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문장이 아예 지워졌더라구요!
고쳤씁니다^0^/
Touch Down 25
#차라리_팀을_정하는_게_낫겠다.
'별다른 팀이 없다'는 굉장히 개방적인 이 회사의 유일한 단점은
팀이 없다는 것이다.
벌써 며칠 째 회사를 홍보할 수 있는 아이디어 회의를 거듭하고 있지만
‘아, 이거다.’ 싶은 홍보방법이 없다.
차라리 전담해서 홍보에만 몰두하면 뭐라도 나올 것 같은데,
우리는 다른 잡다한 일들이 많았다...
“이렇게 정한이 형이 사고 치기를 바란 적은 처음이야.”
“공감이야. 차라리 그 형이 사고치고 수습하러 가는 게 나을 것 같아.”
정적이었다.
벌써 수백 가지의 아이디어를 냈으나 결제 올린 거 번번이 다 까였다.
이쯤 되면 그냥 사장님이 아이디어를 내시는 게...
“정한씨는 어때요?”
“평생 안 익숙해 질 줄 알았는데 슬슬 아무렇지 않아요. 일단 물어보기라도 해 볼까요?”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에 따라 달려있지. 일단, 00씨는 게시판 정리부터 합시다.”
명호씨의 주도하에 모두 뿔뿔히 흩어졌다.
그래.. 일하자, 일.
뼈를 묻을 직장이니 열심히 하자!
#서다정씨의_다정함에_숨멎
이젠 회사 동료들이 어느 정도 편해졌다.
그렇다고 아직 말을 놓을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어색함은 사라진 상태였다.
말로는 못하지만 눈으로는 욕할 수 있는 단계쯤 된다.
탕비실에서 컵에 커피를 타며 잠깐 멍때렸다.
홍보고 뭐고 다 때려치고 나가서 전단지나 돌리고 싶다.
이딴 생각이나 하고 있는데 탕비실 문이 열리고 명호씨가 들어왔다.
"아뇨아뇨. 능률적인 업무를 위해 커피를 제조중이었습니다."
"난 땡땡인데."
"대놓고요?"
선반 제일 꼭대기에 있던
구급상자에서 데일밴드를 꺼낸 명호씨가 나에게 건네줬다.
붙여달라는 건가..?
껍질을 까며 '어디다 붙여드릴까요?'라고 물으니
명호씨는 무심하게 내 손가락을 가리켰다.
그제야 내려다 본 검지가 살짝 베어있었다.
어디다...? 언제...?
아 근데 몰랐을 땐 괜찮았는데
막상 보니까 아파!
"네. 아주 정확하세요."
"굳이 감정 숨기는 게 좋은 건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전 항상 솔직하게 말하려는 편이에요. 물론 상대방 배려 하에."
"그쵸. 더불어 살아가는데 배려없이 내 말만 하는 건 너무 멍청하잖아."
암요, 암요.
역시 뭘 아시는 분이야.
#꿈#우중충한_하늘
꾸물꾸물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은 어두웠다.
낮인지 밤인지 모를 애매한 색을 가진 구름에 의아했다.
이런 배경은 잘 안하는데...
멀리 정한씨가 보인다.
절벽 끝에 아슬하게 걸터앉아있다.
먼 곳을 내다보는 정한씨에게
천천히 걸어가지만 어쩐지 닿지 않았다.
답답함에 사력을 다해 뛰었지만 그건 마찬가지였다.
뭐지...?
일단 멀리서 정한씨를 불렀다.
내 목소리가 안들리는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내 목이 찢어져라 불렀다.
꿈속이라 그저 아득하다.
난 분명 목이 찢어져라 부르지만 정한씨는 반응이 없다.
답답해. 너무 답답해.
"정한씨...."
나즈막히 나간 나의 작은 목소리에 정한씨가 반응했다.
순식간에 먹구름이 걷혔고 높고 푸른 하늘이 나타났다.
그러나 금방 고요한 아침의 하늘인 양 연하게 변했고
조금은 큰 초승달이 구름들 사이에 살짝 보였다.
절벽은 사라졌고 넓은 들판이 생겼다.
들판에 이름 모를 꽃들이 무성해졌고
정한씨는 그런 꽃을 꺾으며 나에게 다가왔다.
어느새 내 앞에 선 정한씨는 꽃을 입에 물더니
되먹지도 않는 말을 했다.
"...항상 그런 배경에 계시는 거예요?"
"항상 그렇게 아슬아슬하게 있는 거냐고요."
"......."
"많이 놀랐나보네. 다음엔 신경 좀 써야겠다. 우리 호두 겁쟁이였네~"
"또또 얼렁뚱땅."
"내 주특기야. 이렇게 얼렁뚱땅 넘어가면 생각 없는 것처럼 보여서 얕보이거든."
"얕보여서 뭐가 좋은데요?"
"상대가 방심하잖아. 그리고 이런 성격이 친해지기 쉬워. 호두도 봐. 너어 지훈이한테 다 들었어~ 나에게 스며들었다며~"
또다. 또 웃으며 넘어간다.
난 그런 그가 원하는대로 휘둘릴 수밖에 없다.
그가 원하는 이 길이
그를 힘들게 하면 언젠가 다 털어놓겠지.
정한씨가 곁에 있던 꽃들을 뜯어 리본으로 예쁘게 묶는다.
예쁜 꽃다발을 만든 그가 나에게 건넨다.
그냥 넘어가자는 무언의 압박임이 분명했다.
일단은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야했다.
마음껏 휘둘려주는 일.
"이거 어차피 오늘 받아도 다음엔 없잖아요. 일회용이야."
맑게도 웃은 정한씨는
소원을 이루어준다고 했을 때 나에게 건네줬던 인형,
호수 위에서 내 귀에 꽂아줬던 벚꽃가지를 다시 소환해 주었다.
그냥 휘둘릴 뿐인 나에게
이렇게까지 세심하고 다정하면
난 어떡해야하지...
***
스밀 수 밖에 없는 정한이와
스며들 수밖에 없는 호두의 관계란...
너무 좋습니다!
전 명호의 다정함이 좋습니다.
서명호하면 다정함이 술술 따라오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