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욱] 쟤 13살 차이 나는 아저씨랑 연애한대
"웬일로 오늘은 차를 끌고 나오지 말래?"
"그냥 버스 타고 돌아댕기려고! 빨리 와봐! 빨리 빨리! 할 말 있어요. 내가 오던 길에 이상한 일이 있었다니까."
"뭔데 뭔데 ㅋㅋㅋ."
아저씨의 팔을 잡고 빨리 와보라고 하자, 아저씨는 핸드폰을 주머니 안에 넣으면서 내게 다가온다.
아저씨에게 팔짱을 낀 상태로 나는 익숙한 듯 아저씨에게 오늘 있었던 일들을 얘기 해주고, 아저씨는 익숙하게 내 얘기를 들어준다.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는데 아저씨가 지갑을 꺼내더니 내게 묻는 것이다.
"요즘 버스비 얼마해?"
"그냥 2천원 내면 거슬러줄 거예요."
"얼만데."
"아니 ㅡㅡ 뭘 얼마냐고 물어요! 어차피 돈도 천원짜리도 하나도 없구만! 5만원짜리 내고 거스름 돈 쨜쨜쨜쨜하고 나오는 거 뒷사람들이 다 기다릴 일 있어여???"
"아 그런가??"
"그냥 내가 내줄게요. 요즘엔 현금보다 카드로 많이 찍지.. 무슨 짤짤이 부자 되고 싶은 것도 아니구..."
"모를 수도 있지.. 너무 오랜만에 타서."
"얼마만이지? 그 때 우리 같이 탔을 때 빼고!"
"대학생 때 탔으니까 18년은 더 됐네."
"와아 늙었어."
"어쩌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원래 이런 사람 아닌데. 나랑 만나면서 어쩜 나보다 더 유치해지는지.
같이 영화관에 도착했는데 너무 빨리 들어와버렸다. 한 15분은 기다려되기에 팝콘을 먼저 야금야금 먹는데 아저씨가 날 이상하게 힐끔 보길래 인상 쓰고 말했다.
"왜 그렇게 봐요???"
"어우 예민해."
"내가 예민해?"
"여봐 지금 예민해."
"ㅋ 참나."
"내가 너 예민할 때 알아맞출 수 있어."
"배고플 때, 배고플 때, 배고플 때."
"아쒸."
"ㅋㅋㅋㅋㅋㅋㅋ."
아저씨가 내 품에있는 팝콘을 먹으려고 하기에 손을 탁- 치면서 말했다.
"먹지 마요."
"내 돈으로 산 거야."
"와 자기 돈으로 샀으니까 나는 먹지 말라??"
"논리 갑이시네요."
"아저씨 다 먹어, 난 핫도그 먹을 거니까."
"그것도 내 돈으로 산 거 아니야?"
"ㅋㅋ."
"ㅋㅋㅋㅋㅋㅋ."
"웃지 마요. 왜 웃어."
"웃는 것도 뭐라그래."
그러다 영화관 광고에서 공유가 나오길래 오오오! 하고 입을 떡 벌린 채로 화면을 보자, 아저씨가 내게 묻는다.
"너는 나 뭐 보고 만나?"
"얼굴."
"……."
"얼굴 최고. 그럼 난? 난 뭐 보고 만나요?"
"얼굴."
"? ㅋㅋ 진짜 어이없네."
"왜 너도 내 얼굴 보고 만난다면서. 너는 되고, 난 안 되냐."
"당연하지 진짜 어이가 없어서."
"이기적이야 어휴."
"그래 이기적이면 다른 여자랑 사겨라~ 나는 공유랑 사겨야지~"
"공유 마흔둘이야 잘 생각해."
"뭘 잘생각해. 아저씨는 서른여덟이면서."
"난 삼십대, 공유는 사십대."
"뭐."
"나는 80년생 저쪽은 70년생."
"얼굴은 비슷하잖아."
"와."
맨날 투닥투닥한다. 물론 장난이지만 가끔 삐질 때도 있다. 장난이 격해지면 ㅋㅋ.
"난 요즘 수지가 그렇게 예쁘더라."
"?"
저 아저씨 삐졌다, 삐졌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성경도 예뻐. 요즘 그 드라마 뭐냐."
"낭만닥터."
"그래 그거."
"드라마는 또 언제 봤대. 평소에 드라마 보지도 않는 사람이?"
"너 잘 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켘ㅋㅋ끆ㅋㅋㅋㅋㅋㅋ"
"……."
"끜ㅋ킄크를ㅋㄹ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켘ㅋㅋㅋㅋㄹㅋㄹ"
"왜 저렇게 웃어."
1주년이다 1주년
벌써 1주년이야. 나는 너무 설레서 케이크도 사오고 풍선도 다 달아놓고, 아저씨가 퇴근하고 오기만을 기다렸다.
폭죽을 들고 문 앞에서 기다리다가 비밀번호 치는 소리가 들리길래 웃으면서 기다렸다.
문이 열리자마자 와아아아악!! 하고 폭죽을 터뜨리면 아저씨가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본다.
"뭐야..."
"오늘 1주년!!!!!!!!!!!!!!!!!!!!!!"
"1주년...?"
"…1주년!.."
"아 오늘이 1년 된 날이야?"
"?"
아저씨랑 안 맞을 때도 있다.
요즘 싸우는 일은 좀 드물긴 한데. 오늘 딱 드문날인가보다.
"1주년이라서 케이크도 사오고 풍선도 달고.. 아저씨랑 내 커플 옷도 샀는데."
"…아, 그래? 고마워."
"설마 아저씨 몰랐어요?? 우리 오늘 1주년인 거?"
아저씨가 자켓을 벗어 식탁 의자에 걸어놓으며 내게 말한다.
"어. 그런 거 신경 안 써서 몰랐는데."
진짜 모른다는 표정이었다. 정말 화내기도 미안할 만큼 너무 모르는 표정 ^^
"아니 왜 몰라? 200일 300일 이런 건 신경도 안 쓰는데.. 1년은 챙겨야지!!!"
"아.. 미안미안 내일 뭐 놀러갈까? 맛있는 거 먹고. 지금은 좀 늦었으니까."
"아니 난 또 아침에 출근하고 늦게 온다길래 진짜 바쁜가보다 했는데 진짜 몰랐었던 거네."
"이런 거 안 챙긴지 너무 오래 돼서.. 챙겨야겠단 개념이 없었어. 미안해. 다음엔 챙길게. 이런 거 신경 쓰는 줄 몰랐네, 난."
"……."
"…미안해 석류야~~ 응?"
"아니 뭐.. 일단.. 오케이..."
삐졌다. 정말 너무 많이 삐졌는데. 뭔가 삐지면 쪼잔해보일 것 같았다.
다 큰 어른들은 이런 거 안 챙긴다는데 어린 나만 챙기는 것 같아서.
"ㅋㅋㅋㅋ뭘 쪼잔해 쪼자긴... 서로 다를 수도 있지. 근데 워낙 우리 나이대 애들은 연애할 때.. 1주년 챙기고 그런 거 없지.. 없었던 것 같아. 그치 형."
"그래애 원래는 결혼 하고! 결혼기념일 챙기지.. 1주년 챙기는 건 드물었던 것 같은데?"
"……"
풀이 죽어서 석류가 한숨을 내쉬자 곧 눈치를 본 동욱과 남길은 갑자기 말을 바꾸기 시작한다.
"야 근데 석류 너랑 연애 하면서 어떻게 1주년도 안 챙기냐 나쁜새끼네 김재욱 그 새끼."
"새끼라고 하지 마요."
"ㅇㅋ."
"내가 아주 혼내줘야겠어. 거기서 눈치없게 고마워~?"
"그쵸!!"
"김재욱 안 되겠군. 나쁜 시끼."
"그니까!!!!!"
"제수씨.. 얘도 새끼라고 했는데 왜 그냥 넘어가."
"예주한테 들은 게 너무 많아서."
"아니 왜. 나 욕 먹을 짓 안 했는데."
"동욱삼촌 동욱삼촌!"
"그래그래 무시해라! 그래!!"
갑자기 석류가 전화를 받았고, 동욱과 남길은 무심하게 석류를 바라본다.
재욱에게 전화가 왔는지 표정이 또 풀이 죽어서는 입술을 쭉- 내밀자 그걸 본 둘은 픽- 웃는다.
"진짜????????????????"
왜왜- 하고 남길과 동욱이 석류를 보자, 석류가 전화를 끊고 웃으며 말한다.
"366일 기념 선물로 아저씨가 한우 먹으러 가재요!"
"…에??"
"귀엽지않아요?"
"……."
가끔보면 참..
단순하다.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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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 석류랑 아저씨가 오늘 1주년이더라고.
그렇더라구... 둘이 사귄 날 날짜 좀 보려구 예전에 글 쓸 때 디데이? 어플 깔았었는데 보니까 365일이던데....후후...신기하자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