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열? 오랜만이었다. 내 이름을 부르는 너의 목소리는. 오랜 만에 만난 너는 더 잘생겨져 있었고, 더 어른스러워져 있었다. 예전에 내가 칭얼거리면 무심하게 받아주던 니가 아닌 듯 했다. 내 첫사랑과의 재회는 여전히 가슴이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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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열아, 오랜만이야. 일하는 곳에서 가까워 자주 갔던 커피숍에서 조금 낯설게 변한 너와 이야길 하고 있다. 나는 아직까지도 너를 잊지 못한 것인지 자꾸만 뛰는 심장이 야속하기만 했다. 이젠 잊을 때도 되지 않았던가. 벌써 6년이나 지났지만, 너와 난 전과 다름없이 자연스럽게 이야길 하고 있었다. 물론, 너만.
“ 잘 지냈어? 무슨 일하고 있어? 오랜만에 보니까 너 꽤 차분해졌다. 예전엔 되게 말 많았었는데. ”
“ 아…. ”
오랜 만에 만난 너는 꽤 말이 많아져 있었다. 한꺼번에 몰려온 질문에 내가 대답을 하지 않자 너는 아차 했다. 그런 모습이 참 의외여서 그 순간에도 두근거렸다. 넌 말이 많지 않고 무뚝뚝했는데…. 그때 그 성격이 어디 가진 않았는지 들떠 있던 니가 갑자기 차분해졌다. 그래도 그 따뜻한 웃음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 잘 지냈어? ”
너의 잘 지냈냐는 말에 난 또 한번 떨려야 했다. 예쁘게 미소지으며 내게 잘 지냈냐 물어오는데 어찌 못 지냈냐 대답하나 싶다. 나지막이 응. 너는? 하고 예의상 물어봐주니 자신도 잘 지냈다고 한다. 성열아, 너는 더 키가 커진 거 같다? 더 이뻐진 것 같기도 하고. 약간 능글스러운 너는 낯설었지만, 뭔가 너다워서 웃음이 나왔다. 내 웃음을 봤는지 너도 웃었다. 누가 본다면 몇 년이고 만난 친구로 볼 것도 같은 분위기였다. 그 분위기가 자연스럽기도 하고 좋아서 이제껏 떨려 부르지 않았던 너의 이름을 불러본다. 명수야…. 내가 너의 이름을 부르자 너는 응? 하고 대답해온다. 아니, 그냥. 너 무슨 일해? 딱히 할말이 없었지만, 아까 니가 물어본 말이 생각나 급히 그 말로 화제를 돌렸다. 막상 물어보니 너의 직업이 무엇일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 나? 음, 바 운영 해. 내가 경영에 관심이 있었고, 과도 그쪽이었으니깐. 성열이, 너는? 너는 무슨 일 하는데? ”
“ 난… 유치원교사야. ”
“ 우와, 유치원? 하긴, 너 애들은 무진장 좋아했잖아. 니 사촌동생 성종이도 니 집에 놀러오면 넌 걔 보느라 난 쳐다도 안봤는데. 기억나? 나 진짜 그땐 엄청 서운했다? 어린애보다 못한 존재인가 하고. 크큭. ”
그랬지. 난 그때 애들만 보면 정신 못차리고 성종이를 하루라도 보게 되는 날이면 모든 신경이 성종이한테 쏠려있었다. 물론, 니가 있었을 때에도. 그래서 하루는 난 안보이냐 하고 묻던 니가 참 웃겼는데, 어린애한테 질투하는 너는 꽤 좋았었는데. 그땐 니가 날 좋아하는 걸까 하고 막연한 착각에 빠져있기도 했었다. 하지만, 하루 뿐이었다. 그냥 친구로서의 서운함정도였으니까, 니가 느낀 것은. 무려 7년 전이지만, 너와 난 너무나 또렷히 기억하고 있었다. 행복하고 좋았던 그때를. 너와 난 다른 의미로 행복했다고 말하지만, 좋았다. 다른의미로라도 서로에게 행복했던 기억이니깐.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 핸드폰에 진동이 울려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 보았다. 요즘 친해진 성규라는 형이었다. 같이 사는데, 빨리 들어오라는 문자였다. 늦게 오던 말던 신경쓰지 않던 형이 이러니 무슨 일인가 싶어 알겠다 답을 보낸 후, 너에게 아쉬움을 표했다. 너도 내가 빤히 보던 문자를 보았는지 별말 없이 알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내게 명함을 건네 주었다. 자주 찾아와. 기다릴게. 기다린다는 너의 말에 내 심장은 한번 더 반응 했다. 멋드러지게 웃는 너에게 나도 웃음으로 답하며 커피숍에서 나와 집을 향했다. 집에 가면서도 너에 대한 생각은 멈추질 않았다.
오랜 만에 본 너와 7년 전의 너의 모습이 겹쳐졌다. 얼굴은 바뀌지 않았어도, 분위기가 꽤 많이 바뀐 너의 모습이 자꾸만 생각났다. 입가엔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이후의 이야기가 생각안나서 썩혀두고 있는 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