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종인경수] 잘가,여름 (Goodbye Summer)
졸업식이다.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날, 나는 작년 여름이후로 멈춰버린 너와의 추억이 가득한 이 곳을 졸업한다. 학교로 가는 길, 뽀드득 밟히는 눈을 밟으며 그 날의 추억을 되새겨본다. 그러다 주저앉아 너의 얼굴을 떠올리고, 시린 손을 차가운 눈에 쏙 넣어 너의 이름을 써 본다. 김종인. 보고 싶다. 작게 너의 이름을 속삭여본다. 한참을 보다가 학교에 가야한다는 사실이 생각나 너의 이름을 지워버리고, 조금 빠른 걸음으로 앞을 향해 갔다. 사실은, 아직도 학교를 가면 니가 있을 것만 같다. 사실은, 아직도 학교를 가면 하복을 입고 나를 반겨주는 니가 있을 것만 같다.
학교에 도착해서 강당에 들어서니 이미 와 있는 찬열이와 백현이가 나를 반겨준다. 우리 도꼬맹이 왔냐며 별명을 불러주는데, 왜 그 별명을 부르는 사람이 니가 아닌걸까. 별 쓸데없는 생각이 들어서 머리를 흔들었다. 그런 내가 이상한지 찬열이는 그 긴다리로 휘적휘적 걸어와서는 내 머리를 만져준다. 어디 아프냐? 낮은 저음의 목소리로 다정하게 물어보는 찬열이에게 아니라며 간단히 말했다. 백현이도 어느새 와서는 내 어깨에 손을 걸쳤다. 손 내려, 변백현-. 장난스레 어깨를 쳐올리니 백현이 실실 웃으며 싫은데-? 하고는 약올린다. 너와 나의 키차이는 도톨리키재기인데 왜 자꾸 이러는 거니 백현아. 말해봤자 내 입만 아플게 뻔해서 말없이 강당으로 들어갔다.
- 우리 졸업이다.
- 그러게.
- 벌써 졸업이야..
- 이제 고등학생이 되는 거야.
- 싫어어- 야자 싫어-
찡찡대는 백현이 끌고 우리반 줄에 섰다. 길고 긴 교장선생님의 연설을 듣고 있는 동안, 나는 또 다시 너를 생각해본다. 처음 입학식, 너를 만난 그 날. 개구장이처럼 웃던 너. 가끔은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어서 내 심장을 쿵쿵거리게 하던 너. 다정하게 말 걸어주던 너. 여러가지의 너의 모습이 스쳐지나간다. 가끔은 수업시간에 장난치다가 복도로 쫓겨나서도 뭐가 그렇게 좋았는지 서로를 바라보며 웃어보기도 했다. 시험을 치고, 성적표를 받고 울듯말듯한 표정을 지은 나를 보며 당황한 니가 그려진다. 위로랍시고, 많은 장난을 쳤다가 더 상처받은 나를 보며 안절부절했었고, 학교가 끝나고 곧장 놀자며 나를 끌고간 니가 내 앞에 그려진다.
‘ 경수야, 따라와! ’
분식집에 가서 떡볶이도 왕창 먹고, 기분 풀라고 노래방 가서 노래도 실컷 부르고 이곳저곳 쑤시면서 내 기분을 풀어주겠다고 나서는 니가 자꾸만, 자꾸만 내 앞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어느새 눈 앞이 뿌옇게 가려져서는 너도 뿌옇게 보였다. 고개를 숙여 우는 걸 들키지 않으려 눈을 감았다. 눈을 감으면 선생님께 혼난 나를 보고 얼굴이 굳어져 내게 다가왔던 너가 보이고, 나를 안아주었던 너가 그려지고, 그 품이 아직도 따스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 울지마, 경수야- ’
계속해서 너와의 추억을 끄집어 내다보니 어느새 졸업식을 끝나버리고 말았다. 각자의 부모님에게로 가는 그 동안, 나는 학교를 나가 집을 향해걸었다. 찬열이와 백현이도 두고. 부모님은 못 오셨으니 거기 있어봤자였다. 집에 가는 길에 있는 놀이터로 들어가 그네에 쌓인 눈을 털어내고 털썩 앉았다. 사실은, 제일 기억남은 너는… 전학을 간다며 잔뜩 우울한 표정을 짓던 너다. 소식을 들은 나도 우울했다. 너와는 다른 마음을 가진 나는 아직 용기가 없었다. 그리고 너가 다른 곳으로 가던 날, 나는 용기를 낼 수 없었다. 꼭꼭 연락하라고 했었다.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결국 후회하고 말았다. 너에 대한 나의 마음을 너가 가기 전에 말했어야 했는데…. 그저 니가 간다는 사실에 눈물을 글썽였고, 꼭 연락하라며 손가락까지 걸어서 다짐을 받아냈다. 그러나 너는 어떻게 되었는지. 이제껏 연락하나 없다. 작년 여름, 내게서 멀어진 너를 나는 아직도 찾고 있다. 어느 곳에서도 너와의 추억이 생각났고, 그럴때마다 나는 열심히 참았다가 집에 가서 내 안의 수분을 다 빼내듯 펑펑 울었다.
이제 더이상 널 추억할 장소도 없어졌다. 오늘 졸업한 나는, 더이상 너를 학교에서 추억할 수 없다. 웃고, 울고, 싸우고, 화해하고, 두근거리고, 얼굴 붉혔던 그 곳을. 나는 오늘 졸업했다. 이런 날에도 나는 용기가 없어 보내지도 못하는 편지를 또 쓴다.
To. 김종인
종인아, 안녕? 나 경수. 아, 너는 기억 나려는지 모르겠다. 너랑 내가 웃고 떠들던 그 때가. 교실에서 크큭대며 떠들다가 들켜서 복도 내쫓겼으면서 뭐가 그렇게 좋았는지 쫓겨나서도 헤헤거리며 장난치기 바빴고, 운동회때는 작았던 나보단 체격도 좋고 운동도 잘하던 너를 열심히 응원했고, 그러다 지고 들어온 너를 보며 타박하다가도 괜찮아, 괜찮아 거리곤 했었어. 너는 아마 모를지도 모르겠어. 시험을 망쳤을 때 위로를 해준답시고, 여기저기 끌고 다니며 마구마구 먹이고, 노래방도 가서 기분 풀어주고, 마지막엔 그런 니가 고마워서 울컥 울음이 터져버린 나를 따뜻하게 안아준 너에게 얼마나 설렜는지 너는 모르겠지? 나 그때 되게 쿵쾅거려가지고 너한테 들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너는 끝내 모르더라. 아, 오늘은 졸업식이었어. 그래서. 이게 마지막 편지일거야. 고등학교 가면 나 너 잊을거야. 사실 많이 후회스럽기도 해. 그때, 너 가기 전에 말할 걸. 막 이렇게. 그 때 난 용기가 없었어. 근데… 넌 날 어떻게 생각했어? 나는 널 많이 좋아해. 아, 사실 나 너랑 인사하고 너가 뒤돌아 갔을 때 고백하긴 했었다? 넌 전혀 모를거야. 아무튼. 이젠 이거 안 쓸거야. 절대로. 절대로.
‘ 잘가, 내 여름아. ’
-
오늘, 니가 간다. 종인이가 멀리멀리 가버린다. 울고 싶었지만 마지막을 못생긴 우는 얼굴로 보내고 싶지 않아서 울음 꾹 참고, 웃어보였다. 종인이도 웃었다. 웃는게 웃는 것 같지 않았지만.
- 종인아, 약속 하나만 해줘.
- 무슨 약속?
- 너 가면… 꼭 연락해!
- 뭐야- 당연하지.
- 그래두. 새끼 손가락 걸자!
내 부탁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거린 내 손을 붙잡았다. 그리고는 새끼 손가락을 서로서로 걸어서 꼭 가서 연락할게. 웃으며 손가락 걸은 두 손을 흔들흔들. 그리고는 아쉽게 두손이 풀려 떨어졌다. 손가락 건 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는 너에게 나는 당연하듯 그 손길을 받아냈다. 한번만 안자. 경수야. 말을 한 종인이 내 몸을 끌어당겨 안아주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쿵쾅쿵쾅. 들킬까 조마조마하건만 종인이는 떨어질 생각을 안한다. 하교시간이라 아무도 없는 복도에서 몇분을 그렇게 안고 있었을까. 겨우 내게서 떨어진 종인이가 내 눈을 마주쳤다.
- 경수야, 잘 지내.
고개를 끄덕. 그대로 뒤돌아선 너가 교실로 돌아간다. 마지막으로, 선생님을 뵈러 가는 것이었다. 뒤돌아 가는 너를 보던 내가 있는 힘껏 용기를 내어 작게 속삭였다.
- 혼잣말이라서 미안해. 사실은, …널 사랑해.
굿썸 노래 아이라잌디스송!!아이라잌!!!엉ㅇ어어어ㅓㅇㅇㅇ어어엉노래좋다구유융우우ㅜ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