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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와 형원이 사이에는 굉장히 큰 오해가 있었음. 그래서 여주는 지금 형원이를 싫어하는데, 항상 자기만 보면 인상을 찌푸리거나 무시하는 게 태반이라 형원이 여주 얼굴 제대로 마주한지 오래임. 근데 그런 여주가 수업중에 형원이 쪽을 바라보고 자고 있길래 따라 엎드리더니,
"나 좀 그만 싫어해라."
".........."
"얼굴은 예뻐가지고. 난 미워하지도 못 하겠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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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꿉친구인 여주와 몬애기들. 오늘 시험 끝나는 날이라 다 같이 놀러 가기로 했는데 여주 갑자기 오늘 학교 끝나자마자 할머니댁 가게 생김... 할머니 보고 싶긴 하지만... 오늘 같은 날은 나도 놀고 싶다고요ㅠ 울며 겨자 먹기로 할머니댁 도착했음.
그 시작 여주를 뺀 남은 애들은 다 같이 노래방 옴. 여주도 같이 왔으면 좋았을 텐데, 다 이런 생각 하고 있음. 카톡으로 계속 나도 데려가ㅠㅠㅠ 하는 여주의 눈물 가득 담긴 메세지가 뜬다. 그걸 본 형원이가 키득키득 웃으면서 민혁이한테 셀카 찍자고 폰 들어 올림.
"야 여기 봐 봐.(핸드폰 꺼내 듦)"
"갑자기?(브이)"
사진 찍고 여주한테 보내니까 부럽다고 울면서 바로 답장 옴ㅋㅋㅋㅋ 채형원 그런 여주 카톡 보면서 노래는 안 부르고 실실 웃는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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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개싸가지 밥 말아 먹은 우리 팀 팀장님이 오늘 안경을 쓰고 오심. 근데... 진짜 잘생기긴 했다. 막 엄청 잘생긴 건 아닌데 ㄹㅇ 내 스타일로 생기심ㅠ 그래서 그냥 가만히 있었어야 됐는데 나도 모르게 툭, 말이 먼저 나감.
"어, 오늘 안경 쓰셨네요?"
내가 말하고도 아차 해서 입술 꾹 깨물고 눈치만 보고 있으니,
"신입."
"....네?"
"일 할 때는 일만 하지. 내 얼굴 뚫리겠네. 신입한테 잘 보이려고 쓴 거 아니니까 신경 끄고."
잘생긴 거 인정하는데... 말 개싸가지 없네 증말;; 오늘 따라 더 예민하신 듯; 하지만... 전 얼빠라서요^^ 사랑해요 유기현 팀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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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여주네 집안 엑스그룹 30주년 파티 열리는 날임. 여주는 그 자리에 가면 또 다른 그룹 자녀들, 회장님들 만날 생각에 벌써부터 머리 지끈 지끈.
하지만 그렇다고 안 갈 수 있을까. 다름 아닌 자기 회사 30주년 파티인데. 아침부터 샵 가서 메이크업에 헤어에. 아직 파티는 시작도 안 했는데 피곤한 건 뭘까. 드레스 입고 샵에서 나오니까 이게 웬일. 아까까지만 해도 여주 데려다주던 기사님은 어디 계시고 여주 소꿉친구인 현우 와 있음.
"타."
"....? 뭐냐. 너 왜 여깄어?"
현우 역시 여주네 파티 가야 해서 멀끔히 차려 입은 모습. 여주는 얘기 왜 여기 있나 어리둥절 하지만 일단 조수석에 올라탐.
"너 왜 여깄는데? 기사 아저씨는?"
"뭐가 그렇게 궁금해."
"아니, 갑자기 너가 온 게 이상하잖아. 아빠한테 연락 받았어? 나 튈까봐 너가 데리고 오래?"
"말 밉게 한다 또. 그냥, 너 또 오늘 하루종일 스트레스 받을 거 뻔해서. 가는 길이라도 편하게 가라고."
현우는 이런 행상 있을 때마다 여주 잔뜩 스트레스 받는 거 너무 잘 알아서 가는 길만이라도 자기 옆에서 편하게 갔으면 하는 마음에 여주네 기사 아저씨한테 미리 연락하고 자기가 데리러 온 거임.
"...오늘 예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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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서 뭐하냐는 생각이 꼬리를 물어 결국 안 좋은 선택을 하게 되었다. 분명 죽었어야 하는 게 정상인데 눈을 뜨자 보이는 건 하얀 병원 천장. 그리고 모르는 남자.
...살았구나. 내가... 내가 어떤 마음으로 그 선택을 한 건데. 내가.. 내가 어떤 심정으로 몸을 던졌는데, 내가... 내가.... 차오르는 분노와 함께 눈에는 눈물이 가득 찼다.
"....그쪽이에요? 그쪽이 나 살렸어요?"
"어."
"왜요? 그쪽이 뭔데? 그쪽이 뭔데 살려요! 그쪽이 뭔데!"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눈에서는 쉴 새 없이 눈물이 흘렀다. 악이란 악은 다 쓰면서 울부짖는 내 모습에도 표정 변화가 없던 남자는 그렇게 한참을 아무 말 없이 나를 내려다 보았다. 그리고 그렇게 내가 조금 진정이 됐을 때 쯤에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살아. 죽을 용기로 살아. 그 말, 괜히 있는 거 아니야."
".........."
"죽지 마. 살아있기만 하면 뭐든 할 수 있어. 그런데 죽으면 아무것도 못 해."
"....그것뿐이에요?"
"이것뿐이지만,"
".........."
"이게 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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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는 쌩 신인. 민혁이는 꽤 이름 날리는 연차 좀 있는 배우. 여주에게 아주 좋은 기회로 둘이 같이 주연인 드라마 하나 하게 됐는데, 여주 너무 신인이니까 첫 대본 리딩 날부터 바들바들 떤다. 내가 민혁 선배님이랑 같은 드라마라니...! 심지어 상대 배우...! 하면서ㅋㅋㅋㅋ
민혁도 은근 낯가리는 성격이라 대본 리딩 날은 인사만 하고 그렇게 헤어짐... 대망의 두 번째 만남, 드라마 제작발표회 날임. 여주 처음으로 겪어보는 많은 기자님들, 카메라 플래쉬에 벌벌 떨기 시작. 손에도 땀 계속 찬다.
"괜찮아요? 많이 떨려요?"
"네, 네? 괘, 괘, 괘찮습니다...!"
".....많이 떨리나 보네. 떨지마요. 하고 나면 생각보다 별 거 아니야."
잔뜩 떨고 있는 여주 선배미 낭낭하게 옆에서 다독여주는 민혁임. 여주 그나마 민혁 때문에 떨리는 심장 애써 진정 시켜본다.
제작발표회 현장. 조금 짖궃은 기자 질문에도 연차가 있다 보니 여유 있게 대답 잘하는 민혁이와 곧 있으면 자기 차례라서 또 손에 땀 차기 시작하는 여주.
"드라마 첫 주연이신데, 힘든 점은 없었나요? 조연과 주연의 큰 차이가 있다면?"
"어... 네. 너무나도 좋은 기회로 첫 주연을 맡게 되었는데요.. 힘든 점은 아무래도 조연 이었을 때 보다는 분량이 말도 안 되게 많아져서 그런 점들이... 어... 그런 점들이 되게 감사하면서 체력적으로 살짝 감당하기 힘들 때가 있어서요. 제가 더.. 어...."
자기 차례 되고 그냥 진짜 별 거 아닌 기자 질문에 대답은 하고 있는데 자기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고, 횡설수설하고 있는 거 같고, 그냥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하고 있는 느낌이 드는 여주. 점점 사색이 되어 간다. 그러다가 옆에 있는 민혁이랑 눈 마주쳤는데,
눈빛으로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고 테이블 밑으로 손 뻗어서 여주 손 잡아줌. 그리고는 손가락으로 토닥토닥. 그 덕에 여주 왠지 모르겠는데 순식간이 긴장 확 풀리면서 대답 잘하고 끝마칠 수 있었음.
그리고... 제작발표회 끝날 때까지 둘이 손 잡고 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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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 조직이 먼저 우리 조직원 건드렸다는 얘기를 들은 보스가,
"간만에 몸 좀 풀겠네."
하면서 몸을 일으키심. 그리고는 조직원들 데리고 상대 조직 아지트에 도착함. 라이벌 조직원이 보스한테 총 들이미는데,
"쏴 봐 시발아."
이쪽 세계에서는 나름의 규칙이 존재해서 조직 보스에 명령이 난 상황이 아니면 함부로 행동하지 못 함. 심지어 상대가 라이벌 조직의 보스다? 더더욱 섣불리 조무래기가 나서면 안 되는 상황임. 보스를 쏴서 죽였다고 하더래도 그건 칭찬 받고 환호 받을 일이 아니라 자기 팀 보스를 무시하는 행동이라고 보면 됨. 그러니까 주헌은 조무래기 따위가 자기 못 쏠 거 아니까 저렇게 당당한 거.
시발... 존멋. 우리 보스님이 체고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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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랑 수상 스포츠 하러 놀러옴. 내 로망은 막, 뭔지 알지. 나 물 빠지고 그러면 남자친구가 이끌어 주고, 구해주고. 근데 시발; 내 남자친구 물먹은 종이 인형 마냥 비틀비틀, 펄럭펄럭 거린다;;
"와... 어떻게 저렇게 타지.."
그리고는 다른 사람들 하는 거 감탄만 함. 아니 형원아... 감탄만 하지 말고 너도 좀 배워봐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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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로 여자친구 집에 찾아갔는데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랑 키스를 하고 있다.
".........."
기현이 충격 받아서 아무말도 못하고 그저 멍하니 그 장면 보기만 한다. 그리고는 그냥 돌아서서 그대로 집 나오는데,
차라리 거기서 욕이라도 박고 오고 화를 냈으면 속이라도 편할 텐데, 그냥 눈물만 나온다. 나 여주 없으면 안 되는데.... 진짜... 진짜,
"진짜 안 되는데... 나 어떡하지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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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랑 창균이 나이차이 무려 7살이나 남. 물론 지금 이 시대에 7살 차이 아무것도 아니지만... 여주는 21살. 창균이는 28살. 이렇게 보면 차이 많이 난다. 여주가 과외 선생님이던 창균이한테 반해서 1년동안 끈질기게 창균이 쫓아다닌 결과, 결국 여주한테 넘어가서 둘이 연애한지 1년이 지났음.
그런데 확실히 창균이한테 여주는 여자긴 한데... 너무 어리다라는게 가끔가다가 느껴짐. 여주는 대학생이고 창균이는 직장인이니까 여주가 이해 못하는 게 너무 많은 거지. 그래서 하루가 멀다하고 싸운다.
"그 여자 누군데요. 왜 오빠한테 밤에 만나자고 해, 왜."
"말했잖아. 일 때문에 만나자고 한 거라니까."
"근데 왜 밤이냐고, 왜!"
"....김여주. 목소리 안 낮춰?"
낮은 음성으로 말하는 창균이에 여주 눈물 가득 고여서 창균이 째려봄. 창균이 그런 여주랑 눈 마주치더니 낮게 한숨 내쉰다. 그리고는 머리 아프다는 듯 관자놀이 꾹꾹 누름.
"하... 여주야. 왜 이렇게 나를 못 믿어."
".........."
"너가 나를 못 믿어서, 그래서 너가 힘들면. 그럼 그냥, 우리 여기까지만 할까?"
***
제가 많이 늦었죠?ㅠㅠ 혐생에 제대로 치여 사는 중이라 글 쓰는 게 쉽지 않네요ㅠㅠ 많이 보고싶었습니다!! 빨리 사생팬 썰도 쓰고 싶고, 몬엑 홍일점 글도 쓰고 싶네요ㅠㅠ!
오늘은 솔직히 진짜 다 마음에 들게 써졌습니다ㅠㅠㅠㅠㅠㅠ 내 글이라서 다 맘에 들어 오늘은 특히ㅠㅠㅠㅠㅜㅠㅠㅠㅠ 진짜 오늘 글들은 하나 하나 다 단편이든 장편이든 쓰고 싶은 소재들 투성이.... 독자님들은 어떤 번호가 가장 마음에 들었나요? 댓글로 남겨주시면 단편으로 써질 확률이 높아집니다!!!
그럼 자주 볼 수 있도록 해요 우리....🙏🙏 재밌게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