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의 마지막 시즌입니다. 아직 시즌 1을 안보셨다면 아래 링크로 들어가 시즌 1을 먼저 보고 오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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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shmello(마시멜로), Anne-Marie(앤 마리)-FRIENDS
괴물들과의 기막힌 동거 Ⅲ 17
돌이켜보니 모든 것이 후회로 남았다.
그때 그 아이를 못 본 체 했더라면.
그때 그를 찾아가지 않았더라면,
그때 삶을 포기했었더라면,
지금의 내가 없었을 텐데..
#81 한낱 인간
목숨을 걸고 하는 마지막이라 누구 하나쯤은 죽고 끝날 줄 알았는데 준휘의 계획이 완벽했던 덕인지 400년간 불행했던 나를 위해 주신 딱 한 번의 기횐지 끝은 생각보다 허무하게 찾아왔다. 400년, 긴 암흑의 시간 속에서 출구 하나. 아니, 단 한 줄기의 빛 하나 찾지 못한 채 정처 없이 걸어왔다. 곤히 잠들어 있는 아가는 그런 나에게 단 하나 남은 출구였다.
“밥은 좀 드셨어요?”
“어? 아, 배가 안 고파서.”
“야옹아, 내가 보고 있을게. 밥 먹고 와.”
“어? 아냐, 진짜 배 안 고파서 그래. 배고프면 내가 찾아 먹을게. 할 거 하고 있어.”
잠깐 고민을 하던 순영이는 그럼 자기도 옆에서 지키고 있겠다며 자기 방에서 굳이 의자를 끌고 와 내 옆에 앉는다. 순영이의 머리를 쓸어주다 삐죽 삐져나온 아가의 손을 이불 안쪽으로 넣어주었다. 아가의 영생을 위한 일이 실패로 돌아가 내 스스로 아가를 죽였던 지난날들이 스쳐지나간다. 끔찍했던 그 날들의 보상은 아주 작은 거였다. 이불 안쪽에 넣은 아가의 손을 잡았다. 아가의 말랑거리는 손을 잡으니 감정이 주체가 안 된다. 잠든 아가의 손을 가만히 잡아본지가 언젠지.
“이제 다 괜찮아. 행복할 거야, 우리 야옹이.”
“순영아, 난, 나는...”
“응. 괜찮아. 천천히 말해도 돼. 다 들어줄게.”
“아가한테 미움 받을 자신이 없어... 이기적일 용기도 없는 주제에 또 후회할 짓만... 또...”
“미움 받을 거야. 근데, 괜찮아. 400년을 참아온 너잖아. 또 이어질 400년간 잘해주면 얘도 야옹이 마음 알 거야.”
순영이 품에 기대 울었다. 걱정시키기 싫다며 억지로 삼켰던 만큼 진짜 큰 소리로 울어버렸다.
#82 이제는 나도
진정하고 나니 순영이에게 미안해졌다. 아, 걱정시키기 싫었는데. 살짝 순영이 눈치를 보니 순영이가 눈을 맞추며 웃어주었다. 그냥 어깨에 슬쩍 기대는데 현관문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 최승철이 온 건가? 놀란 마음에 방문 쪽을 바라보니 문이 열리고 준휘가 머리만 들이밀었다. 긴장되는 이때 준휘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저께부터 망각의 물약 사고 싶어서 연락을 했는데 안 받아서 찾아왔다는데? 핸드폰은?”
“아... 기억이 없다...? 나 핸드폰 어쨌을까...?”
“...? 그걸 지금 나한테 묻는 거야?”
“응... 나 어디다 뒀을까, 핸드폰을...”
아가는 순영이에게 맡겨두고 거실 소파를 찾아보았다. 없네...? 나 마지막으로 전화 받은 게 언제더라... 기억도 안 나는데... 적어도 약 만드는 동안은 핸드폰 안 썼던 거 같은데... 현관에 서있는 손님에게 일단 안으로 들어오라고 한 후 화장실도 들어가 보고 부엌도 살펴보았다. 어디다 뒀을까... 혀를 차는 준휘를 지나쳐 현관문을 나섰다. 아이고, 문짝이 드디어 부서졌네. 잠깐 바라보다가 나의 어여쁜 붕붕이가 있는 곳으로 나가보았다. 혹시 두고 내렸을 수도 있으니까... 운전석으로 머리를 들이밀고 훑어보는데 뒷좌석 시트 사이에 끼여 있는 핸드폰이 보였다. 아! 여기 있네! 아이고, 전원이 나가있었네. 그간 아가 때문에 정말 하나도 신경을 안 썼어. 핸드폰을 들고 집으로 들어왔다. 계약서를 작성하고 있는 준휘에게 찾았다며 핸드폰을 흔들어주고 방으로 들어와 충전을 시키며 전원을 켰다.
“어디서 찾았어?”
“차에 있더라고. 그 뒷좌석 시트 사이에 끼여 있었어.”
“마지막으로 전화한 게 언제였어? 기억은 나?”
“모르긴 몰라도, 진짜 오래됐을 거야. 그간 아가 때문에 정신이 없,”
말이 채 다 끝나기도 전에 전화가 울렸다. [우리지훈이] 익숙한 저장 명에 잠시 망설였다. 왜 전화했는지 너무 잘 알겠지만 지금 당장 해줄 수 있는 말이 없는데... 슬쩍 화면을 확인한 순영이가 대신 받아주겠다고 했지만 거절했다. 그냥 받고 빨리 끊어버려야지.
"지훈아, 나 지금 피곤한데 조금 있다가 전화할까?”
대답이 없다. 긍정이었나. 그냥 끊으려던 그때 뜻밖의 아기늑대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렸다.
‘언니, 제가 뭘 잘못했어요?’
"너 우니? 왜왜. 왜 울어. 울지 마.”
또다시 감정을 참아냈다. 그래도 아까 울었다고 이쯤은 어렵지 않았다. 그저 아가늑대를 달래기 위해 아무런 말이나 내뱉었다.
“지훈이가 못살게 굴었니? 정한이가 혼냈어? 지수가 서운하게 했니?”
알고 있다. 이 여린 아이가 무엇 때문에 이토록 서럽게도 우는지. 사과라도, 해야 되나.
"아가 때문에 그래? 그건... 미안...“
‘언니는 진짜 세상에서 제일 나쁜 사람이에요. 어떻게, 어떻게 한 마디 말도 없이 그렇게..! 최소한 인사라도 할 수 있게.. 인사.. 했어야 했는데..’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아기늑대는 그렇게 소리 내 울었다. 미움 받기 싫다. 나도 옛날처럼 너희와 웃고 싶어. 입술을 꾹 깨물었다. 나오는 울음을 간신히 참아내고 있던 와중에 정한이 목소리가 들렸다.
‘상황 좀 나아지면, 그때 다시 얘기해.’
전화가 끊어졌다. 아, 화난 목소리다. 이번에도 넌 최승철 편에 섰구나. 그래,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 우리가 그 상황을 만들었지. 난 복수를 했으니 됐다. 그래, 이제 행복해지기만 하면 돼.
#83 별명제조기 아가
아가가 깨어나지 못한다. 불안하고 초조한 하루의 연속이었다. 차라리 처참했던 하루가 나았을까... 까득, 손톱을 깨물게 된다. 다리를 떨게 된다. 이따위 버릇조차 없었으면서 불안감이 만든 온갖 행위를 다 하게 된다.
“마녀님 식사하세요.”
“...명호야, 왜 못 일어날까...?”
“더 오래 걸릴지도 모르죠. 괜찮을 거예요.”
“마음이 복잡하네. 이게 맞나 싶기도 하고...”
“대신 이 아이의 꿈속은 제가 책임지고 있어요. 괴롭지 않게.”
“그래... 잠깐 봐줄래?”
“네. 식사하고 오세요.”
자연스럽게 협탁에 놓았던 책을 집어 드는 명호를 확인하고 방 밖으로 나왔다. 나를 발견한 찬이가 반색하며 나에게 다가왔다. 그런 찬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식탁에 앉았다. 맞은편에 앉은 찬이가 웃으며 말했다.
“비닐하우스 가꾸는 거 은근히 재밌어요. 잡초 뽑는 게 생각보다 스트레스도 풀리고요!”
“다행이네.”
“버섯을 키워볼까 봐요. 보니까 비닐하우스 뒤쪽이 햇빛도 안 들고 습해서 버섯이 잘 자랄 것 같아요.”
“직업을 찾았네, 우리 찬이.”
“진즉에 귀농을 할 걸! 저 되게 쓸모없었잖아요.”
“아니야, 찬아. 존재만으로도 도움이 되었단다.”
“엇, 좀 감동이에요.”
맑은 찬이의 웃음이 나에게도 전달된다. 앵무새마냥 찬이를 따라 웃어주고 숟가락을 들어 밥을 떴다. 그 위에 반찬을 올려주며 미주알고주알 그간의 일을 말해주는 찬이의 이야기는 라디오처럼 흘러갔다. 정신없이 흘러가던 찬이의 이야기 중 익숙한 이름에 번뜩 정신이 들었다.
“그, 아가...라고 표현하는 게 맞을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애요, 말하는 게 재밌더라고요.”
“아, 어떤 점이?”
“어, 설거지 하면서 자기는 뱀파이어든 여우든 늑대든 성 붙여서 최뱀파, 전여우, 김늑대라고 부르지만 좀비는 우주최강하태하태귀요미랬나? 뭐 아무튼 되게 이상하게 부른다는 거예요.”
“오...”
“그 이유가 더 웃겨요. 자기 대신 설거지를 해줬대요. 그러더니 자신의 설거지를 도와주는 저를 뭐라고 부를지 고민이라는 거예요. 그거 듣고 진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혀서.”
“뭐라고 부르겠대???”
“우주최강내친구이찬이요. 그래서 그 후부턴 설거지 안 도와준다고 했더니 그냥 평범하게 찬이라고 부르더라고요.”
윽, 귀여워. 단순한 아가의 성격이 너무 귀여웠다. 내가 없을 때의 아가는 이렇게 해맑고 당차고 밝은 아이였구나. 하긴, 말로는 무섭다면서 할 말을 다 하긴 했지. 언제 일어날 수 있을까... 기다려줄 테지만 너무 오래 걸리면 마음이 쓰이는데...
#84 약해지지 않기
생각해보니 나는 내가 영생의 물약을 마시고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깨어났는지 모르겠다. 바보같이 물약을 먹은 바로 다음 날 아가가 깨어나 나에게 욕을 하든 웃어 주든 할 줄 알았다는 거다. 엄마도, 이 긴 시간을 기다리며 초조했을까? 아니지, 엄마라면 행여나 실패했을까봐 불안했겠지. 엄마에게 사랑 한 번 받아보지 못한 채 억지로 영생을 살게 된 나는 어째서 이 아이 하나에 이렇게도 쩔쩔매는 걸까.
“명호야, 나에게 이 아이는 뭘까...?”
“음... 자식...? 외동딸이지 않을까요...?”
“꼭 이 아이여야만 했던 지난날들에... 허탈하고 허무한 감정을 무시할 수가 없네...”
“막상 이 아이가 깨어나면 생각이 달라지실 거예요. 지금은 단지 불안하고 초조해서 나쁜 감정들이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눌러앉은 거고요.”
“......”
“나쁜 감정들은 비겁해요. 꼭 마음이 약해졌을 때를 노리죠. 그러니 약해지지 마세요.”
어른스러운 아이의 말에 실없는 웃음이 터졌다. 가장 바라왔던 건 난데 뭔 소리를 하는 거냐. 한심하다. 평화롭게 누워있는 아가를 빤히 보았다. 그래. 약해지면 안 되지. 약해질 수 없지. 내 아가는 내가 지켜야 하니.
#85 깨어났다.
어느새 아가가 누워있게 된지 한 달이나 흘렀다. 어차피 천 년을 살며 간절함 없이 흘러가던 시간이었다. 달리 말해 기다리는 것은 자신이 있다는 거였다. 문제는 복수를 하러 들이닥칠 최승철 무리들이었는데 왠지 조용하다. 흠, 미친 척 전화해볼까? 혹시 모르니까 준휘한테 물어보고 전화해볼까...?
“준아! 어디 있어??”
“왜?”
준휘가 방문을 살짝 열며 머리만 들이밀었다. 들어오라고 손짓하니 한발자국 들어온다.
“뭐야, 왜 거기서 쭈뼛대?”
“혹시 몰라서.”
“...너 뭐 했니?”
“권순영이랑 이것저것 해보는 중이라 혹시 몰라. 마녀가 나오지?”
“아, 그래. 나가자.”
또 뭘 하는 건지 표정이 아주 진지했다. 준휘를 따라 나가니 소파에 널브러져 있는 순영이가 먼저 보였다.
“너희... 진짜 뭐하니...?”
“아, 문준휘 진짜 싫다고. 하기 싫은 거 계속 시켜!!”
“하기 싫다니 악마라면 좋아할만한 일이지.”
“뭔데...?”
“나한테 저주를 걸어달라고 하고 있어. 면역력 좀 생기게.”
“준휘 너는...! 항상 생각 이상이구나... 위험하니까 하지 마.”
“나중을 위해서야. 필요할 지도 모르니까. 생은 길어.”
“어후, 저 입. 그래도 안 돼. 다치는 거 싫어.”
입을 꾹 다물어 버린 준휘는 저주를 풀고 오겠다며 집을 나갔다. 내가 진짜 제 명에 못 살지. 저거 언제 철들까... 머리를 부여잡다가 떠올랐다. 준휘에게 최승철한테 전화하는 거 물어보려고 했는데. 그냥, 해볼까. 걔네가 뭘 하는지 알아야 우리도 대처할 수 있으니까. 방으로 들어와 핸드폰을 집었다. 여전히 미동도 없는 아가를 확인하고 최승철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 환기 시키느라 열어놨던 창문 사이로 바람이 들어왔는지 아가의 머리가 잔뜩 흐트러져 있었다. 머리를 가지런히 정리하고 있으려니 최승철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너 맞니?”
‘...너 진짜 미쳤어?’
“언제나 반쯤은 미쳐있다니까. 지금 뭐해?”
‘넌 진짜 내 눈에 띄기만 해. 죽여 버릴 거야.’
“그래. 덕담 고맙다, 최승철.”
전화를 끊어버렸다. 흠, 아무래도 이사 가야겠지? 저런 고급 정보를 다 주다니, 감사하네. 핸드폰을 내려놓고 습관적으로 아가를 보는 순간 아가와 눈이 마주쳤다.
“아가...?”
“......”
“어, 어, 와, 미치겠네. 아가, 나 누군지 기억은 나? 말하기 불편할 수도 있어. 한 달 동안 누워 있었거든. 혹시 불편한 거 있니? 불편하면 눈 깜빡여볼까?”
나를 계속 바라보는 아가에 나도 아가를 계속 보았다. 그렇게 계속 나를 보던 아가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아... 눈을 감는 아가의 볼에 눈물이 흘러내린다.
미치겠네.
***
요즘 아이들이 하나둘 아프네요...
그에 따라 내 마음도 너무 아파요...
우리 세봉이들 아프지 말자...
플디는 아플때까지 스케줄 잡지 말라고.
오늘편은 [시즌2 20(完) #98 위로]를 보시면 다른 시각으로 보실 수 있으십니다!
이건 시즌 2 20(完)편 링크!
*암호닉입니다*
(암호닉 마감하겠습니다!)
(암호닉 확인 한 번씩 해주세요!!!!)
(혹시 몰라... 내가 직접 옮겨적는 거라 오타가 있을지도요....)
성장통, 유한성, 유레이드, 호시탐탐, 0917, 후아유, 봄유, 루미너스, 아몬드봉봉, 뿌랑둥이,
쿠조, 도도, 뿜뿜이, 11230, 전주댁, 하늘빛, 나나, 오링, 한콩, 씨씨,
사미, 016326, 쿠마, 츄러스, 냐옹(찬이), 바람개비, 오솔, 이슬, 앨리스, 호접지몽,
로블링, 호굼, 버밀리온, 소보루, 아움, 호빵, 모찌모찌, 웬디, 치킨팝, 미키,
프레이그런스, 순주, 선쿱, 필소, 순찌, 푸르던, 문홀리, 호시시해, 쿠쯔, 체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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