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철] 쟤 17살 차이 나는 아저씨랑 결혼했대
w.1억
내일 당장 설날이라 들려할 곳도 많은데. 아저씨랑 나랑은 어색하다.
내일은 알바생들에게 카페와 피시방을 맡기고, 오늘은 아저씨가 혼자 피시방 일을 한다고 했다.
그냥 사과 하고싶은데 아저씨가 너무 뾰루퉁해서 아무말도 안 하니까 서로 그냥 뻘쭘해서 아무 말도 안 한 것 같다.
이게 뭐라고 유치하게 이렇게 길게 삐지고 싸우는지 나도 이해는 안 간다.
근데 아저씨까지 저러고 있으니 나도 풀 마음이 없다 이거다.
"근데 혹시 저 마감 시간 까지 기다렸다가 집에 가는 거예요?"
예은의 물음에 따듯한 커피를 손에 쥐고 있던 태평이 예은을 힐끔 본다.
예은이 여전히 궁금한 듯 태평을 바라보면, 태평이 픽- 웃고선 말한다.
"그랬지."
"퇴근 시간이 언젠데요. 6시 이럴 거 아니야."
"응."
"와 근데 4-5시간을 기다려준 거예요? 대다내.. 이런 찐사랑을 두고 왜! 그 여자는 진짜.."
"혼내줘."
"그 여자 혼내줘요? 진짜 안 되겠어 그 여자."
"그래도 후련해 이제."
"…이혼은 안 해봐서 모르겠어요. 그 느낌."
"서로 사랑하지 않는다는 건 진즉에 알고 있었는데. 이혼을 어떻게 해야할까 서로 많이 고민했거든."
"…아 그 여자가 바람 나기 전에.. 서로 마음이 없었구나."
"응. 걔는 임신 못 해서 주변에서 말도 많았고, 그 화를 나한테 많이 풀었어. "
"불임..이에요?"
"응."
"몇년을 눈 꼭 감고 그냥 걔 자체만으로도 사랑해줬는데. 결국 돌아오는 건 하나도 없더라."
"…와."
예은이 뭔가 신기하다는 듯 태평을 바라보자, 태평은 '왜'하고 커피 한모금 마신다.
"그냥요. 내가 진짜 사랑했던 사람이 없어서 그런가 모르겠는데. 막 남편이 무정자증이라고 하면 정 떨어질 것 같아."
"ㅋㅋㅋㅋ."
"진짠데. 진지한데."
"나 정 떨어져?"
"무정자증이에요????????????????"
"아니. 나 정자 많은데."
"아..."
서로 말이 끝나자마자 눈이 또 마주쳤고 둘은 푸하하- 웃는다.
우리 이런 농담도 할 줄 알아요? 예은의 말에 태평이 웃으며 머쓱하나 듯 창밖을 본다.
뭔가 아직... 어색해.. 어색하다고..
"아, 연이랑 아저씨랑 화해 했대요?"
"글쎄 오늘 일 나간 것 같던데. 연이랑 연락 안 해봤어?"
"…카톡 안 보던데."
"왜 안 보지.. 바쁜가.."
"연이가 집에만 있어서 바쁠 일은 없는데.."
"그래?"
이래도 어색하다. 이게 정작 애인 사이가 맞나.. 어색한 게 너무 싫어서 창밖을 보는 예은에 태평은 조용히 예은의 손을 잡는다.
놀라서 태평을 바라보는 예은에 태평에 말한다.
"진도는 빠른 게 좋아, 느린 게 좋아."
"그걸.."
"……."
"물어보는 사람이 어딨어요.."
너무 대단한 사람을 만난 것 같다.
내 인생에 있어 특별한 사람. 여태 먼저 키스하고 달려드는 남자, 아니면 겁 먹어서 다가오지도 못 하는 남자들만 봤던 예은은.
너무 당당히 민망해 하지도 않고 물어보는 태평에 웃어버린다.
"그쪽은 어느쪽이 좋은데요?"
"빠른편인가. 너는."
"나도 뭐.."
"……."
"빠른편인가?"
커피를 내려놓은 태평이 예은에게 다가가 입술을 맞추었고, 예은이 눈을 꼭 감는다.
분주하다. 아주아주.. 설날에는 먼저 시댁에 간다. 부산이 고향인 아저씨 덕분에 우리는 새벽 6시가 되어서 출발을 한다.
부산까지 차 타고 가면 4-5시간을 걸리니 전 날에 일찍 자는 건 필수다.
휴게소에 있는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 중이고, 나는 너무 졸려서 졸게 되었다. 그래도.. 옆에서 고생해서 운전하는데 자기엔 미안해서.. 버티고 버티다가 졸아버린 건데.
"졸지 말고, 그냥 한숨 자."
"아니에요. 안 졸려요."
"아까부터 졸려서 계속 눈 꿈뻑꿈뻑 하잖아. 그냥 자."
"아저씨 피곤하잖아요."
"안 피곤해."
"피곤하면서.."
"하나도."
"……."
"얼른 자. 나 신경 쓰지 말고."
이제서야 조금 우리 사이가 돌아 온 것 같기도 했다. 운전 하는 아저씨를 걱정하는 나.
그리고 졸린데 못 자고 졸고있는 날 걱정하는 아저씨.
노래 크게 틀어놓고 추운데 문까지 열고 바람 쐬면서 어떻게 가다보니 겨우 부산에 도착했다.
내가 운전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질리고 힘든지 한숨을 내쉬니, 아저씨가 내게 말한다.
"다음 설엔 오지 말자."
"…왜요?"
"다 고생이잖아. 가까운 것도 아니고 다섯시간이면.. 너무 힘들어."
"…그래도 어머님이랑 아버님이 엄청 서운해하실텐데."
"괜찮아. 이해 해주실 거야."
"……."
그게 아저씨 마음만 그렇지.. 어머님이랑 아버님은 안 그런다고..
나는 아직도 두분이 어색하고, 어려운데.. 아저씨는 모른다. 연휴는 딱 질색이다.
"아가 왔나..!"
어머님은 나를 항상 아가라고 부르신다. 그리고 항상 아버님은 말이 없으시다.
'어머님, 아버님!' 최대한 밝게 웃으며 다가가 반기면, 어머님은 나를 꼭 끌어안아주신다.
"먼 길부터 오느라 고생했다!.."
"아니에요..! 오빠가 고생했죠.."
어머님이랑 아버님 앞에서는 아저씨를 아저씨라 부르지 않는다.
예의상.. 오빠라고 부르는 게 제일 나을 것 같아서. 아, 어머님이랑 아버님 처음에 아저씨가 나 소개 시켜줬을 때 표정이 대박이었는데..
뭐더러 어린 애를 만나냐며 반대 하시던 분이 나를 제일 좋아하신다. 근데..나도 결혼하고.. 아니지 아니지.. 나도 내 인생에 아내로써 설은 처음이라 어색하단 말이다.
"밥 안 먹었지???"
"네에.. 배고파요오.."
"아가 배고파?"
기다리라며 부엌으로 향하는 어머님에 나도 모르게 어머님을 따라가서 도우게 된다. 그럼 어머님은 내 엉덩이를 두들기며 말한다.
"앉아있어라."
어떻게 그래요...
"연이야. 편의점 갔다올 건데. 뭐 먹을래? 사다줄게."
"담배 사러 가려구요?"
"응. 다 떨어져서 아까부터 못 폈어."
"그냥 오늘만 좀 참ㅈ.."
평소 같았으면 짜증 반 장난 반으로 뭐라 했을 텐데.. 어머님 아버님이 계시니 또.. 그럴 수가 없어서 눈치를 보고서 허허- 웃는다.
아저씨는 내가 뭐라 하려고 했더니 또 풀이 죽어서 나를 바라보기에 가라고 입모양으로 말해주면 금세 또 풀려서 나가버린다. 아, 어색해 죽겠는데.. 진짜아..
반찬을 식탁 위로 올려놓으며 수저를 올려놓는 어머님께 말을 걸었다.
"아주버님은요? 오늘 오신대요?"
"어. 좀이따 온다 했는데."
"아아.."
어색하다, 어색하다..! 그리고 더 어색한 건...
"어유 우리 손주, 손녀 왔나!!!!"
아주버님(아저씨의 형)의 자식들은 벌써 나랑 나이가 별로 차이가 안 난다.
결혼을 빨리 하셔서 애들은 벌써 한명은 스무살이고.. 한명은 열여덟이다.. 너무 뻘쭘하고.. 그냥 느낌이 이상해서 애들한테 '안녕'하고 손을 흔들면.
애들이 어색하게 허리 숙여 내게 인사를 건넨다.
그리고 오자마자 우리 아저씨한테 세배를 하려는 스무살짜리 남자 '공정후'라는 애 덕분에 모두가 막 웃기 바쁘다. 나만 빼고 ^^.
"야 나한테 세배 하지 마. 얼마 전에도 내가 대학 붙은 거 축하한다고 용돈 보내줬잖아."
"아, 작은아빠! 받으십시오!"
"안 받을래. 나이 먹기 싫어."
"진짜 너무하시네요."
그러다 저 친구와 내가 눈이 마주치면, 공정우는 뻘쭘한 듯 다른 곳을 본다.
그리고 고2짜리 여자애는 아직 사춘기인가.. 여기엔 관심도 없다는 듯 그냥 방으로 쏙- 들어가 핸드폰을 한다.
결국 우리는 밥도 먹지 못 하고.. 아주버님 밥을 차려야 했다. 나보단 더 중요하니까.. 흑...
거실에 큰 상을 피고서 반찬을 마구 놓고 있는데 이번엔 형님께서 반찬을 놓으며 내게 말한다.
"동서.. 그냥 앉아서 쉬어. 멀리서 오느라 고생했을텐데."
"아, 아니에요. 안 힘들어요..!"
"보는 내가 불편해서 그래 ^^ 들어가서 한숨 자~ 아, 참.. 밥 안 먹었지? 같이 먹어야 되지?"
"네..ㅎㅎ.."
그냥 말 안 걸어줬음 좋겠다. 나는 형님이 제일 불편해.. 뭔가 저 웃음 뒤에 뭐가 있는 느낌이라서 그런가.
나를 처음 봤을 때.. 반가움 보다는 나이 때문에 놀란 걸 많이 티냈던 분이 이 사람이니까.
"근데 애는 어제 가질 예정이야?"
"네??"
"애 말이야 ㅎㅎ."
"아..ㅎㅎㅎ.. 제가 아직.. 음.."
"동서는 어려도.. 도련님이 나이가 좀 있잖아. 좀 서둘어야 되지 않겠나아.. 우리 애들은 벌써 큰 애가 대학을 갔는데.."
"…하하."
"……"
아저씨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다가 이쪽으로 오려고 하길래 나는 급하게 손으로 오지 말라고 제스처를 취한다.
그럼 아저씨는 내 손을 보고서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앉는다.
"뭐 지철이가 나이 많다고 애를 급하게 가지나. 아직 결혼한지 몇개월 안 된 신혼들인데 뭐."<- 어머님
이런 타이밍에 어머님이 너무너무 좋게 말씀을 해주셔서 형님은 '아, 그런가..ㅎㅎ'하고 웃는다.
뭔가 재수없다. 일부러 나 골탕 먹이려고 물어보는 게 아니라 진짜 몰라서 저렇게 묻는 게 더 싫다.
"진짜 안 도와줘도 되니까. 가서 좀 쉬어. 동서."
형님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으며 웃어보였다. 어떻게 그러냐구요.. 저기 아저씨 옆에 붙어 앉아있어도 가시방석일텐데 어떻게 그러냐고오오오오오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작은아빠! 이거 봤어요?.. 작은아빠! 제 말 듣고 있어요..?!"
"…어?"
정말 싫다. 내가 왜 결혼을 한다고 했을까 싶을 정도로 그냥 이 모든 상황이 너무너무 어렵다.
밥을 다 먹고 나는 식탁에 앉아서 사과나 까고있다.
"그래 그냥 피곤하면 가다가 찜질방이나 모텔가서 잠이나 자고 가면 되지."
"그래요.. 아저ㅆ.. 아니.. 오빠 피곤하면 그렇게 해야지. 이번엔 내가 면허 따서 다음부턴 번갈아가면서 해야겠어요."
"됐어. 내가 싫어."
"나도 불편해요."
"이거 먹고.. 집 가자."
"…응."
벌써 시간은 4시쯤 되었고.. 나는 지쳤다. 가만히 앉아있을 시간이 없는 게 너무 스트레스였다.
다들 연휴 때 많이 싸운다던데.. 어떻게 싸우지.. 싸울 힘도 없다, 없어..
내 머리를 쓰다듬는 아저씨에 저 멀리 형님이랑 눈이 마주친다.. 아.. 하필 또 이럴 때..
"도련님이 동서 많이 좋아하는 거 너무 잘 보인다 ㅎㅎ~~"<- 형님
"좋아하는 게 다야? 평생을 사랑해야지 저 도둑놈"<- 아주버님
껄껄- 웃으며 tv 채널을 바꾸는 아주버님은 아저씨와 다르게 생겼다. 닮은 곳을 참기 힘들 정도로 안 닮았다.
사과를 까서 직접 갖다주면, 형님이 말한다.
"미안해.. 내가 했어야 됐는데."
"아, 아니에요 ㅎㅎ..!"
"동서! 사과 처음 깎나??"
"네? 아니요!.."
"그래? 서툴은 것 같아서 물어 본 거였는데.. 아니구나 ㅎㅎ 미안미안. 잘 깎았네!~"
뭐야 저건.. 병주고 약줘?? 형님의 말에 고2 '공지연'은 무심하게
"엄마보다 더 잘깎았는데."
하고 사과를 덥썩 손으로 집어먹는다. 아 감동... 말 한마디 안 섞어봤지만.. 왜 이렇게 감격인지..
포크로 사과 하나 찍어 내게 건네주는 아저씨에 웃으며 포크를 받아내자, 아저씨가 입을 연다.
"다음 추석엔 모르겠고.. 설엔 못올 것 같은데."
"왜."<- 아버님
아버님이 처음으로 말했다. 하필이면 이런 상황에 저런 말을 꺼내는 게.
아저씨가 미웠다.
"5시간 운전 하는 것도 힘들고.. 그냥 일년에 한 번 오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
일 하는 것도 바쁘기도 하고..."
"아.."
말은 안 해도 서운해 하셨다. 어머님이랑 아버님 두분 다.. 서운하신 게 분명했다.
"많이 피곤하나."
많이 피곤하냐며 내게 묻는 아버님에 나는 손을 마구 저으며 말했다.
"아니요.. 피곤한 건 아니구요..! 그..게.."
어떻게 변명을 할까 잠깐 고민했다. 하지만 그건 다.. 필요 없다.. 이미 늦었다.
"연휴인데 쉬고.. 대표 참 어렵네요."
"그러게. 맛있는 거 먹고 왔어?"
"그냥 꼬지만 엄청 먹었죠. 질려 우웩."
"외동이야?"
"네. 외동."
"사랑 많이 받고 자랐겠네."
"그건 또 아니던데. 아, 부모님한테 전화는 했어요? 설날인데 그래도 해야지."
"이미 했지, 아침에."
"오.. 궁금하다. 그쪽 부모님!"
"난 아버지랑 판박이야. 원래 아버지가 말이 없으신데. 오늘은 전화했더니 엄청 욕하시더라."
"왜?"
"이혼했다고."
"앜.. 아니이이..여자가 바람 났는 걸 어째 ㅡㅡ."
"ㅋㅋㅋㅋ."
"눈 감아봐요."
"눈?"
"얼른."
눈 감아보라는 예은에 태평이 눈을 감았고, 예은이 쇼핑백 안에서 반찬통 두개를 꺼내 태평에게 보여준다.
"짠! 눈 떠봐요."
눈을 뜬 태평은 예은의 손에 들린 반찬통을 보고선 픽- 웃는다.
"뭐야."
"설 음식 하나도 못 먹었을 거 아니에요. 챙겨온 건데."
"이런 걸로 감동 주고 그러네. 사람이."
"내가 생각이 없어보여도 사소한 걸로 챙겨주는 건 최고예요."
"고마워."
"……."
너무 진지하게 고맙다고 하는 태평에 예은은 조금 당황스러워했다.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고맙단 소리를 들었던 적이 있었나.
"맛있게 먹을게."
"내일은 쉬어요?"
"응. 쉬지 일요일이니까."
"그럼 오늘 저 그쪽 집에서 자도 돼요?"
"……"
"같이 먹어요."
"……."
그냥 겨우 한 번 시댁에 온 것 뿐인데. 뭐가 이렇게 힘이 들고 서러운지.
내가 아저씨보다 어린 걸 티내고 싶은 건 아닌데 그냥 서럽고 눈물이 났다.
휴게소 앞 벤치에 앉아서 눈물을 손등으로 닦고있는데 담배를 피고 온 아저씨가 내가 우는 걸 보고 놀란 듯 다가온다.
"왜 울어. 연이야."
"…몰라요."
"……."
내 앞에 쭈그리고 앉아서 나와 눈높이를 맞춘 그가 나를 안쓰럽게 바라본다.
"나한테 못되게 하는 사람도 없는데. 그냥 서러워서 울어요."
"불편하면.. 내년엔 오지 말까. 그냥?"
"그걸 말이라고 해요.. 어떻게 안 와요. 시댁인데.. 우리만 편하자고.. 아니.. 내가 편하자고 안 가면 저랑 아저씨만 욕 먹잖아요."
"…아니야 그런 거."
"거기서 왜 다음 설에 안 간다고 말해요. 타이밍이라는 것도 있는 건데. 그냥 아무 생각도 없이 툭툭 내뱉고.. 진짜."
"…미안해."
"진짜 울기 싫은데 자꾸 눈물 나서 짜증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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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싫.어!
솔.로.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