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세계
죽음은 또 다른 삶의 통로이다
어려서부터 우리 집은 가난했다. 그것도 많이. 항상 가난에 허덕이며 살아야 했으며, 빚에 쫓겨 사는 건 일상이었다. 먹고 싶은 거, 입고 싶은 거 제아무리 원해도 가질 수 없는 게 현실이었으며, 나는 그걸 자각한 어느 순간부턴 수긍하며 살았던 것 같다.
아버지는 우리 집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지 매일 밤 술에 몸을 맡겼고, 그건 칼날이 되어 고스란히 엄마와 나에게로 돌아왔다. 아버지는 엄마를 때렸다. 나도 때렸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하더라. 아버지의 손찌검은 익숙했지만 엄마의 눈물은 언제 봐도 익숙해지지 않더라. 엄마는 아버지의 분이 다 풀릴 때까지 몸을 내어주고 아버지가 취기에 잠이 들면 항상 어디 성한 곳 없는 나의 몸을 어루만져 주며 말씀하셨다.
"우리 아가... 엄마가 미안해. 엄마가... 엄마가, 미안해 우리 아가....."
엄마의 눈물은 아마 평생 익숙해지지 않을 것이다. 엄마의 그 말이 자장가라도 되는 듯, 나는 항상 그렇게 잠이 들었다.
예쁘게 노을 진 바닷가의 저녁 하늘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편안해지는 듯했다. 모래사장을 툭툭 털고 일어났다.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울음이 왈칵, 하고 쏟아져 나올 것만 같다. 엄마, 나는 왜 이런 삶을 살아야만 했어? 돌아오지 않을 질문을 던져본다. 바다의 차디찬 물이 내 발에 닿으니 그제서야 조금 실감 나는 듯했다. 혼자 두고 갈 엄마의 얼굴이 계속해서 머리에 맴돌았지만 나는 버틸 자신이 없었다. 온몸이 젖어가 몸은 이미 얼음장처럼 차가웠지만 굴하지 않았다. 엄마 미안해. 내가 하늘에서 엄마 꼭 지켜줄게.
그대로 차가운 바다가 나를 집어삼켰다.
으으....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눈을 떴다. 깨질 것처럼 아파왔지만 뭐 어떻게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몸을 일으키자 보이는 것은 아마 방 안 내부였다. 내가 지금 앉아 있는 곳은 침대? 천국은 이렇게 생긴 것일까. 아무리 봐도 지옥으로는 보이지 않았고, 그렇다고 천국으로도 보이지는 않지만 내가 나쁘게 살지는 않았으니 이곳은 천국인 걸까.
별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 방 문이 쾅, 하고 열렸다. 그리고 들어오는 한 명의 남자.
"따라와."
그 말을 하고는 바로 나가버린다. 아직까지 무슨 상황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지만 일단 따라가 보기로 했다. 꿈인가 싶었지만 아직 축축한 내 머리와 옷을 보자니 또 그건 아닌 거 같았다.
문밖으로 몸을 나서자 웬 저택에 복도로 보였다. 고급 진 타일, 어딘가 모르게 숨 막히는 벽지까지. 괜히 소름이 돋아 손바닥으로 양 팔을 몇 번을 문지르고는 이름 모를 남자의 옆으로 다가섰다. 정말 아무것도 모른 채로 걷고 있는데 문득 이 남자는 누구고, 여기는 어딘가 궁금해졌다. 사실 아까부터 든 의문이었지만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해 질문을 삼키고 있었다. 고개를 올려 남자를 쳐다보자 나의 시선이 느껴질 텐데도 불구하고 그저 무표정으로 정면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여기는 대체 어딜까. 나는 그때 죽은 게 분명할 텐데.
"시끄러워. 닥쳐 좀."
말로 모든 걸 얼어붙게 할 정도로 차가운 음성이 복도를 울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또 의문이 생겼다. 시끄럽다고? 나는 분명 여기 와서 단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내 목소리를 들은 적조차 없을 텐데, 시끄럽다고? 이 무슨 모순적인 말인가. 눈을 크게 뜨고 남자를 올려다보자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눈이 마주치자 그 표정을 지우고는 다시 발걸음 재촉했다. 집이 얼마나 넓은지 가도 가도 복도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한 5분쯤 더 걸었을까, 남자는 목적지에 도착했는지 웬 커다란 방 안으로 들어갔다.
따라 들어가자 보이는 것은, 디귿자 모양의 책상에 나눠 앉아 있는 남자들의 모습이었다. 뭐라 설명해야 할까. 흔히 회사에 있는 회의실과 비슷한 모습을 띄고 있었다. 남자들은 나를 여기로 데려온 남자를 포함하여 총 여섯 명. 디귿자의 형식으로 가운데 의자 빼고 양옆으로 세명 씩 앉아 있는 남자들이었다.
"쟤야? 우리 지도자가?"
왼쪽에서 가운데 의자에 앉은 남자가 마음에 안 든다는 눈빛으로 나를 노려 보며 말했다. 그 남자의 말에 다른 남자들의 눈빛들도 묘하게 사나워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남자들의 눈빛에 잘못한 것도 없는데 괜히 움츠러드는 기분이었다. 뻘쭘하게 그 자리에 계속 서 있으니 다시 한번 내게 물어보는 듯한 음성이 들렸다.
"야, 너 몇 살이냐."
"........ 19살."
"와. 난리난다 진짜."
아까 나를 지도자라 칭하며 물어봤던 남자였다. 남자의 물음에 대답을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존댓말을 써야 하나 반말을 써야 하나 고심 끝에 대답했다. 뭐, 먼저 반말했으니 상관없겠지. 내 대답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정확히 말하자면 헛웃음과 비웃음. 내게 물어본 남자는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점점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 이 상황이 무슨 상황인지 하나도 모르겠다고.
그때, 꽤나 센 바람이 방 안을 헤집어 놓기 시작했다. 이상했다. 여기는 창문 하나 없는 방안, 실내가 분명한데 바람이라니. 바람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데 갑자기 눈 바로 밑이 상처가 난 것처럼 따끔, 했다. 그에 손을 올려 만져보자 피가 묻어 나온다. 이게 무슨... 작은 생채기에 혼란스러운 듯한 나를 본 다른 남자가 차가운 표정을 하고는 말을 꺼냈다.
"들을 필요도 없겠네. 19살이라잖아. 그런 애가 우리 지도자? 그것도 별 볼일 없는 인간이?"
".........."
"지랄 말라 그래."
신이 존재하는 또 하나의 세계
이주헌
능력 : 마인드 킹_정신 계열의 능력 중 가장 높은 위치에 있으며 모든 대상의 정신을 지배한다
"처음으로 누구 마음을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어."
이민혁
능력 : 빙결_얼음을 다루는 능력으로 모든 물질을 얼려 버리고 시선 내의 모든 사물은 무기가 된다
"인간은 딱 질색이야."
임창균
능력 : 바람_바람을 다루는 능력으로 순간적으로 큰 바람을 만들어 낼 수 있으며 바람으로 모든 것을 벨 수 있다
"인간이 얼마나 버틸지 궁금하긴 하네."
***
몬엑 판타지 글입니다....! 일단 맛보기고, 다름 애들은 다음 화에 바로 나올 예정이예요! 사실 완결까지 끌고 갈 자신은 없는 글이지만....ㅠㅠ 진짜 도전해 보고 싶었던 장르라 용기 내어 올려 봅니다!!
재밌게 봐주셨다면 다음 화를 빨리 쓸 수 있게 힘이 될 댓글 한 번씩만 부탁드립니다! 아주 큰 힘이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