 거야...."
".........."
"몇 시간 뒤면 너 없잖아... 나 너가 없던 적이 한 번도 없어서...."
".........."
"그래서... 나 너무 힘들어, 기현아...."
내 물기 어린 목소리에 결국 침대 가까이로 온 기현이가 느껴졌다. 한 시간을 내 이름만 부르던 애가, 내가 우니까 바로 온 거야. 진짜... 바보 같아 유기현.
"일어나, 얼른."
"........."
"힘으로 하기 싫어. 빨리"
낮게 방 안을 울리는 기현이의 목소리에 하는수 없이 몸을 일으켰다. 고개를 푹 숙이자, 기현이가 온전히 저만 바라보고 있는 시선이 느껴졌다. 이래서 싫었다. 너랑 마주 보는 게. 곧 있으면 너 없잖아... 유기현 이제 없잖아... 다시 흘러내리는 눈물을 그냥 놔뒀다. 보라고. 유기현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게 나 우는 건데, 지금 이렇게 우는 건 다 너 때문이라고.
눈물 범벅이 된 내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보던 기현이는 침대에 몸을 앉히고는 조심스럽게 내 얼굴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는 눈물과 땀으로 인해 잔뜩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주며 말했다.
"이게 뭐야. 속상하게."
가만히 내 머리를 정리해주는 기현이를 보고 있으니 금세 눈물이 또 차올랐다. 나만 이렇게 힘든가? 우리가 이제 헤어진다는 사실이 나만 이렇게 힘든 거야? 내가 너무 애 같은 거야? 금세 차오른 눈물 한 방울 툭, 하고 떨어졌다. 내 머리카락을 정리하던 기현이의 손길이 느려지는 게 느껴졌다.
".....왜 또."
"너는 나 없는 게 아무렇지도 않아...?"
".........."
"몇 시간 뒤면 너 서울로 간다며. 그럼 이제 진짜 언제 볼지 모르는데...."
".........."
"진짜 아무렇지 않아? 넌 그래?"
대답이 없는 기현이에 나도 모르게 불안해졌다. 그래서 애처럼 계속해서 기현이를 재촉했다. 그냥... 기현이의 입에서 정말 그런 말이 나올까 봐. 그게 너무 무서웠다. 혹시나... 난 상상만으로도 이렇게나 힘이 드는데, 네가 없는 날 상상만 해도 이렇게 가슴이 미어지는데. 넌 그게 아닐까 봐.
근데, 참 다행이야.
"어떻게 아무렇지 않을 수가 있겠어."
".........."
"나한테서 너가 사라지는 건데."
내가 너를 생각하는 만큼, 너도 나를 생각해서 말이야.
***
괜찮으신가요?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네요ㅠㅠ!
지금 나온 건 기현이와 여주의 과거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막 엄청 슬픈 글은 아니에요!
사실 반응 좀 보고 글을 내고 싶었으나,,, 이 다음 내용이 너무 적고싶어서...! 참을 수가 없었어...!
많이들 좋아해주셨으면 좋겠네요 정말ㅠㅠㅠ
흔적 많이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