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철] 쟤 17살 차이 나는 아저씨랑 결혼했대
w.1억
아저씨는 내게 이유를 물었고, 답을 찾으려고 애썼다.
근데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이유도 없었고.. 이유가 없으니 답도 없잖아.
남들 다 참고 시댁에 간다고 하던데, 남들은 나보다 더 힘들던데 난 왜 이렇게 기가 죽어서 이럴까.
난 그냥 결혼 할 준비가 안 됐던 걸까.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연아 일어나."
"으어.."
"얼른 일어나~ 차 밀려."
"…느어."
"안 씻고 갈 거야?"
"네에.."
내 말에 아저씨는 먼저 씻고 나와서는 수건으롬 머리를 털며 작게 웃는다.
오늘은 친정에 가는 날이다. 내가 제일 편한 곳.
우리집으로 가면서 괜히 엄마랑 강아지들 볼 생각에 신나서 휘파람을 불고 있으니, 운전을 하던 아저씨는 날 보고 웃는다.
잠깐 마트에 들러 과일이 담긴 바구니를 들고 온 아저씨에 '뭐예요?'하자 아저씨가 말한다.
"과일 좋아하시잖아. 장모님."
"…아."
나는 시댁 갈 때 아무것도 못 챙겼는데. 이렇게 행동하니 뻘쭘하기도 하고.. 아저씨한테 고마웠다.
아저씨도 나랑 똑같은 마음일까. 가기 싫을까.
"연아!!!!"
엄마가 날 반긴다. 강아지도 나를 반긴다. 나는 엄마랑 안고있고..
강아지들은 몇 번 안 본 우리 아저씨를 반긴다. 아저씨는 바구니를 들고있지 않은 손으로 강아지를 쓰다듬고, 엄마는 아저씨한테 말한다.
"뭘 사왔어. 그냥 빈손으로 오지.."
"과일 좋아하시잖아요. 잘 지내셨어요?"
"잘 지냈지.. 강아지들 때문에 한가한 날도 없어. 앉아! 밥 안 먹었지? 밥 줄게. 혼자고.. 연이도 없고 그래서 전도 많이 안 했는데."
엄마는 말이 많다. 강아지들이랑 항상 얘기하다가 우리를 보니 좋은지 웃으며 계속 말을 건다.
처음에 우리 엄마도 결혼 반대를 많이 했다. 연애 하는 것 까진 뭐라고 안 하는 분이었는데. 결혼에서는 꽤 진지한 모습을 보여서 나도 좀 놀랐다.
네가 뭐가 모자라서 17살이나 많은 아저씨랑 결혼을 하냐면서 화 많이 냈는데. 그래서 나랑 많이 싸웠었지.. 흠..
자기랑 15살밖에 차이 안 나는 사위를 두는 게 너무 느낌도 이상하다고...
근데 지금은 뭐....
"일은 잘 돼가? 사업이 많이 힘든 건데.. 어구어구 힘들어서 얼굴 다 상했어.. 어으구... 힘들면 연이도 일 좀 시키고 그래. 집에서 맨날 먹고 놀고.."
나보다 아저씨를 더 좋아한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일은 항상 똑같죠 뭐.. 연이는 나중에요, 나중에. 지금은 아직 놀고 싶을 거니까."
이와중에 내 생각해주는 아저씨에 감동 먹어서 울컥 하다가도 아저씨랑 눈 마주치자마자 정색하고 다른 곳을 봤다.
"그래애~ 그래도 정 힘들면 연이랑 같이 출근하란 말이야.. 나는 내일 동창회가 있어서 염색 좀 하고왔어. 어때 괜찮아?"
"엄마는 맨날 그 머리색이잖아.. 그리고 동창회 다시는 안 간다며.. 무시하는 사람 많다구.. 막 그 화순이 아줌마는 엄마 가방 보고 자기는 구찌 가방이라고 자랑한다며."
"내가 요즘 또 예뻐졌잖니. 가서 뽐내고와야지.. 그치 공서방."
"가셔서 장인어른 만들어오시는 거 아니에요?"
"그럴까?"
"ㅋㅋㅋㅋㅋ 어? 마음에 드는분 있나본데요?"
"없어 ㅋㅋㅋㅋ 공서방도 참~"
엄마가 밥을 차리고, 오히려 나는 소파에 앉아서 티비나 보고 있는데 아저씨가 안절부절 못하더니 수저들을 놓는다.
식탁에 셋이서 앉아 밥을 먹고 있는데 엄마는 계속해서 한달 전에 있었던 일 부터 해서.. 어제 있었던 일 까지 다 얘기해준다.
"워낙 연이가 밥을 잘 차려줘서 시켜 먹을 일도 없던데요."
"그래?? 나 닮아서 요리 못 하는데 연이."
"어유 잘 하던데요."
"그래??? 너 집에서만 못 하는 척 한 거야?"
내가 엄마 얘기를 들어주고 대답해주기 보단.. 아저씨가 대신 다 해주는 것 같았다.
"밥 먹고 백화점 가요."
"백화점엔 왜?"
"옷이랑, 가방이랑 사드릴게요."
"어유 아니야!! 왜 공서방이 내 옷이랑 가방을.."
"서방이나 사드리는 거죠. 예전부터 사드리고 싶었어요. 그냥 한 번 받아주시죠. 사드리고 싶어서 그러는데."
"…어유 증말."
백화점에 와서 사람들은 우리를 또 이상하게 본다.
물론 나랑 아저씨를.
엄마가 '공서방~'하고 아저씨를 부르면 또 사람들은 놀란다.
저 어려보이는 애랑 저 남자랑 결혼을 했다는 거야?.. 우리 아저씨가 동안이긴 한데. 그렇다고 해서 20대같이 보이지는 않으니까.
아무래도 무리가 있기도 하다. 그래도 사람들이 정말 심한 말을 한다 싶을 때는.. 엄마가 들을까봐 빨리 엄마를 데리고 아무곳이나 가기도 한다.
"이거 어때요, 어머님."
"예쁘네. 근데 이게 나랑 어울릴까.. 모르겠네.. 옷은 예쁜데.."
"입어봐요. 잘 어울리겠는데. 워낙 화사한 옷을 잘 받으셔가지고.."
"어유 참..!"
"여봐! 대기만 해도 막 벌써부터 이건 이미현 옷이다! 하고 말하잖아. 안 들려요?"
"ㅋㅋㅋㅋ공서방!!"
아저씨 주접에 어쩔 줄 몰라 하는 엄마 모습도 참 어색했다. 나는 저런 주접 못 떨어봤는데 쩝.. 오글거려서.
옷을 입고 나온 엄마는 곧 옷걸이에 옷을 다시 걸었다. 왜 그래? 내 말에 엄마는 옷을 고르고 있는 아저씨 몰래 내게 말한다.
"너무 비싸."
"얼만데."
"50만원."
"어유 그냥 사. 사준다는데.. 엄마 살면서 저렇게 비싼 옷 안 입어봤잖어. 내가 사줘도 절대 안 입는 싸라미..
그냥 딸 남편이 사주는 거 입어라..!"
"그래도 미안해서 어떻게.."
둘이 얘기하는 도중에 또 아저씨가 화사한 옷을 갖고와서는 엄마에게 건네준다.
이번 건 더 비싸보이네 어쩜..
"왜 안 입고 나오셨어요?"
"나랑 안 어울려서..."
거짓말도 참.. 우리 엄마는 남한테 선물 받아도 어색해 하고, 미안해 하는 사람이다.
남이 아니라 나한테도 그러는구나..
엄마가 싼 옷을 찾느라 바쁠 때 쯤 나는 아저씨에게 귓속말로 말한다.
"비싼 건 부담스럽대요."
"부담스러우시대? 얼만데."
"50만원.. 저 자켓만 50만원.."
"얼마 안 하네. 그냥 사지 뭐."
아 맞다. 같이 사느라 무뎌져서 몰랐는데. 우리 아저씨 돈 많지..
저렇게 돈 써도 거지는 절대 안 되지.. 맨날 데이트 할 때도 데이트 비용은 다 내고..
내가 내려고 해도 먼저 다 냈던 사람이 저 아저씨였지.. 그 땐 미안하기도 하고 자존심도 상하고 짜증났는데.. 이제 아무렇지도 않은 것도 신기하네.
아저씨랑 엄마랑 집에 와서 쇼핑백을 확인했다가 엄마랑 나랑 놀래서 입을 떡 벌렸다.
"이건 언제 샀어요?????????????"
"이건 언제 샀어 공서방?????????????????"
잠깐 전화 좀 하고 온다더니 샤넬 백을 사왔다. 너무 당황스러워서 아저씨를 바라보면, 아저씨는 무슨 일 있었냐는 듯 우리를 보다 말한다.
"아까, 전화 다 하고 지나치는데 너무 예뻐서 안 살 수가 없던데요. 어머님 거예요."
"어이구.. 나한테 이렇게 비싼 걸 왜.."
"어우 너무 잘 어울려."
엄마가 되게 맘 안 좋아보여도. 기분 좋은 게 티가 나서 나까지 기분이 다 좋아졌다.
그리고.
"오늘 자고 가자."
"에??"
엄마가 설거지 하는 동안 감을 포크로 찍어 내 입에 넣어준 아저씨가 내게 한 말은 좀 의외였다.
자고 가자니..
"왜요? 아저씨 피곤한데 집 가야지.."
"아냐. 내일 어차피 오후에 나가야 되니까.. 자고 가자."
내 머리를 쓰다듬는 아저씨 덕분에 또 울컥한다.
나는 시댁에서 힘든 거 아저씨한테 그대로 티냈는데. 아저씨도 불편하고 싫을 텐데.. 오히려 내가 편했으면 좋겠는지 나한테 맞춰주는 게 미안했다.
그리고 또.
아저씨랑 자려고 예전에 내가 썼던 방 침대에 같이 누워 있는데 궁금해서 내가 먼저 물었다.
"근데 왜 우리 엄마한테 옷이랑 가방 사줬어요? 우리 엄마 가방이랑 옷 짱 많은데."
"그냥."
"……."
"동창회에서 무시 당하셨다고 하니까 기분 나쁘잖아. 그깟 가방 하나 들고와서."
"……."
"사준 거 입고 동창회 가셔서 그런 못된 사람들 다 뭉게버리라고."
"…치."
나는 아무 생각도 없었는데. 동창회에서 무시 당했다는 말이 싫었나보다.
신경이 쓰였는지 백화점에서 금액 신경도 안 쓰고 저렇게 쓰고.. 참.
그냥 내가 화내고 울었던 게 쪽팔리고, 미안해서 아저씨를 꼭 안았더니, 아저씨도 날 따라 안아준다.
잘 자라며 등까지 토닥여주는데 더 울컥하는 건 어쩔 수 없다.
에피소드
"어 엄마~"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뭐 이리 신났는지 왜 그러냐고 물으면, 엄마는 깔깔 웃으며 말한다.
- 어제 동창회 갔다왔는데. 나한테 가방 자랑했던 화순이년이 내 가방이랑 옷 보고 헉- 하고 놀라는 거 있지? 아주 웃겨가지고 ㅋㅋㅋㅋㅋ
"ㅋㅋㅋㅋ좋아?? 그 아줌마가 막 민망한 표정 짓지??ㅋㅋㅋ"
- 응. 내 가방 보고 지 가방 숨기는 거 있지.. 아 정말 웃겨 죽는 줄 알았잖어. 아, 사위가 사줬다고 하니까 얼마나 또 부러운 듯이 쳐다보는지~~ 우리 공서방 때문에 내가...
꼭 굳이 비싼 거 아니어도 잘 갖고 다니고, 입고 다녔던 엄마도.
동창회에 비싼 옷을 입고 가서 좋은 게 아니라. 사위가 사준 옷을 입고 가서 더 자랑을 할 수 있어 좋아했던 것 같다.
- 공서방한테 고맙다고 전화 좀 해야겠어.. 진짜.. 우리 딸도 안 사준 명품을~
"아 ㅡㅡ 알았어! 사줄게 ㅋㅋㅋ 진짜 신나가지고.."
분명 엄마는 너무 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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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이 허리 아포! 누워야해!!!!!!!!!!!!!
아 마자여.. 제가 막 엄청 매일매일 내다가 안 오고, 늦는 건.....
내기 귀찮아서..라기 보다는.. 소재가 안 떠올라서예요...헿... 하루에 한 번씩 쓰기엔 제 머리가 너무 텅텅이라.. 이해 해주세요 흫ㅎ흐ㅡ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