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ch Down 26
부제: 정체
#안쓰러운_우리_사장님
내가 평균적으로 잠에 드는 시간은 오전 1시쯤.
요즘엔 마케팅이다, 보고서다, 파일 정리다, 하다하다 잡일까지 하니
야근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면 지쳐서 쓰러지듯 잠에 든다.
이르면 11시쯤 꿈속에 들어가는 것 같다.
이것에 대해 정한씨는 기쁜 듯 보였으나
"호두 무의식이 너무 개판이라 호두가 들어올 때 힘드니까 내가 사장을 구워 삶아볼게!"
라는 터무니없는 말을 하더니
정말로 구워삶아 마케팅은 나중에 하기로 합의를 보았다.
이에 대해 사무팀 직원들은 아주 신이 났다.
"오랜만에 회의가 없어. 호두가 정한이 형에게 말한 덕에 나 지금 너무 행복하다."
"x월 x일 오전 9시 37분. 날씨 흐림. 호두의 일기."
"어째 요즘 그거 안 하나 했어요."
"오늘은 우리 직원들에게 사기를 충전해준 날이에요!"
"하..."
"이로써 우리 직원들이 힘을 내서 일을 할 수 있게 되니 너무 기뻐서 감동의 눈물이! 따흑!"
"일 안 가세요?"
"순영이 형 이러면 이거 지각처리해요. 빨리 현장 나가요."
"아, 호두... 농땡이 치고 있었는데..."
가끔 우리 사장님이 너무 불쌍하다.
아니 뭐 저런 직원들을 위주로 뽑았어...
#계획된_납치
가만 생각해 보면 우리 회사 직원들은 내 능력에 대해
놀라거나, 믿지 못하거나 하는 등
뭐 이렇다 할 반응이 없었다.
두렵다는 듯 피하지 않았고,
알고 있었다는 듯 티내지 않았다.
내 능력을 알고 접근한 건 알겠는데,
과연 어디까지 계획된 걸까...?
#고민_상담은_역시
고민이 많다.
보고서 작성할 때 딴 생각하면 오타는 말할 것도 없다.
나의 오타에 가장 피해를 받는 것은 지훈씨였다.
아니나 다를까 내가 보낸 파일을 읽자마자 나를 탕비실로 소환했다.
괜히 머쓱해져 쭈뼛대며 들어갔다.
지훈씨는 그런 나를 돌아보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앗, 화나셨나 보다.
"죄송합니다..."
"무슨 일 있어? 혼내려는 게 아니라 요즘 들어 실수가 잦아서 그래."
"아... 그게..."
"그래, 허심탄회하게 다 말해봐."
"제 능력을 다들 아시는데, 반응이 너무 없다고 해야 하나... 되게, 무서운 능력이고... 제 평생 재앙이고 불행이던 능력인데... 이게 다 계획된 거면 내가 놀아나고 있는 건가... 여긴 뭐하는 곳이지..."
"그걸 혼자 고민한다고 답이 나와? 평소엔 잘도 사장실에 가서 노예 계약서 들이밀더니 이런 건 왜 사장님한테 안 물어봐?"
"아... 믿었던 사장님한테 발등 찍힐까봐..."
"나한테 찍히는 건 괜찮은가보네."
그건 아니라며 손사래 쳤다.
크게 웃은 지훈씨는 지금이 기회라며 사장실에 가서 물어보란다.
그래! 지훈씨 말이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기지!
#회사의_정체_빠밤
시원하게 노크를 하고 사장실로 들어갔다.
언제나 그랬듯 따스한 웃음으로 맞아준 사장님은
소파를 가리켰다.
아... 저렇게 맑을 필요가 있나...
만약에 발등 찍히면,
진짜 아프겠다.
막상 사장님 얼굴을 뵈니 말하기 더 껄끄러워졌다.
좀 망설이니 사장님은 또 오해를 하신 모양이었다.
"노예계약서는 바로 파쇄기입니다."
"아, 오늘은 그게 아니고... 사장님 제 능력을 아시잖아요."
"네, 그렇습니다."
"왜, 정한씨를 보내서 저를 스카웃 하셨죠?"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00씨의 능력이 필요했습니다."
"...제 능력은 불행이자 재앙이에요. 비극일 뿐인데..."
"아뇨.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00씨가 재앙이라고 부르는 그 능력은 전 세계적이지만 극소수에게 있는 능력입니다."
"......"
"저희 회사는 00씨와 같은 능력을 가진 사람들과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재앙, 불행이 아니라 스펙이죠."
"오, 되게 새로운 말이었어요... 스펙..."
"불가항력이었으니 그렇게 과거에 갇혀 있을 필요 없습니다. 적절한 죄책감은 도움이 되지만 때론 나아갈 수 없게 만듭니다."
"일단, 알겠어요. 알겠는데, 그럼 제가 뭘 하면 되는데요...?"
"그건 꿈속이 어느 정도 편해지면 그때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때까진 꿈을 현실에서 기억하는 능력을 키우십시오. 세심한 것 하나까지 현실에서 기억이 나야합니다."
"네. 노력해볼게요."
"항상 좋은 꿈꾸십시오."
"아, 뭐야.. 왜 또 그렇게 말해요. 사람 설레게."
"...용무 끝나셨으면 나가셔도 좋습니다."
역시 단호박이셔.
***
26화만에 나온 회사의 정체!!!!
아직 감춰진 게 더 많은 회사지만
늦게 밝혀진 만큼 빠르게 풀어나갈 겁니다!!!!
저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터치다운을 정주행하다보면
은근히 마음이 따뜻해져요.
위로받는 느낌이 들어서 참 좋습니다^0^/
암호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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