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서 그 밤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 모바일은 첨부가 되질 않네요ㅜㅜ 죄송합니다ㅜㅜ 여주는 꿈을 꾸다 헉소리를 내며 일어났다. 분명 끔찍한 꿈이었는데 막상 눈뜨고 일어나니 생각이 안나고 다시 미친듯이 졸렸다. 짜증이 확 밀려와 머리를 침대에 쿵 박았다. 잠귀가 밝은 태현이 침대 울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몸을 일으켜 눈을 비볐다. " 여주야." "......" "김여주." "......" "여주야 깼어?" 태현은 졸음이 덕지덕지 붙은 채로 말했다. 성대에 물이 차 아직 빠져나가지 못한 채라 -그냥 목이 잠겼다는 소리- 목소리가 쩍쩍 갈라졌다. 낮게 울리는 소리가 나지막히 여주의 이름을 불렀다. 태현은 벽에 등을 기댔다. 평소에는 머리가 팽팽 돌아가는 태현이라지만 지금만큼은 '졸리다 -> 잔다' 라는 사고가 되지 않는건지 허공만 바라봤다. 분명 졸린데 정신이 점점 맑아졌다. 벽을 타고 냉기가 머리에 닿자 한기가 몰려오는지 이불을 끌어당겼다. 태현은 점점 정신을 로그인 시키고 있을 때 여주가 몸을 뒤척거리면서 끙끙 앓았다. 태현이 고개를 돌렸다. "김여주, 어디 아파?" "우으으아..." "김여주 너 괜찮아?" 태현이 이불을 박차고 일어섰다. 이불이 발끝에서 엉켜 그냥 무작정 밟았다. 태현은 여주의 올라간 티를 내려 꾹 누른 채로 땀으로 범벅이 된 이마에 손을 올렸다. "으아니야..." "뭐라고?" "아픈... 아픈거... 아니... " "괜찮아? 진짜 괜찮은거 맞지?" "으응... 더워, 더워... 으아..." 태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열이라도 오르는 줄 알았는데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하는 건지. 여주는 렘수면 상태에서 아슬아슬하게 걸친 상태라 눈도 못 뜨고 중얼거렸다. 자기 전에 기모 수면양말에 목에 손수건도 두르고 여러겹 껴입을 때부터 더울 것 같다 싶었는데 어지간히 더웠나보다. 목에 있는 손수건이 갑갑한건지 푸르려고 했다. "내가 풀어줄게." 여주는 순순히 손을 내렸다. 태현은 매듭을 앞으로 돌렸다. 얼마전에 짧게 깎은 손톱에 자꾸 매듭에서 미끄러졌다. 땀으로 끈적끈적한 목에 손이 닿았다. 다시 눈에 힘을 주고 손끝에 힘을 줬다. 매듭이 풀렸다. 태현은 여주의 머리를 살짝 들고 밑에서 손수건을 빼냈다. 여주는 계속 끙끙거렸다. "아직도 더워?" 여주는 태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개를 끄덕였다. 잠에 취해서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 것 같았다. 태현은 벽쪽으로 이불을 밀었다. 여주가 신은 양말을 벗기고 짚업 후드 지퍼를 내렸다. '팔 빼줄게.' 이미 여주의 몸에는 힘이 하나도 들어가 있었다. 여주의 두 팔을 빼내고 태현은 짚업을 당겼다. 여주는 몸이 뒤척이면서 등뒤의 뜨겁고 축축한 열기를 빼내려고 했다. 세번 정도 잡아당기자 짚업이 쑥 빠져나왔다. 그래도 여전히 성에 차지 않는지 여주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연신 덥다는 잔뜩 닳은 발음만 해댔다. 태현이 꾹 누르고 있는 티를 올리려 했다. 배가 훤히 드러날 텐데. "아 더워..." "안돼. 감기 걸려." "이씽... 더운데에..." 태현을 여주의 방을 두리번 거리다 여주의 책상에 있는 파일을 들고 왔다. 여주의 머리맡에 서서 파일을 부채마냥 살살 흔들었다. 태현의 만들어내는 바람의 결이 눈에 보이는 것만 같았다. 나지막히 불어오는 밤바람에 여주의 표정이 한결 편안해졌다. "이제 좀 시원해?" 여주는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잔머리가 태현의 바람에 슬그머니 일어나 부드럽게 나부꼈다. 태현은 바람을 흔드는 손을 여러번 바꿨다. 여주의 얼굴에 맺혔던 무수한 땀방울이 더이상 보이지 않을 때가 되자 태현은 바람을 멈췄다. 파일을 내려놓고 주먹을 쥐었다, 펼쳤다를 반복했다. 여주가 눈 앞에서 흔들리는 태현의 손을 잡았다. 여주가 거의 들리지 않을 목소리로 말했다. 태현은 귀를 여주 가까이 가져갔다. "물? 알겠어." 방을 나가는 길에 파일을 책상에 밀어넣고 밖으로 나왔다. 태현은 찬장에서 새로운 컵을 꺼내서 정수기 꼭지 아래에 가깝게 붙였다. 정수기에서 물이 나왔다. 적막 속에서 들리는 물소리는 태현의 머리속을 어지럽힐만큼 시끄러웠다. 컵에 정확히 120ml의 물이 계량되자 태현은 방으로 향했다. 태현도 몽롱한 상태라 걸으면서 컵 안의 물이 위태롭게 요동쳤다. 태현이 방 문을 열고 들어가자 여주가 태현의 이불 위로 내려왔다. 태현은 정신 못차리고 헤롱거리는 여주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흔들었다. 물 가져왔어. 여주가 뻗는 손에 컵을 들려주고 혹시라도 쏟지는 않을까 손이 컵의 주변에 맴돌았다. 여주가 물을 넘기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들렸다. 거의 다 마신 물을 허공 어딘가로 내밀자 태현이 컵을 받아냈다. "왜 내려왔어." "......" "내가 물 가져온다고 했는데." "태현이 향수... 나, 나, 침대 갈래..." "눈이나 뜨고 말해." "어디서 자..." 본인이 자리를 뺏어놓고 어디서 자냐니, 태현은 기가막힌 전개에 거품같은 웃음을 냈다. 감기라도 걸릴까 이불을 배까지 끌어 올려주고 일어섰다. 이미 태현이 쓰던 베개에 이불까지 전부 차지한채로 누운 여주를 한번 보고 텅 비어버린 침대를 한번 봤다. "그러게... 난 어디서 자냐..." 원래 혼잣말 따위 하는 성격이 아닌데 이상하게 술술 나왔다. 몽롱하지 않았지만 몽롱한 것 같았다. 태현은 그 자리에 서서 침대를 멍하니 바라봤다. 이불은 아까 밀어서 벽에 일자로 붙어있었고 여주의 옷가지와 손수건이 이리저리 널려 있었다. 베개는 본래 있어야 할 위치를 잃었다. "내가 저기서 어떻게 자." 태현은 괜히 여주 주변의 이불을 곧게 폈다. "김여주." 답이 없었다. "잘 자." 내 말이 네 꿈 속에 들어가면 좋겠다. "좋은 꿈 꾸고," 이건 친구로써. "거리 두지 말고." 이건 나로써. 태현은 컵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소리가 거의 나지 않도록 살며시 문을 닫고 싱크대 안에 컵을 넣었다. 한참을 부엌에서 서성이다 결국 소파에 앉았다. 소파에 앉을 때 나는 작은 소리마저 예민하게 반응했다. 조금씩 나는 소리에 제 발이 저려 닫힌 문을 힐끔힐끔 쳐다봤다. 달빛이 커다란 창을 타고 집안 깊숙히 들어왔다. 초승달이었다. 초승달은 점점 차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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