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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좁히기 

같은 나이, 같은 학교, 심지어 같은 반이 된 우리는 꽤나 가까워졌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는 내 이야기에 웃어주기도 했고, 공감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과묵했다. 본인의 이야기는 철저히 숨기는 듯했다. 

나는 그런 네가 더더욱 궁금해졌다. 너에 대한 것은 모조리 알고 싶었다. 내가 너에 대해 아는 것은, 이따금씩 짓는 짧은 웃음에 예쁜 보조개가 숨겨져 있다는 것. 그 정도였다. –그가 보조개를 보이며 웃을 때면, 나는 정신이 혼미해지고는 했는데, 티를 내기 싫어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느라 혼났다.– 

그런 너의 마음을 열고 싶었다.  

우리는 빠르게 흐르는 시간 속에 몸을 담고, 성장했다.  

 

하루하루 우리의 거리는 좁혀졌다. 

 

 

 

#친구 

그렇게 우리가 알게 된 지는 벌써 1년이 지났고, 너는 여전히 담배를 피웠다. 나는 너에게 금연하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반은 빈말이었다.

[TXT/최수빈] 보조개02 | 인스티즈

네가 담배를 피울 때의 모습을 사실은 꽤나 좋아했으니까.  

 

우리는 어느새 서로에게 의지하고 있었다.  

종종 모이는 지겨운 사교모임에서는 그나마 서로가 위안이었다.

[TXT/최수빈] 보조개02 | 인스티즈

우리는 사교모임 때마다 우리가 처음 만났던 옥상에 올라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곤 했다.–그때, 그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하교 메이트였다. 학년이 올라가고도 같은 반에 붙은 우리는 함께 끝나면 함께 집에 갔다. 학교에서 집까지는 걸어서 약 20분 정도가 걸렸는데, 나는 그 20분이 너무나도 짧다고 맘속으로 매번 투덜거렸다. 너와 함께라면 20일도 20년도 함께 걸을 수 있다며 야속해했다. 

우리는 '친구'라는 범주에 속해있었고, 나는 항상 그 이상을 바랐다. 

 

 

 

#흡연 

그는 나와 있을 때 종종 담배를 물곤 했다. 그는 내가 담배 연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무의식중에 자꾸 담배를 입에 물었다.  

나는 그가 그럴 때면, 아무 말 하지 않고 그냥 그를 올려다봤다. 그는 담배를 한 3번쯤 마시고 내쉬다가 문득 나를 보고

[TXT/최수빈] 보조개02 | 인스티즈

미안. 하며 말한 후 발로 지져끈다. 

그에게 흡연은 습관이었다. 그런 그가 나와 있을 때는 자제하려 노력하는 모습이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그의 큰 손이 작디작은 담배를 집어 들 때, 그것 대신에 작디작은 내 손이나 잡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은 나만 아는 비밀이다.  

 

 

 

#공통점 

우리는 닮은 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지만, 나는 우리의 그 다른 점들에 굳이 굳이 받침을 찾아내 붙여 닮은 점이라 우기곤 했다.  

'결핍' 

내가 굳이 굳이 찾아낸 우리의 공통점은 '결핍'이었다. 애정의 결핍.  

나는 어릴 적부터 바쁜 부모님 덕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 항상 외로웠다. 그리고 너는 부모님의 이혼과 새어머니의 학대로 괴로움을 겪고 있었다. 우리는 사랑이 부족했다. 그때의 나는 그런 점을 서로 채워줄 수 있다고 굳게 믿곤 했다. 

 

 

 

#차이점 

우리가 닮았다고 우기는 나에게 그는 종종 우리의 차이점에 대해 말했다. 나는 그것을 아주 싫어했다. 내가 처음 그에게 안겼을 때, 그는 나를 살짝 밀어내며 말했다.  

"나랑 있으면, 너도 나처럼 불행해질 거야." 

나는 생각했다. 너와 함께라면 지옥불에 떨어져도 좋다고. 너만 있으면 나는 괜찮을 거라고. 

그리고 왜 그렇게 생각하냐는 나의 물음에 너는 대답했다. 

"나는 태어났을 때부터 피해만 주는 사람이야. 엄마도 아빠도 그리고 새엄마한테도. 나 때문에 모두가 불행해졌어. 다들 그렇게 말했어. 결국 너도.. 너도 불행해질 거고 그럼 내가 싫어지겠지." 

나는 눈물을 참는 너를 안으며 한참을 조용히 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렇지 않아. 수빈아, 나는 너를 만나서 너무 행복해." 

곧이어 네 울음소리가 들려왔지만 아랑곳 않고 너를 토닥였다.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말고 울어도 돼.' 라는 의미였다. 

너는 그렇게 나에게 안겨 한참을 울다가 또 다시 나를 밀어낸다. 

[TXT/최수빈] 보조개02 | 인스티즈

"네가 힘든 건 보고 싶지 않아. 미안해." 

그 말을 끝으로 너는 떠났다. 

너는 항상 그랬다. 내가 한 발짝 다가가면 너는 한 발짝만 떨어진다. 내가 더 애타게. 손만 뻗으면 닿을 것 같은데, 조금만 더 뻗으면 정말 닿을 것 같은데. 너는 내게 꽤나 잔인하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겠다. 

나에게 기대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나는 너의 상처를 보듬어 줄 준비가 되었는데, 너는 너의 상처를 드러내기에는 아직 많이 아픈 것 같았다. 나는 언제까지나 기다려줄 수 있었다. 

 

 

 

#fall in love 

너의 입에서 나오는 내 이름이 좋았다. 아니, 내 이름을 부르는 네가 좋았다. 

내 이름을 부를 때, 마음을 울리는 너의 저음 또한 좋았다. 너는 귀에 거슬리지 않는 목소리 톤을 가지고 있었다. 네가 말하거나 웃을 때, 깊게 파이는 보조개를 좋아했다. 나는 종종 그 보조개에 빠져 죽어도 좋다고 생각하곤 했다.  

함께 걸을 때면 발걸음을 맞춰주는 너의 배려가 사랑스러웠다. 그런 너의 손을 잡으면 붉어지는 너의 볼과 귀 또한 사랑스러웠다.  

붉은 너의 눈가는 자꾸만 너를 보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였으며, 웃을 때 반달 모양으로 예쁘게 휘어지는 눈매와 볼록한 애교살이 나의 시선을 잡아다가 너에게 두었다. 

너는 가위바위보를 할 때 항상 가위를 먼저 내는 습관이 있었다. 나는 그걸 알고 있음에도 보를 냈다. 내 패는 보자기밖에 없었다. 

이건 내가 무조건 지는 게임이다. 더 사랑하는 쪽이 지는 그런 게임이다. 

나는 너에게 푹 빠져있었다. 그 깊이는 내 생각보다도 깊었으며 나중에 그곳을 빠져나가려 했을 때, 그 깊이를 실감했다. 체념이 낳은 실감이었다. 난 너를 쉽사리 벗어날 수가 없었다. 

 

 

 

 

#침수 

[TXT/최수빈] 보조개02 | 인스티즈

"여주야." 

너의 낮은 목소리가 내 심장을 때린다. 쿵-하고 저 밑으로 가라앉는다. 아무래도 좋았다. 저기 저 나락으로 떨어진다 해도 나는 그저 좋았다. 

깊은 짝사랑의 시작은 사실 별거 없었다. 항상 잔잔하게 웃던 네가 환하게 웃던 그 모습에 나는 푹 빠져버렸다. 

[TXT/최수빈] 보조개02 | 인스티즈

해맑게 웃던 네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가질 않았다. 눈이 없어지도록 그렇게 예쁘게 웃으면서, 보조개에 푹 잠기고 싶을 정도로 예쁘게 웃으면서. 왜 그런 예쁜 웃음을 숨겼을까. 네 웃음을 계속 보고 싶었다.  

나는 어느새 그런 너에게 푹 빠져 헤어 나올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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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선생님 감사합니다... 3편도 기대해봅니다..
4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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