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니나노 作
나는 늘 관심이 필요했다. 언제나 항상 끊임없이 그것을 갈구했다. 부모없는 고아의 인생은 비참하기 그지 없다. 백현이라는 이름도 그저 남들과 자신을 구분 짓기 위해, 원장의 눈에 가장 먼저 띈 전화번호부 첫 페이지에서 얻었을 것이리라. 다 똑같이 자란 아이들. 아무도 그런 아이들을 눈여겨 보지 않는다. 그저 불쌍한 존재, 하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종류의 아이들이라 치부할뿐. 그리고 그런 아이들 틈에서 눈에 띄는 사람이 되기 위해. 선택받기 위해 나는 발악했다. 자선 차원에서 매일 고아원에 오는 방문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온갖 일들을 마다하지 않았다. 피아니스트가 오면, 그들의 앞에서 배우지도 못한 피아노를 억지로 두들기고. 화가가 오면 그림에 재능이 있는 척 하루종일 스케치북을 들고 알짱거리기도 했었다. 그때는 그저 누군가가 나를 데려가주길. 하며 꿈을 꾸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그런 내 정성이 딱하기라도 했는지. 내가 여덟살 때, 정말 나는 누군가의 눈에 띄었다. 고아원 자선 행사. 그날엔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 고아원에 많이 왔다. 언제나 그렇듯이 그날에도 그들을 위한 재롱 잔치가 준비되어 있었다. 나는 그들 앞에서 춤을 췄다. 맨 구석 자리. 제대로 외우지도 못해 어색하고 아귀가 맞지 않는 동작들. 부끄러움에 귀가 익어 내 앞의 사람들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그날 밤. 나는 꿈같은 소식을 접했다. 백현아, 너 발레 한번 해볼래? 내 몸의 선이 발레를 하기에 적합하다고 했다. 나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끔찍한 곳에서 벗어나 내 몸에 날개를 달아줄, 사람들의 초점을 내게 맞출수 있는 기회가 온 것만 같아서. 그래서 나는 열심히 춤을 췄다. 남들과는 다른길. 사람들이 신기하고 경이로운 눈빛으로 쳐다보는게 좋아서. 꼭 특별한 사람이 된것만 같아서. 오로지 발레만이 존재하는 삶. 벅차오르던 설레임이 무뎌지고 발 끝과 손으로 우아한 동작을 만들어 내는것도, 남들의 찬사와 박수 갈채를 받는것도, 내겐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던 것처럼, 발레를 하는것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해왔다. 이십년이 넘는 세월동안 발레 없이는 성립되지 않는 인생을 살았다. 그런데 왜? 그 뜨겁던 열정이 너무 맹목적으로 변해버렸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그리고 그것을 나는 언제부터 깨닫게 되었을까. 순수하고, 빛나던 그 마음은 왜 나에게서 떠나버린 것일까. 너는 천재야, 변백현. 역시 백현이네요. 이번 콩쿠르도 당연히 백현의 우승을 확신할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고난이도의 동작은 백현만이 소화할수 있을 거에요. 저 세련된 자태를 좀 보세요. 남들에겐 과분한, 그러나 내겐 너무 지루하고 뻔하기 그지 없는 칭찬들에 따분함을 느껴서일까, 아니면 자꾸 내게 쏟아지는 눈들과 기대감에 부흥하는것이 너무 벅차다는 것을 깨달아서일까. 일개 고아였던 변백현이 발레리노가 되기까지 겪어온 인생의 답은 무엇일까? 답은 어느것이든지 상관이 없었다. 어쨌거나 오늘부로, 나는 내 인생 전체를 휘감아온 발레를. 때려치울 거니까.