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살 상사와 연애하기 프로젝트
w.1억
"회사에 이대리님이라고 있는데.. 진짜 개재수없어. 맨날 하는 거라고 거울 보고, 립스틱만 고쳐 바르기만 하면서..
맨날 나보고 인턴~ 인턴~ 커피~~커피~~ 막 이런다. 진짜 이대리 그 시끼 꼴보기 싫어서 회사 관두고싶어."
진짜 생각할수록 빡친다. 무슨 출근한지 이틀밖에 안 됐는데 이상한 아줌마한테 걸려서.. 후..
맨날 안 그래도 빨간 입술 위에 립스틱 바르느라 너무너무 바쁜 그 이대리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다.
그리고 또 뭐 있더라. 이틀 사이에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냐면.
"어제는 또 뭐라더라? 나보고 화장이 너무 진하대. 대학교 졸업한지 얼마 안 됐으니 이해 한다나 뭐라나.. 근데 또 빡치게 몸매가 되게 좋아서
남자분들이 힐끗힐끗 쳐다보는 게 다 느껴진다니까. 난 무슨 회사에 패션쇼 하러 온 줄."
"그거 네가 예뻐서 괴롭히고 싶은 거야, 그리고 그렇게 너한테 대해줘야 남자들한테 관심 받거든. 너를 내리깎아야~ 지가 관심을 더 받는다고 생각하는 거."
"내가 예쁜 거면, 그 이대리는 여신이게."
"예뻐?"
"내 기준에선.. 그냥 막 뭐랄까 기가 엄청 쎄게 생겼어. 예쁜 것 같기도 하고."
"몇살인데?"
"몰라 그거까진.. 안 물어봤는데. 못 물어보지. 어떻게 거기서 이대리님 몇살이세요~ 하겠냐.."
"궁금하다. 그렇게 자격지심 있는 사람들은 다 똑같이 생겼던데.. 어떻게 생겼을지 살짝 느낌이 와."
빨래를 같이 다 개고선 지수가 익숙한 듯 노트를 펼친다. 아, 지수는 나랑 대학 친구다. 20살 때 처음 봤으니까 5년 친구네.
지수랑 나는 돈도 아낄 겸 그냥 같이 자취한다. 각자 알바하고, 돈도 모아서 투룸으로 하하.
그리고 지수는 공무원 시험 본다고 공부 하느라 바쁘다. 사실 공무원 시험 준비를 되게 급하게 해서, 붙을지 말지는 모르겠지만..
지수는 워낙 똑똑하고 다 잘하니까 붙을 거라 생각한다. 뭐..
"하.. 회사 가기 싫어.."
"야.. 출근 이틀밖에 안 했고 너 아직 인턴이야.. 좀만 참아봐...."
"…허흡.."
"울어???????????"
"개빡쳐.... 이대리......이대리............... 그놈에 커피......아메리카노 원두는 지가 직접 챙겨오고, 설탕은 내가 알아서 타라면서 고개짓하는데 개패고싶어..허흡...."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웃는데............."
"너 원래 그렇게 화 잘 안 내잖앜ㅋㅋㅋㅋ 개패고싶다니까 웃겨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침대에 누워서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려고 볼펜을 잡고있는 지수를 보는데 괜히 부러웠다.
예뻐서 좋겠다. 아마도 지수가 우리 회사에 갔다면 이대리가 좋아하지 않았을까.. 그냥 내가 마음에 안 드는 게 아닐까.
아, 너무 싫다. 출근 싫다. 나를 담당해서 모든 일들을 알려주시던 분은 왜 오늘은 없는지.. 혼자 사무실 안에서 너무 뻘쭘해서 죽을 것 같다.
안녕하세요 - 하고 인사하고 자리에 앉기는 했다만.. 이틀동안 도착하자마자 뭘 하라고 시킨 게 없으셔서 일단 급한대로 컴퓨터를 킨다.
9시가 넘었고, 모든 분들이 왔는데도 내 옆자리엔 아무도 안 오길래 옆자리를 보는데. 어제와는 다른 자리에 고개를 갸웃했다.
자리가 왜 이렇게 깨끗해졌지.. 설마 관두신 건가...? 진짜 너무너무 착하신 분이셨는데.. 설마.. 너무 힘들어서......??????? 입을 틀어막고 한참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내 어깨를 톡톡- 건드리길래 놀래서 뒤를 돌아보자...
"잠깐 저 좀 볼래요?"
"…네???"
"윗층에서 봐요."
"아,네."
너무너무 조용한 사무실 안에서 나와 저 잘생긴 분의 목소리만 들려왔다.
이틀을 다니면서 저렇게 청초하고 잘생긴 사람을 내가 봤었던가.. 그것도 갑자기 나보고 잠깐 보자는데... 나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거지.
저 잘생긴 분이 먼저 윗층으로 올라가시고 나는 눈치를 보다가 남자를 따라 윗층으로 올라왔다.
커피가 담긴 종이컵 두개를 가지고 서있는 남자는 나를 보더니 웃어보인다. 아니 왜???
내가 다가가면 커피 하나를 내게 건네주기에 감사합니다- 하고 받으면 남자가 말한다.
"안에는 대화 하기가 좀 그래서."
"아, 네.."
"마셔요."
"…네."
"왜.. 이틀 동안 은우씨 옆에 앉아서 다 알려주시던 분 있잖아요."
"네.."
"갑작스레 관두셔서.. 제가 대신 은우씨 봐드려야 될 것 같아서요."
"…아,네????"
"저는 박보검이라고 하구요. 그냥 편하게 박주임이라고 불러주세요."
"박주임님.."
"왜 웃어요?"
"아, 아뇨.. 그냥..그.."
"살짝 어감이 좀 그렇죠?ㅎㅎㅎ..주인님같애.."
"…맞아요!"
너무 신나했나. 이 회사에 나랑 같은 생각을 하고 웃어주는 사람이 있는 게 신기해서 해맑게 웃으면서 꺄하- 웃었는데. 되게 당황하신 것 같았다.
"죄송해요.."
"에? 뭐가 죄송해요..!"
"어.. 제가 너무 크게 웃은 것 같아서.."
"아닌데. 제가 더 크게 웃었는데.."
"주임님은.. 입가에 미소만 번졌고.. 저만 소리 내서 웃었는데."
"앜...ㅋㅋㅋ.."
"…네?"
"아, 아뇨! 그냥.. 말하는 게 웃겨서요.."
"…하하하."
"되게.. 인턴 때는 다 조심스럽고, 재미없고, 무섭고 그래서 웃을 일이 없거든요. 저랑 있을 땐 편하게 웃어도 돼요."
"네..감사합니다.."
근데 또 하필이면 재수없게 계단을 밟고 올라오는 저 아줌마를 보니 또 표정이 굳혀졌다. 아 왜 이렇게 싫냐, 어!?
나랑 박주임님이랑 같이 있는 걸 본 이대리님은 갑자기 웃으며 우리쪽으로 다가와서는 말한다.
"…뭐야? 박주임이랑 인턴? 둘이 은밀하게 여기서.. 설마 연애 해?"
"아, 아니요! 아닌데.."
"알아. 차지혜 관둬서 박주임이 대타로 인턴 맡아주는 거 아니야?"
"…네."
저 표정은 마치 그거다. 그거.. 인턴 네가 뭔데 박주임같이 잘생긴 사람이랑 같이 여기에?
"안녕하세요."
"보검이 넌 요즘 좀 보기 힘들더니?"
"현장 좀 다녀왔어요. 이제 현장 갈 일 없어서 자주 뵙겠네요."
"그러게. 요즘 잘생긴 사람들이 부쩍 바빠져서 회사가 조용했었는데. 이제 좀 살맛 나겠네."
"왜요. 지대리님 있잖아요."
"지대리는 애인 있잖아. 난 아무리 잘생겨도 애인 있는 사람은 안 건드려."
"ㅎㅎ."
"인턴 조심해. 박주임 얘 여자 많다? 박주임 옆엔 항상 예쁜 여자들만 있단 말이야. 조심해."
"네? 아, 넵..."
박주임님 옆엔 항상 예쁜 여자들만 있으니, 나같이 평범한 사람은 꺼져라 이건가.. 쩝...
이대리님이 가자마자, 박주임님은 나를 보고 커피 한모금 마시고선 말한다.
"괜히 저러시는 거예요. 저만 보면 항상 장난 치시거든요."
"…아."
어색하다. 나는 말 한마디도 못 걸겠는데.. 그래도 다행이도 박주임님이 계속해서 말을 걸어주긴 한다만...
한계가 있다. 잘생긴 사람이랑 얘기를 나누는 게 너무 부담이 된달까. 저 멀리 팩스를 보내면서 우리를 힐끗 보는 이대리님 때문에 더 더 더 더 더!!!
"어.. 저는 들어가 봐야.."
"응? 아, 아니에요. 천천히 마시고 들어가도 되는데."
"좀 눈치가 보여서 허허.."
눈치 존나 보인다. 인턴 주제에 한가하게 커피나 마신다니. 이번생에 회사는 처음이라 너무너무 쫄린다.
"괜찮아요. 이렇게 커피 한잔씩 마시는 건 뭐라 안 하세요. 주어진 일이 없을 때는 컴퓨터 앞에 앉아서 멍 때리는 분들이 수두룩한데요 뭐.
솔직히 그냥 앉아 있으면 다 바빠보이지.. 잘 보면 웹툰 보는 분들도 있고, 고스톱 치시는 분들도 있다니까요?"
"…아."
"바쁠 땐 바쁘고,한가할 땐 한가하고. 한가할 땐 이렇게 나와서 커피도 마시고."
"좋네요.."
"혹시 나이가 어떻게 돼요? 이름은 들었는데 나이를 못 들어서.."
"스물다섯입니다!"
"대학 졸업하고 바로 들어왔구나.."
"넵.."
아무리 얼굴이 잘생겼다 해도 어색한 건 정말 어쩔 수 없다.
이대리님이 팩스를 다 보내고 또 우리 옆을 지나가면서 내 어깨를 툭툭- 건드리고 가길래 숨을 헙- 참았다가 가자마자 겨우 숨을 쉬었더니 박주임님이 말한다.
"이대리님 무서워요?"
"…무섭고."
"무섭고?"
"…모르겠어요. 그냥 많이 좀 불편해요. 혹시.. 이대리님 나이가 어떻게.."
"…아, 이대리님이 부장님이랑 나이가 같으셨으니까.. 서른아홉이시네요."
뭐야 아줌마 맞네. 허!
"…아아! 그냥 궁금해서 물어 본 거예요.. 나이.."
"괜찮아요. 저도 이대리님 안 좋아해요."
"앜.."
"ㅎㅎㅎ."
자기도 이대리님을 싫어한다며 웃어보이는데 어쩜 이렇게 잘생긴 사람이 또 천사같은지.
진짜 금사빠 이은우 큰일났지.. 작년에 그렇게 남자한테 크게 데였으면서 또 또 또..
사무실 안에 들어가는데 갑자기 박주임님이 내게 바짝 달라붙어 귓가에 속삭인다.
"왼쪽 봐봐요."
흠칫 놀라서 박주임님을 한 번 봤다가 왼쪽을 봤더니 어떤 남자분이 웹툰을 몰래 보고있었고.
그 옆에 여자분은 쇼핑을 하고 있었다. 와아... 진짜네. 진짜네요.. 하고 작게 웃으면, 박주임님이 따라 웃는다.
내가 먼저 자리에 앉자, 박주임님이 손을 나만 보이게끔 작게 흔들었고.. 나는 앉자마자 웃음이 나왔다. 와. 나한테 잘해주는 남신 한명 생겼다고 이렇게 살맛이 나다니.
출근 하기 싫다고 했던 거 취소.
"밥 안 먹어, 인턴??"
"아, 네.. 입맛이 없어서요!.."
"그래? 왜 입맛이 없지이.."
이대리님이 힘내라며 내게 웃어주고 가셨다. 근데 뭔가 재수가 없다는 것이다. 난 살면서 사람을 싫어했던 적이 별로 없는데. 왜 저렇게 재수가 없지.
밥 같이 먹을 사람도 없어서 그냥 굶어야겠단 생각으로 앉아있는데 갑자기 내 빈 옆자리에 누군가 앉는다. 놀래서 고갤 돌리면..
하... 박보검 남신님이다...
"밥 안 먹어요? 회사 식당 맛있는데. 식당 싫으면 회사 앞에 햄버거 집도 있구.."
"…아 햄버거 맛있겠다."
"햄버거 좋아해요? ㅎㅎ."
"네. 제가 인스턴트 진짜 너무너무 좋아해서.."
"먹으러 가요. 같이."
"…진짜요?"
"진짜 먹으러 가죠."
"…왜 저랑."
"제 파트너니까 챙겨야죠."
"…호오오오.. 멋졌어요 방금."
"저도 인턴이었을 때가 있어서 그 마음 너~무 잘 알아서요. 얼른 가요. 점심 시간엔 사람 꽤 많이 가더라구."
하필이면 햄버거를 쳐먹는다고 했다 내가 ^^ 왜 하필이면.
첫만남에 잘생긴 사람 앞에서 입 쩌억 벌리고 햄버거를 쳐먹고.. 햄버거에 립스틱을 묻히며.. 하.. 내 인생.
그래도 신경 안 쓰는 것 같아서 다행이긴 했다.
사무실에 와서 팩스 보내는 것도 알려주고, 인쇄기 작동 법도 알려주고.. 한 번에 여러개를 배우니 어지러워서 울상을 지으니, 박주임님이 웃어준다.
하 진짜 이런 사람이 왜 이 회사에 있는 거야. 연예인 안 하고.. 쩝... 점심시간이 다 끝나가고.. 박주임님이 자리로 가셨다.
하.. 나의 박주임님이 사라지다니.. 그래도 박주임님이 알려준 프로그램들을 하나씩 열어보고 다시 알아보는데 이대리님이 내게 다가온다. 아주 급한 표정으로.
"인턴."
"아, 네!"
"내가 잠깐 급하게 팩스 보낼 게 있어서.. 이거 좀 갈아줘. 위에 것만 갈면 돼. 밑에 건 변팀장님 갖다드려."
"아, 네.. 세단기에.."
"응. 세단기에. 잘 배웠네 우리 인턴?"
"네에...감사합니다...하..핳.."
"고마워~^^"
고맙다며 웃어주는데 또 저렇게 웃어주니 내 마음이 편해지고, 사람 좋아보이는 걸 보니.. 난 참 단순하다.
나한테 못되게 굴면 쓰레기였다가.. 또 잘해주면 천사로 본다.
세단기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 이대리님이 말씀해주신 종이들을 갈고있는데 뭔가 현타가 또 온다.
아.. 대학 다닐 때가 제일 좋았던 거였구나.. 무언가 마구 써져있는 종이가 세단기에 갈려서 칼국수처럼 나오는데 그게 웃겨서 피식- 웃는데.
갑자기 방 문이 열리고, 이대리님이 식겁해 하는 표정으로 세단기 작동을 멈추더니 말한다.
"어떤 거 갈았어!?"
"네????? 위에 거 갈으라고 하셔서 앞에 것만."
"아니.. 그걸 가면 어떡해.. 내가 위에 거 갈으라고 했는데. 왜 밑에 걸..! 내가 분명히...!"
분명히 '위'라고 했다.
"위에 거 갈으라고 하셔서 위에 거 갈았을 뿐인데요.전.."
"그럼 내가 인턴 너한테 뭐 종이를 뒤집어서 줬단 소리야?"
"……."
"진짜.. 어떡해. 아아..진짜...! 내가 못 살아..."
망할 회사. 아니.. 망할 이대리. 분명히 이대리님이 뒤집어서 준 게 뻔하다. 난 받았고.. 그 위에 걸 바로 갈았을 뿐이었는데.
어찌보면.. 그냥 내 잘못 같아서 숙연해지고 만다. 모든 사람들도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출근한지 3일만에 죄인이 되었다.
"이거 엄청 중요한 계약서란 말이야. 한장밖에 없고, 계약자도 방금 막 한국 떠나는 비행기 탔는데...! 부장님한테 얼마나..하.."
나한테 화난 게 분명했다. 모든 사람들은 나를 이상하게 보겠지. 한숨이 나올 것만 같았는데. 마음대로 한숨을 쉬지 못 하는 것도 화가 났다.
"…이걸 붙이는 건 안 되나요."
"뭐..? 붙여? 그게 말이.."
"붙여볼게요. 붙일 수 있을 것 같은데.."
"6시까지 붙일 수 있겠어? 아, 그거 붙여도 안 될 것 같은데.."
"…죄송해요."
"일단 내가 부장님한테 말씀드려볼테니까. 일단 붙여봐."
"…네. 죄송합니다."
"……."
아까는 그렇게 칼국수처럼 쫙쫙 뽑혔었는데.. 더 갈리면서 자잘자잘해졌다. 지금 겨우 100퍼중에 5퍼 붙였는데..
시간은 아직도 3시다. 이대리님은 내게 한마디 던져주고 대충 찾아주는 척 하다가 나가셨다.
'9시까지 계약서 필요하다고 하시니까. 8시까지는 마무리 할 수 있지? 그러게.. 잘 좀 보고 하지.. 고생이야.'
여기서 못한다고 할 수도 없고, 결론은 그냥 내 탓일텐데.. 내가 어찌 쉬리오..
"많이 붙였네.. 이걸 진짜로 붙이라고 했대?"
"…어..아, 네."
음료수를 사들고 들어 온 박주임님은 내 옆에 같이 쭈그리고 앉아서는 내가 테이프로 종이들을 맞춰 붙이는 걸 본다.
"이대리님은 도와주지도 않고.. 내가 도와줄게."
"아, 아니에요! 박주임님 할 일도 있으실텐데."
"내가 할 일은 다 해서 이제 할 거 없어. 한 한시간 정도는 도와줄 수 있겠다.. 끝나곤 급하게 갈 곳이 있어서 내가.. 미안해."
"…아니에요! 저 신경 안 써도.. 어 근데.."
"응?"
"말 놓으셨네요..!"
"아, 말 편하게 해도 되지..? 먼저 물어봤어야 했는데."
"당연하죠! 편하게 하셔도 돼요..!"
쭈그리고 앉아있던 주임님은 날 따라 철푸덕 앉아서는 종이를 찾아준다. 진짜 너무 서러워서 눈물 살짝 날 뻔 했는데.. 얼마나 다행인지.
해피 바이러스인 박주임님이 도와주니 기분이 다 좋아졌다.
"중요한 계약서이긴 했는데.. 그래도 이렇게 중요하리만큼 부장님이 잘 해결 해주실 거야. 이건 만약을 대비해서 붙이는 거고.."
"…네."
"…풀이 죽었네."
"…고작 3일 출근해서 사고쳤으니까요."
"……."
"…하."
"가끔은 억울해도 억울하다 말 못 할 때가 있어."
"……."
"그럴 땐 불공평하고, 서러워. 진짜."
나는 다 아니까. 나한테는 다 말해도 돼. 이 표정으로 나를 보는 게 너무 슬펐다.
그래서 눈물이 고였다가 바로 고개 숙이고 종이 붙이는 척 하면서 눈물을 참았다. 아, 진짜 너무너무 서럽게 왜 저러셔 진짜.
7시 반이다. 모두가 퇴근을 하고.. 나 혼자 방에 남아서 갈린 종이들을 붙이고있다.
아무도 없으니까 이제서야 하는 짓인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시브알.."
눈물이 나버렸다. 다들 퇴근하게 집에 가는데 나 혼자서 갈린 종이들을 퍼즐처럼 맞춰서 붙이고있다.
이제 겨우 40퍼 정도 맞췄는데 이걸 어떻게 30분만에 다 붙이냐고..진짜 너무 서러워 억울해ㅠㅠㅠ화나.
너무 화나서 펑펑 울다가 울 때가 아니라 생각하고 옷소매로 눈물을 닦고선 다시 붙이고 있었을까.
"그걸 진짜로 붙이고 있어요?"
"……."
"지금까지?"
처음 듣는 목소리였다. 놀래서 고갤 돌려보면 문이 열려있었고, 키가 엄청 크고 좋은 향기를 풍기고 있는.. 잘생긴 남자가 나를 내려다본다.
"…네?"
"언제부터 붙이고 있었던 거예요."
"…두시였나.."
"하지 마요."
"…네?"
"뭘 진짜 붙이고 있어요. 하지 말라고 했는데.. 퇴근도 안 하고."
"…이거 이대리님이.. 다 만들고 부장님 드리라고 했는데."
"…됐어요. 퇴근해요."
"…이대리님이."
"제가 부장이고, 이거 붙이라고 한 적 없어요. 그러니까 퇴근해요."
"……."
뭔가 되게 무심해보였다. 그리고 조금은 화도 나보였는데. 기분탓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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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리 너?
아 맞다 사실 박주임님은 사실...
장동윤님이었어요.. 근데 짤 모으기가 힘들고.. 짤 만드는 것도 지쳐서.. 그냥 박보검님으로 해버렸어요..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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