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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또 저녀석이다. 학생으로선 해서는 안될 행동을 달고 다니는 녀석. 이젠 하도 봐서 이름도 외워질 지경이고, 뒷모습만 봐도 그녀석이란 걸 알지만 이름은 불러주고 싶지않다. 저런 녀석에게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 사치다. 사치. 갈색생머리에 얄쌍한 눈꼬리와 붉은 입술, 귀한쪽엔 피어싱. 그리고 두개 정도 풀린 단추와 마른 다리에 맞게 줄인 교복바지. 그 모습에 나는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이 머리를 두어번 흔들었다. 야. 낮은 목소리로 그녀석을 불렀다. 그녀석이 움찔하다가 멈추더니 날 보았다. 이젠 아주 익숙한 듯이 내 앞으로 온다. 이젠 아주 익숙하지? 도대체 왜 자꾸 규정을 안지키는지 의문이다. 그녀석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가서 째려보다 부루퉁한 목소리로 말했다. 학번이름.

 

 

" 2학년 3반 김성규요. "

 


정말 맘에 안든다. 저 김성규라는 이름. 그렇게 고치라고 늘려오라고 말해봐도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김성규에 자연스레 인상이 찌그러졌다.

 

 

" 내가 염색풀고 바지 늘려오라고 했잖아. "

" 시간이 없어서요. "

" 다음주까지 염색풀고 교복 늘려와 내일은 주말이니까. "

" ……싫은데. "

 

 

언제나 반복되는 상황에 얼굴을 구기고 늘려오라고 또다시 말했다. 고개를 푹 숙이고는 중얼중얼 거린다. 한숨을 푹 쉬고 김성규를 불렀다.

 

 

" 김성규. 학교에선 교복입어. 학주한테 말안하는 거 오늘까지만이야. 다음주엔 꼭 늘려와라. "

" 싫다고요. 그냥 학주한테 말하세요. 한번 깨지면 되지. "

 

 

뭐라고? 저, 저 당돌한 아이가! 김성규는 아무말하지 않고 날 쳐다보다가 발길을 돌려 학교안으로 들어갔다. 그래도 선배고 선도부인데 저 태도는 대체 뭐야? 어이 없는 표정을 하고 학교 쪽을 보다가 같은 선도부 애가 날 툭툭 치길래 얼른 고개를 돌리고 아까 내가 있던 곳으로 걸어갔다.

 

 

" 또 쟤냐? "

 

 

내 옆에 있던 호원이 무심하게 내게 물었다. 한숨을 푹 내쉬고 그렇다고 했다. 호원도 나와 같은 선도부인지라 저 놈에 대해선 잘 알고 있었다. 마침 잘 만난 호원에게 물 만난 물고기처럼 불평을 늘어놓았다. 고쳐오라고 해도 안고쳐. 이러면 너 대학 못간다고 설교해줘도 안듣고…. 학주한테 말한다고 해도 그냥 말하래! 나보고 어쩌라고! 호원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듣다가 내말을 자르고 물어보았다. 일일이 받아주는 거 지겹지 않냐. 그냥 학주한테 말하면 될 걸 왜 자꾸 상대해주냐. 호원이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사실 나도 잘 모르는데 왜 내가 김성규를 학주한테 말 안하고 있는건지 참. 생각하기 귀찮아서 안했는데….

 


" 야. 종치겠다. 가자. "

" 아…. 엉. "

 

 

호원의 가자는 말에 하던 생각을 멈추고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아니 왜 내가 그녀석 생각을 하고 있었지? 이런 이상한 의문을 달고서.

 

 

2

 

 

1교시는 지루한 문학시간이었다. 지루해서 잠이 쏟아졌지만, 꿋꿋이 눈을 뜨고 수업을 들었다. 곧 나도 모르게 책상으로 얼굴이 떨어졌지만, 내 짝꿍인 성열은 혀를 쯧쯧차고 깨우진 않았다. 선생님이 모르게 책을 세워주는 신경까지 써주기도 했다. 이새끼 또 자네. 선도부맞냐? 하는 짜증나는 소리도 들린다. 잠이 쏟아지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듣기만 했다. 짜증이 났어도 그러려니 넘겼다. 한두번인가 이런일이. 1교시를 무사히 넘기고 쉬는 시간까지도 쭈욱 자고 2교시에 일어났다. 주섬주섬 교과서를 꺼내고 그 위에 엎드려 있었다. 그러다 고개를 들어 창문을 보았다. 내자리가 창가자리라 운동장이 보였다. 남고에서 남자새끼들 체육하는 거 보는 건 이미 질렸다. 다시 고개를 돌리고 앞을 보려는데 그 녀석이 눈에 띄었다. 2교시가 2학년 체육인가보다. 녀석은 체육복을 입고 나와 축구를…… 어라? 축구를 해야하는데 선생님한테 뭘 말하고 사라진다. 아마 학교구석에 계단쪽으로 갔겠지싶었다. 꾸미는 건 잘하면서 땀흘리는 건 싫나보다. 아니면 어디가 아픈건지도…. 정말 아픈걸까. 괜스레 신경이 쏠린다.

 

 

" 아프나…. "

" 뭐? 누가? 누가 아파? "

 

 

새끼. 귀도 좋아. 성열이 내 중얼거리는 말에 얼굴을 들이밀고 물어보았다. 에라이 얼굴치워 새끼야. 식겁하겠네. 놀란 얼굴로 날 쳐다보던 성열이 내 한마디에 나가떨어졌다. 수업시간이라는 건 생각도 안나나보다. 계속해서 툴툴거린다. 넌 툴툴거려라. 난 수업들으련다. 듣는 척도 안하고 수업만 들었다. 중간중간 운동장으로 시선을 돌리기도 했다. 자꾸만 신경쓰이는게 이상하다 싶으면서도 어느새 눈은 운동장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김성규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계단쪽은 구석이라 이쪽에서 안보인다는게 이상하게 짜증난다. 오늘따라 왜이렇게 짜증나는 일이 많은 거야. 아니, 근데 왜 내가 그녀석 걱정을 하고 있는 거야?

 

 

" 남우현, 매점가자! "

 

 

골머리를 앓고 있을때, 성열의 목소리가 들렸다. 벌써 수업이 끝난 모양이었다. 성열이 제 손목을 쥐고 빨리 좀 오라며 끌고 갔다. 매점엔 호원과 동우도 함께 있었다.

 

 

" 남우현! 이성열! 얼른 안 뛰어오냐! "

 

 

호원이 크게 외쳤고, 우리는 그대로 달렸다. 성열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내 등을 퍽퍽 쳐댔다. 이새끼 키도 작은게 잘도 달리네 킥킥. 아니 이새끼가 키작다고 놀리네. 반격으로 너는 키도 큰 새끼가 나보다 못달리네하며 팔을 찰싹 때렸다. 성열이 하지말라며 매점안으로 뛰어가자 그제서야 나도 따라들어갔다. 그 뒤에선 호원이와 동우가 손을 잡으며 들어오고 있었다.

 


" 뭐먹을래, 우현아? "

 

 

착한 동우가 자기가 사주겠다며 뭘 먹을지 물었다. 난 거부따위 모르는 남자라 사양 않고 바나나우유를 사달라며 찰싹 붙었다. 물론 그 뒤로 호원의 따가운 눈초리가 느껴져 금방 떨어졌지만, 계산을 하는 동우를 뒤로 하고 매점을 둘러보는데 익숙한 갈색머리가 눈에 들어왔다. 김성규였다. 자기 친구인지 신나게 떠드는데 조금 짜증나는 것도 같았다. 복장때문인가. 그 옆에 뒷모습을 보이며 김성규가 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는 녀석이 있었다. 저녀석은 뭐야? 나도 모르게 성큼 다가섰다. 김성규의 친구가 나를 보고 인사했다.

 


" 어? 안녕하세요 선배. "

" 어? 나 알아? "

 

 

분명 김성규가 내 욕 하느라 알게 뻔했는데도 난 반사적으로 물어보고나 있다. 인사를 받는 나를 김성규가 낌새를 채고 뒤를 돌아봤다. 아침에 보고 마주치지도 않는데 내가 보이자 김성규가 날 보고 놀랐다. 놀란 얼굴이 퍽이나 귀엽다. 이어서, 김성규의 친구가 자신을 소개했다. 전 김명수에요. 저도 선도분데, 이름도 모르셨죠? 김성규의 친구가 유하게 웃는다. 명수라. 그 잘생긴 얼굴에 어울리진 않는 이름인데도 얘가 명수라고 하니 이름이 빛나보였다. 아 어디서 후광이 비치는 것 같았다. 혹시 뒤에 조명이 있나 싶어 뒤를 응시했지만, 시끄럽게 떠드는 애들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게바로 자체발광이란건가.

 

 

" 아, 얜… 선배도 잘아시죠? 아침마다 보실텐데. "

" 잘알지. 내 속썩이는 녀석이지. 야. "

" 왜요. "

 

 

내가 부르니 김성규가 불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게 어디서 입을 쭉 내밀고 그런다냐. 삐죽 나온 입술을 잡아버리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러면 어색한 정적타임이 생길것 같으니깐.

 


" 진짜 다음주에는 아침에 보지말자. 알았냐? "

" ……. "

" 왜 대답이 없냐? 알았냐고. "

" 아하하, 선배. 쉬는시간 끝나겠어요. 저기 선배친구분들도 있는 것 같은데 얼른 가보세요! 제가 잘 말할테니 걱정마시구요. "

" 아, 그래 그럼. 난 간다. "

" 네. 또 뵈요. 선배. "

 

 

명수의 가벼운 인사에 고개만 끄덕거리고는 뒤돌아 매점을 나갔다. 뒤에선 둘이 얘기하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뭐, 내가 상관할 일이 아니니 제껴두고. 매점 밖에 있는 벤치에서 이성열이 재잘거리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유쾌한 이성열 성격 어디 안간다. 정말. 뭐가 그리 좋은지 아주 동네방네 다 들릴 정도로 말하고 있다.

 

 

" 야! 남우현! 아는애야? "

" 응, 아침마다 보는 골칫거리랑 선도부후배. "

" 골칫거리? "

" 응. 머리 보이지? 갈색머리. 말도 진짜 안들어. "

" 그나저나 걔 옆에 있는 애 진짜 잘생겼다! "

" 그치? 김명수래 이름이. "

" 헐? 안어울려! 부모님께서 참 무책임하시네. 명수라니! "

" 쯧. 그러게. 그래도 잘난 얼굴이 있잖아. "

" 그러긴 해. 아, 신은 공평해! 내겐 키와 이쁜 이름을! 쟤한텐 얼굴을! 근데 너언…. "

 

 

아 저새끼가! 내겐 두뇌와 얼굴을 줬잖아! 내가 얼굴을 붉히며 화를 내니 이성열은 아이, 우현형님. 진정하시와요오-. 하면서 찰싹 달라붙는다. 아 정말 징그러라. 아무튼 다음종이 치기전에 내게 팔짱을 끼고 지랄을 떠는 이성열을 겨우겨우 떼어내고 호원과 동우는 성열과 나랑 다른반이여서 손을 흔들어주고 우리반으로 들어왔다. 종이 치고 수업이 시작하려하니 아우 이런 짐승떼들이 반으로 몰려들어온다. 우르르르- 아이구 짐승새끼들. 분명 이시간이 학주시간이어서 그럴테지.

 

 

3

 

 

신나게 졸면서 공부하다 보니 벌써 끝날 시간이다. 야자를 째려고 초스피드로 가방을 싸고 나오는 길이었다. 하루종일 김성규 생각만 나는 정신으로는 도저히 공부고 뭐고 아무것도 못하고 있을 것만 같았다. 음악실 쪽으로 돌아가야 안들키고 갈 수 있기에 음악실 쪽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음악실의 방음된 문안으로 희미한 노랫소리가 들렸다. 순간 노랫소리에 홀려 가만히 서서 듣고만 있었다. 음악실에는 아무도 없을 시간인데…. 누군지 궁금해져서 음악실 문을 살짝 열어서 안을 보았다. 보이는 건 갈색 뒤통수였다. 우리학교에 갈색머리라 하면 김성규밖에 없다. 김성규의 목소리는 가늘기도 하면서 예뻤다. 나도 모르게 문을 확짝 열고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김성규가 인기척을 느꼈는지 뒤를 홱 돌아본다. 날보고 놀란 듯 했다. 그 작은 눈이 커진다고 해봤자지만 놀란게 눈에 보이긴 보였다.

 

 

" ……야. "

"왜,왜요. "

" 너 노래 잘부른다. "

" ……. "

 

 

부끄러운지 김성규의 얼굴이 빨개졌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내 얼굴도 화끈거리는게 느껴졌다. 김성규가 날 부르려 입술을 달싹달싹거리긴 하는데 오밀조밀한 그 입술에 눈이 갔다. 남자입술이라기엔 너무 예쁜 입술이어서 자꾸 쳐다보게 만들었다. 한참 넋놓고 보고 있을때 김성규가 드디어 말을 한다.

 

 

" 고?,고마워요. 저,저 갈게요…선도부…님.. "

 

 

그 오밀조밀한 입술로 겨우 말하는데… 아, 진짜 귀엽다. 저기에 내 입술을 갖다댈뻔한걸 겨우 참고 김성규의 말을 되새김질했다. 그걸 생각하고 있을 때 녀석이 빠른 속도로 음악실을 나갔다. 재빠르기도 하지. 근데… 선도부님이라고? 님? 선도부님? 아아- 진짜 귀엽다. 간질간질거려.

 

 

" 귀엽다- 진짜. "

 

 

혼자서 슬핏 웃으며 중얼거리다 문득 내가 집에 가야한다는 생각이 들어 몸을 돌려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을 향해 걸었다. 얼굴에 홍조를 가득 띄우곤 수줍게 말하던 그 귀여운 모습을 생각하며. 내일 보면 이름 불러주고 싶다. 라는 등의 기분 좋은 생각도 얼핏 한 것도 같다.

 

 

4

 

 

집에 가서 잡다한 걸 하거나 숙제를 하거나 하다가 밤10시에 잤다. 주말에도 똑같았다. 이번만큼은 황금같지 않은 주말이 지나가고 월요일이 되었다. 오늘따라 더 일찍 일어나서 학교로 갔다. 반에 가방을 놔두고 학교앞에 서서 핸드폰을 무료하게 쳐다보며 아이들이 올때까지 기다렸다. 머리나 복장때문에 눈을 피하려고 빨리 오려는 아이들은 내가 오늘따라 너무 빨리 나와 있어서 점점 없어지고 있다. 덕분에 나보다 늦게 온 학주에게 칭찬을 들었지. 아무튼 하품도 하고 머리도 매만져보고 내 복장도 한번 보고, 그러다보니 점점 애들 오는 숫자가 많아지고 있었다. 옆에는 언제왔는지 모를 호원이도 같이 있다. 오늘은 꽤 늦게 나왔는지 호원이의 트레이드마크인 보라색 가방을 매고 서있었다. 아무튼 보라색빠돌이라니깐. 아, 근데 오늘은 어쩐지 김성규가 보이지 않는다. 아아- 이름불러주고 싶었는데 안보이네. 으음- 왜 안오지. 금요일에 그거 때문에 내 눈 피해서 가려는 건가? 아닌데… 그럴수가 없는데…. 갈색머리의 그 녀석이 보이질 않는다. 갈색머린 이 검은 머리들 사이에서 잘 보일텐데. 왜 안보이지. 염색이라도 한건가. 아, 보고싶은데. 보고싶었는데.

 

 

" 야 남우현. 오늘은 갈색머리가 안보인다? "

 

 

호원이가 나를 툭 건들더니 말한다. 난 고뇌에 휩싸여 있구만 이 자식이 날 건들어? 아니, 겨우 한다는 말이 오늘은 안보인다야? 나도 궁금하거든? 아나 진짜.

 

 

" 응 그러게. 아씨- 걔 몇반이더라. "

" 왜? 니꺼에 써져있잖아 병신아. "

" 아……. 그렇지. "

 

 

그랬었지. 항상 명단에 반이랑 학년이랑 다 써놨었는데. 나도 참. 호원이의 말을 듣고 아차 싶었다. 그리고선 얼른 명단을 펼쳐 어제껏을 살폈다. …2학년 3반, 김성규. 오늘은 종치기 전에 3반 들러야지. 왔나 확인만 하는 거야. 그래, 확인. 초조한 마음으로 8시 50분을 기다렸다. 아 빨리 얼른. 이젠 다리까지 떤다. 호원이 다리 떨면 복 나간다며 다리를 찰싹 때리고서야 멈추었다. 그래봤자 곧 다시 떨었지만. 시계를 보니 50분이 다 되었다. 그와 동시에 호원이 내 어깰잡았다.

 

 

" 야, 가자. "

" 나 어디 좀 갔다 올게. 먼저 가. "

" 어어! 야! 빨리와라! "

" 어! "

 

 

호원이의 말을 뒤로 하고 바쁘게 뛰었다. 내가 이렇게 뛰어본 때가 언제였더라…. 아무튼 2학년 교실이 있는 3층을 향해 빠르게 걷다가 뛰다가를 반복했다. 계단에서 3반쪽으로 몸을 돌리는데 때마침 오던 애랑 그대로 부딫혀버렸다. 나랑 부딫힌 애가 넘어졌고 나도 넘어져서 내가 위로 올라탄 게 되버렸다. 미안하다고 말하고 일어서려 했는데… 김성규였다. 내 눈에 보이는 아이는. 지금 내가 김성규 위에 올라타 있었다. 그 사실에 화들짝 놀라며 빛의 속도로 일어섰다. 아 더워. 늦봄이라 그런가. 좀 덥네.

 

 

" 아파라…. "

" 야,야! "

" 왜요…. "

 

 

김성규도 나를 따라서 일어섰고 김성규의 얼굴은 정말 불그스름했다. 그게 또 귀엽다는게 함정. 김성규를 보니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고, 다행히 자습시간이라 복도에 아무도 없는 게 다행이었다. 종은 친지 오래다. 월요일 1교시가 자습이라 다행이다. 그나저나 무슨 말을 해야겠는데 뭘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근데… 머리가 바꼈다. 조금 길었던 갈색머리가 적당한 길이에 앞머린 약간 둥근 일자로 잘린 검은머리로 바껴있다. 이 진부한 모습마저도 녀석이 하니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이상하다. 가슴이 간질거리고 손이 자꾸 머리로 향하려 한다. 한손으로 올라가려는 손을 잡았다.

 

 

" 머리… 바꿔왔네. "

" ……네. 보고싶지 않다면서요. "

" 아,그건…! 아니 그게… 저기, 음. 어… 예쁘다. 머리……. "

 

 

헐, 말해버렸다. 속으로만 중얼거리던게 충동적으로 나와버렸다. 아, 이런. 이상하게 생각할거야. 어떡해. 진짜 쪽팔려- 어색한 정적 사이로 내가 안절부절하고 있을때 녀석이, 그때와 같이. 금요일의 그때 그 음악실 안에서와 같이. 말했다.

 

 

" 고,고마워요. 선도부님…. "

" …저기, 내 이름 남우현이야. 여기 명찰있잖아. 선배라 불러. 선도부는 딱딱하잖아. "

 

 

방정맞은 내 입에서 걷잡을 수 없이 매우 충동적이고도 뻔뻔스런 말이 튀어나갔다. 쉴새없이. 녀석은 어째 내 말을 듣고 더 얼굴을 붉혔다. 왜 그런지 모르겠으나 예쁘니까 상관없다. 내 이런 충동적인 말에 녀석은 그 작은 입술로 아- 하는 탄식만 내뱉었다. 살짝 벌어진 입술에 기분이 멜랑꼴리하다 아, 진짜 내가 이만큼 예쁜 여자를 사겼어도 이만큼 충동적이었던 적은 없었다. 이 자식이 내 눈엔 그동안 봐왔던 여자들보다 훨씬 더 예쁘고 귀엽고……? 으아악, 남자를 보고 예쁘다니! 게다가 이 녀석에게! 남자다워보이는 몸에 나보다 살짝 큰 키에 약간 마르지만 아무튼 갖출건 다 갖춘 애한테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아 멘붕이다. 머리속에서 붕괴가 이루어지고 있어. 어쩌면 좋지.

 

 

" …배,선배. "

 

 

한참을 머리속을 다스리고 있는 중에, 김성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5

 

 

 

" …어? "

 

 

녀석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얼빠진 채로 멍청하게 대답하니 아직도 고개를 숙이고 있는 녀석은 입을 오물오물 거리며 말할듯 말듯 그러니깐, 말은 해야겠는데 무슨말을 해야할지 몰라서 하는 행동이랄까. 아무튼 그 모습을 가만히 쳐다보는데 아, 예쁘다. 머리속으로 이런 말을 중얼거리며 빤히 녀석을 쳐다보았다. 녀석은 그 시선이 따가운지 이젠 입술을 깨문다. 안되는데. 이쁜 입술 망가지는데. 나도 모르게 자연스레 손이 입술로 가버렸다. 녀석의 입술을 엄지로 꾸욱- 누르니 화들짝 놀라서 고개를 순간적으로 쳐든다. 동그래진 눈이 귀엽다.

 

 

" 입술 망가져. 깨물지마. "

" 으…, 서,선배. "

" 자습시간인데, 너무 붙잡아 뒀네…. "

 

 

아, 맞다. 이름 불러주고 싶었는데. 막상 보니 말이 안나온다. 아무래도 계속 야야 거리다가 이름을 말하려니 어색하다. 그래도 마음을 다잡고 김성규의 얼굴을 보고 눈을 마주치며 말을 이어갔다. 그 말속에 이젠 아무래도 상관없는 내 충동적인 행동도 함께.

 

 

" 김성규. 점심시간에 너네 반 찾아갈테니까 가지 말고 기다려. 할 얘기 있어. "

" 네? …조금만 기다릴거에요. "

 

 

꽤 자연스럽게 나온 김성규의 이름과 점심때 찾아가겠다는 말에 김성규가 더 당황했다. 금세 당황한 티를 지우더니 이제껏 그래왔던 것처럼 굳어진 목소리로 조금만 기다릴 거라 말했다. 아무튼, 귀여워. 그러다 문득 스쳐가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아, 내가 이 녀석을 좋아하는 구나. 하고. 학주한테 말하지 않은 것은 미운정이라도 들어서라고 생각했는데, 금요일에 본 이후로는 좋아하는 마음이 더 선명하게 나타난 것 같았다. 그래서 이름 불러 줄 생각을 한거고 이렇게 충동적으로 행동해도 약간 괜찮았던 것이고. 아무튼 귀여운 김성규는 일단 안녕이다. 끝나고 보자 김성규. 하고는 뒤돌아 계단을 올라섰다. 뒤에서 김성규가 날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그 작은 눈으로 멀뚱멀뚱 쳐다볼 생각을 하니 귀엽다라는 말만 머릿속에 맴돈다. 손목에 시계를 보니 벌써 9시 20분이다. 얼른 들어가야 할 듯 했다. 교실 안으로 들어가는데 오늘은 선생님이 없으셨다. 혼날 줄 알았는데 다행이다. 있었으면 꾸중을 속사포로 들었겠지. 그럼 난 또 고개를 숙이고 지루하게 눈을 내리깔아야 하고. 에이, 그건싫다. 어쨌든 자리에 가 앉으니 성열이 기다렸다는 듯 속사포로 묻기 시작했다. 선생님의 속사포 꾸중이 아니라 속사포 물음을 듣게 됐다. 아이고.

 


" 야, 너 어디갔었어? 왜 이제와? 쌤이 없어서 다행이지. 아오, 근데 호원이가 너 뒤도 안돌아보고 갔다며? 근데 그 전에 갈색머리, 걔 반 물어봤다며? 왜 물어본거야? 응,응? "

" 아, 좀 천천히 좀 말해라. 새끼야. 복도에서 얘기하다 왔어. 니가 말하는 갈색머리랑. 할 얘기가 있어서. "

" 할 얘기가 뭐였는데? 아무튼 걔 오늘 안 보였다며? 오늘은 왜 안걸렸대? 늦게 온거야? "

 

 

늦게 왔었…지. 아마 아까 봤을 때 등에 가방을 메고 있던 것 같기도 하다. 왜 늦게온거지? 날 피하려고? 근데 머리도 염색했으면서? 뭐지? 아니 이럴때가 아니지. 좀이따 물어보고. 이 새끼부터 처리를…….

 

 

" 아, 남우현! 내말 듣고 있냐! "

" 엉 듣고 있어. 좀 가만히 있어. 귀아프게. 성종이처럼 차분하면 얼마나 좋아. 성종이 반만 좀 닮지. "

 

 

나대는 성열이 때문에 자연스레 성열이의 동생, 성종이가 튀어나왔다. 성열을 진정시키려면 성종이를 언급해야 했다. 성종인 성열이와 달리 차분하고 침착하고 또 착하다. 아니 근데 형제가 이렇게 달라도 되는 거야? 한 배에서 태어난 게 맞는 건가? 이럴 때마다 항상 떠오르는 의문을 일단 묻어두고 성열이의 장단에 맞춰줘야한다. 또 동생자랑이 싹을 트겠군.

 

 

" 응? 그래! 성종이가 좀 차분하긴 하지! 우리 성종이 참 이뻐. 형인 내 말도 잘 듣고 음음 그래 "

" 아, 나왔다. 나왔어. 지 동생 자랑. 그래 그래 알겠으니깐 엎드려 잠이나 퍼 자세요. "

" 잌, 그럴까? "

 

 

아휴, 저 팔불출 아주 동생바보다 동생바보. 우리 형은 나한테 저런 적 없는데. 뭣같네 참. 아무튼 빨리 점심시간이 되면 좋겠다. 2학년 3반… 3반… 김성규…. 김성규의 반과 이름을 자꾸만 되뇌이다 보니 잠이 쏟아졌다. 이래서 일찍 일어나면 안되. 적당히 일어나야지 참… 일단 자고 보자. 2교시 시작하면 알아서 깨워주겠지.

 

 

" …현! 남우현! 얼른 안 일어나냐! "

" 으음…. "

" 일어났냐? 점심먹으러 가자! "

" 뭐? 점심? 벌써? 왜 안 깨웠어! "

" 헐? 깨워도 계속 잔 게 누군데! 너 간밤에 뭘 했길래 정신을 못차리고 계속 퍼 자냐? "

밤엔… 김성규 생각했지! 아니 이게 아니라. 아씨… 점심시간이라니. 김성규 보러 가야 되는데? 시계를 보니 다행히 점심시간이 된지 5분정도가 지나 있었다. 시계를 보고 앞뒤 잴 것 없이 일어서서 반을 나왔다. 뒤에선 열나게 나를 부르고 있는 성열을 제쳐두었다. 삐지면 나중에 풀어주면 되는 거고. 일단 김성규가 중요했다. 김성규의 반은 3반. 3반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열나게 걸었다. 발에 부스터 달린 것처럼. 아오, 자는 게 아니었어. 아니 자면 좀 깨워달라고 말할 걸! 나 꽤 모범생 이미진데! 수업도 안듣고! 으아악! 걸으면서 수없이 자책하고 후회했다. 머리가 짜증으로 가득찼다. 아무튼 계속 걷고 걸어서 김성규의 반에 다달았다. 문을 당차게 여는데… 아, 없다. 김성규는 내가 온다고 했으면 좀 기다려주지! 할 수없이 터덜터덜 급식실로 걸어갔다. 아마도 거기에 있을거고, 없으면 배부터 채우고 매점도 가봐야지. 아무튼 무작정 급식실로 걸어갔다.

 

급식실에 도착하니 눈에 띄는 인물이 한명 있었다. 아, 저멀리서도 보이는 저 잘생김이여.

 

 

6

 

 

 

참 잘생긴 인물은 바로 김명수였다. 며칠전만 해도 몰랐던 저 아일 보고 내가 왜 저런 잘생긴 아이를 몰랐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더라지. 저렇게 잘생겼는데 말이다. 밥을 먹고 있는 명수를 보고 성큼 다가섰다. 명수의 앞에는 성종이 있었다. 꽤 놀랐다. 1학년인 성종이 어떻게 2학년인 명수를 알수 있을까? 성열이는 명수를 모르던데. 아니 이게 아니지. 밥을 먹고 있는 명수의 어깨를 손으로 툭툭 치자 명수가 뒤를 돌아보았다.

 

 

" 어? 선배, 안녕하세요. "

" 안녕. 성종이도 안녕 "

" 형, 안녕하세요. "

" 아는 사이에요? "

" 아, 친구 동생. 아니 이게 아니라 김성규 어딨어? "

" 성규요? 매점 들렸다가 옥상간댔는데요. "

" 그래? 그럼 밥 마저 먹어라. 아, 성종이 너는 성열이 그만 좀 받아줘. 애가 버릇이 나빠져요, 점점. "

" 아하하, 네네 알겠어요. "

 

 

성종이의 역시나 싹싹한 행동과 이쁜 말투를 익숙하게 넘기고 뒤를 돌아 나왔다. 그러고보니 점심을 안 먹었다. 몰라. 매점가서 때우지 뭐. 일단 김성규를 만나야 했다. 옥상 쪽으로 몸을 틀어 계단을 올라갔다. 급식실이 왜 1층에 있는 거지? 옥상까지 올라가기 거지같이 힘들다. 아오, 힘들어. 축구로 다져진 몸이 헉헉대진 않았지만, 그래도 힘든건 힘든거다. 옥상에 도착해 문을 열어 둘러보니 저 난간 쪽에 익숙한 뒷태가 보였다. 문을 좀 세계 열어서인지 김성규가 천천히 뒤를 돌았다. 그 특유의 째진 눈매로 날 바라보았다.

 

 

" 김성규. 기다리라 했잖아. "

" ……교실은 시끄럽잖아요. "

" 찾느라 힘들었는데. "

" ……. "

 

 

분명 김성규, 저녀석은 어쩌라고 하면서 날 씹고 있을거다. 난 잘못이 없어 김성규야! 니가 교복을 똑바로 입었어야지. 아니 근데 왜 옥상에 나와있고 그런다냐?

 

 

" 점심… 안먹었어요? "

" 응. 너 덕분에. "

" …할 말 있다면서요. 빨리하고 매점가요. "

" 니가 사 줘. "

" …네? "

" 왜. 싫어? 힘드니까 선배가 보상 좀 받겠다는데. "

 

 

예고도 없이 틱틱거리는 말투가 나와버렸다. 김성규가 당황하는게 눈에 빤히 보였다. 저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 에고, 귀엽다. 귀여워서 실실 웃음이 나와버렸다. 그에 김성규가 더 당황하고 굳어버렸다. 왜 저러지? 실실 쪼개서 기분 나쁜가…. 이번엔 멋쩍게 웃다가 그대로 걸어가 김성규의 어깨에 팔을 걸치고 가자. 이 말 한마디 하고 옥상을 나갔다. 라기보단 내가 질질 끌어온게 맞다. 옥상에서 내려가고 매점을 갔다. 매점에는 아직까지 애들이 많이 있었고, 그 사이를 뚫기 위해 김성규에게서 돈을 받아 그 사이로 꾸역꾸역 들어갔다. 그 속에서 내가 즐겨먹는 빵과 김성규가 사오라던 주스를 하나 사서 재빠르게 그 곳을 빠져나왔다. 내가 이래서 매점 별로 안 좋아하는데. 오늘은 어쩔 수 없다 치자. 이 속에서 김성규 몸을 터치하는 놈들은 보기 싫으니깐. 이 짐승 같은 새끼들. 매점에선 약간 떨어진 벤치에 앉아있는 성규에게 가서 주스를 주고 나도 빵봉지를 뜯어 한 입 베어물었다. 입안 가득 빵을 물고 김성규에게 물어보려던 걸 물어보았다. 아쉽게도 발음이 엄청 뭉게지는 바람에 쪽팔림을 당해야 했지만.

 

 

" 야, 긴헝규,아 무허모꺼잉능데- "

" 큭- 아, 네? "

 

 

이 뭉게진 발음에 김성규는 빵하고 터져서 웃었다. 거참 민망하게스리, 입에 있던 빵을 오물오물 씹어 삼키곤 다시 말했다.

 

 

" 나 물어볼거 있다고. "

" 뭔데요. "

" 너 오늘 왜 늦게 왔어? "

" ……느,늦잠… 자서요- "

" 아아- 그래? 다음부턴 늦지마. 아 그리고. "

" 또 뭐요. "

 

 

짜식, 무뚝뚝하긴. 이게 또 매력이라면 매력이지. 귀엽기도 하지만? 아무튼 난 진짜 궁금한게 있다. 이녀석은.

 

 

" 왜 항상 고쳐오라고 해도 안 고쳤어? 그냥 반항심인가. "

" 아, 그게요. 반항은 아닌데- "

" 반항이 아니면 뭐 날 보고싶어서라든가? 아니면 나 골 먹이려고? "

" ……전자가 맞을 듯 하네요. "

" 응? 보고싶어서? 진짜? 정말? 레알 참 트루? "

 

 

내가 재촉하며 물어보자 김성규는 얼굴이 벌개진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다고 말하지. 기분이 좋아져서 잇새로 실실 웃음이 새었다. 근데, 저거 지금 나 좋아하는 거 티내는 거지? 맞겠지? 음, 지금 당장 사귀자고 하고 싶은데 그건 무드도 없고 하니깐, 멋있게 학교 끝나고 고백해야겠다. 어느 새 나도 모르게 잡고 있던 김성규의 하얗고 이쁜 손을 애써 떼놓고 벤치에서 일어서서 크게 말했다. 약간 정색하고서 김성규의 어깨를 잡고 말했다. 좀 진지하게.

 

 

 " 김성규. 오늘 학교 끝나고 기다려라. 이번엔 그냥 가면 너만 손해다? 알았지? 진짜 가지마. 학교 끝나고 보자. "

 

 

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나서면서 지금쯤 김성규의 표정이 어떨지 상상해보았다. 아마 당황 플러스 뭐지라는 기분? 한마디로 멘붕비슷한 상태. 머리속에 혼란이 일거다. 으하하하하! 나는 장동우처럼 실실 쪼개면서 학교 안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김성규가 내가 보고싶어서 그랬대! 그건 바로 날 좋아한다는 거 아니겠어? 아무튼 해피해피하네! 존경해서인지 좋아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얼굴이 벌개졌던 걸 보면 날 좋아하는 게 틀림없다! 어떤 사람이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을 보고 볼을 발그레하게 붉히겠어! 좋아하니깐 붉히지! 우와학!? 기분 좋아! 예쓰! 아임 유얼 보이프렌드! 김성규의 애인이 되! 으악! 근데 무슨 말을 해줘야 감동을 하지? 아나 급고민에 빠졌다. 으윽, 호원이한테 물어봐야겠다. 아직 점심시간이 좀 남아서 호원이의 반으로 찾아갔다. 역시나 호원과 동우는 같이 있었고 옆에서 성열은 둘의 애정행각을 보고 토나올듯한 자세를 지었다. 아이고, 어쩌냐 성열아. 나도 솔로탈출할건데. 쯧쯔. 호원과 동우, 성열이 있는 곳으로 가서 아무 자리에나 앉고서 둘을 바라보았다. 나도 나중에 김성규랑 저런 사이가 된다는 거지? 으히히, 좋아라.

 

 

" 이게 미쳤나. 어딜 기어들어와서 실실쪼개 우리 동우 그만봐라. "

" 동우안봤는데. 생각 좀 했다 자식아. "

" 니가 생각이란 걸 하고 사냐? 야, 이성열 니 솔로친구 왔다! "

" 음? 오! 남우현! 왜 이제왔어! 저 커플들 사이에서 나 죽는 줄 알았잖아! 아오! 진짜 눈꼴시려와서- "

" 야, 미안한데 나도 솔탈이다 새끼야. "

" 으아니, 뭐라고라고라? "

" 조만간 이 형님이 연애를 하실 것이라 이말이다! "

" 썸녀 생김? "

" 남잔데. "

내가 말을 마치자 마자 성열이 경악을 했다. 뭐!!?!? 귓청떨어지겄네 새끼. 성열이 뭐라 뭐라 씨부리며 머리를 부여잡고 발광을 했다. 아니 내가 남자를 좋아한다는게 그렇게 충격적인 건가. 성열이 중얼거리는 말엔 여기도 게이 저기도 게이 어딜가나 게이 게이월드 나도 게이!? 라는 소리가 들려오긴 했다. 원체 거부감이 없던 나는 쉽게 내가 남자를 좋아한다는 거에 인정을 했는데 말이지. 아니 아무튼! 그래 이호원! 발광하는 성열일 내버려두고 다시 호원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꽤나 의외라는 눈빛의 호원을 나만의 개같은 눈웃음으로 맞받아쳐주고 넌 동우한테 어떻게 고백했냐고 물었다.

 

 

" 내가 아니라 동우가 고백했어. "

" 아? 헐 의왼데. 이호원이 더 매달리게 생겼, "

" 입닥쳐 새끼야. 그리고 동우, 지금은 정신차렸는데 옛날에 꽤 방황했다? 너 잘못했다간 죽빵 맞는다. 말 조심하센 님아. "

" 닥쳐 보라돌이. "

" 이호원, 너 아직도 보라색 좋아해? 아오, 내가 그거 좋아하지 말랬잖아! 난 보라색 안좋아한다고! "

" 으악! 도,동우야 잠깐,잠깐. 우현이 할말있대! "

" 아,맞아 장똥. 일루와바염 님아. "

" 으하학, 왜 나무? "

 

 

동우가 특유의 웃음소리를 내며 나를 나무라 칭하며 불렀다. 기분이 아주 나쁘다는 뜻이다. 원래 이름 부르다가 별명부르면 그게 화난 거다. 겨우 보라색가지고. 쪼잔하긴. 아니 아무튼! 물어볼건 물어봐야지. 얘네들이랑 있으니까 정신이 오락가락한다.

 

 

" 동우 넌 호원이한테 어떻게 고백했어? "

" 끌어내서 손 뙇! 잡고! 박력있게 나랑 사구리자! 했지! "

" 헐. 뭐 그런 어이없는 고백이 다있어? "

" 뻥이고, 와안전- 수줍게 고백함. "

" 오옹? 그럼 난 박력있게 해야징 "

" 야, 근데 너의 애인이 될 사람은 누구야? "

 

 

호원이 갑자기 물어왔다. 음, 누구긴 누구니. 그녀석, 김성규지. 난 짧게 김성규. 했다. 이름을 알런지 모르겠는데. 호원이 김성규? 하고 되묻자 내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호원이 잠시 생각하는 듯 싶더니 아아-하고 수긍한다. 갈색머리? 그에 내가 이젠 검은색이야. 그것도 이쁘던데. 하고 헤-웃자 저거저거 미쳤네 하면서 호원이 아직도 지랄발광하는 성열을 잡고 나도 잡고 반에서 내쫓았다. 아이, 참 호원이두. 너무 과격해서 탈이야 으핳. 아직도 미친듯 중얼거리는 성열의 멱살을 잡아끌고 우리반으로 들어왔다. 아, 기대된다. 방과후가.

 

 

7

 

 

어떻게 고백을 할까 하는 고민을 하며 설레이는 마음으로 수업시간을 보내니 벌써 종례시간이 되었다. 심장이 쿵쾅거리고 머리가 복잡하고 미칠듯이 설레이는 게 김성규에게 고백을 해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아- 미치겠다. 어떻게 고백하지? 박력있게? 수줍게? 아니,아니야. 진지하게? 장난스럽게? 으아아- 어떡해! 그렇게 한참을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고 있다가 선생님이 종례를 끝내셨고, 그제서야 정신이 들었다. 성열이 옆에서 집에 안가냐며 묻는다. 그에 나는 너 먼저 가라며 등을 떠밀었고, 이제 다 가고 나 혼자 남은 교실에서 마음을 굳게 먹고 교실문을 열고 복도를 걸었다.

 

 

" 아씨, 2학년 교실이 이렇게 가까이 있었던가. 3층이라서 되게 멀었는데. "

 

 

곧 어느 한 교실에 멈춰섰고, 팻말엔 2-3이라고 써져 있다. 혹시나 또 없을까봐 창문으로 안을 들여다 보았다. 안을 보니 명수와 김성규가 있었다. 뭐지, 왜 명수가… 귀를 기울이고 엿들었다.

 


"그래서? 지금 오신다고? "

" 응, 어떡하지? 너무 긴장되. 왜 온다고 했을까? "

" 너가 간접적으로 좋아하는 거 티냈다면 아마 고백이거나 널 차거나 둘 중 하나야. "

" 약간 무섭다. 명수야. "

" 괜찮아괜찮아. 혹시라도 나쁜 일 생기면 연락해. 위로해줄게. "

" 으응, 고마워. "

 

 

말을 들어보니 내가 걱정할만한 이야긴 아니었다. 내가 좋아할 이야기라면 몰라도. 그래서 그대로 용기를 얻고 교실문을 열고 들어갔다. 명수가 나를 쓱 쳐다보더니 김성규의 어깨를 토닥거리더니 슬핏 웃고 내게 또 보네요. 내일 또 봐요. 선배. 하고 나가버렸다. 정적이 찾아왔고, 내가 가만히 서있었다. 아마 내얼굴을 약간씩 웃음이 흘러넘치는 그런 얼굴일거다. 자리에 앉아있다가 내가 오니 멀뚱멀뚱 서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김성규를 보니 또 귀여워서 웃음이 나온다. 김성규의 앞으로 가 고개를 들으라고 했다. 움찔하더니 이내 고개를 드는 김성규. 이젠 고백을 해야한다. 내가 좋아하는 김성규에게.

 

 

" 김성규 "

" 네…. "

" 그,그러니까. 저기, 음, 어… 내가, 내가 말이지? "

 

 

진짜 이렇게 김성규의 얼굴을 보고 좋아한다는 말을 하려니 식은 땀이 나려하고 가슴은 쿵쾅거리고 미쳐버리겠다. 자꾸만 말을 더듬게 된다. 그래도 내가 널 좋아한다는 말을 하려고 주말동안 끙끙 앓았는데, 해야지. 암, 그래 해야지.

 


" 그러니깐, 조..조...조조할인! "

" …네? "

" 아씨- 그게 아니고- 그러니까 너.. 너 좋아한다고오…. 나랑 사귀자. "

" ……장난, "

" 장난 아냐! 진심이야. 너는,너는 나 안좋아해? "

" 아, 조,좋아요. "

 

 

좋아한다는 말을 어렵사리 꺼내고 김성규의 반응은 당황이었다. 그리고 장난이라고 하며 얼버무리려 했다. 하지만 난 장난이 아니니까, 그러니까. 아니라고 큰 소리를 냈다. 그리고 김성규의 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김성규의 입에서 좋다는 말이 나왔다. 진짜 너무 예쁘다. 김성규. 부끄러운 듯 얼굴을 팍 숙이는데 귀가 빨갛다. 키도 엇비슷해서인지 머리를 팍 숙이니까 얼굴이 잘 안보였지만, 그래도 좋아서 그 동그란 머리에 손을 올려 쓰담쓰담해주었다. 이제 시도때도없이 쓰담쓰담할 수 있다는 것에 더 기분이 좋아졌다. 내가 머리를 만지니 화들짝 놀라서 고개를 든 김성규에 한껏 입꼬리를 올려 웃어주었다. 그랬더니 더욱 얼굴이 빨개져서 홍당무가 되어버렸다. 예쁘다. 충동적으로 김성규를 안아버렸다. 김성규가 당황을 하다가 천천히 내 허리에 손을 올린다. 아, 이쁜 것. 계속 안고 있고 싶었지만 집을 가야하기때문에 아쉬운 듯이 손을 떼었다.

 

 

" 김성규. 핸드폰 줘봐. "

" 에,네.여,여기요. "

" 김성규,성규야. 우리 오늘부터 사귀는 거다? "

" 네…. "

" 집에 가면 나한테 먼저 연락해야되? 김명수한테 연락하지 말고. 알았어? "

" 네…. "

" 왜 자꾸 네네 거려. 선배랍시고 존댓말 안해도 되는데. 우리 이쁜 성규. 집에가자. "

" 선배……. "

 

 

김성규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네.만 반복하더니 집에 가자고 손을 잡아서 나가려는데 나를 불렀다.

 

 

" 왜,성규야. "

" 아뇨. 그냥 좋아서요. "

" 귀엽긴. 얼른 가자. 6시다 벌써. 오늘은 야자 안하는 날이니 망정이지. "

" 네. 집이 어디에요? "

" 저어기, 무한아파트 "

" 어, 저도 거기 사는데? "

" 그래? 자주 놀러 갈까. "

" 정말요? 저야 좋죠 뭐. 안심심하구 "

 

 

나와 같은 아파트에 살았는데 몰랐다는게 이상하다. 그래도 같은 아파트라 이쁜 성규 자주 볼 수 있어서 좋긴 하다. 심심하지 않을 거란 말에 설마 싶어서 혼자사냐고 물었다. 끄덕. 고개를 끄덕거린다. 귀여워.

 

 

" 미국에 부모님 계시구 혼자 온거에요. 전에 살았던 집을 안팔고 아는 사람 살다가 나가셔야 한다 해서 제가 떼써서 온거에요. 한국에 친구있고, 말도 잘 통하고 편한데 여긴 힘들다고. 일방적으로 떼쓰고 그랬죠. "

" 오, 너 미국에서 왔구나-. 근데 성규가 떼 쓰는거 전문이네? 큭큭 근데 너 혼자 사는 집에서 내가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쉽게 들여? "

" 무슨, 아, 선배! "

" 아하하하- 성규,성규야 아파아. 크크큭. 농담이야. 농담. "

 " 아! 뭐에요. 진짜 식겁했네. "

 

 

크크큭, 진짜 귀엽다 김성규. 즐거운 대화를 하다가 어느새 아파트 앞이다. 같은 아파트라서 엘레베이터까지 같이 타고 진짜 좋구나. 성규가 나보다 아래층에 살아서 엘레베이터에서 내리려 한걸 내가 붙잡았다.

 

 

" 성규야. "

" 왜요? "

 

 

쪽-. 성규의 볼에 짧게 뽀뽀를 하니 금세 얼굴이 달아올라서 푸드덕 거린다. 아 귀여워 저걸 어떻게 하지? 체구에 맞지않게 귀여운 짓만 하는 성규다. 엘레베이터 문이 닫히기 전에 잘가- 하고 손을 흔들어주고 집으로 왔다. 아무래도 김성규랑 연애하는 거 되게 재밌을 거 같다.

 

 

 

 

으어거아ㅣㅇ러ㅣㅇ 드디어 끝냈다. 으얼이ㅏ 이제 숙제해야지 힛. 제 망글이 너무 부끄러워요ㅠㅠ

수정하고 이상한부분 삭제하고 다시 쓰고 어휴 힘들어 죽는 줄 알았네ㅠㅠㅠㅠㅠㅠㅠ

아무튼 잘 읽고 가세요ㅠㅠㅠ 따듯한 말 한마디 남겨주시면 사랑 아낌없이 드릴거에요 뿅뿅(하트하트)

 

근데 이거 구독료 어떻게 해여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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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ㅠㅠㅠㅠㅠㅠ 아놔 대박 겁나설레는글이로세 ㅠㅠ 으헝 작가님 진심내가사랑해요 제가요 감성이라는뚜기인데요 평생사랑할테니 뒤를 더써주십시오
11년 전
독자2
이런학원물 사랑해효ㅠㅠㅠㅠㅠ다음화 기대할게염ㅠㅠㅠ
11년 전
독자3
ㅜㅠㅠㅠㅠㅠ이런좋흔걸 ㅠㅠㅠㅠ
11년 전
독자4
ㅜㅜ달다루ㅜ잘봤습니다ㅜㅜ허우ㅜ ㅜㅜ현성행쇼죠!!그렇구말구요!! ㅜㅜ!!!
11년 전
독자5
헐 ㅠㅠㅠㅠㅠ달달 학원물 짱좋아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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