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칫 놀라며 고개를 들었는데
이 자식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나 빤히 쳐다보더니 기타 가지러 가더라.
"야"
"왜"
"들고있어"
"니가 들어"
"나 볼 일 보러 나가봐야 되니까
좀 들지?"
머리 쓰다듬었던 일이 진짜 있었는지.
꿈이었는지. 아니었는지.
아까 박찬열은 사뭇 달랐는데 말이야.
"너 그거 내려놓지마"
"왜 시발"
"그거 진짜 내가 아끼는거야"
"그럼 니가 이거 들고가면 되겠네"
"말이 되는 소릴해라"
박찬열은 저 말하더니
내 머리를 살짝 툭치고는
"간다"
이러더니 나가버렸어.
아니 시발.
이젠 하다하다 지 기타셔틀까지 시키고 말이야.
가만히 있기도 좀 뻘쭘하고
기타 좀 쳐볼까 싶어서
기타 줄 좀 튕기고 있는데
"야 박찬ㅇ..어?너 여기야?"
종인이가 뒷문을 확 열고 들어오는 거야.
"응"
"왜?"
"뭐야. 왜라니."
"아..아니"
"종대가 데려왔는데"
"아..찬열이는"
"잠깐 나갔어"
"어!너 기타도 칠 줄 알아?"
"당연하지"
그러더니 의자 끌고와서는 내 옆에 앉는 거 있지.
"한 번 쳐봐"
"미쳤냐. 내가왜"
"한번만"
진지하게 말하길래
더 거절하기도 좀 그런 거 있잖아.
그래서 한 번 쳐볼까 하고 자세잡는데
"근데"
"....?"
"이거 찬열이꺼 아냐?"
"맞아.나한테 맡기고 어디 갔는데"
"아...."
종인이는 멍하니 나 보더니
기타도 멍하고 쳐다보는거야.
"야.나 이거 친다고"
"아."
또 자세잡고 치려는데
"아 김종인. 니 여기 있을 줄 알았다"
하고 키크고 좀 요정같이 생긴 애가 들어오는 거 있지.
아나 시발.
기타를 치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한숨 한번 내쉬고는
걔네 둘 보니까
"아.아~ 연애중이었구나"
이지랄....
근데 종인이가
"아 뭐래ㅋㅋ"
"너 여자친구잖아"
"그냥 반 친구지 뭔 여자친구야.
나 나중에 쳐줘.갈게"
이러더니 나가버렸어.
뭐 내가 이기적인건가.
종인이 저 말을 들으니까 허전해져 가슴이.
괜히 서운해질뻔...
근데 김종인도 웃기지 않아?
지 맘대로 날 여자친구랬다가
아니랬다가.
변덕 존나 싫어.
아니 뭐래
나 여태 김종인이 여자친구라고 했던거
즐긴애처럼.
몰라 짜증나 김종인
동아리 끝날 때 까지
김종대도, 박찬열도 안 왔어.
나도 가방싸고 애들 다 나가고서
그제서야 나가려는데
'그거 진짜 내가 아끼는거야'
아까 했던 박찬열 말이 갑자기 생각나는거야.
그냥 나와버렸어
박찬열 기타랑 같이.
아니 근데 박찬열 번호를 알든가 해야
연락이라도 하지.
김종대는 아까 먼저 가라는 문자뒤로
폰 꺼놓고.
김종인한테는...
자존심 내세우는 중이랑 못하고.
학교 벤치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거지 뭐.
이게 그렇게 중요한거면 찾으러 오지 않겠어?
.................
....................
망할 녀석은 3시간이 지나도 안 오고.
10분만 10분만 하던게 벌써 3시간이 지난거야.
나 이제 진짜 10분만 기다리고 갈거야.
.....................
10분 지나고서도 자리에 서서
발을 떼지 못하겠는거야.
몰라 박찬열
나 갈거야.
난 기다렸는데 안 온건 너니까.
난 몰라.
발걸음도 천천히 한 발짝 한 발짝 걷고.
괜히 한번씩 멈칫멈칫.
이제 진짜 포기하고 막 걸으려는데
"뭐야"
거짓말처럼 박찬열이 딱 나타나는 거 있지.
그러더니 내 뒤에 기타보더니
"너 설마 나 기다렸냐"
".........."
"야 여자애가 여기서 존나 위험하게.
아. 바보냐?"
"............"
"얼마나 기다렸어 너"
"소중한거라매"
"병신아 걍 가면 됐잖아"
"소중한거라고 맡겼으면
니가 일찍 왔으면 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