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종대가 난리친 거 치고
박찬열이 생각보다 멀쩡한 거 있지.
아파보이긴 하는데
종대 반응보고는
난 애가 누워서 꼼짝도 못하는 줄 알았지.
오히려
"야 주스줄까?"
"야 과자먹을래?"
"야 빵 있는데"
"야 망고 있는데"
내가 보살핌 받는 중이었어.
"아니. 괜찮다고."
"....."
"........"
".....야"
"자라고!!!!!자라고 쫌!!!!!!!!"
싫다는 박찬열
억지로 억지로 겨우 눕혔다니까.
박찬열 잘 때까지
옆에서 감시하다가 겨우 나왔어.
애가 너무 안 자더라고.
방문 앞에 한참을 서 있다가
집을 쭉 둘러봤는데
신기하게 얘네 집엔 사진이 한 장도 없는거야.
어릴 적 사진이라던가 그런거.
집 한 바퀴 돌다가
유일하게 박찬열 집 들어왔을 때
활짝 열려있던 방에 들어갔어.
그냥 창고정도로 쓰는 거 같은
엄청 정신없었어.
삼선 슬리퍼, 회색 후드, 수학 교과서 뭐 이런 것들도
바닥에 나뒹굴고.
방구석 저 끝에 짐들 사이에
곰돌이 인형이 엎드려 있고.
이거 박찬열한테 나 달라고 해야지.
곰돌이 인형 가지고 거실로 막 나오는데
박찬열 방에서 핸드폰이 막 울리는거야.
박찬열 깰까 싶어서
얼른 달려가서 받았다니까.
"여보세요"
"......"
"여보세요?"
".....아"
"여보세요 누구세요"
"그..찬열이.."
"아..지금 애가 자고 있는데..누ㄱ.."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끊어버리는 거 있지.
박찬열 핸드폰 두고 나가려는데
5시 7분..
시간 엄청 빨리 가네.
가만 있어보자.
애도 일어나면 배고플거 아냐.
죽이라도 끓여줘야 하나...
박찬열 머리맡에 핸드폰두고
아까 가지고 나왔던 곰돌이 인형
의자 끌고와서 박찬열 옆에 놔줬어.
이거 참 뿌듯한걸?
박찬열 죽 끓여주려고
우리집으로 왔어.
민석이 오빠 덕에 항상 냉장고가 꽉꽉차니
굶어죽진 않겠어.
핸드폰 두고 간지도 몰랐는데
웬 부재중이 이렇게 많대?
부재중 58통 중 52개가
김종인...
뭐야 존나...
이제 이름보기만해도
거부 반응이 일어날 거 같은 거 있지.
갑자기 기분이 확 상해서
핸드폰 대충 주머니에 쑤셔넣고는
죽 가지고 박찬열 집으로 왔다니까.
"야 야 일어나봐"
"......"
"야. 일어나라고 좀"
거실에서 아무리 소리질러도 안 나오는거야.
이 놈이.
힘들게 끓여온 죽 다 식어버리겠네.
박찬열이 자고 있는 방문 앞에 서서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쉬고는
조심스레 열었어.
"박찬ㅇ...."
엥.
문 열어보니까
박찬열은 온 데 간데 없는 거 있지.
..........
"박찬열....?"
방문을 더 크게 열고는
한 발짝 한 발짝 안으로 들어가면
"......엇!...."
방문 뒤에 있던 박찬열이 날 확 잡아당기는거야.
고로 우린 엄청 가까이 붙어있다는 거.
내가 여차하고 앞으로 고개 좀 내밀면
입술이 맞닿을 정도로.
"....너...."
"너 뭐야"
"............"
"뭐냐고"
아까랑은 다른 눈을 하고서는
날 보고 있는 거 있지.
"........."
"저거 어디서 났어"
박찬열이 턱 짓으로 가리킨 곳엔 곰돌이 인형이 있었어.
"아.너..저기...방에"
날 보는 박찬열 눈이 심하게 흔들리더니
".....아...시발"
하더니 내 손목을 스르르 놔줬어.
띵동-
초인종 소리에
내가 방 문 쪽 쳐다보니까
또 다시 나 잡아당기고는
"가지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