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자서인지 가장 먼저 잠에서 일어난 성규는 덜뜬 눈을 하고는 방을 나섰다.
어제 본 자신의 빈 옆방을 한번 쳐다보았다.
어제는 문 앞에 아무것도 없었는데 그 문 앞에는 다른 방들과 마찬가지로 이름이 붙어있었다.
[이준석]
어제 저녁식사때까지만 해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의 이름이다.
성규는 방문앞에서 들어가볼까 말까 고민을 했다. 결국 자신의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방문을 노크했다.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자 성규는 문손잡이를 돌렸다. 힘없이 문이 열렸다.
방안에는 한 남자가 침대에 누워있었다. 이리봐도 저리봐도 처음보는 얼굴이었다.
이 사람이 이준석이라는 사람인가?
성규는 어쩌면 제멋대로 판단해버리고 말았다.
그는 편하게 자고 있는 모습관는 달리 검은 정장과 구두를 신고 있는 복장은 퍽 불편해보였다.
그 모습이 성규에게 의아함을 자아냈다.
성규는 이런상황일 때 평소같았다면 진호에게 가장 먼저 달려갔겠지만 지금은 진호에게 단단히 화가 나있었기에 창엽의 방으로 향했다.
"야, 최창엽. 내 옆방 어제까지만 해도 비어있었는데 아침에 보니까 이상한 남자가 있어. 같이 가보자"
"혼자가...나 좀만 더 자고...."
잠이 덜깬 창엽은 성규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오지 않았다.
그런 창엽을 성규는 억지로 저 옆방으로 끌고 갔다.
아직 비몽사몽한 창엽이었기에 비틀거리다 큰소리를 내버리자 자고 있던 낯선 사내가 잠에서 깨어났다.
"여긴?...거기 누구세요?"
"그건 저희가 할 말인데요. 그쪽은 누구세요?"
"설마...여기 그 지니어스인가 뭔가 하는...?"
그는 저처럼 초대를 받아서 온 것이 아닌가?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더 지니어스에 대해서는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인가?
성규는 의문을 가졌다. 어제 식시시간에 대화를 나눈 바로는 그 누구도 초대없이 오지 않았다.
자신과 진호처럼 메세지가 왔다고 다들 말을 했다.
이 사람은 특이한 경우인가?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에 온 것인가?
여러 의문점이 남는 사내였지만 성규는 그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창엽이 그와 대화를 나누려는 찰나 방안에서어제의 그 신원미상의 사람 목소리가 들렸다.
[모든 참가자분들은 아침 8시까지 식당에 모여 주시길 바랍니다. 늦을 시에는 그에 따른 불이익을 부과하겠습니다.]
"벌써 아침식사인가? 인사는 좀 있다 나누기로 하죠."
창엽이 말을 끝낸 뒤 성규와 창엽은 각자의 방으로 가 사람 만날 준비를 하였다. 아무래도 아침이라 둘다 사람행세를 하고 있지 않았었다.
물론 방송에서 나온 지각에 대한 불이익이 무엇일지 생각하면서
준비를 끝낸 성규가 식당으로 들어갔다. 식당 안 시계는 7시 45분을 조금 넘어서고 있었다.
이미 안에는 정문과 창엽, 그리고 진호가 있었고 오늘 아침 갑자기 나타나버린 의문의 남자도 있었다.
진호의 옆자리는 비어있었으나 성규는 정문과 창엽이 있는 곳에 가 앉았다.
의문의 남자와 대화하던 진호의 눈길이 성규를 쫓았느나 성규는 신경쓰지 않고 창엽과 정문에게 말을 걸었다.
여전히 진호의 눈은 성규에게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곧 사람들이 한두명씩 들어오더니 모두 왔다. 김민서를 제외하고. 8시가 거의 다 되어감에도 그녀는 도착하지 않았다.
8시를 울리는 시계종소리가 울렸다.
식사는 어제 그 딜러의상의 남자와 여자 여러명이 각자 식탁에 똑같은 메뉴를 올려두었고
그제야 그녀가 식당으로 여유롭게 걸어왔다. 아마 그녀는 지각에 대한 불이익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듯 했다.
"언니, 왜이렇게 늦게 오셨어요. 방문을 두드려도 대답도 없고..."
"아, 준비가 좀 길었어. 다들 뭐하세요? 식사 마저 하세요."
너무 여유로워 보이는 그녀의 태도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유람의 옆자리에 앉은 그녀는 자신을 처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고는 왜 그러냐는 듯 퉁명스레 말을 꺼냈다.
다들 그제야 그녀에게서 시선을 떨구고 식사를 이어나갔다.
아무도 그녀에게 불이익에 대해서는 말해주지 않았다.
8시 30분. 모든 사람이 식사를 끝내갔다.
[1시간 후, 게임을 시작하겠습니다. 앞으로 삼주동안은 일체 전자기계사용이 불가능 하며 적발시 그에 따른 불이익이 있을것입니다.
그럼 9시반까지 1층 가장 큰방으로 자신의 전자기계를 가지고 와주시길 바랍니다.]
그 신원미상의 목소리가 들리자 다들 식사를 멈추고 조용히 방송에 귀기울였다.
방송이 끝나자 구라가 투덜거렸다.
"여기는 뭐만 하면 불이익을 준데. 그 불이익이 뭔지 알아야 지키든 어기든 할거 아니야"
그의 말에 다들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하여튼, 미리 다들 9시까지 모여서 거기 새로온 당신 이야기 좀 들어보도록 하지."
그 말을 하고는 구라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식사를 마친 사람들이 한두명씩 방으로 향했다.
그 중에는 성규와 지놓도 있었다.
진호는 자신에게 쌀쌀맞은 성규가 영 신경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
처음 이 저택에 왔을 때 이곳이 여간 수상한 것이 아니었다.
우리나라에 이렇게나 큰 건물이 있다는 것도 들어본 적 없고 참가들은 몇몇을 제외하고는 평범한 사람들은 없었고
차 안에서 우연히 찾아낸 저를 찍던 카메라도 그렇고 혹시나 해서 방안을 뒤져보니 차안에서와 같은 종류의 카메라가 나온 것도 그렇고.
기분 나쁜 마음에 카메라를 분리시켜 책상에 놨더니 아침에 카메라는 사라져있었고 어제의 그 자리에 다시 카메라가 있었다.
실로 이상한 곳이다.
무엇보다 지금 가장 이상한 점은 어제부터 왜인지 나를 꺼리고 있는 성규다.
아침식사때만 해도 그렇다.
내 옆자리가 비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창엽인가 뭔가하는 녀석 옆에 앉았다.
김성규의 미션이 내 심기를 건드리는 거라면 이미 충분히 하고도 남았다.
이준석이라는 자와 하는 대화가 조금 귓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뭐 대충 오늘 아침에 갑자기 나타난 이유가 이곳에 오려하지 않았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이 곳에 와있었다고 한 것같긴 하다.
김구라, 그 남자가 말한 시간 9시가 되었다. 1층 큰방이라 했던가?
꽤 넓은 저택이지만 단순한 구조인데다가 어제 한 번 이곳을 둘러본 것이 도움이 되는 것같다.
별뭄제 없이 1층 가장 큰 방에 도착했다.
마치 우리 13명을 위한 방인 마냥 이 방의 의자는 딱 13개였다.
자리에는 이준석이라는 자와 김풍, 김구라, 박은지 그리고 차선생님과 차유람이 있었다.
9시 10분이 되어간다.
성규가 안온다. 무슨일이 있는걸까?
걱정이 되는 찰나 성규가 왔다. 최정문인가 그 여자애 기다리느라 늦었다고 말했다.
하루만에 벌써 저들끼리 어울리는 구나...
이미 앞으로 성규와 함께 게임하기는 글렀군. 물론 하면 안되겠지만.
13명이 한방에 모여있었고 그들의 시선은 이준석 그자에게 향해있다. 물론 나도.
아까는 김성규가 신경쓰여 제대로 듣지 못한 그의 이야기를 좀 들어야겠다.
"저도 그 메세지는 받았습니다. 문자 메세지가 꽤나 호기심을 돋구었고 생각없이 수락하기를 눌렀죠.
자세한 일정도 없었으니. 근데 갑자기 집안에 일이 생긴겁니다. 그래서 못가게 될 사정이 되었어요.
설마 집으로 찾아올 줄은 몰랐죠. 하지만 집에는 저랑 같이사는 형만 있으니 어쩔 수 없었나봐요.
나중에 그 형한테 연락이와서 어떤사람이 저를 찾아와서 지니어스 어쩌고 하더라. 하더군요. 그형이 제가 있는 곳을 알려줬다고 했어요.
그리고 아침에 눈을 떠보니 이곳에 와있는거죠. 지금처럼."
그는 특별한 대상이 아니라 그저 참가하지 않으려했던 참가자였을 뿐이었구나.
그에게 가지고 있었던 의문은 풀렸다.
김풍, 그사람은 뭐가 그리 궁금한게 많은지 쓸데 없는것도 하나하나 모두 조사했다.
그건 다른사람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나한테는 직업이 뭐냐부터 시작해서 우리집안 호구조사까지.
독특한 사람이었다.
그자가 하는 짓을 바라보고 있자니 약속한 시간 9시 반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점점 익숙해져가는 신원미상의 남자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
[먼저 게임을 시작하기에 앞서 각자 휴대전화 및 전자기계를 테이블위로 내주시길 바랍니다.
지금부터 본 게임을 시작하겠습니다. 게임에 시작하기 앞서 모든 게임 룰을 설명하겠습니다.
모든 게임은 매인매치와 데스매치로 이루어집니다. 매인매치에서 우승자와 탈락후보가 결정되고 우승자에게는 생명의 징표가 주어져 데스매치에서 면제됩니다.
탈락후보자는 생명의 징표가 없는 참가자중 한명을 지목해 데스매치를 진행하게 됩니다. 데스매치에서 패배한 참가자가 최종 탈락자가 됩니다.
한 회전에서 한명씩 탈락해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참가자가 최종 우승자가 됩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여기서 사용할 게임머니, 가넷과 명찰을 지급하겠습니다.
가넷는 한개당 100만원의 가치를 지니며 우승자가 획득한 가넷이 최종 상금이 될것입니다.
가넷의 갯수는 명찰 오른쪽에 표기되어있습니다. 데스매치에서 우승한 참가자는 탈락후보의 가넷을 얻게 됩니다.]
남자의 말이 끝나자 딜러의상의 사람들이 여럿 나와 전자기계들을 담아가고
참가들에게 명찰과 주머니를 나눠주었다. 그 안에는 남자가 말한 게임머니 가넷이라는 것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각각 명찰 옆에는 숫자가 쓰여있었다. 그 숫자는 김경란, 김민서, 이준석을 제외하고는 모두 같았다.
"뭐야? 왜 나는 더 적지?"
"그러게. 언니는 왜 3개야?"
"저도 다른분들보다 훨씬 적은것같은데요. 전 한개입니다."
"나도 3개밖에 안돼. 다들 다섯개인데."
적게 받은 세명은 꽤나 불만인 듯 했다.
그 영문을 다들 몰라 술렁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그때 진호가 무언가 알아차린듯 했다.
"아! 이거 그 불이익이라는 거 아니예요?"
"불이익?"
"왜, 이곳에 올때도 늦거나 안오면 불이익을 준다고 했잖아요. 그리고 식사시에도 늦으면 불이익이 있다고 그랬고."
진호덕에 다들 그제야 알아차린 모양이다.
김경란, 김민서 그둘은 지각으로 200만원이라는 돈을 잃어버린거고 이준석은 불참으로 400만원이라는 돈을 잃어버린 거다.
[이제부터 오늘의 게임에 대해 소개하겠습니다. 오늘의 매인매치는 1,2,3 숫자게임입니다.
모든 참가자 여러분들은 1,2,3이 적혀있는 숫자카드를 각각 3장씩 총 9장을 받습니다.
그 카드를 이용해 자신을 제외한 다른 12명의 참가자들과 숫자대결을 해서 승수를 올리는 게임입니다.
딜러의 지시에 따라 동시에 카드를 한장씩 내서 더 큰 숫자를 낸 사람에게 승수가 올라갑니다. 사용한 카드는 승패와 상관없이 버려집니다.
게임이 끝날때가지 승수와 상관없이 카드가 남아있는 사람의 승수는 0점이 됩니다. 이 점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1회전 매인매치 우승자에게는 가넷 한개를 우승상금으로 드리겠습니다.]
남자의 말이 끝나고 13명은 모두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다.
정적은 깬건 차민수였다. 이번 게임은 간단한 룰의 게임이라며 방으로 들어갔다. 어제부터 그를 따르는 몇명이 따라 들어갔다.
사람은 13명. 결국 누군가 하나는 카드가 남는다. 그러니 빨리 동맹을 만들어 카드를 소진해야 한다.
성규는 진호와 하고싶은 마음이 그렇게 간절하지는 않았지만 또 안하기는 싫었다.
혹시 진호가 먼저 같이하자고 한다면 할 마음은 있었다.
이미 몇몇은 동맹을 형성하고 있었다. 최정문과 최창엽. 사실 그들과 어울리지만 그 둘 사이에는 미묘하게 성규가 들어갈 수 없었다.
그리고 차민수를 따르는 자들, 김구라와 김풍, 이상민 연합. 성규는 조금 초조해졌다.
진호와 시선이 닿았다.
진호는 성규에게 차갑게 고개를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