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동안 잤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서먹서먹한 분위기 속에서 집에 돌아온 후, 수정은 하루 내내 제 방에 틀어 박혀 자고 일어나기를 반복했다. 꺼져 있던 핸드폰에 배터리를 끼워 넣었다. 새벽 네시. 너무 늦은 시간은 아니라 다행이다. 침대에서 내려와 슬리퍼 속에 발을 끼워 넣었다. 까끌까끌한 촉감이 나쁘지 않았다.
"어머, 수정아! 오랜만이다 정말. 그새 더 예뻐진 것 같네."
"아, 안녕하세요."
"어젠 내가 너무 늦게 들어왔지? 깊게 잠든 것 같아서 못 깨웠어. 찬열이랑은 인사했니? 내색은 안해도 너 온다고 엄청 좋아하더라구."
"오빠가 공항으로 데리러 왔었어요."
"그랬구나, 잘됐네. 식사하러 내려오렴. 아버지는 먼저 회사 가셨어. 요즘 많이 바쁘시단다."
새엄마를 쏙 빼 닮은 찬열의 성격이 말해주듯이 아줌마는 늘 활기차고, 밝은 여자였다. 버림받고 마약에 찌들어 홀로 생을 마감한 엄마랑은 다르게. 안타깝기는 했으나 아줌마가 아니꼽지는 않았다. 늘 저에게 잘 대해 주려고 하는 것이 눈에 보여 안쓰러운 감정이 들기도 했다. 수정은 고분고분하게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계단을 내려왔다. 되는 대로 조용하게 지내다가 빨리 독립하고 싶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가업을 물려 받을 생각은 없다. 찬열이 있어 그런 부담에서 벗어날수 있어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했다. 내가 만약 남자로 태어났다면, 아줌마는 나를 지금과 같이 대해주셨을까, 아님 견제하고 있었을까. 수정은 다른 길로 새는 자신의 생각을 이내 머리속에서 지웠다. 요즘엔 정말이지 쓸데없는 생각을 너무 많이 했다.
"학교는 언제부터 가?"
"글쎄, 최대한 빨리 가고 싶다고 말씀 드렸어."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
"응."
"오, 잘됐네. 내 동생이라고 하면 학교 생활은 문제 없겠다."
"학교에서 일진 행세라도 했나 봐? 근데 오늘 공강이야?"
"대학생은 벌써 방학 했지."
찬열이 건넨 복숭아를 한 입 베어물었다. 수정과의 대화를 계속 이어 나가면서도 핸드폰에서 시선을 좀처럼 떼지 않는 찬열을 수정은 빤히 쳐다봤다. 왜? 시선을 느낀 찬열이 되돌아 보자 수정은 찬열을 향했던 눈동자를 재빨리 소파 밑으로 내리 깔았다. 싱겁기는, 찬열이 또 다른 복숭아 하나를 포크로 집어 우물거렸다.
"연락할 사람이 그렇게나 많아?"
"그건 아니고, 요즘 오빠가 사업을 하나 하거든."
"사업? 아버지 일 도와드리고 있는건 알고 있어."
"아, 넌 개그를 너무 몰라. 그런 사업 말고. 연애, 연애 사업."
"그게 무슨…………"
"여자 친구 생겼거든. 사귄지는 얼마 안됐어. 너한테 말한다는 게 까먹었다. 그래도 너 한국오면 한번 소개시켜 주려고 했어."
"그새 애인이 생겼어?"
"그 맛에 학교 다니는 거지 뭐. 참, 사진 보여줄까? 얼굴도 예쁜데. 엄-청."
됐어. 수정은 미련없이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너 왜 갑자기 일어나, 야, 야! 찬열의 목소리를 뒤로 하고 방으로 걸어 들어왔다. 빠르게 닫은 문 위로 수정의 등이 주욱 미끄러졌다. 덜컹거리는 심장이 좀처럼 멈춰지질 않았다. 어쩌면, 그토록 찬열과 서먹하게 느껴졌던 이유도, 이때까지 집에 오기를 꺼려한 까닭도. 몇 년동안 고민해도 알아낼수 없었던 해답을, 수정은 오늘에서야 깨달았다. 좋아하고 있었다. 찬열을.
박찬열 정수정 빙의글 아니에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근데 차녀리는 계속 등장할것 같아요 제 최애거든요....♡
댓글 안 달면 상처받을꺼에요 30p 다시 돌려받으셔야졍! 흐극흐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