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드럽게 잘생긴 남자들]
w.1억
"…뭐하는 짓이에요?"
나보다 몇칸 더 위에 올라있는 재욱은 여전히 나은이에게 시선이 향해있다. 꼴보기 싫은 사람이라도 본 듯한 표정에 나는 의아했다.
내 일인데 왜 네가 신경을 쓰는 걸까. 어째서.. 내 물음에 너는 기가찬 듯 콧방귀를 뀌며 내게 말한다.
"그냥 보는데 내가 다 기분이 더러워서."
"……."
"쪽팔리면 얼른 일어나. 아픈 척 그만 하고."
"……."
재욱이 그 말을 끝으로 강의실 안으로 들어갔고, 나은은 다리를 쩔뚝이며 재욱을 따라 강의실 안으로 들어선다.
월순이는 아직 이 상황이 어색한지 가만히 서서 허공만 바라보고 있는다.
이 광경을 다 지켜보던 강준과 주혁도 평소에 보지 못 한 표정이었다. 강준은 어이가 없으면서도,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주혁에게 말한다.
"저 새끼가 웬일이냐. 남 일에 간섭이나 하고."
"그러게.. 말이야..?"
제3화
왜?하고 물었다.
너도 왜?하고 묻는다.
"주혁오빠 안녕하세요!"
"주혁이형 안녕하세요! 어? 월순누나도 안녕하세요."
"아, 안녕. 일찍왔네."
"네.. 근데 월순누나랑 같이 올라오셨어요?"
"응. 집 방향이 같아서."
"아아~~"
"우리 이제 앞으로 맨~날 같이 올 거야. 그취이."
그취이이잉- 하면서 나한테 어깨동무를 하길래 어색하게 웃으며 손목을 잡아 치우고서 바로 자리에 앉으니
주혁이가 무슨 대형견마냥 총총 다가와 내 옆자리에 앉는다.
"근데 우리 아지트 들어오면 몸도 마음도 편할 텐데 왜 안 들어와?"
"내가 말 했잖아.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냐고.. 만에하나 거기서 무슨 일 생겨도 난.."
"남들 시선이 뭐가 중요해. 그리고 거기서 뭔 일 생기는 건 딱 하나밖에 없어. 너도 봐서 알잖아."
"…아무튼."
"……."
"나 거기서 안 살아. 그러니까 애들한테 이상한 소리 하지 마. 사는 것도 아닌데 벌써부터 이상한 소문 퍼지는 거 절대 절대 싫으니까."
'알았어. 입 꾹 닫을게. 봉인 봉인."
"그래.. 말은 잘 듣네.."
하고 고개를 저으며 교재를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주혁이는 내 눈치를 보기 바쁘다.
왜 스물다섯.. 반오십 때 희안하고 특이한 일들이 터지는 걸까. 왜 나한테만. 이 사람들의 비밀 따윈 듣고 싶지도 않고, 지키고 싶지도 않은데.
왜 하필이면 나한테 이런 일이 터져서..
강의에 집중은 잘 안 됐다. 나랑 제일 친하던 나은이한테 뒷통수를 맞다니. 아, 생각해보면 뒷통수가 아닌가.
나한테 쌓였던 게 많았.. 아 아니지.. 갠 친구도 아니야. 혼자 궁시렁 거리며 필기 하는데 갑자기 내 옆에 앉은 남주혁이 팔꿈치로 내 팔을 툭툭- 건드린다.
힐끔 남주혁을 보자, 남주혁이 교재에 삐뚤삐뚤 글씨를 쓴다.
[아직 기분 별로야?]
내가 신경쓰였나보다. 뭐 우리가 친한 것도 아닌데 나 신경 써주는 게 고마워서 남주혁을 보고선 작게 웃으며 '조금'하자
갑자기 남주혁이 '야!'하고 크게 소리치며 일어나는 것이다.
덕분에 강의실에 있던 학생들도, 교수님도 남주혁을 보고 놀란 눈을 했고.. 남주혁은 자기도 모르게 나온 행동에 놀랐는지 입을 틀어막은 채 다시 자리에 앉는다.
크흠.. 교수님이 목을 가다듬고선 다시 필기할 것들을 쓰기 시작했고, 남주혁이 내게 작게 말한다.
"밖으로 나와."
"뭐..?"
"나 먼저 나간다."
먼저 나간다며 말도 없이 강의실에서 나가는 남주혁 덕분에 강의실에 있는 학생들이 모두 덩그라니 혼자 남아있는 나를 바라본다.
왜 괜히 내 옆에 와서 시선이나 끌고.. 부담스럽게. 나가기 싫은데.. 눈에 띄는 거 싫은데.. 나갈까 말까 고민을 하던 나는 결국에 천천히 일어나 강의실에서 나온다.
강의실 문 앞에 서있던 주혁이가 내게 '워!'하고 놀래켰고, 나는 무덤덤하게 남주혁을 올려다본다. 그럼 남주혁은 시시하다는 듯 웃으며 나를 내려다본다.
"뭐야.. 왜 나오라고 했어?"
"너 우울하니까, 기운 좀 내라고."
"강의실에서 나오면 기운이 나?.."
"왜 아직도 꿍해있어! 그런 걸로 꿍해있고 그러면 안 돼. 그런 못 된.."
내가 아무 표정도 없이 올려다봤더니, 뻘쭘한지.. 열심히 말을 하다가도 입을 꾹 닫고서 나를 바라보다 다시금 입을 연다.
"이제 곧 우리 아지트 룸메이트가 되니까. 특별히 너한테만 우리의 또 다른 아지트를 보여줄게."
"뭔 룸메이트.. 나 거기서 안 산다니까?"
"안 살아도, 너라면 우리의 또 다른 아지트를 보여줄 수 있지! 가자!"
가자! 하고선 먼저 앞장 서 가길래 무시하고 강의실로 다시 들어가려고 문고리를 잡으니, 주혁이는 '어어!'하고 화들짝 놀라 내 손목을 잡고 질질 끈다.
"얼른 얼른!"
"…무슨 아지트 진짜.."
다른 건물로 가야 했다. 다른 건물 맨 윗층인 5층으로 가면 하나의 강의실이 있다.
그냥 열쇠로 잠궈야 하는 평범한 강의실과는 다르게 도어락이 있기에 궁금한 듯 주혁이를 바라보면, 주혁이가 비밀번호를 치며 내게 말한다.
"여기 강의실 비밀번호는 우리 아지트 사람들이랑, 너밖에 몰라. 학교 관계자들도 못 열어."
"나 모르는데?"
"지금 봐!"
"안 볼래."
"여기 또 오고 싶을 걸."
"…뭐 금이라도 숨겨놨냐."
"비슷해."
솔직히 궁금은 했다. 금이랑 비슷한 걸 숨겨놨다고 하는데 어떻게 안 궁금해.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느꼈다. 확실히 여기는 강의실이 아니라는 것을.. tv,컴퓨터.. 오락기..침대, 책상, 냉장고,식탁 등등.
여기서 살 수 있을 정도로 필요한 물건들도 가득 차있었다. 이건 도대체 뭘까.. 나는 뭔가 남주혁이 무서워져 남주혁을 올려다본다.
"뭔데..? 강의실에 왜 저런 게 있어?"
"…후."
"저 사람은 또 뭐야..."
큰 소파에 기대 앉아서 나를 보고 이상한 숨소리를 내길래 더 무서워서 뒷걸음질을 치며 주혁이 뒤로 숨으니, 주혁이가 입을 연다.
"형!! 언제 왔어요??"
"너 시야가 너무 좁은 거 아니냐. 한눈에 알아봐야지."
"못 봤죠. 오늘 안 온다고 했잖아."
"그냥 오늘은 뭔가 오고싶어서 왔는데. 딱 마침 저 친구도 왔네."
"아, 맞아. 월순이가 얘야. 예쁘지, 예쁘지!"
"안녕."
안녕- 하고 선하게 생긴 분이 내게 손을 흔들었고.. 나는 그저 멍하니 서서 바라볼 뿐이다.
저 사람은 또 누구일까. 내가 알아야 할 사람이 또 있는 걸까. 겪어야 할 일이 또 있는 거야?
"우리 아지트 멤버중 한명. 강하늘형이야. 창욱이형이랑 동갑."
"창욱이형?"
"어제 너한테 예수님 뭐시기 했던 형 있잖아. 둘이 올해 딱 서른."
"…아."
"제일 정상 같은데 제일 비정상인 형이지.. 형이 너 엄청 궁금해 했었는데! 이렇게 보니까 신기하다.."
"뭔데?"
"어?"
궁금해졌다.
"너는 뭐고, 저 사람은 뭐고.. 본드에 미쳤던 애는 뭐고, 서강준은 뭔데? 그리고 그 사람 그.."
"창욱이형."
"그래 창욱이형이라는 사람도 뭔데?"
"…뭘 뭐냐는 거야?"
"뭐하는 사람들이냐고. 그 아지트 사람들."
강의실 하나를 자기 마음대로 꾸미고, 가져도 될 만큼 조금은 특별한 사람일까. 궁금해졌다.
"본드에 미친 사람들이지 뭐야. 일단 앉아."
"……."
"너한테 본드 하라고 권유 안 해. 걱정 마. 그냥 앉아. 대화 좀 나눠보려는 거니까."
"재욱이 아버지는 주연건설 회장님이셔. 인터넷에 치면 서른살 아들 한명 뿐이라고 나오지만, 아들은 재욱이까지 해서 두명."
"아.."
"나 빼고 나머지 네명은 부모님들 끼리 친구야. 강준이네 아버지는 사선건설 회장님이고.. 주혁이랑, 창욱이는 중소기업 회장님.
나는 반년 전에 창욱이랑 친해지고, 얼결에 아지트에 들어왔지. 그러다 나도 본드 하고."
"…그럼 그 아지트에 있는 사람들 다 본드를 하는 거예요?"
"응."
주혁이도...? 너무 의외이고, 이상해서 주혁이를 바라보니, 주혁이가 괜히 딴청을 부린다.
이재욱만 하는 게 아니라.. 거기 있는 다섯명 모두 본드를 한다는 거잖아. 근데..
"왜 돈도 많은 회장님 아들분들이 아지트에서 같이 지내고, 학교를 다니고.. 학교에 또 작은 아지트를 만들어요?
대부분 이 나이쯤 되면 아버지 회사 들어가서 물려받을 준비 하고 .. 그러지 않나.."
"얘네가 그냥 학교 다니고, 우리가 그냥 한 집에서 같이 사는 것 같지."
"……."
"아니야, 그거."
"……."
"우린 학교에, 아지트에 갇힌 거야."
나는 할 말이 없었다. 갇혀있다는 사람에게 왜 갇혔냐고 물어보는 것도 좀 그렇고.. 가만히 남자를 바라보다가 주혁이를 힐끔 보고서 물었다.
"본드는 왜 하는 거예요?"
내 물음에 둘은 한참 말이 없다.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고민을 하는 것 같았다.
그냥 단순하게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였는데 생각보다 내 표정은 진지했다.
왜 그 몸에 좋지도 않은 본드를 하는 건지, 왜 돈도 많은 사람들이 아지트에 갇혀서 본드를 하는지 말이다.
"처음엔 그냥 호기심이었어. 본드를 하면 평소에 보지 못 한 것들을 볼 수 있고, 기분도 좋아지고.. 아픈 고통도 없어지니까.
애들끼리 약속했어. 죽어도 본드 하다가 죽자고.. 절대 혼자서 그만 두는 일 없게 하자고.
난 그 말이 농담인 줄 알았는데.. 몇년이 지나서 보니까 아니었어."
"그런 약속은 왜 해."
"말했잖아..! 호기심..이었다고.. "
"…그래서 내가 만약에 그 아지트에 들어가면 뭘 하라는 건데."
"오 드디어! 월순이 네가..!"
"아니. 만약이라고 했잖아."
"…칫."
"우리가 본드 하려고 하면 막아주면 돼. 폭력성을 보이는 애들이 있거든.. 그중에서 재욱이가 제일 심해.
재욱이를 막으라면 막을 순 있지만.. 그러다 재욱이한테 죽을까봐 못 말렸거든."
"……."
"근데 네가 막으니까.. 한 번에 멈췄다는 걸 들었어."
내가 꼭 필요하다는 말 같았다. 하지만 나는 저 남자의 눈을 피했다.
"본드 안 하는 게 뭐가 어렵다고."
"중독 된 걸 끊기 쉬운 줄 아나보네. 담배를 하루만에 끊으라는 거랑 똑같아."
"담배를 안 펴서요."
"술."
"술도 안 마셔요."
"치킨."
"아 치킨.."
조금은 이해가 되려고 한다. 치킨을 하루만에 끊기라.. 어렵지.. 내가 치킨.. 하고 가만히 있으면 남자가 날 보고 웃는다.
왜 저렇게 착하게 웃어주는 거야. 사람 마음 약해지게.. 나 이런 거 진짜 싫은데.
"갈래."
간다며 일어나면, 주혁이가 내 손목을 잡는다. 놓으라는 듯 손목을 비틀어 빼고선 한발자국 걷자 주혁이가 일어나 또 내 손목을 잡는다.
"어디가!"
"강의 들으러. 초반부터 빠지면 남은 학교 생활 어떻게 하라고.."
"안 가도 돼. 이미 내가 교수님들한테 말해놨는데."
"뭘 말해놔?"
"너랑 나 같이 나가도 신경 쓰지 말라구. 우린 강의 시간에 그냥 나가도 학점 안 깎여."
"…교수님이 그런 부탁을 들어주신다고?"
"우리 삼촌이 여기 총장이거든."
"총장???????????????"
"응. 총장."
"왜???"
"몰라???"
자기도 모른다며 시큰둥한 표정으로 나를 보는데.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생각보다 학교에 내 소문은 빠르게 퍼졌다. 나은이만 불쌍한 애. 나는 못된 년.. 강의실 안에 애들도 다 나를 안 좋게 보았고.
주혁이만 내 옆에 앉아서 나를 지켜줄 뿐이다. 들어가서 살 것도 아닌데 나한테 잘해주는 걸 보면 미안하기도 했다.
강의가 끝나자마자 주혁이가 내게 집에 가자며 팔을 잡기에, 일어서려고 했을까...
"주혁이 너는 연구실로 와라."
"네에. 월순아 나 연구실 좀 갔다올게. 기다려 여기서!"
고개를 끄덕이자, 주혁이는 교수님 따라 강의실에서 나간다. 그럼 나는 책상에 엎드려 눈을 감는다.
유아교육과 나은누나랑 싸운 누나가 월순누나래..
나은누나랑 싸우다가 아침에 나은누나 울었대.. 월순누나가 남자 뺐었나봐.
애들의 웅성거림이 너무 듣기 싫었다. 그래서 그냥 빨리 잠에 들고 싶었다.
눈이 떠졌다. 천천히 고갤 들어 보았을 땐.. 내 앞 자리에 앉아서 뒤돌아서는 턱을 괸 채 있는 서강준에 놀라버린다.
"뭐야.."
"너 엄청 오래 잔다.. 벌써 2시간을 한 번의 뒤척임도 없이 잘 수가 있지 어떻게? 안 불편해?"
"…네가 왜 여기있어?"
"주혁이 심부름."
"…주혁이?"
"주혁이가 너랑 같이 집 가기로 했는데 갑자기 어머니가 찾아오셔서 너랑 같이 못 갈 것 같다고..
너 좀 챙겨달라고 그러던데.. 왔더니 무슨 시체마냥 푹- 주무시니까. 깨울 수가 있나.."
"……."
"너 집 어디냐?"
"통학 버스 타야 되는데."
"귀찮게 무슨 통학.. 빨리 짐 싸들고 우리 아지트로 와. 택시타면 기본요금인데."
"됐어. 절대."
"그래 뭐.."
"……."
"나랑 밥 먹을래? 저녁."
"아니."
"야, 나 까지마. 네가 뭔데 날 까?? 나 너 말고도 밥 먹자고 하는 애들 많거든?"
"그럼 너랑 밥 먹자고 하는 애들이랑 먹어."
"아니 뭐.. 오늘은 딱히..."
치.. 콧방귀를 뀌고선 책상 위에 있는 교재를 책가방에 하나씩 넣고 있는데.. 서강준이 크흠.. 하고 헛기침을 하며 내 눈치를 본다.
뭔 할 말이 있는 게 분명한데.. 왜 저래 또 불안하게.
"아까 그 싸가지는 뭐냐?"
"누구."
"너한테 뭐라 그랬던 여우같이 생긴 그 기지배 말이야."
"나랑 제일 친한 친구."
"친한 친구 맞아? 너 혼자 친한 친구였던 거 아니고?"
"……."
"친한 친구면 사람들 앞에서 쪽 안 주지. 단 둘이 풀려고 하겠지. 학교에서 너만 쓰레기 만들고.. 걔는 불쌍한 척.. 코스프레 하기 바쁘더라 야."
"…나도 걔가 미워. 근데 한 번쯤은 나은이랑 단 둘이서 얘기 좀 나눠보고싶다."
"……."
"나 남자 밝힌 적도 없고, 나은이 질투 한 적도 없어. 자격지심 그런 것도 없어. 나은이랑 진짜 제일 친했는데 왜 나한테 이러는지 모르겠어 난."
"이래서.."
"……."
"친구고 뭐고 다 필요없다는 거야. 그래서..."
"……"
"됐다."
"그래서 뭐.."
"내가 대박인 거 알려줄까. 이거 나만 아는 사실인데."
"뭔데?"
뭔데- 하고 서강준을 바라보면, 서강준이 귀 좀 대보란다. 그럼 난 너에게 귀를 대고.. 너는 내게 장난스런 목소리로 속삭인다.
"나랑 밥 먹으면 공짜래."
"뭐래."
뭐래- 하며 가방을 매고 일어서자,강준이도 날 따라 일어선다.
밥 먹자아- 하고 계속 내게 달라붙는 강준이 보고 징그럽다며 팔꿈치로 배를 살살 툭- 치면 강준이가 엄살을 부린다.
"아아아!! 아!!!!!!!!"
"……?"
"같이 밥 먹어주면 괜찮아질 것 같은..데... 아...!!!"
"…쇼를 해라, 쇼를."
"그래애. 쇼 관람비 안 받을 테니까. 밥 먹자."
"언제는 공짜라며??"
"그건 내 마음이야. 매일 바뀌지."
"참나..."
나은과 재욱은 사람이 별로 없는 카페에 서로 마주보고 앉아있다. 나은은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재욱을 바라보고.
재욱은 이 상황 자체가 지루한지 핸드폰만 바라보다 곧 나은에게 시선을 둔다. 나은이 여전히 아무 말도 안 하고 입술만 뜯고있는다.
"아까.. 말이야. 왜 그랬어..?"
"지금 그거 하나 물어보려고 나보고 여기 오자고 한 거냐?"
"…아니."
"그럼 뭐. 시간 끌지 말고 한 번에 다 물어봐."
"혹시 월순이랑.. 사겨?"
"……?"
"그래서.. 월순이가 거기서 사는 거야? 남자밖에 안 받는다고 했는데.. 월순이만 거기 들어갈 수 있다는 게.."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월순인가 뭔가 하는 애한테 직접 물어봐."
"알잖아.. 나 월순이랑 사이 안 좋은 거."
"……."
"근데 월순이 걔는 정말 아니야..! 월순이가 알게모르게 뒷통수 친 적도 많고..월순이 때문에 거기 사람들 소문도 안 좋아지면 어떡해. 난 정말 걱정 돼서..."
"너 걔랑 친구였잖아."
"…어?"
"친구라면서 나한테 그렇게 말해도 되는 거야?"
"……."
"차월순이 우리 집에 들어와서 살게 된 이유가 궁금한 게 아니라. 걔 이미지 똥 만드려고 부른 거잖아.
어떻게든 네 편 만들려고.. 아니야?"
"…무슨 소리야."
"착한 척 그만해. 나는 너같은 애들 많이 봐와서. 얼마나 가식적인지 다 알아.
네 속은 얼마나 다 까맣게 물들었는지.. 난 너같은 애들 보면."
"……."
"토악질 나와. 역겨워서. 아까도 역겨운 냄새가 윗층에서도 진동을 하길래 내려왔더니, 네가 있더라고."
"…그만해."
"그래서 재수없어서 밀었어."
"……."
재욱은 나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가, 할 일을 다 마친 듯 테이블 위에 올려진 담배를 챙기고선 말한다.
"울려고 하지 마."
"……."
"눈물도 안 나오는 것 같은데."
재욱이 일어서서 카페에서 나간다. 나은은 혼자 덩그라니 카페에 남아서 주먹을 부들부들 떤다.
얼굴을 손으로 가린 채 나은은 엉엉 울기 시작한다. 카페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나은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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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이룬 지철띠 나오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